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저스트YA 6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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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4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한요나 지음/책폴)

얼마 남지 않은 바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열여덟이 되었다는 게 진짜 문제다.

 

우리 더 깊이, 더 멀리 가 보자.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중에서

 

이런 글과 함께 주인공 버니가 산 언니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시작하는 소설.

열여덟이란 나이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주인공의 배경은 어떤지 읽어나가는 초반이 어지러웠다.

몇 장을 다시 읽은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소설의 배경이 현실이 아닌 가상이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내가 완벽히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였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에 근거해서 주인공만 가상인 소설이 아닌.

 

그런데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왠지 어딘가 익숙하고 예상이 가능한 단서들이 등장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를 배경으로, 자율과 창의가 아닌 청소년의 미래를 억압하는 교육제도와 양극화된 사회적 계층 등이 묘하게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으며 주인공을 따라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부르고 있는 현상의 종말을 맞이한 지구.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고도 !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느끼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구체적으로 피가 범벅이 된 현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오싹한 분위기를 그리는 잔혹 소설과 같은. 분리된 지역 사이의 차이와 차별을 통해 그리는 그림이 마치 오늘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녹조로 가득한 들끓는 온도의 바다 너머 맑고 푸른 구역을 알게 된 열여덟 살 버니와 9그룹 친구들. 자립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비밀리에 제한 구역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 이들은 어떠한 물길을 헤엄쳐 내일로 향하게 될까?

 

모든 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훈련을 받는 곳,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

버니가 처음 우리에게 던진 말이다. 마치 인간과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는 것처럼 그 마지막도 바다에 있음을 암시하듯이.

생명의 기원이자 지켜야만 하는 공간이 바다에 동시에 존재하는 한계선, 큰 깃발.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넘어가지 말라고만 하는 마지노선.

그러나 생로병사의 인류 역사는 선악과를 따먹으며 시작되었듯, 주인공은 그 큰 깃발을 넘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이 속한 공동체는 지구의 겉껍질뿐만 아니라 지구 속 어딘가에 우리가 살 수 있을 만한 또 다른 지구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버니는 이 지구 공동설을 믿는 공동체에서 자라서 그냥 믿는다.

열여덟인 주인공의 최고 걱정은 바로 보호 종료’. 열아홉이 되면 각자가 지낼 곳을 선택하고,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스무살이 되면 지하 탐험대, 동굴 탐험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 탐험대에 배치된다.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부터 성장 시설에서 배우는 건 그때를 대비한 지식과 기술이다. 수영에 재능이 있는 애들이 9그룹이 된다. 병에 걸릴까 두려운 더러운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공동체에서 나눠 준 특수 슈트를 입는다. 대부분은 지하 탐험대와 동굴 탐험대 중 하나에 소속되고 소수의 사람들이 바다로 떠난다.

 

주인공 버니와 서윤이, 햇님이, 태인이. 서로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부유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품고, 서로의 발에 묶인 줄을 믿고. 우리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르는 물살의 힘에 집중한다. -<사과잼과 담배> 중에서

 

1~4그룹에 힘이 세거나 몸이 재빠른 아이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소속되고, 5~7그룹에는 손이 빠르거나 야무진 아이들이 소속되고, 9~10그룹은 수중 생활에 뛰어난 적응력을 노이는 아이들이 소속된다.

절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줬던 룸메이트 산 언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과 새로운 룸메이트 햇님.

 

큰 깃발 너머 상상하던 마마 지구. 아주 맑은 물과 깨끗한 바다.

처음 도착한 마마 지구에서 경비대원에 발견된 주인공 그룹.

금지된 구역, 마마 지구에서 만난 탈그룹 아이를 잊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잊지 못하는 버니.

 

열아홉이든 스물이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버니는 시설 밖으로 나가게 된다. 어른이 되는 것, 홀로 선다는 게 뭔지 모른 채로 보호 종료를 맞이해야 하는 버니. 답답함과 불안함이 밀려오고 자신감은 바닥인데 갑자기 혼자 살아남으라고 강요당하는 주인공.

 

자꾸 어른이 되라는 강요가, 어른이 되기 싫게 만든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하라는 거야!” 소리를 지고 싶다.

 

SF소설이지만 이미 알고 있던 환경문제가 배경이라서일까, 낯설지 않은 느낌의 소설.

