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 생각의 힘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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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5 생각의 힘(지식채널 제작팀 지음/EBS BOOKS)#인문에세이 #EBS지식채널생각의힘

Power of Thinking

수업에 흥미가 떨어진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로 동영상 보기.

그렇다고 수업 시간에 오락프로그램을 틀어주긴 싫을 때 나의 선택은 <EBS 지식채널 >였다.

5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에 담아내는 주제의 용량은 거의 메가톤급이었다.

제시하는 주제들의 무게를 5분에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편집의 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제에 관한 배경 설명과 깊숙한 지적은 시청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항상 좋은 공부가 되는 최고의 5분이었다.

그 내용이 시리즈로 담겨 나온다. 이번에 만난 책은 생각의 힘.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 바로 생각의 힘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끈 것도 생각의 힘이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다고 할 때의 해결책도 바로 생각의 힘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인류의 특권이자 생존의 조건이고 현재의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근본이 되는 수단도 바로 생각의 힘이다.

 

인간이 생각의 힘을 갖는데 기본이 되는 네 가지 요소가 각각의 장을 이룬다.

읽기, 쓰기, 사색하기와 질문하기의 네 가지가 만들어내는 인간의 모습이 각 장의 주제다.

PART 1 읽기 / 호모부커스, 나는 읽어야 산다

PART 2 쓰기 / 호모파베르, 내 삶의 도구는 이다.

PART 3 사색하기 / 호모사피엔스, 나의 생존 전략은 생각의 힘

PART 4 질문하기 / 호모콰렌스, 질문없는 A+ 인생을 사는 당신에게

 

책을 읽냐는 물음에 잘 읽고 있다는 대답을 듣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집집마다 책장은 장식이거나 아이들의 문제집 정도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책은 인간 지식의 정수였다. 책 한 권이 목숨과도 같았던 시대가 있었고, 책 한 권이 집 한 채의 가치와 같았던 시대도 있었다.

책을 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세상인데 해마다 독서량은 줄고 있다. 읽는 시대가 가고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쟁 중에 책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지금의 시대와는 다른 시절이었을까?

 

도서관이 지식의 허브이자 창조적 활동의 거점으로 변모하면서 책을 읽는 행위의 목적과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독서 세대가 점차 사라져가는 오늘날에도 변치 않는 사실은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으며 타인과 만나고,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탐험한다는 것이다. -<호모부커스 / 내겐 너무 무거운 책> 중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과 홍수와도 같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필요한 것들만 찾아내기 위한 읽기에 길들여지고 있다. 빨리빨리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전체의 맥락이나 깊이 있는 사고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문맹률 제로의 시대에 우리의 실질 문맹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OECD 최저 수준인 문해력의 현격한 추락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입시의 중압감에 눌려 책읽기의 즐거움을 모르고 성장하는 세대 그리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책을 쳐다볼 시간도 없다는 장년층 모두 다시 책읽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소설가 한창훈은 글쓰기는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궁리하다란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하다, 혹은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한다는 의미다.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꼬리를 붙들고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경험만큼 나와 세상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호모파베르 / E 빠진 글> 중에서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는 책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걷기의 힘. 루소, 홉스, 니체, 칸트, 아인슈타인, 소로의 공통점을 걷기에서 찾고 있다. 책 속에서 철학을 탐구하고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사색하는 철학자들. 산티아고 순례길까지는 아니라도 동네 산책길이라도 나서야겠다.

 

걷기는 인간의 기본적 몸짓, 세상에 존재하는 본래적 방식이다. 오래 걸을수록 걷기는 우리를 사로잡고 점령하며, 우리의 몸짓과 호흡, 리듬, 심장 박동을 바꾼다.“

 

이 책에서 나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지금 어디로 향해가고 있나요?“

내 인생을 돌아보는데 기준을 타인의 기준을 쓰고 있지 않은지?

우리 사회에는 전반적으로 물질적 가치에 대적할 만한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그래서 더욱 소유에 집착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존재는 무의미해진다는 진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자기 소멸의 위험이 더욱 커진 오늘, 우리가 집착해야 할 것은 소유가 아닌 존재하기이고,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필요한 시간이다.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다.

