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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재구성 -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2021-71 《상식의 재구성(조선희 지음/한빛비즈)》
혼돈의 한국 사회 여행자를 위한 씽킹맵
우리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각을 준비하는 책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대로 사는 많은 한국인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부분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확증편향’에 가득하신 분들 말이다.
그분들은 보수에도 계시고, 진보에도 계시고, 좌에도 계시고 우에도 계신다.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라테”라는 음료까지 드시면 그 이후에 대화는 불가능 수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말 그대로 기적적인 경제 성장으로 선진국에 도달하고,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의 힘은 대통령까지 탄핵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념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과 빈부격차에 따른 경제적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문제와 세대 갈등까지.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길러지지 못한 상태이다. 그 배경에는 민주주의 교육의 부족과 함께 앞서 이야기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태도와 물질만능주의가 자리한다.

<1장 불평등 퍼즐>은 아파트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상징이자 부의 불평등의 상징이기도 한 각 가정의 최대 자산인 아파트. 영화와 르포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불평등 문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다.
불평등 문제는 처음부터 보수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진보 정치인들조차 문제해결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들이 있다. 강준만에 따르면, 부유한 진보 정치인, 이른바 ‘강남좌파’들이 빠지는 함정은 두 가지다. 비슷한 계급 사람들끼리 놀다 보면 서민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와는 멀어진다는 ‘가용성 편향’, 또한 대의명분의 편에 서 있고 개인적 희생을 감수했다는 우월감 때문에 오히려 도덕 불감증을 갖게 되는 ‘도덕적 면허효과.’ -<1장 불평등 퍼즐 / 10. 강남좌파2-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중에서

짜증 나고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 문제나 현상과 우리 사회의 상식에 해당하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일단 ‘팩트 체크’가 먼저다. 다양한 시민으로 구성되는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필수이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팩트’를 체크해야 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다. 가짜 뉴스에 휘둘려서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에 동조하거나 인권을 짓밟는 쪽에 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갈등을 해결해서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시민이기 때문이다.
‘IT 강국’은 행일까 불행일까. 한국인 95%가 스마트폰을, 나머지 5%는 일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거의 전 국민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내부는 미디어의 과포화 상태다. 누구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유토피아는 불량 미디어가 창궐하는 디스토피아가 된다. 무한의 정보를 가지고 노는 놀이동산은 언제든, 가짜와 누명의 진흙탕에서 질척이는 게토가 될 수 있다.
팩트거나 가짜거나 모든 정보를 삽시간에 전 사회에 배달하는 미디어 전달 체계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정보의 물량 공세는 대중의 일상을 쓰나미로 휩쓸고 간다. 미디어 과포화의 모바일 세상에선 온종일의 일상이 고단하다. 우리의 내면은 서로 적대적인 뉴스들의 전쟁터가 되고, 우리의 뇌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불량 미디어의 숙주가 되기도 한다.
갈등 자체는 강도가 높지 않지만 체감하는 갈등의 강도는 높다는 것. 실제 사회불안요인에 비해 불안심리가 훨씬 과장돼 있다는 것. 그것이 미디어 과밀 사회의 심리적 환경이다. -<2장 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 2. 미디어 초과밀 한국 사회> 중에서

내가 바라는 사회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데 저자도 같은 생각이신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각을 준비하기 위해 서술된 일곱 개의 챕터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저자가 유학하며 체험한 독일의 정치와 문화적 환경을 하나의 챕터로 묶었고,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관해서도 하나의 챕터로 묶었다.
민주주의는 보드라운 양탄자는 아니라는 것, 사회갈등에 코피 터지고 무릎 깨진다는 것. 하지만 사실 이것이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사회다.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 쟁취한 사회다. 모든 갈등을 공권력으로 잠재우고 국민을 가련한 눈치꾸러기로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욕망에 솔직하고 갈등에 노골적인 사회를 우리는 원했다. 다만, 갈등 사회가 되었는데, 민주화는 되었는데, 어떻게 민주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 갈등 해결의 내공을 가진 사회로 진화하느냐가 문제다.
한국인의 정치감정도 정치의식의 평상심과 정치참여의 적정선으로 수렴되느냐, 정치혐오와 무관심의 지대로 가라앉느냐의 경계선에 있다. 명백한 것은, 정치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리면, 극우가 판치고 정치는 막장으로 간다는 사실이다. -<3장 민주주의 멀리> 중에서

557페이지. 두꺼운 책 한 권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리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팩트로 엮어내고, 오늘의 사회를 문화와 사회학적 분석으로 들여다본다. 그 공부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 요소는 민주 절차의 준수와 다원주의의 인정 그리고 상식의 재구성이다.
‘헬조선’은 세대 갈등과 문화충돌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이동하고 있고 그 획일성과 다양성의 접경에서 일어나는 마찰은 그대로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가 된다. 그들은 이미 개인주의 세계의 시민이지만 그 시민권은 자주 무시당한다.
개인주의는 밀레니얼세대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집단의 가치에 쉽게 동원되지 않는 건 강점인데 자기중심이 서 있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에고를 지탱할 무엇, 생각의 체계와 자기중심을 갖는 데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섭렵하는 능력보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는 연습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적당량의 ‘국뽕’은 영혼의 종합비타민제다. 국수주의라는 혐의는 적절치 않다. 유치하다거나 정신승리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도 당치 않다. 한국인의 애국심은 외국을 침략하는 데 쓰인 적 없다. 강대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자신을 망가뜨리고 이웃에게 해롭지만, 식민침략을 겪었고 탐욕스런 이웃들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의 민족주의는 때때로 정신건강에 이롭다. 식민 통치자의 언어, 타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폄하하고 동족을 매도하는 매판 지식인이 활보하는 가운데선 더더욱 그렇다. ‘민족개조론’으로부터 ‘어글리 코리안’ ‘한국병’ ‘코리안 타임’을 거쳐 ‘반일종족주의’까지 우리 사회에 면면히 내려오는 자기비하의 내력이다. -<7장 한국인은 누구인가>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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