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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둥 -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얀 로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2023-6 《빌둥(얀 로스 지음/다산북스)》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책 제목인 빌둥 Bildung은 독일어로 교양이란 뜻이다. 문화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교양으로, 스스로 갈고 닦아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도야의 과정을 의미한다.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정치부 기자인 저자가 전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미술까지 생각의 그릇을 넓히는 독일식 교양 수업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는 결이 다른 상식 책이다. 《지대넓얕》이 잘 정리된 내용을 전달하는 면에서 뛰어난 책이라면 《빌둥》은 상식과 교양을 갖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책이다.
정보화 사회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전달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회이며, 정보가 바로 부가가치가 되는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시달리게 된다. 정보를 바탕으로 교양을 쌓는다는 것은 지식을 늘리고 능력을 키우는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서로 관계 맺음을 뜻한다.
단순한 정보의 획득이 아니라 교양은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교양은 진정으로 중요하고 존속 가능한 ‘가치’를 대표한다. 상황에 따라 변하거나 휘둘리지 않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교양을 갖춘다고 해서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교양은 우리가 옹졸하거나 독단적인 사람이 되는 일만은 막아준다. 그것만으로도 교양은 큰일을 해내는 셈이다. -<프롤로그 불완전한 삶의 방향을 찾는 ‘마법의 주문’> 중에서
이전에도 교양을 늘려주는 좋은 책들을 읽었다. 그러나 이번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작가가 아니다. 독일인의 관점, 서양인의 관점에서 쓰였고, 고대 그리스의 인물과 관련된 작품이 계속 등장한다는 점에서 읽는 느낌이 다르다.
칸트의 윤리학은 깨끗하고 밝으며 마치 활짝 열어둔 창문처럼 상쾌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의 윤리학은 외부 권력으로부터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지 그 기준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종속적인 형태가 아니다. 자유롭고 성숙한 사람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잘하고 있다는 텅 빈 위로를 건네는 관용과 자애가 아닌, 엄격한 철학이다. 자아를 탐색하고 비판하라고 등을 두드린다. 칸트의 철학은 양심의 심오함과 이성의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녔다. -<3 과학과 철학: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법> 중에서

고대 그리스: 본질의 발견
이야기: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을 깨우는 법
과학과 철학: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법
미술: 나만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법
음악: 내 영혼의 자유를 찾는 법
역사: 삶에 깊이를 부여하는 법
관심과 호기심: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법
독서와 탐닉: 나 자신을 지독히 홀로 두는 법
전통과 저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법
감탄과 감동: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부터의 자극
교양을 갖춘다는 것을 고전문학이나 클래식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교양은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 내가 만나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작품이나 고전문학의 문자로 만나는 교양은 나의 실존을 지키지 못한다. 공감하기 어렵고,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사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양이다. 교양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저항’, ‘다르게 생각하기’, ‘반대하기’의 고전은 상상력이 위축되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가 의심 없이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라고 믿어온 것들의 편협함을 깨고, 배제해 왔던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지금까지 부정당해 온 법적 권리와 삶의 요구를 인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을 특별히 고전의 세계관에 맞추려 한다거나 고전에 공감하려고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9 전통과 저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법> 중에서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부의 극대화에 쏠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당연하고, 부의 축적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의 교양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이 강요하는 좁은 세계관에 갇힌 나를 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양의 힘이다. 교양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면서 자신이 사는 세상과 자신만의 세계관에 갇힌 이들의 영혼을 해방시켜 준다.
교양은 공감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가 아니다. 근면과 단조로운 실용주의적 사고, 유행과 다수의 의견, 그저 여론을 따라가는 태도,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재에 대한 거리감을 말한다. 자의식을 강화하는 교양은 굳이 모든 사안에 일일이 참여하고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온한 확신을 안겨준다. 교양은 실리적인 목적 없이도 그 자체로 소중한 것들이 존재함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교양은 자국의 입장이나 사회의 진보, 자기 발전을 위해 배우고 가르쳐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고, 인간의 기본욕구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 쌓아야 하는 것이다. 교양은 ‘우리’를 존중하는 한편, 개별적인 선호와 열정, 호기심을 가진 ‘나’를 보살핀다. 교양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류가 있다면 이미 주변에 적응해 버린 익명의 ‘누군가’다. -<맺음말: 교양은 어떻게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가?>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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