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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2021-74 《결혼하지 않는 도시(신경진 지음/마음서재)》
연애와 결혼, 그 어디쯤에서 아슬아슬한 텐션을 넘나드는 세 남녀의 사랑
우리나라의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로 즐겨 사용하는 것이 바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경험한 우리나라.
그 속에서 사회가 운영되는 거대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서의 변화도 크게 나타났다.
먹고 사는 문제부터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 문제까지 모두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났다. 그중 작가가 붙잡은 주제는 바로 <사랑과 결혼>이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시대라는 흐름이 우리의 사랑과 결혼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의 비혼주의 확대를 바라보는 입장도 세대에 따라 다르다.
이른바 ‘라떼 세대’와는 다른 오늘의 2030세대의 연애관과 결혼관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연애는 곧 결혼이었던 세대와 연애 아니면 결혼이라는 세대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

성장과 개발이 진리였던 1960년대, 자유와 전통이 기묘하게 공존하던 1990년대, 파편화된 개인과 무한경쟁 속에서 개인의 행복이 최우선인 2000년대까지 결혼의 풍속도가 빠르게 전개된다.
강남 개발의 커다란 파도에 온몸을 맡긴 영임은 제대로 재산을 불리며 새 시대의 여왕이 되었다. 삼종지도를 무시하던 그녀도 자식에 대한 원초적 열망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식을 갖지 못하는 영임의 선택은 큰집 아이의 입양.
부부는 예쁜 딸을 가짐으로써 결혼이라는 제도를 완성했다. 마침내 아내는 안도했고 남편은 기뻐했다. -p27

사랑 이야기는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현대사의 중심 도시 서울이 배경이다. 서울이란 도시는 누군가에겐 성공과 영광의 도시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상실과 허영의 도시이기도 하다.
자손 번식과 재산 증식에 매달리는 영임과 하욱, 불안한 청춘 속에 꿈도 사랑도 택할 수 없는 은희, 정우 그리고 태윤,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합을 시도하는 한나와 태영이 그 주인공이다.
후배의 급작스런 소개팅으로 강남 부잣집 딸 태윤과 사귀고 헤어지는 정우. 전국 수석급의 수재임에도 학생운동의 선봉이었던 정우는 태윤과의 교제에서 사랑과 함께 중산층 삶을 동경하는 자신에게 혼란을 느낀다.
입대 후 면회를 온 은희와의 새로운 연애 그리고 결혼. 그리고 태윤과의 재회.
은희는 정우가 매달 과외로 벌어오는 돈에 만족했다. 한편으로는 정우가 이 정도 사회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을까 초조했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돈과 더불어 사회적 인정과 명예는 중요했다. -p169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성추행의 위험에도 빠지고 연인의 배신도 경험하는 한나는 자발적 미혼모의 길을 걸어간다. 캐나다의 다양성 존중 문화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엄마와는 다른 눈동자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나에게는 더욱 큰 차이였다.
한나는 30대의 마지막 해에 아들을 낳았다. 태영의 오똑한 코와 한나의 부드러운 입매를 닮은 남자아이였다. 한나와 태영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혼에 머문 동거를 이어갔다. 사회는 두 사람의 만남을 ‘선택적 결합’으로 명명했다.
그들은 비정규직 상태에서 가정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적 불안정은 여전했지만, 육아를 분담하며 각자의 일에 몰두했다. 태영은 결혼제도의 법적인 모순성을 지적하는 글을 써 교양서적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사랑의 영혼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p267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우리도 젊은 시절을 보내고 사랑을 한다. 사랑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그 결말은 비슷했다. 20세기까지는 말이다. 헤어지거나 결혼으로 골인하거나. 사회 변화의 폭과 속도가 엄청나게 다른 현재의 사랑 이야기는 그 과정과 결과가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변하고 사회와 개인의 관계가 변화하다 보면 개인과 개인이 맺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표현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 이전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우리는 충격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다양한 관계의 등장이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임을 기억하자.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장하는 행복한 청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 확장되어야만 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통해 살펴본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갈 변화의 방향을 이야기할 차례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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