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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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 문학이 필요한 시간(정여울 지음/한겨레출판)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나른했던 오후 어느날 운전을 하다 라디오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났다. 영화나 소설을 설명해주는 짧은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목소리. 소리 자체는 부드러웠지만, 왠지 그 내면은 단단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만, 문자로만 보던 소설을 마음으로 읽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줄거리 위주로만 알고 있던 작품을 등장인물의 내면을 살펴주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 그럴 수 있었겠다. 그래서 그랬구나. ~ 그랬단 말이지?!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말들이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게 되었다. 이번 짝은 사진작가인 이승원이다. 그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사진이 군데군데 있어서 책이 더욱 풍성해졌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햇살이나 공기처럼 저절로 흡수할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문학이나 음악이나 그림처럼 반드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찾아다녀야 할 세상의 아름다움도 있다. 무언가를 사랑할 권리를 회복하자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마저 즐기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기갈 들린 사람처럼 출간 첫날에 책을 사서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다가 다 읽고 나면 벌써 다음 책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마음. 이 소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빨리 다음 소설을 읽고 싶은 조급증마저 우리가 문학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의 일부다. 삶에 대한 설렘을 회복하는 것, 세상에 대한 놀라움을 되찾는 것, 이 모든 것을 느끼는 감수성의 심장을 되찾는 것. 그것이 문학을 통해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생의 기쁨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장을 되찾기 위하여 / 마르크스의 문장> 중에서

 

먹고 사는 일에만 진심인 사람들에게 그가 던진 책에서 작가의 진심이 보인다.

우리의 모든 시간과 장소와 언어의 힘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아,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자고 이야기한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도 고백하는 작가는 슬픔에 빠진 우리의 손을 꼭 붙잡아준다.

이소라의 음악을 포함해서 서른 편의 문학작품을 통해 삶의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해방의 손길을 내민다. 서로에게 감정을 나누면서 삶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더 커다란 나, 더 깊고 복잡한 나, 마침내 를 뛰어넘어 또 다른 타인들과 접속하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 복잡해서 상처가 많이 나아졌다 싶으면 어느새 또 재발하고, 엉뚱한 곳에서 또 재발하고, 엉뚱한 곳에서 트라우마가 다시 엄습하여 간신히 다잡은 마음이 단 한 번의 충격에 흐트러지기도 한다. 나는 문학작품을 읽고 낭독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20년간 해오면서 인간은 매일 적극적인 치유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매일 한 페이지만이라도 읽고 낭독한다면 우리 삶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집요하게 속닥이는 소리,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향해 속삭이는 소리, 우리에게 단 한 번 주어질 뿐인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소리, 지겹고 지루한 일상 속에 낭독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감추어져 있음을 속삭이는 소리. 그 낭독의 소리 덕분에 나는 매일 치유되고, 매일 굳세게 다시 일어서고, 매일 힘겨운 오늘을 버텨낼 힘을 얻는다. 언어의 기원은 문자가 아니라 이었으니. 우리는 말을 통해 위로받고 말을 통해 서로를 향한 사랑에 빠지는 본성을 영원히 버리지 못할 것이니. -<삶을 바꾸는 낭독의 기쁨 / 아홉번째 파도> 중에서

 

이 책은 서른 권의 책을 소개하는 문학 서적이 아니다. 서른 편이라는 숫자에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한편 한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문학의 위로와 힘을 경험하며 나와 우리의 생활을 다독이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마음이 무너질 때 호흡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정돈하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정여울 작가의 문학 이야기로 우리의 호흡을 바라보고 마음과 정신을 차리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의 힘으로 문학의 힘으로 우리의 생활에 힘을 얻게 된다. 그 힘으로 나의 하루를 우리의 하루를 채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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