 

태어나 자라면서부터 경쟁에 익숙해지는 우리 사회.

경쟁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아닌 독점으로도 가능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1등이 아니라 1류다.

경쟁 구도 속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하나의 폐쇄적 체계를 형성해버린다. 그 안에서 가장 잘해봐야 1등일 뿐이다.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은 질문보다 정답을 찾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변화한 시대는 우리에게서 답을 찾는 역할을 빼앗았다. 이제 인간보다 컴퓨터가 답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제 사람이 할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바꾼 건

정답이 아닌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건 뭐지?“

질문할 시간도 없는 나, 너 그리고 우리.

-<호모콰렌스 / 위대한 질문>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생각의힘 #지식채널제작팀 #EBSBOOKS #살아있는지식 #5분의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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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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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4 결혼하지 않는 도시(신경진 지음/마음서재)

연애와 결혼, 그 어디쯤에서 아슬아슬한 텐션을 넘나드는 세 남녀의 사랑

우리나라의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로 즐겨 사용하는 것이 바로 다이내믹 코리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경험한 우리나라.

그 속에서 사회가 운영되는 거대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서의 변화도 크게 나타났다.

먹고 사는 문제부터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 문제까지 모두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났다. 그중 작가가 붙잡은 주제는 바로 <사랑과 결혼>이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시대라는 흐름이 우리의 사랑과 결혼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의 비혼주의 확대를 바라보는 입장도 세대에 따라 다르다.

이른바 라떼 세대와는 다른 오늘의 2030세대의 연애관과 결혼관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연애는 곧 결혼이었던 세대와 연애 아니면 결혼이라는 세대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

 

성장과 개발이 진리였던 1960년대, 자유와 전통이 기묘하게 공존하던 1990년대, 파편화된 개인과 무한경쟁 속에서 개인의 행복이 최우선인 2000년대까지 결혼의 풍속도가 빠르게 전개된다.

 

강남 개발의 커다란 파도에 온몸을 맡긴 영임은 제대로 재산을 불리며 새 시대의 여왕이 되었다. 삼종지도를 무시하던 그녀도 자식에 대한 원초적 열망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식을 갖지 못하는 영임의 선택은 큰집 아이의 입양.

 

부부는 예쁜 딸을 가짐으로써 결혼이라는 제도를 완성했다. 마침내 아내는 안도했고 남편은 기뻐했다. -p27


사랑 이야기는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현대사의 중심 도시 서울이 배경이다. 서울이란 도시는 누군가에겐 성공과 영광의 도시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상실과 허영의 도시이기도 하다.

자손 번식과 재산 증식에 매달리는 영임과 하욱, 불안한 청춘 속에 꿈도 사랑도 택할 수 없는 은희, 정우 그리고 태윤,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합을 시도하는 한나와 태영이 그 주인공이다.

 

후배의 급작스런 소개팅으로 강남 부잣집 딸 태윤과 사귀고 헤어지는 정우. 전국 수석급의 수재임에도 학생운동의 선봉이었던 정우는 태윤과의 교제에서 사랑과 함께 중산층 삶을 동경하는 자신에게 혼란을 느낀다.

입대 후 면회를 온 은희와의 새로운 연애 그리고 결혼. 그리고 태윤과의 재회.

 

은희는 정우가 매달 과외로 벌어오는 돈에 만족했다. 한편으로는 정우가 이 정도 사회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을까 초조했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돈과 더불어 사회적 인정과 명예는 중요했다. -p169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성추행의 위험에도 빠지고 연인의 배신도 경험하는 한나는 자발적 미혼모의 길을 걸어간다. 캐나다의 다양성 존중 문화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엄마와는 다른 눈동자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나에게는 더욱 큰 차이였다.

 

한나는 30대의 마지막 해에 아들을 낳았다. 태영의 오똑한 코와 한나의 부드러운 입매를 닮은 남자아이였다. 한나와 태영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혼에 머문 동거를 이어갔다. 사회는 두 사람의 만남을 선택적 결합으로 명명했다.

