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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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2등급으로 서울대 합격.” 이 문장은 여전히 자극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입시 현장을 오래 지켜본 교사의 눈으로 보면, 이는 더 이상 기적담이라기보다 변화한 대입 환경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점수 중심 평가에서 과정과 이야기를 읽는 평가로 이동한 지금, 생기부는 더 이상 부속 자료가 아니라 학교생활의 총합이 되었다.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은 바로 이 변화를 차분하고 현실적인 언어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복잡한 입시 제도를 쉽게 풀어낸다는 데 있다. 수시와 정시의 구조, 2028 대입 개편, 고교학점제와 세특까지 학생과 학부모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생기부를 특별한 스펙의 결과물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서 쌓인 태도와 선택의 기록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은 요령보다 기본을, 전략보다 성실함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학교생활 속에서 생각이 어떻게 자라고 기록되었는가다.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은 그 과정을 만드는 독서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의 중심에는 독서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독서는 많이 읽는 행위가 아니다. 수행평가에서 두드러지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며, 저자는 그 출발점으로 독서를 지목한다. 독서는 지식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 언어로 설명하고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사고 훈련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4장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 합격생의 생기부 사례를 통해 잘 쓴 세특과 그렇지 않은 세특을 비교한다. 같은 활동이라도 기록 방식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 그리고 대학이 주목하는 지속성·연계성·성장성이 실제 사례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가 분명히 제시된다. 이는 기록의 기술 이전에, 학생이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묻는 기준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독서 전략으로 수렴된다. 저자는 생기부 독서를 진로 탐색 독서, 관심 분야 심화 독서, 전공 연계 심화 독서의 세 단계로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책의 권수가 아니라 흐름이다. 한 번의 호기심이 질문으로, 질문이 탐구로 확장되는 과정이 기록될 때 독서는 비로소 생기부의 언어가 된다. 이 과정에서 제시되는 만능 책개념 역시 인상적이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학문으로 확장하며 사고의 깊이를 키워주는 책이야말로 교과 수업과 수행평가, 탐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은 합격 공식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생기부란 요령의 산물이 아니라, 학교생활 속에서 생각을 키워온 시간의 축적임을 분명히 한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고3 담임으로 생기부를 기록해 온 교사의 입장에서 보아도, 이 책의 조언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다. 입시 앞에서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교사에게 모두 참고할 만한 독서 안내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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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지 않는 도시
경신원 지음 / 투래빗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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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을 높이면 지역이 살아날까?”
기업을 유치하면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을까?”

 

수십 년간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출산 장려금과 산업단지, 각종 개발 전략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고, 학교는 문을 닫으며, 마을은 조용히 비어간다. 도시재생 전문가 경신원 교수의 소멸하지 않는 도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도시의 생존을 결정짓는 기준은 얼마나 키웠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가.

 

저자는 영국 유학 시절 탈산업화로 몰락해가는 유럽 도시들을 목격하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건물과 도로 같은 물리적 기반이 남아 있어도 공동체가 무너지면 도시는 본질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개발보다 사람이 머물고 싶고, 다시 돌아오고 싶은 이유, 공동체 속에서 쌓이는 경험이 도시를 살린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내가 살고 있는 금산읍에서 대전까지는 차로 약 40분 거리다. 같은 하루를 살아가지만 주택 가격, 교육 환경, 일자리의 밀도는 분명히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도시의 매력이라는 말이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거리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삶의 조건과 선택의 가능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책은 런던의 보로 마켓, 브리즈번의 하워드 스미스 와프, 웨일스의 책마을 헤이온와이 등 세계 도시들의 회복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이 도시들은 산업 쇠퇴와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시민 참여와 문화적 자산의 재해석을 통해 다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거대한 개발이 아니라, 작은 축제와 일상의 재구성이 도시의 흐름을 바꿨다.

 

저자가 제시하는 도시 재생 전략은 다섯 가지다.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고, 시민이 직접 경험하게 하며,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게하고, 창의성을 자라나게하며, 도시가 가진 한계를 오히려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 이 모든 전략은 외부 자본이 아니라 지역의 자산과 시민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특히 청년을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청년은 붙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시를 선택하는 주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청년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싶어지는 도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정책 대안을 넘어,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만든다는 점이다. 도시는 이제 '겉모습'이 아니라 '이야기''사람'에서 힘을 얻는다. 소멸하지 않는 도시는 도시 정책서이자 삶의 방향을 묻는 책이다. 개발이 아닌 '재발견의 시대'를 여는 안내서다.

