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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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8 화성과 나(배명훈 지음/래빗홀)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꽃피울 문명을 위한 질문들

배명훈 작가가 선보이는 국내 최초 화성 이주 연작소설

우주를 무대로 한 SF소설이라면 에얼리언 같은 우주 괴생명체가 등장하거나 다른 별로 탐사를 떠나는 우주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화성과 나는 다르다. 화성을 무대로 하지만, 화성 자체보다는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과 그들이 건설하는 새로운 사회와 사회 구조, 사회적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작가 배명훈은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고, 2020년부터 2년간 외교부의 연구 의뢰로 <화성의 행성정치: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 전략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이 싹튼다.

화성에 어떻게 갈 것인가?’ 또는 화성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아니라 화성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핵분열 시스템을 동원한 로켓을 이용하는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해도 45일이나 걸린다는 그 화성에, ‘우주선을 타고 우주인이 화성에 도착했어요.’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서 살아간다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소설로 나왔다.

 

작가는 6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붉은 사막뿐인 텅 빈 행성, 이곳에서 인류는 새 꿈을 꾼다.

붉은 행성의 방식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위대한 밥도둑

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

나의 사랑 레드벨트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까?

자연과 환경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척박한 공간에서 인간은 지구에서의 관습과는 다른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스템을 만들것인가?

 

인구 대부분이 조종사나 과학자, 엔지니어인 행성에서 희나의 직업은 희귀했다. 희나는 행정관료고 정치가였다.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을 하도록 파견된 사람이었다. 정치가가 있으면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이상한 믿음 때문에 화성에는 행정관료가 극히 드물었다.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은 화성 현장에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여겼는데, 정착 초기 화성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었다. 살아남는 것부터가 모험이었으니까. -<붉은 행성의 방식> 중에서

 

화성에 거주지를 건설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그리고 제도를 디자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행정관료나 정치인. 새로운 행성 사회를 건설한다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주인공 희나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지구의 국가주의가 화성에 그대로 옮겨 가지 못하게 할 거야.”

화성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희나는 회복력이라고 답한다.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심우주를 건너서.”

 

제일 좋은 대학을 들어갈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 제일 먼 데까지 날아갈 사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김조안을 사랑하는 ’. 중학생이었던 김조안은 화성으로 가고, 서른다섯 살이 되어 나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구에서의 내 삶이었잖아. 너는 내 정체성이야. 여기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돼.”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중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부딪히게 되는 가장 큰 사건이 사랑이 아닐까? 지구와 화성 사이에도 사랑이 가능할까? 물리적 환경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극복하는 기적이 바로 사랑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를 통해 우주를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이상 다가가면 둘 다 불행해질 게 틀림없어. 사이클러 직원들도 다들 그러잖아. 승선 스케줄이 어긋나는 사람은 만나는 게 아니라고. 그 사람과 나는 더 말할 것도 없지. 나는 천상의 순환에 영원히 묶인 사람이고, 그는 지상의 법칙대로 나이를 먹어갈 사람이니까.’ -<행성봉쇄령> 중에서

 

지구를 지배하며 저지른 인간의 실수를 새로운 행성에서는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 <나의 사랑 레드벨트>일 듯하다.

더 나은 제도와 윤리, 관계를 찾아가는 화성인의 탄생을 소망하고 있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과 같다. 배명훈 작가에겐 이번 연작소설뿐 아니라 화성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작가의 말>로 남긴 그의 소망이 애틋하다.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참된 평화와 조화로운 번영이 오래오래 당신들과 함께하기를!

2023년 가을 지구에서 배명훈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화성과나 #배명훈 #래빗홀 #배명훈연작소설집 #화성이주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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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 미루는 습관 끊어내는 끝까지 해내기의 기술
피터 홀린스 지음, 솝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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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6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피터 홀린스 지음/한빛비즈)

미루는 습관을 끊어내는 끝까지 해내기의 기술

시작했으면 끝내라!

Finish What You Start!

벌써 11월 말이다. 12월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연초에 세웠지만 미루거나 벌써 포기한 거창한 계획들. 계획은 뚝딱뚝딱 잘 세우면서 실행을 못 하거나 마무리는 못 하는 나를 포함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 나왔다.

베스트셀러인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의 저자 피터 홀린스가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끝까지 해내는 기술.

 

뇌과학이니 심리학이니 어려운 이론들을 주저리주저리 열거해놓은 책이 아니니까 걱정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요점만 조목조목 깔끔하게 제시해 놓았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낸다.”는 의미는의지를 실현한다.’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다.’