그들은 비정규직 상태에서 가정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적 불안정은 여전했지만, 육아를 분담하며 각자의 일에 몰두했다. 태영은 결혼제도의 법적인 모순성을 지적하는 글을 써 교양서적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사랑의 영혼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p267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우리도 젊은 시절을 보내고 사랑을 한다. 사랑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그 결말은 비슷했다. 20세기까지는 말이다. 헤어지거나 결혼으로 골인하거나. 사회 변화의 폭과 속도가 엄청나게 다른 현재의 사랑 이야기는 그 과정과 결과가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변하고 사회와 개인의 관계가 변화하다 보면 개인과 개인이 맺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표현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 이전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우리는 충격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다양한 관계의 등장이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임을 기억하자.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장하는 행복한 청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 확장되어야만 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통해 살펴본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갈 변화의 방향을 이야기할 차례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결혼하지않는도시 #신경진 #마음서재 #사랑과결혼 #사랑의진화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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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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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3 외계인 게임(오음 지음/팩토리나인)

낯선 여행지 훈자에 모인 다섯 청춘이 펼치는 외계인 게임 속 현실

익숙한 나의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는 것을 여행이라 한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경험한다는 것은 내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

멋진 자연과 아니면 즐거운 쇼핑에 빠지는 여행의 기쁨을 다룬 여행 서적은 아니다.

나의 뿌리가 되었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여행도 있지만 소설 속 다섯 청춘의 경우는 이도 아니다.

 

화려한 도시와 청춘의 햇살만이 가득할 것 같던 그들의 그늘. 여행을 떠나온 후 과거가 된 그들의 현실에 대한 결심과 대응이 소설의 내용이 된다.

 

중학교 국어 교사인 28살 여성 김설

방학마다 떠나는 여행이지만 이번 여행은 그녀의 연인을 잊기 위한 여행이 되고야 말았다.

 

멀리 왔지만 지금도 이별이라는 굴곡 없는 평행선에 서 있는 나라는 것을 안다. 세상의 반대편에 섰다고 해서 고통의 반대편에 당도하는 건 아니었다. 왜일까? 이별이 가져오는 것들은 왜 이별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일까? 이별은 그저 익숙한 몇 개의 표정을 지우는 일일 뿐이라 짐작했었다. 김이 서린 욕실의 거울을 닦아내듯 단숨에 지워내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간단히 빗나갔다. 손길과 내음이 그립더니, 부재에 걸려 넘어진 나를 멍하니 발견하곤 했다. 홀로 남겨질 나를 두고 볼 수 없어 먼 곳까지 떠나왔지만, 기억마다 그가 걸려 재채기가 나왔다. -21p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외계인 게임은 소설 속에서 제안되어 등장인물들이 참여하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이 게임 속에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역사가 배어 나온다. 규칙은 어렵지 않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리 없을 법한 사건 하나를 던져서, 두 개의 답 중에 하나를 정하는 게임. 다섯 명의 선택을 확인하고 소수 의견을 낸 사람이 외계인이 되고 외계인은 벌주를 마신다.

 

영상 번역가인 32살 여성 남하나

스물이 시작될 때의 키워드가 기대라면, 서른의 키워드는 불안이라는 영상 번역가 겸 키스방 도우미.

 

경력 단절을 염려하며 힘겹게 번역 일을 이어나가고, 쉬운 일을 하며 쓸쓸히 돈을 버는 일상. 이제는 적당히 나를 놓아 버린, 하지만 아직 깊은 곳 어딘가 남아 있을 진짜 나를 위한 선물. 욕구뿐인 나를 그곳에 내버려 둔 채, 작은 나를 건져 이렇게 멀고 아득한 곳에 내려놓으면 작게나마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103p

 

키스방에서 자신의 연기에 속아 넘어간 남자들의 동영상. 한 명당 채 오 분이 넘지 않는 영상들은 주인공인 남자의 명함이나 SNS를 비추며 마무리된다. 이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내일이면 한국의 곳곳에선 모니터와 휴대폰을 통해 영상이 전송될 것이다.

 

소설가 40살 남성 최낙현

서른에 입상을 통해 등단한 성공, 그 이후 10년의 시간은 그의 소설가 인생에 남긴 것 하나 없이 흘러만 갔다. 소설가라는 이름마저 잃어가고 그리고 아내를 잃었다.