읽는 동안 청소년소설, 성장드라마의 느낌이 더 강했다.

어느 시대나 어른이 되는 건 두려운 일이고 어려운 도전이다.

도망치지 않고 도전하는 주인공 버니의 혼란에 공감했고, 자꾸만 버니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버니였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버니와9그룹바다탐험대 #한요나 #책폴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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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쉼표 -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이명학 지음 / 책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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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4 부모, 쉼표(이명학 지음/책폴)

내 마음을 덜어낼수록 아이는 지혜로워집니다.”

저자는 중동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언부언이 아닐까?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부제가 나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고전을 연구하고 강의하다 정년을 마친 저자는, 모교로 돌아와 학부모와 학생과 소통하며 사람답게 사는 법과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기 있다.

명문대 진학이 최고의 목표인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고통받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위안을 전하는 이야기.

 

부모는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가 일어설 때 버팀목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거들고 참견합니다. 언젠가 아이는 홀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시더군요. 결국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스스로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몸집만 커다란 바보 어른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빨리 놓아줄수록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끄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처음 손을 놓을 때 어느 부모님인들 마음이 짠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내 아이가 홀로 살아갈 길고 긴 인생살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워도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아주셔야 합니다. -<마음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쉼표> 중에서

 

학교에서 발송하는 가정통신문으로 이런 글을 받는다면 학부모의 처지에서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일상적으로 가정통신문에는 학교 행사나 입시 관련 정보가 실리는데, 교장 선생님의 한 말씀이 위로 또는 죽비가 된다.

헬리콥터 엄마를 넘어 불도저 엄마마저 출몰한다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잠시 학부모로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는 중요한 쉼표가 된다.

 

不誠無物(불성무물): ()하지 않으면 물()이 없다.

중용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성실하지 않으면 만물이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주변에 우직하고 요령 없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성실함이 굴곡 없는 삶을 영위케 합니다.

또한 맹자盈科後進(영과후진)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채우다’, ()웅덩이라는 뜻입니다. 물은 아주 자그마한 웅덩이라도 반드시 채우고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작은 웅덩이라도 반드시 꼭꼭 채운 뒤에 흘러갑니다. 맹자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모든 일은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 가면서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사 모든 일이 그러합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널뛰듯이 마구 한다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더딘 것이 대수겠습니까. 차근차근 과정을 다져 목적지에 다다르면 되겠지요. -<성실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기> 중에서

 

무한경쟁의 시대, 효율성 극대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강요되는 전략과 전술. 그 안에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조급함. 그 조급함은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기본기를 무시하게 만든다. 공부나 인생이나 그 기본은 바로 성실함이 아닐까? 자신을 알고 자기 일을 알고 나와 일의 기본을 확인하고 그 기본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임을 반백 년을 넘게 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맹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窮不失義, 達不離道(궁불실의, 달불리도): 궁하더라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출세했더라도 정도(正道)를 떠나지 않는다.

처지에 따라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의에 벗어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어렵고 인생이 막막해지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은 지켜야 합니다. 그리하면 삶이 고단하고 힘은 들지언정 적어도 자신의 지조는 잃지 않으며 자존감은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이 어렵다고 내일도 마냥 어렵기만 할까요. 바르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며 어려움을 극복하면 됩니다. -<사람이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중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의 지상과제는 의대 진학일까,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사람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기운다.

삐뚤어진 세상에서 바르게 사느라 고생한다고, 빼뚤어진 세상에 맞춰 살라는 소리는 맞는 소리인가? 삐뚤어진 세상을 바르게 고치라는 말을 먼저 아닐까?

 

때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례함을 일삼으면서 실속을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과할 만큼 예의를 차리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관계 하나하나에 머리를 쓰고 셈하며 연을 맺어 나간다면, 과연 그러한 만남이 언제까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면 내 주변 이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소중히 대하게 될 것입니다. -<곁에 있는 존재들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중에서

 

부모로서 자녀를 기다리는 일이 저자의 표현대로 속이 홍어처럼 문드러지는 것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부모 된 죄라 생각하고 자녀를 믿고, 또 믿어보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 깊이 담을 뿐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고전을 통해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키운다.