 

첫 단계는 그만 생각하고 일단 실행하라!’

 

완수(following through)는 집중력과 자제력, 실천력, 끈기, 이 네 가지 요소가 서로 결합해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완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빠서가 절대로 아니다. 우리가 완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약이 있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시작한 것을 끝내지 못하게 방해하는 심리적 장애물 때문이다.

제약이 있는 전략: 적절하지 않은 목표 세우기 / 미루기 / 유혹과 방해에 넘어가기 / 형편없는 시간 관리

심리적 방해물: 게으름과 자제력의 부족 / 판단, 거절, 실패에 대한 두려움 / 불안에서 비롯된 완벽주의 / 자기인식의 부족

완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인지하면, 알맞은 전략과 심리적 방법을 사용해 그런 장애물을 극복하고 완수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시작한 것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동기화하고 동기화된 상태를 유지하라!

내적 동기 요인과 외적 동기 요인을 체크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적 동기 요인 대부분은 우리가 다른 사람, 장소, 상황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고 싶을 때 작동한다. 책임 파트너와 책임 그룹, 판돈, 스스로 주는 뇌물 등이 포함된다.

내적 동기 요인은 우리가 삶을 유익하게 발전시키는 방법을 깊이 고민할 때 작동한다. ‘어떻게 하면 유익하고 향상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면 깨달을 수 있다.

 

완수와 포기를 고민하는 순간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두면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은 보통 멘탈 모델 mental model이라고 불리며, 완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 번째 규칙: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스스로 게으름뱅이라고 규정하고 싶은가?

두 번째 규칙: 하루에 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최대 3개다. 중요한 일과 급한 일, 단순히 쓸데없는 행동들을 구분하라.

세 번째 규칙: 자신을 위한 한계와 요건을 정하라. 이것들이 해야 할 일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게 해줄 것이다.

네 번째 규칙: 가끔 우리는 무엇을 달성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린다. 의도를 재확인하라.

다섯 번째 규칙: 10, 10시간, 10일의 미래를 동시에 내다보려고 노력하라.

여섯 번째 규칙: 겨우 10분이다. 그만두고 싶다면, 10분만 더 해보라.

 

완수는 100% 정신의 문제다. 완수하려면 갖추어야 할 마인드셋

마인드셋1: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마인드셋2: 불편함은 곧 사라진다. 불편함을 편하게 받아들여라.

마인드셋3: 노력은 탐구의 과정이다. 완수 없이 배움도 없다.

마인드셋4: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기분이 안 좋다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완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루는 습관을 끝내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

반드시 해야 하지만 원하지 않는 과제를 즉각적인 보상과 결합하는 것

내키지 않는 불쾌한 과제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짝지어 충분히 유쾌한 일로 만들게 되면 그 무슨 일도 해낼 수 있다.

 

쉽고 작게 시작하라. 미루는 속성은 관성에서 빠르게 자란다. 따라서 일의 과정을 가급적 쉬운 움직임과 활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결국 관성의 반대인 추진력을 얻게 된다.

 

완수하는 자신을 위해 방해와 유혹을 제거한 환경을 만드는 법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디폴트 액션을 만들어라. 디폴트 액션으로 가장 원하는방향으로 가장 쉽고 저항 없이갈 수 있다.

싱글태스킹이 핵심이다. 멀태태스킹은 분명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배칭은 정신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함께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은 해야 할 일 목록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40-70 법칙은 당신을 행동하게 만드는 정보의 범위를 말한다. 40%가 안 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행동하지 마라. 70%를 가지고 있다면 행동해야 한다.

가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럴 때는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해라. 이때가 정신적 회복의 시간이다.

 

각 챕터의 끝에 제시된 <간단 정리>를 통해 핵심을 확인할 수 있다. 1장부터 8장까지 모든 설명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요약 노트>가 제공된다. 끝까지 해내는 기술을 조목조목 확인하고 실천하도록 친절하면서도 끈질기게 리드한다.

 

책을 읽은 후 유혹 묶기와 싱글태스킹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생각하는 대신 작은 시작으로 완수를 방해하는 불안과 완벽주의를 밀어내고 있다.

이것을 반영하여 나의 루틴에 조정했고 하루하루 나의 과제를 완수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계획은있다 #피터홀린스 #한빛비즈 #끝까지해내는기술 #유혹묶기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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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저스트YA 6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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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4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한요나 지음/책폴)

얼마 남지 않은 바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열여덟이 되었다는 게 진짜 문제다.