 

화면에 띄워놓은 원고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이야기를 사랑하고 믿느냐가 자신의 세상을 결정한다.’

하핫. 하하핫.”

실성한 듯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몸이 떨리며 등에 땀이 뻐적뻐적 맺혔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뜨겁고 시큰한 것이 볼을 타고 쏟아졌다. 새어 나오는 쇳소리를 틀어막으려 손목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게서 와락 이야기가 흘러나가는 것 같았다. 너라는 첫 문장을 게워내자 속이 텅 비어 두둥실 떠오를 것만 같았다. -199p

 

대학생인 22살 여성 전나은

손목에 남긴 수십 번의 자해 흔적과 섹스로도 인생의 해방구를 찾지 못한 채 새로운 기대를 품는 일을 멈춰버렸다.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후 죽음과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계획했다.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다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마지막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떠나고 싶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을 결정하지 못했을 뿐, 죽음을 선택하는 일은 고통스럽지 않았다. 내가 떠나도 세상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죽음 이후 찾아올지 모르는 영원한 평화를 그렸다. 설령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무감한 현실도 마음 나눌 이 하나 없으니 오지나 다름없었다. 닮은 사람 하나 없으니 다른 행성이었다. -224p

 

29살의 남자 여행자 오후

자유로운 영혼, 카사노바 같은 남자 오후.

그의 이름부터 신비롭다. 그에게 오후라는 이름이 생긴 내력이 바로 그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그는 여행을 선택한다.

 

……, …….”

보라의 목소리였다. 나의 이름.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이었다. 후라고 불린 이후, 새로 빚어진 사람처럼 모든 게 변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이미 새로워진 나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눈을 뜨면 사라져 버릴까 눈을 감은 채 음성을 더듬었다. 나를 찾는 소리가 메아리칠 때마다 델 듯한 찬결이 가슴팍에 몰아쳤다.

제자리에 쓰인, 그녀가 지어준 이름 때문이었다. -292p

 

다섯의 청춘은 서로의 여행의 추억을 깊게 하려고 파수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다섯 청춘은 그들의 계획대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찰깍. 찰깍.

약속했던 우리의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우리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다리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의 얼굴은 위태롭지 않았다. 모두의 표정이 닮아 있었다. 아슬하게 서 있는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 단단히 이어져 있어서였다. 홀로 걸어 빈손으로 도착한 훈자였지만, 사진 속엔 모두의 손이 가득 차 있었다. -300p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외계인게임 #오음 #팩토리나인 #파키스탄훈자 #다섯청춘의기록 #우린서로외계인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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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 다시, 도덕경
박영규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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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1-72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박영규 지음/한빛비즈)

도덕경에서 찾은 비움의 인문학

<신박한 정리>라는 TV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집집마다 한가득한 짐에 치여 사람이 불편한 현실을 온전히 드러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옷장 가득한 옷들을 보면서도 입을 옷이 없다는 누구, 신발장에 어마무시할 만큼의 신발을 보고도 갖고 싶은 신발이야기를 하는 누구. 집안 살림에 치여살면서도 다른 가구나 식기를 사고자 하는 누구.

미니멀리즘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에서 비워냄이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저자 역시 병석에 누워 고비를 넘기면서 주변의 이런저런 물건들이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미니멀리즘이 균열된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물질문명의 무거운 중압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벗이 될 수는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큰 부담감 없이 가법고 편하게 사귈 수 있기에 미니멀리즘은 좋은 벗이다.

이 책에서 나는 개인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간소한 삶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그 단초를 구했지만 본격적인 노자 해설서는 아니다. 간소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미니멀리즘의 정신적인 토대가 될 수 있는 노자의 지혜를 몇 가지 간추려서 전하고자 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에 기대어 편히 쉬는 마음으로 노자의 어깨를 빌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롤로그> 중에서

 

무위자연으로 알고 있는 노자 사상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도라는 명칭이 아니라 도는 가장 단순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노자의 생각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의 해설은 이렇다. “라는 단어는 사유를 언어로써 표현하려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붙은 이름일 뿐이다. 핵심은 하나<>로 표현되는 진리의 단순성, 즉 간소함에 있다.”

