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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2023-93 《MBC를 날리면(박성제 지음/창비)》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교과서에서 문자로 배우는 역사와 현장에 참여해서 배우는 역사의 차이는 크다.
우리의 현대사를 교과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한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허물어져 내리는지를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러 원칙 중에서 언론의 자유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권력에 대한 비판에 민감한 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을 자신의 정권을 지키는 언론으로 변질시키려 수많은 탄압과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 희생된 해직 언론인들이 늘어났고, 때로는 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한쪽에선 스스로 언론의 사명을 내려놓고 권력의 강아지가 되는 사람도 생겨났다.
저자 역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 부당 해고를 당한 해직 언론인 출신이다. 복직한 이후 2018년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MBC 사장을 지냈다.
이 책은 저자의 해직과 결합되어 있는 공영방송 수난사가 소개되고, MBC가 공영방송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애쓴 노력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현 정권의 시도들도 제시된다.

친근한 멜로디와 함께 흥얼거리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땡전 뉴스”를 전하던 어용 방송으로 전락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 무너져내린 MBC의 모습은 처참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진은 시민들로부터 ‘엠빙신’이라 조롱당하며, 거센 항의를 받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할 지경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MBC, KBS 양대 공영방송 노조는 김장겸, 고대영 사장 퇴진을 내걸고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방문진의 균열로 방문진 이사 구성이 역전되면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과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고, 드디어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동이 걸린 것이다.
MBC가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장을 선출했다. 그가 바로 MBC 저널리즘의 상징 같은 인물인 최승호 PD였다.
최승호는 사장으로 선임되고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 해직자 복직에 나섰다. 저자를 포함한 5명의 해직 언론인이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그리고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이 나섰다.
무엇이 공영방송에 걸맞은 저널리즘인가, 어떻게 해야 ‘다른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들과 토론하고 자율적인 취재를 주문했다. 유치원 3법을 만들어낸 유치원 비리 보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이끌어낸 김용균 씨 사망 보도, 마약 성범죄 실태를 6개월 넘게 추적한 버닝썬 게이트 등 그런 기자들의 투혼이 결집된 대표적인 성과였다. 큰 상들도 모두 휩쓸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려 애썼고, 메인뉴스 시간을 90분으로 늘려 방송 뉴스의 약점인 깊이와 다양성을 보완했다. ‘시청자 눈높이를 따라가는 뉴스’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현장에서 시민과 만나는 뉴스‘라는 원칙을 기자들이 이해하고 완성해줬다.
-<1부 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 중에서

프롤로그를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시작한다.
황제를 꼬드겨 승상이 된 조고라는 환관이 사슴 한 마리를 끌어다 놓고 말이라고 불렀다.
그 권세가 두려워 많은 신하들이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한 신하들도 있었다. 조고는 거짓으로 죄를 덮어씌워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바이든 날리면 파동 이후, MBC에 대해 정부는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며, 좌파 언론으로 매도하고 노골적인 MBC 죽이기에 나섰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재탄생한 지록위마의 희생양은 MBC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장모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통령의 경력 전부인 검찰 권력에 지속적인 비판을 가한 것도 MBC였다.
대통령의 아내가 가진 우려스러운 의식 수준을 녹취록으로 드러낸 것도 MBC였고, 초대 내각의 부총리를 낙마시킨 것도 MBC였다. 해외 순방에서 공사 구분 못 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을 태운 부조리를 세상에 알린 것도 MBC였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설화를 빚은 사실-바이든 날리면-을 가장 빨리 보도한 것도 MBC였다.
이러한 MBC의 한결같은 감시와 비판에 대한 정권의 반응은 민주 시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22년 9월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VIP 리스크 대응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장면이자, 훗날 ‘MBC 탄압’을 예고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는 ‘가짜뉴스’가 되었고, 정부 여당은 ‘날려 버리겠다’는 기세로 MBC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초유의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이 이어졌고, 이윽고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마저 멈췄다. 저자가 자신의 퇴임 후 첫 번째 책 제목을 <MBC를 날리면>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때 KBS는 공영방송이고, MBC는 민영방송이라고 잘못 아시는 분이 있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MBC의 대주주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로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MB 정권의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황당한 사유로 해임됐다.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 역시 통과되었다. KBS와 MBC의 사장은 언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파리 목숨이 되었다.
현 정권은 방송 정상화 방송의 비판 기능을 제거한 무능 방송을 만들고 결국 MBC를 공영방송에서 해체시켜 민영화하고자 한다.
절망과 분노에 익숙하다는 저자는 피 끓는 전투 의지를 느끼고 있다.
또한 현장 언론인들의 입장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다.’
단지 ‘한판 승부’만으로 끝나지 않을 언론 대전에서 공정 방송, 민주 언론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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