우리는 왜 어떤 도시에 남고, 왜 어떤 도시를 떠나는가. 당신이 살고 있는 그 도시는, 사람을 머물게 할 매력을 지니고 있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소멸하지 않는 도시 #경신원 #투래빗 #도시의매력 #지방소멸 #도시재생 #청년과도시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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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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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이 한 문장처럼, 밤은 화가들에게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영감과 위로,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화가가 사랑한 밤은 밤을 사랑한 16인의 거장과 101점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밤의 다채로운 얼굴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이 책은 미술 감상집이면서 동시에,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용한 인문서.

 

장 프랑수아 밀레의 밤은 특별할 것 없는 농민의 하루를 숭고하게 비춘다. 그는 삶을 미화하지도, 비극으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하루 자체가 이미 위대하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그의 밤 앞에서는 다시 존엄을 회복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밤에는 촛불 하나로 이어지는 세대의 지혜와 사랑이 담겨 있다. 노인의 불빛에서 자신의 초에 불을 옮기려는 소년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는 배움과 신뢰를 떠올리게 한다. 이 밤은 차갑기보다 따뜻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은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론강에 흔들리는 별빛과 밤의 카페 테라스는 외로운 영혼이 끝내 별을 바라보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순간을 전한다. 고독하지만 가장 빛나는 밤이다. 알폰스 무하는 러시아 대기근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여인 등 뒤에 별빛을 남겨 두었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걸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밤에는 분명히 살아 있다.

 

클로드 모네의 밤은 어둠을 통과한 자만이 되찾을 수 있는 색의 기록이다. 삶의 바닥을 지나온 뒤에야 그는 깜깜한 밤에도 색이 다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쟁과 독재의 시대를 살았던 호안 미로의 밤은 뜻밖에도 별과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의 밤하늘은 현실을 도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빛난다. 그리고 마르크 샤갈의 밤은 사랑 그 자체다. “창문을 열어두기만 하면 벨라가 들어왔다는 그의 고백처럼, 짙고 푸른 밤은 평생의 연인이자 예술이 된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말한다. 밤은 우리의 몸을 재우지만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운다.”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기억과 감정, 그리움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정우철의 해설은 기교보다 마음에 먼저 닿는 이야기로 화가들의 삶을 불러낸다. 그래서 화가가 사랑한 밤보는 책이 아니라 함께 걷는 책이 된다.

 

이 책은 미술 입문서를 넘어, 삶의 어둠 속에서 빛을 다시 찾는 법을 조용히 일러주는 책이다. 어둠 속에서 무채색으로 물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이 전하는 101가지 밤의 풍경이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별 하나를 띄워 줄 것이다. 밤이 짙어질수록 별은 더 환해진다는 진리처럼, 우리 삶의 어두운 순간에도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ㆍ밤은 잠의 시간이 아니라, 감정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화가가 사랑한 밤16인의 거장이 그려낸 101개의 밤으로 우리 삶의 어둠을 천천히 밝힌다.

ㆍ밤이 짙어질수록 별은 더 환해진다, 우리의 인생처럼.

 