삶의 바른 방향에 대한 부모의 철학을 세우고 긴 호흡과 호시우보의 자세를 지켜나가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부모쉼표 #이명학 #책폴 #고전명구 #마음수업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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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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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3 MBC를 날리면(박성제 지음/창비)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교과서에서 문자로 배우는 역사와 현장에 참여해서 배우는 역사의 차이는 크다.

우리의 현대사를 교과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한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허물어져 내리는지를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러 원칙 중에서 언론의 자유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권력에 대한 비판에 민감한 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을 자신의 정권을 지키는 언론으로 변질시키려 수많은 탄압과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 희생된 해직 언론인들이 늘어났고, 때로는 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한쪽에선 스스로 언론의 사명을 내려놓고 권력의 강아지가 되는 사람도 생겨났다.

 

저자 역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 부당 해고를 당한 해직 언론인 출신이다. 복직한 이후 2018년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MBC 사장을 지냈다.

이 책은 저자의 해직과 결합되어 있는 공영방송 수난사가 소개되고, MBC가 공영방송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애쓴 노력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현 정권의 시도들도 제시된다.

 

친근한 멜로디와 함께 흥얼거리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땡전 뉴스를 전하던 어용 방송으로 전락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 무너져내린 MBC의 모습은 처참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진은 시민들로부터 엠빙신이라 조롱당하며, 거센 항의를 받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할 지경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MBC, KBS 양대 공영방송 노조는 김장겸, 고대영 사장 퇴진을 내걸고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방문진의 균열로 방문진 이사 구성이 역전되면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과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고, 드디어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동이 걸린 것이다.

 

MBC가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장을 선출했다. 그가 바로 MBC 저널리즘의 상징 같은 인물인 최승호 PD였다.

최승호는 사장으로 선임되고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 해직자 복직에 나섰다. 저자를 포함한 5명의 해직 언론인이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그리고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이 나섰다.

 

무엇이 공영방송에 걸맞은 저널리즘인가, 어떻게 해야 다른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들과 토론하고 자율적인 취재를 주문했다. 유치원 3법을 만들어낸 유치원 비리 보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이끌어낸 김용균 씨 사망 보도, 마약 성범죄 실태를 6개월 넘게 추적한 버닝썬 게이트 등 그런 기자들의 투혼이 결집된 대표적인 성과였다. 큰 상들도 모두 휩쓸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려 애썼고, 메인뉴스 시간을 90분으로 늘려 방송 뉴스의 약점인 깊이와 다양성을 보완했다. ‘시청자 눈높이를 따라가는 뉴스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현장에서 시민과 만나는 뉴스라는 원칙을 기자들이 이해하고 완성해줬다.

-<1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 중에서

 

프롤로그를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시작한다.

황제를 꼬드겨 승상이 된 조고라는 환관이 사슴 한 마리를 끌어다 놓고 말이라고 불렀다.

그 권세가 두려워 많은 신하들이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한 신하들도 있었다. 조고는 거짓으로 죄를 덮어씌워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바이든 날리면 파동 이후, MBC에 대해 정부는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며, 좌파 언론으로 매도하고 노골적인 MBC 죽이기에 나섰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재탄생한 지록위마의 희생양은 MBC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C 스트레이트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장모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통령의 경력 전부인 검찰 권력에 지속적인 비판을 가한 것도 MBC였다.

대통령의 아내가 가진 우려스러운 의식 수준을 녹취록으로 드러낸 것도 MBC였고, 초대 내각의 부총리를 낙마시킨 것도 MBC였다. 해외 순방에서 공사 구분 못 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을 태운 부조리를 세상에 알린 것도 MBC였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설화를 빚은 사실-바이든 날리면-을 가장 빨리 보도한 것도 MBC였다.

 

이러한 MBC의 한결같은 감시와 비판에 대한 정권의 반응은 민주 시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229월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VIP 리스크 대응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장면이자, 훗날 ‘MBC 탄압을 예고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는 가짜뉴스가 되었고, 정부 여당은 날려 버리겠다는 기세로 MBC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초유의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사건이 이어졌고, 이윽고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마저 멈췄다. 저자가 자신의 퇴임 후 첫 번째 책 제목을 <MBC를 날리면>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때 KBS는 공영방송이고, MBC는 민영방송이라고 잘못 아시는 분이 있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MBC의 대주주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로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MB 정권의 방송장악 기술자이동관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황당한 사유로 해임됐다.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 역시 통과되었다. KBSMBC의 사장은 언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파리 목숨이 되었다.

