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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쉼표 -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이명학 지음 / 책폴 / 2023년 8월
평점 :

2023-94 《부모, 쉼표(이명학 지음/책폴)》
“내 마음을 덜어낼수록 아이는 지혜로워집니다.”
저자는 중동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언부언’이 아닐까?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부제가 나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고전을 연구하고 강의하다 정년을 마친 저자는, 모교로 돌아와 학부모와 학생과 소통하며 사람답게 사는 법과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기 있다.
명문대 진학이 최고의 목표인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고통받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위안을 전하는 이야기.
부모는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가 일어설 때 버팀목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거들고 참견합니다. 언젠가 아이는 홀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시더군요. 결국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스스로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몸집만 커다란 ‘바보 어른’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빨리 놓아줄수록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끄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처음 손을 놓을 때 어느 부모님인들 마음이 짠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내 아이가 홀로 살아갈 길고 긴 인생살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워도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아주셔야 합니다. -<마음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쉼표> 중에서
학교에서 발송하는 가정통신문으로 이런 글을 받는다면 학부모의 처지에서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일상적으로 가정통신문에는 학교 행사나 입시 관련 정보가 실리는데, 교장 선생님의 한 말씀이 위로 또는 죽비가 된다.
헬리콥터 엄마를 넘어 불도저 엄마마저 출몰한다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잠시 학부모로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는 중요한 쉼표가 된다.

不誠無物(불성무물): 성(誠)하지 않으면 물(物)이 없다.
『중용』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성실하지 않으면 만물이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주변에 우직하고 요령 없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성실함이 굴곡 없는 삶을 영위케 합니다.
또한 『맹자』에 盈科後進(영과후진)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盈(영)은 ‘채우다’, 科(과)는 ‘웅덩이’라는 뜻입니다. 물은 아주 자그마한 웅덩이라도 반드시 채우고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작은 웅덩이라도 반드시 꼭꼭 채운 뒤에 흘러갑니다. 맹자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모든 일은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 가면서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사 모든 일이 그러합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널뛰듯이 마구 한다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더딘 것이 대수겠습니까. 차근차근 과정을 다져 목적지에 다다르면 되겠지요. -<성실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기> 중에서
무한경쟁의 시대, 효율성 극대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강요되는 전략과 전술. 그 안에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조급함. 그 조급함은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기본기를 무시하게 만든다. 공부나 인생이나 그 기본은 바로 성실함이 아닐까? 자신을 알고 자기 일을 알고 나와 일의 기본을 확인하고 그 기본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임을 반백 년을 넘게 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맹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窮不失義, 達不離道(궁불실의, 달불리도): 궁하더라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출세했더라도 정도(正道)를 떠나지 않는다.
처지에 따라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의에 벗어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어렵고 인생이 막막해지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은 지켜야 합니다. 그리하면 삶이 고단하고 힘은 들지언정 적어도 자신의 지조는 잃지 않으며 자존감은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이 어렵다고 내일도 마냥 어렵기만 할까요. 바르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며 어려움을 극복하면 됩니다. -<사람이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중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의 지상과제는 의대 진학일까,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사람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기운다.
삐뚤어진 세상에서 바르게 사느라 고생한다고, 빼뚤어진 세상에 맞춰 살라는 소리는 맞는 소리인가? 삐뚤어진 세상을 바르게 고치라는 말을 먼저 아닐까?
때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례함을 일삼으면서 실속을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과할 만큼 예의를 차리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관계 하나하나에 머리를 쓰고 셈하며 연을 맺어 나간다면, 과연 그러한 만남이 언제까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면 내 주변 이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소중히 대하게 될 것입니다. -<곁에 있는 존재들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중에서
부모로서 자녀를 기다리는 일이 저자의 표현대로 속이 홍어처럼 문드러지는 것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부모 된 죄라 생각하고 자녀를 믿고, 또 믿어보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 깊이 담을 뿐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고전을 통해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키운다.
삶의 바른 방향에 대한 부모의 철학을 세우고 긴 호흡과 호시우보의 자세를 지켜나가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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