 

미니멀리즘은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할 것을 권한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그 물건에 담긴 과거의 추억과 집착 같은 것을 함께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쓸모가 없어도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도 버리는 일이다. 지금 당장 내게 꼭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미래가 아닌 현재가 삶의 기준이 된다.

 

기당기무 器當其無,

그릇은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비움의 미학을 가장 일깨워주는 구절이다. 바퀴통이나 그릇, 방은 그 속이 꽉 채워져 있으면 더 쓸모가 없다. 바퀴통이 채워져 있으면 바퀴통으로서 쓸모가 없고, 그릇이 채워져 있으면 이제 그릇으로서 쓸모가 없어지고, 창호가 채워져 있으면 방으로써 쓸모가 없다. 노자는 모든 존재의 가치가 비움에서 시작한다고 가르친다. -<5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중에서

 

도덕경을 통해 바라본 행복관은 어떨까? 저자는 행복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남이 가진 것에 눈을 돌리는 순간 행복이 날아간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자신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을 있게 마련이다.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자신의 행복을 남의 기준에 맞추면 단 한시도 행복해질 수 없다.

 

대성약결 大成若缺,

한갓 흠 없는 사람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 내가 나를 소중히 것, 그것이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첫째 조건이다. 내가 나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면 남들도 나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긴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상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10 이것으로 충분하다> 중에서

 

다시, 논어를 통해 저자의 필력이나 고전에 대한 통찰력을 이미 경험했기에 이미 다시 만나는 기쁨은 기본이었다. 도덕경에 관한 저자의 다른 저술이 있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에서도 노자의 비움의 원칙을 통해 IT거대 기업 성장의 비밀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노자 사상의 고갱이도 역발상에 있다. 비워진 것이 채워진 것이고,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고, 작은 것이 큰 것이고, 간소하고 단순한 것이 충만한 것이다. 욕망과 재물의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면 영혼이 충만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15 뒤집어서 생각하라>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욕심이차오를때노자를만나다 #박영규 #한빛비즈 #도덕경 #미니멀리즘 #비움의인문학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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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재구성 -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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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 상식의 재구성(조선희 지음/한빛비즈)

혼돈의 한국 사회 여행자를 위한 씽킹맵

우리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각을 준비하는 책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대로 사는 많은 한국인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부분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확증편향에 가득하신 분들 말이다.

그분들은 보수에도 계시고, 진보에도 계시고, 좌에도 계시고 우에도 계신다.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라테라는 음료까지 드시면 그 이후에 대화는 불가능 수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말 그대로 기적적인 경제 성장으로 선진국에 도달하고,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의 힘은 대통령까지 탄핵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념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과 빈부격차에 따른 경제적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문제와 세대 갈등까지.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길러지지 못한 상태이다. 그 배경에는 민주주의 교육의 부족과 함께 앞서 이야기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태도와 물질만능주의가 자리한다.

 

<1장 불평등 퍼즐>은 아파트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상징이자 부의 불평등의 상징이기도 한 각 가정의 최대 자산인 아파트. 영화와 르포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불평등 문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다.

 

불평등 문제는 처음부터 보수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진보 정치인들조차 문제해결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들이 있다. 강준만에 따르면, 부유한 진보 정치인, 이른바 강남좌파들이 빠지는 함정은 두 가지다. 비슷한 계급 사람들끼리 놀다 보면 서민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와는 멀어진다는 가용성 편향’, 또한 대의명분의 편에 서 있고 개인적 희생을 감수했다는 우월감 때문에 오히려 도덕 불감증을 갖게 되는 도덕적 면허효과.’ -<1장 불평등 퍼즐 / 10. 강남좌파2-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중에서

 

짜증 나고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 문제나 현상과 우리 사회의 상식에 해당하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일단 팩트 체크가 먼저다. 다양한 시민으로 구성되는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필수이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팩트를 체크해야 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다. 가짜 뉴스에 휘둘려서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에 동조하거나 인권을 짓밟는 쪽에 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갈등을 해결해서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시민이기 때문이다.