현 정권은 방송 정상화 방송의 비판 기능을 제거한 무능 방송을 만들고 결국 MBC를 공영방송에서 해체시켜 민영화하고자 한다.

절망과 분노에 익숙하다는 저자는 피 끓는 전투 의지를 느끼고 있다.

또한 현장 언론인들의 입장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다.’

단지 한판 승부만으로 끝나지 않을 언론 대전에서 공정 방송, 민주 언론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MBC를날리면 #박성제 #창비 #언론개혁 #언론자유수호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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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일 - 조직을 일하게 만드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박찬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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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2 리더의 일(박찬구 지음/인플루엔셜)

조직을 일하게 만드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존재하며,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무()의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 내에서 자신이 맡은 영역의 일을 열심히 하다가 인정받아서 리더로 발탁되는 경우,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쌓아 리더의 일을 만든다.

 

누군가 리더의 일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조직은 좀 더 발전적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서 탄생한 책이다.

신입사원에서 CEO까지, 전문 경영인 출신 경영자 코치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의 모든 것.

 

신입사원에서 시작해서 업무를 익히고 열심히 일을 다해 승진을 꿈꾸던 세대는 지나갔다. 리더를 꿈꾸지 않는 세대에게 물었다. 왜 승진을 원하지 않는가? 이 질문은 왜 리더가 되려 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과 같다. 많은 대답은 워라벨에 모인다. 지나치게 일에만 집중하는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세대의 모습, 자기를 돌보려는 태도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더 이상 나의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 ‘승진보다는 정년 보장이 목표다’, ‘책임을 지는 자리가 부담스럽다’, '현재 직장 임원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대답은 조직과 리더, 리더십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승진해서 리더가 되는 것 자체가 아니라, MZ세대가 강조하는 개인의 발전과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구성원의 성장을 도와 조직의 일을 해내는 것, 그것이 리더의 일이다.

리더의 일을 완성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조직을 성장으로 이끄는 리더 마인드셋 13

1 리더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2 리더는 리더의 일을 한다.

3 부하의 일을 훔치지 않는다.

4 조직의 중요한 가치를 공유한다.

5 때로는 디테일하게 일한다.

6 통할 때까지 소통한다.

7 구성원의 역량을 계발한다.

8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한다.

9 다정한 리더가 살아남는다.

10 조직이 원하는 인재를 만든다.

11 자신의 취약성을 기꺼이 인정한다.

12 자신이 리더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13 마지막 출근을 생각한다.

 

성실 근면하고 창의적이며 업무 추진력이 강해서 리더가 된 사람이 부하 직원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만족할 리가 없다. 그때 구성원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에 대한 기대 수준을 잠정적으로 낮추고 실수를 용인해야 한다. 실수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구성원은 일을 배울 수 없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리더십은 일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리더가 되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Leaders are those who make it happen through other people.

조직에서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 즉 구성원을 통해서 일하는 사람이다. 리더가 직접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리더 개인의 업무 능력만큼만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구성원 모두의 합이 성과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의 일이다. -<1장 리더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중에서

 

일을 시작하고 결정하며 끝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일에 책임을 지기 전에 먼저 책임을 다해 일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책임을 다하는 것은 일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책임껏 일하겠다는 의미다.

 

<3장 부하의 일을 훔치지 않는다>란 제목을 보고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부하의 일을 훔친다는 건 부하가 해야 할 일을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부하의 일이란 조직 구성원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거나 상사가 굳이 하지 않고 부하가 해도 괜찮은 일이다.

반복적인 통제와 보고는 구성원이 책임껏 일하지 못하게 만든다. 명령과 통제의 시대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위임의 시대이다. 현장감 있고 빠른 일처리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의 일을 훔치지 않아야 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이다.

칭찬은 평가가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동기부여의 행위이다. 잘했기 때문에 주는 상이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는 격려이다.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정확한 장소와 타이밍에 맞춰 결과뿐 아니라 노력과 과정, 영향과 공을 포함한다. 이러한 칭찬은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다. 잘하는 부분은 더욱 강화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되게 한다.

