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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ㅣ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평점 :

“그해 여름, 교실은 자리 하나가 빈 채로 방학을 맞았다.”
이 문장은 교사로서 내게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종종 교실에서 ‘비어 있는 자리’를 본다. 갑작스러운 전학, 가정환경의 변화, 예상치 못한 이별. 하지만 남겨진 아이들이 겪는 감정의 폭풍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은이결 작가의 신작 《2.5층 너머로》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심리의 층위를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비춘다.
친구 세나의 죽음 이후, 중학교 3학년 아진의 시간은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 멈춰 버린다. 1년이 지난 후에도 아이는 여전히 같은 계절에 갇혀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상가주택의 중간층인 2.5층 계단참에 홀로 앉아 ‘너’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교사의 눈으로 보면, 이는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늦게 온 마음’, 그리고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견디는 애도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상실을 겪는 아이의 정서 반응을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죄책감 중심으로 그려낸 점이다. 세나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신호들을 알아채지 못한 것, 절박하게 내민 손을 붙잡지 못했다는 자책. 그리고 “내게 슬퍼할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마음.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이런 자기비난은 놀랄 만큼 흔하다. 성숙하지 못한 마음일지라도 아이들은 늘 스스로를 먼저 탓한다.

하지만 작가가 아진에게 건네는 위로는 ‘잊어라’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기억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할 시간을 허락한다.
2.5층이라는 공간은 그 유예의 시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상실의 언어를 배우는 일기장 같은 장소다.
이야기의 서술 방식 또한 교사가 깊이 공감할 지점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너’라는 존재가 세나일 때도 있고 엄마일 때도 있고, 때로는 그 누구도 아닐 때도 있다. 슬픔은 단선적이지 않고, 여러 상실이 뒤엉켜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생들이 감정을 이야기할 때 앞뒤가 섞여 있고 표현이 모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회복의 과정이 타자와의 연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친구 진규, 옆집 해미 언니, 이웃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진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방에서 실뿌리처럼 뻗어 오는 무수한 빛줄기”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교사로서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아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더 중요하게는, 혼자라고 느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계속 사랑해도 괜찮다고, 계속 ‘너’를 ‘나’의 세계 안에 품어도 괜찮다고.”
작가가 전하는 이 메시지는, 상실이 너무 빨리 소비되는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2.5층 너머로 비쳐오는 빛은 슬픔을 지우고 난 자리가 아니라, 슬픔을 충분히 지나온 다음에야 발견되는 내일의 희망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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