 

‘IT 강국은 행일까 불행일까. 한국인 95%가 스마트폰을, 나머지 5%는 일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거의 전 국민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내부는 미디어의 과포화 상태다. 누구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유토피아는 불량 미디어가 창궐하는 디스토피아가 된다. 무한의 정보를 가지고 노는 놀이동산은 언제든, 가짜와 누명의 진흙탕에서 질척이는 게토가 될 수 있다.

팩트거나 가짜거나 모든 정보를 삽시간에 전 사회에 배달하는 미디어 전달 체계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정보의 물량 공세는 대중의 일상을 쓰나미로 휩쓸고 간다. 미디어 과포화의 모바일 세상에선 온종일의 일상이 고단하다. 우리의 내면은 서로 적대적인 뉴스들의 전쟁터가 되고, 우리의 뇌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불량 미디어의 숙주가 되기도 한다.

갈등 자체는 강도가 높지 않지만 체감하는 갈등의 강도는 높다는 것. 실제 사회불안요인에 비해 불안심리가 훨씬 과장돼 있다는 것. 그것이 미디어 과밀 사회의 심리적 환경이다. -<2장 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 2. 미디어 초과밀 한국 사회> 중에서

 

내가 바라는 사회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데 저자도 같은 생각이신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각을 준비하기 위해 서술된 일곱 개의 챕터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저자가 유학하며 체험한 독일의 정치와 문화적 환경을 하나의 챕터로 묶었고,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관해서도 하나의 챕터로 묶었다.

 

민주주의는 보드라운 양탄자는 아니라는 것, 사회갈등에 코피 터지고 무릎 깨진다는 것. 하지만 사실 이것이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사회다.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 쟁취한 사회다. 모든 갈등을 공권력으로 잠재우고 국민을 가련한 눈치꾸러기로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욕망에 솔직하고 갈등에 노골적인 사회를 우리는 원했다. 다만, 갈등 사회가 되었는데, 민주화는 되었는데, 어떻게 민주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 갈등 해결의 내공을 가진 사회로 진화하느냐가 문제다.

한국인의 정치감정도 정치의식의 평상심과 정치참여의 적정선으로 수렴되느냐, 정치혐오와 무관심의 지대로 가라앉느냐의 경계선에 있다. 명백한 것은, 정치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리면, 극우가 판치고 정치는 막장으로 간다는 사실이다. -<3장 민주주의 멀리> 중에서

 

557페이지. 두꺼운 책 한 권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리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팩트로 엮어내고, 오늘의 사회를 문화와 사회학적 분석으로 들여다본다. 그 공부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 요소는 민주 절차의 준수와 다원주의의 인정 그리고 상식의 재구성이다.

 

헬조선은 세대 갈등과 문화충돌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이동하고 있고 그 획일성과 다양성의 접경에서 일어나는 마찰은 그대로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가 된다. 그들은 이미 개인주의 세계의 시민이지만 그 시민권은 자주 무시당한다.

개인주의는 밀레니얼세대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집단의 가치에 쉽게 동원되지 않는 건 강점인데 자기중심이 서 있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에고를 지탱할 무엇, 생각의 체계와 자기중심을 갖는 데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섭렵하는 능력보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는 연습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적당량의 국뽕은 영혼의 종합비타민제다. 국수주의라는 혐의는 적절치 않다. 유치하다거나 정신승리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도 당치 않다. 한국인의 애국심은 외국을 침략하는 데 쓰인 적 없다. 강대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자신을 망가뜨리고 이웃에게 해롭지만, 식민침략을 겪었고 탐욕스런 이웃들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의 민족주의는 때때로 정신건강에 이롭다. 식민 통치자의 언어, 타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폄하하고 동족을 매도하는 매판 지식인이 활보하는 가운데선 더더욱 그렇다. ‘민족개조론으로부터 어글리 코리안’ ‘한국병’ ‘코리안 타임을 거쳐 반일종족주의까지 우리 사회에 면면히 내려오는 자기비하의 내력이다. -<7장 한국인은 누구인가>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상식의재구성 #조선희 #한빛비즈 #한국사회 #상식이통하는사회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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