 

카리스마를 날리는 리더십에서 현재는 다정한 리더십이 효력을 발휘한다. 리더와 구성원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부하의 시간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또한 리더가 자신의 취약성을 기꺼이 인정할 때 구성원의 리더 마인드셋이 작동하여 스스로 일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다고 해서 약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리더로 있는 동안만의 성과가 아니라 자신의 조직을 꾸준히 성장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조직의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부하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리더의일 #박찬구 #인플루엔셜 #리더십코칭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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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닥치기의 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승리하는 법
댄 라이언스 지음, 서은경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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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1 입 닥치기의 힘(댄 라이언스 지음/한빛비즈)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승리하는 법

세계화된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의 기본은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사고와 자기 의사를 자신있게 발표하는 능력이다.

학교의 수업도 교사가 강의하고 학생은 조용히 받아 적는 식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질문을 잘하고 발표를 잘하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가 돌아간다.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성격이 환영받는 사회에서 내성적인 성격은 마치 약점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토론 시간뿐 아니라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모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얘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어느덧 수다쟁이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가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하며 당혹감을 느낀 사람에겐 필독 도서고, ‘에이, 내가 설마?’ 하는 사람에겐 사전 예방 도서다.

 

서양과 동양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동양에서는 침묵을 중시했지만, 국경이 사라진 지금은 그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수다쟁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입은 꼭 다물고 있지만, 키보드 위에서는 현란한 수다쟁이가 되는 사람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말을 줄이고 더 많이 얻어내자!

SNS와 회사, 연인·가족 관계에서 최고의 전략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수다쟁이라고 고백했고, 자신이 입 닥치기를 통해 얻은 이로움과 지혜를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자기 PR 시대’, 자신의 강점과 특기와 실적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 지를 코치하는 많은 자기 계발론자와 달리 저자는 입을 다물어야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입 닥치는 법을 배우면 삶이 바뀐다.

더 똑똑해지고, 인기가 많아지고, 더 창의적이고, 더 강해질 것이다.

심지어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말을 적게 하면 직장에서 승진하고, 협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 말이나 불쑥 내뱉지 않고 신중히 말한다면 인간관계도 개선된다.

나아가 정신적 행복과 신체적 행복까지 마음껏 누릴 수 있다. - <들어가며: 우리는 말이 너무 많다> 중에서

 

책 제목이 너무 직설적인가? 내용은 더 직설적으로 뼈 때리는 소리다.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은 바다 건너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말실수, 그리고 저자 본인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가 말로 잃어버린 산더미만 한 손해들을 똑똑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에 대한 대안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해주는 입 닥치는 다섯 가지 방법

1 가능하면 아무 말도 하지 마라.

2 말을 멈추고 기다리는 힘을 터득하라.

3 소셜 미디어를 끊어라.

4 침묵을 추구하라.

5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워라.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 유튜브나 틱톡 시청 시간, SNS 사용 시간이 얼마나 될까? 책에 적힌 2021년 기준 사용 시간보다 현재의 시간들이 훨씬 더 늘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가 더 짧아지면서 집중력을 파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의 연구 결과 인간의 주의 집중 시간이 12초에서 8초로, 그리고 책에 소개된 시간은 4초로 줄었다.

<2장 이 세상도 입 닥치게 해야 한다>에서 저자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무익한 정보를 쓰레기로 표현하고 있고, IT 기술 기업들이 개발해내는 AI 기술들이 결국 인간을 멍청이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의 주장은 간결하다. 인터넷과 정보 과부하에 대한 선택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잠시 멈추자! 귀를 닫고 무시하라!

소셜 미디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자아를 만들도록 강요하고 진정한 자아로부터 우리를 단절시킨다. 그러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입 닥치고 머리를 쉬게 하자!

 

말의 힘을 키우는 방법

-말을 돈이라고 생각하라.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지 말라.

-사람들이 당신을 과소평가하게 하라.

-화가 나도 티를 내지 말라.

-트위터에서 사람들과 싸우지 말라.

-모호하게 말하라.

-윗사람들 눈에 들려면 침묵을 활용하라.

 

내가 말로 놓쳤던 그 어마어마한 손해가 얼마나 아까운지를 느끼고, 다시는 함부로 입을 놀려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나의 생활을 조정하면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손실 복구의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입 닥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말을 적게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말하도록 부추기는 세상에 맞선다는 의미다. 말을 더 적게 해도 영향력을 더 많이 발휘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면서 삶을 바꿔 가는 자아 발견의 과정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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