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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ㅣ 저스트YA 6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3년 10월
평점 :
2023-104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한요나 지음/책폴)》
얼마 남지 않은 바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열여덟이 되었다는 게 진짜 문제다.
우리 더 깊이, 더 멀리 가 보자.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중에서
이런 글과 함께 주인공 버니가 산 언니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시작하는 소설.
열여덟이란 나이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주인공의 배경은 어떤지 읽어나가는 초반이 어지러웠다.
몇 장을 다시 읽은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소설의 배경이 현실이 아닌 가상이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내가 완벽히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였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에 근거해서 주인공만 가상인 소설이 아닌.
그런데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왠지 어딘가 익숙하고 예상이 가능한 단서들이 등장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를 배경으로, 자율과 창의가 아닌 청소년의 미래를 억압하는 교육제도와 양극화된 사회적 계층 등이 묘하게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으며 주인공을 따라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부르고 있는 현상의 종말을 맞이한 지구.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고도 ‘아!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느끼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구체적으로 피가 범벅이 된 현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오싹한 분위기를 그리는 잔혹 소설과 같은. 분리된 지역 사이의 차이와 차별을 통해 그리는 그림이 마치 오늘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녹조로 가득한 들끓는 온도의 바다 너머 맑고 푸른 구역을 알게 된 열여덟 살 버니와 9그룹 친구들. 자립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비밀리에 제한 구역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 이들은 어떠한 물길을 헤엄쳐 내일로 향하게 될까?
‘모든 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훈련을 받는 곳,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
버니가 처음 우리에게 던진 말이다. 마치 인간과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는 것처럼 그 마지막도 바다에 있음을 암시하듯이.
생명의 기원이자 지켜야만 하는 공간이 바다에 동시에 존재하는 한계선, 큰 깃발.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넘어가지 말라고만 하는 마지노선.
그러나 생로병사의 인류 역사는 선악과를 따먹으며 시작되었듯, 주인공은 그 큰 깃발을 넘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이 속한 공동체는 지구의 겉껍질뿐만 아니라 지구 속 어딘가에 우리가 살 수 있을 만한 또 다른 지구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버니는 이 지구 공동설을 믿는 공동체에서 자라서 그냥 믿는다.
열여덟인 주인공의 최고 걱정은 바로 ‘보호 종료’. 열아홉이 되면 각자가 지낼 곳을 선택하고,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스무살이 되면 지하 탐험대, 동굴 탐험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 탐험대에 배치된다.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부터 성장 시설에서 배우는 건 그때를 대비한 지식과 기술이다. 수영에 재능이 있는 애들이 9그룹이 된다. 병에 걸릴까 두려운 더러운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공동체에서 나눠 준 특수 슈트를 입는다. 대부분은 지하 탐험대와 동굴 탐험대 중 하나에 소속되고 소수의 사람들이 바다로 떠난다.
주인공 버니와 서윤이, 햇님이, 태인이. 서로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부유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품고, 서로의 발에 묶인 줄을 믿고. 우리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르는 물살의 힘에 집중한다. -<사과잼과 담배> 중에서
1~4그룹에 힘이 세거나 몸이 재빠른 아이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소속되고, 5~7그룹에는 손이 빠르거나 야무진 아이들이 소속되고, 9~10그룹은 수중 생활에 뛰어난 적응력을 노이는 아이들이 소속된다.
절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줬던 룸메이트 산 언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과 새로운 룸메이트 햇님.
큰 깃발 너머 상상하던 마마 지구. 아주 맑은 물과 깨끗한 바다.
처음 도착한 마마 지구에서 경비대원에 발견된 주인공 그룹.
금지된 구역, 마마 지구에서 만난 탈그룹 아이를 잊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잊지 못하는 버니.
열아홉이든 스물이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버니는 시설 밖으로 나가게 된다. 어른이 되는 것, 홀로 선다는 게 뭔지 모른 채로 보호 종료를 맞이해야 하는 버니. 답답함과 불안함이 밀려오고 자신감은 바닥인데 갑자기 혼자 살아남으라고 강요당하는 주인공.
자꾸 어른이 되라는 강요가, 어른이 되기 싫게 만든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하라는 거야!” 소리를 지고 싶다.
SF소설이지만 이미 알고 있던 환경문제가 배경이라서일까, 낯설지 않은 느낌의 소설.
읽는 동안 청소년소설, 성장드라마의 느낌이 더 강했다.
어느 시대나 어른이 되는 건 두려운 일이고 어려운 도전이다.
도망치지 않고 도전하는 주인공 버니의 혼란에 공감했고, 자꾸만 버니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버니였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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