#화가가사랑한밤 #정우철 #오후의서재 #밤의미학 #명화산책 #미술에세이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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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극장 - 시대를 읽는 정치 철학 드라마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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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극장은 지난 3년 반 한국 정치의 격랑을 다룬 시사서가 아니다. 이 책은 내란 세력의 집권반란몰락이라는 현실의 드라마를 역사·철학·문학의 언어로 해부한 정치 인문학의 기록이다. 저자 고명섭은 이 시간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와 겹쳐 읽으며, 권력이 어떻게 무사유와 오만 속에서 폭군으로 변하고, 결국 자기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그 파국을 멈춰 세운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분명히 짚는다. 그것은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카이로스.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빛으로 과거를 다시 읽고, 그 빛으로 현재를 결단하는 시간이 바로 카이로스다. 저자는 함석헌의 역사의 뜻을 불러와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폐기할 것인가. 인간 존엄, 자유,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붙들 것인가, 아니면 권력과 탐욕의 언어에 끌려갈 것인가.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바로 카이로스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도덕법칙이 최저임금, 노동시간 규제 같은 구체적 제도로 곧장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것들은 시혜가 아니라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오랜 투쟁 끝에 쌓아 올린 사회적 방파제다. 이를 허무는 정치는 곧 인간을 다시 수단으로만 쓰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또한 저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헤르메스 신화를 통해 법과 검찰 권력이 타락할 때 어떤 사회적 파국이 도래하는지를 날카롭게 경고한다. 법이 욕망의 도구가 되는 순간, 법은 있어도 법이 없는 무법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절망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을 시민의 정치 문해력,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는 판단 능력, 그리고 타락한 언어에 저항하는 감수성에서 찾는다.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은, 교실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나에게 특히 깊게 와 닿는다. 왜곡된 기억 위에 세운 공동체는 결국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엄 포고령이 내려지던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갔던 시민들, 수개월 동안 광장을 지켜낸 사람들의 힘을 저자는 에로스의 힘이라 부른다.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민주공화국을 향한 갈망, 너 없이는 나도 없다는 공동 존재의 자각이 역사를 다시 앞으로 밀어낸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정치 뉴스를 이해하는 독자이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 할지를 다시 고민하는 교사가 되었다. 카이로스 극장은 분노로 끝나는 고발서가 아니다. 권력, , 언어, 시민, 역사라는 민주주의의 모든 축을 동시에 성찰하게 만드는 질문의 책이다.

 

우리 공화국의 가치인 인간 존엄성의 존중을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이었고, 동시에 인간과 역사를 함께 돌아보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카이로스극장 #고명섭 #사계절 #정치철학 #민주주의 #시민의힘 #정치문해력 #인간존엄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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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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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교실은 자리 하나가 빈 채로 방학을 맞았다.”
이 문장은 교사로서 내게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종종 교실에서 비어 있는 자리를 본다. 갑작스러운 전학, 가정환경의 변화, 예상치 못한 이별. 하지만 남겨진 아이들이 겪는 감정의 폭풍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은이결 작가의 신작 2.5층 너머로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심리의 층위를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비춘다.

 

친구 세나의 죽음 이후, 중학교 3학년 아진의 시간은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 멈춰 버린다. 1년이 지난 후에도 아이는 여전히 같은 계절에 갇혀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상가주택의 중간층인 2.5층 계단참에 홀로 앉아 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교사의 눈으로 보면, 이는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늦게 온 마음’, 그리고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견디는 애도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상실을 겪는 아이의 정서 반응을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죄책감 중심으로 그려낸 점이다. 세나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신호들을 알아채지 못한 것, 절박하게 내민 손을 붙잡지 못했다는 자책. 그리고 내게 슬퍼할 자격이 있는지끊임없이 되묻는 마음.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이런 자기비난은 놀랄 만큼 흔하다. 성숙하지 못한 마음일지라도 아이들은 늘 스스로를 먼저 탓한다.

 

하지만 작가가 아진에게 건네는 위로는 잊어라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기억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할 시간을 허락한다.
2.5층이라는 공간은 그 유예의 시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상실의 언어를 배우는 일기장 같은 장소다.

 

이야기의 서술 방식 또한 교사가 깊이 공감할 지점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라는 존재가 세나일 때도 있고 엄마일 때도 있고, 때로는 그 누구도 아닐 때도 있다. 슬픔은 단선적이지 않고, 여러 상실이 뒤엉켜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생들이 감정을 이야기할 때 앞뒤가 섞여 있고 표현이 모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회복의 과정이 타자와의 연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친구 진규, 옆집 해미 언니, 이웃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진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방에서 실뿌리처럼 뻗어 오는 무수한 빛줄기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교사로서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아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더 중요하게는, 혼자라고 느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계속 사랑해도 괜찮다고, 계속 의 세계 안에 품어도 괜찮다고.”
작가가 전하는 이 메시지는, 상실이 너무 빨리 소비되는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2.5층 너머로 비쳐오는 빛은 슬픔을 지우고 난 자리가 아니라, 슬픔을 충분히 지나온 다음에야 발견되는 내일의 희망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점오층너머로 #은이결 #돌베개 #상실과회복 #애도의시간 #책추천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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