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2023-5 《유대인, 발명된 신화(정의길 지음/한겨레출판)》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라를 물으면 일반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을 꼽는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태극기집회에는 세 나라의 국기가 등장한다.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 제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학살로 먼저 기억되고, 탈무드를 통한 교육으로 기억되는 부자와 똑똑한 사람이 많은 이스라엘은 본받고 싶으면서도 묘한 경쟁의식도 느껴지는 나라다. 특히 보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기독교인들은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유대인이라는 민족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그리 많지 않다. 유대인들은 유대교를 믿으며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했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의 주인은 누구인가는 여전한 논쟁거리이다.

유대인들이 로마 정복자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땅에서 추방돼, 낯선 땅으로 유배되어, 전 세계를 유랑해, 뿔뿔이 이산돼, 현지에서 박해받다가, 결국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는 것이 유대인과 이스라엘 역사의 중심 내러티브이다.
이것이 유대인 문제와 역사 담론의 핵심이지만, 여기에는 역사와 신화, 허구,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주류 담론을 역사적 사실로 객관화하는 작업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되어왔다. 이를 그저 당연시했을 뿐이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극단적인 편향 인식을 교정하는 첫걸음은, 유대인은 역사가 만들어낸 산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담론에서 무엇이 역사적 사실이고, 허구적 신화이고, 이데올로기인지를 가늠해야지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관한 극단적인 편향 인식을 교정할 수 있다.
저자 주장의 바탕에는 현대에 들어서 축적된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있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영광인 솔로몬의 역사는 허구이고, 실제로는 궁벽한 산악 부족 국가에 불과했다. 북이스라엘이 멸망하는 등 제국의 위협 앞에서 생존을 모색하던 기원전 7세기 남유다 왕국 말기 요시야 왕 때의 야훼 일신교 강화 작업 속에서 솔로몬의 영화를 누린 강대한 이스라엘 통일왕국이라는 신화가 나왔다. 이는 유대교와 성서 제작의 시작이었다.

강자 대신에 약자를, 탐미 대신에 도덕을, 즐거움 대신에 고난을 기꺼이 수용해 현세가 아닌 내세의 평화와 영원함을 추구하는 야훼 신에 기반한 일신교 운동은 기원전 2세기부터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나가, 삶에 지친 주민들을 달래줬다. 그 결과 예수 출현 이전부터 지중해 전역에는 유대교 신자들이 이미 존재했다. 예수의 출현으로 성립된 그 일신교 운동의 분파가 기독교로 진화해,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유대인이라는 존재와 정체성이 출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신화 중의 하나가 팔레스타인에서의 유대인 추방이다. 로마가 자신들에 맞서 봉기를 일으킨 당시 유대 지역의 유대교 주민들을 대량 추방할 이유도 없었고, 그 역사적 근거도 없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주민들은 추방되지 않았고, 기원전부터 지중해 전역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유대교도들이 유대인의 근간이 됐다. 따라서 다수 유대인의 혈연적, 지역적 뿌리는 고대 유대 주민이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지중해 전역의 다양한 종족과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 세계에서 다수였던 기독교도 농민과는 달리, 유대인들은 문해력 교육을 받고 농지에 묶이지 않는 이동의 자유가 있었다. 유대인들은 상업, 금융 등 중개직역에 종사하며 근대 자본주의 산업과 사회에서 우위를 갖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유대인은 게토라는 차별적 공간에서 지독한 차별과 배제를 받으면서도 근대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금융·유통 등의 산업 분야 및 법률·의학·회계·언론·예술 등의 전문직에서 발군의 경쟁력을 갖는 집단으로 전화(轉化)했다.

근대 자본주의와 함께 태어난 민족주의로 인해, 유대인은 이교도 종교공동체에서 종족적, 민족적 소수집단으로 기독교 세계에서 전화되었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질시는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에 의해 새롭게 규정되며 강화됐다. 근대 반유대주의의 탄생이다. 이는 유대인 음모론으로 출발해 결국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수소집단 학살로까지 이어졌다.
1917년 11월 2일 영국 외무장관 A.J.밸푸어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민족적 고향을 건설하겠다는 것을 지지한 선언이 바로 밸푸어선언이다. 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큰 이정표였다. 유대인을 종교공동체가 아닌 국가를 가질 자격이 있는 민족공동체임을 최초로 인정한 이 문서는 유대인 국가 건설이라는 길을 개척하기도 했지만, 향후 중동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큰 불씨를 뿌리는 시작이었다.
무슬림이나 기독교도와 같은 종교 집단이었을 뿐이었던 유대교도가 이젠 ‘유대인’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었으며, 그 지역에서 유대인 대 비유대인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국제적으로 인정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이 번번이 파탄 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분쟁은 격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땅을 독점하려는 세력과 욕망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기정사실화됐고 갈수록 커지는 이스라엘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못함에 따라서 벌어지는 간극의 격차가 불러온 비극이다.
이 책을 통해 유대인, 유대민족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 혹은 상식이 어디에서부터 비틀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와 신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포인트를 제대로 지적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유대인발명된신화 #정의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함께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