 

우리 더 깊이, 더 멀리 가 보자.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중에서

 

이런 글과 함께 주인공 버니가 산 언니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시작하는 소설.

열여덟이란 나이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주인공의 배경은 어떤지 읽어나가는 초반이 어지러웠다.

몇 장을 다시 읽은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소설의 배경이 현실이 아닌 가상이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내가 완벽히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였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에 근거해서 주인공만 가상인 소설이 아닌.

 

그런데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왠지 어딘가 익숙하고 예상이 가능한 단서들이 등장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를 배경으로, 자율과 창의가 아닌 청소년의 미래를 억압하는 교육제도와 양극화된 사회적 계층 등이 묘하게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으며 주인공을 따라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부르고 있는 현상의 종말을 맞이한 지구.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고도 !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느끼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구체적으로 피가 범벅이 된 현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오싹한 분위기를 그리는 잔혹 소설과 같은. 분리된 지역 사이의 차이와 차별을 통해 그리는 그림이 마치 오늘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녹조로 가득한 들끓는 온도의 바다 너머 맑고 푸른 구역을 알게 된 열여덟 살 버니와 9그룹 친구들. 자립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비밀리에 제한 구역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 이들은 어떠한 물길을 헤엄쳐 내일로 향하게 될까?

 

모든 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훈련을 받는 곳,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

버니가 처음 우리에게 던진 말이다. 마치 인간과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는 것처럼 그 마지막도 바다에 있음을 암시하듯이.

생명의 기원이자 지켜야만 하는 공간이 바다에 동시에 존재하는 한계선, 큰 깃발. 이유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넘어가지 말라고만 하는 마지노선.

그러나 생로병사의 인류 역사는 선악과를 따먹으며 시작되었듯, 주인공은 그 큰 깃발을 넘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이 속한 공동체는 지구의 겉껍질뿐만 아니라 지구 속 어딘가에 우리가 살 수 있을 만한 또 다른 지구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버니는 이 지구 공동설을 믿는 공동체에서 자라서 그냥 믿는다.

열여덟인 주인공의 최고 걱정은 바로 보호 종료’. 열아홉이 되면 각자가 지낼 곳을 선택하고,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스무살이 되면 지하 탐험대, 동굴 탐험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 탐험대에 배치된다.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부터 성장 시설에서 배우는 건 그때를 대비한 지식과 기술이다. 수영에 재능이 있는 애들이 9그룹이 된다. 병에 걸릴까 두려운 더러운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공동체에서 나눠 준 특수 슈트를 입는다. 대부분은 지하 탐험대와 동굴 탐험대 중 하나에 소속되고 소수의 사람들이 바다로 떠난다.

 

주인공 버니와 서윤이, 햇님이, 태인이. 서로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부유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품고, 서로의 발에 묶인 줄을 믿고. 우리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가르는 물살의 힘에 집중한다. -<사과잼과 담배> 중에서

 

1~4그룹에 힘이 세거나 몸이 재빠른 아이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소속되고, 5~7그룹에는 손이 빠르거나 야무진 아이들이 소속되고, 9~10그룹은 수중 생활에 뛰어난 적응력을 노이는 아이들이 소속된다.

절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줬던 룸메이트 산 언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과 새로운 룸메이트 햇님.

 

큰 깃발 너머 상상하던 마마 지구. 아주 맑은 물과 깨끗한 바다.

처음 도착한 마마 지구에서 경비대원에 발견된 주인공 그룹.

금지된 구역, 마마 지구에서 만난 탈그룹 아이를 잊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잊지 못하는 버니.

 

열아홉이든 스물이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버니는 시설 밖으로 나가게 된다. 어른이 되는 것, 홀로 선다는 게 뭔지 모른 채로 보호 종료를 맞이해야 하는 버니. 답답함과 불안함이 밀려오고 자신감은 바닥인데 갑자기 혼자 살아남으라고 강요당하는 주인공.

 

자꾸 어른이 되라는 강요가, 어른이 되기 싫게 만든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하라는 거야!” 소리를 지고 싶다.

 

SF소설이지만 이미 알고 있던 환경문제가 배경이라서일까, 낯설지 않은 느낌의 소설.

읽는 동안 청소년소설, 성장드라마의 느낌이 더 강했다.

어느 시대나 어른이 되는 건 두려운 일이고 어려운 도전이다.

도망치지 않고 도전하는 주인공 버니의 혼란에 공감했고, 자꾸만 버니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버니였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버니와9그룹바다탐험대 #한요나 #책폴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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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쉼표 -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이명학 지음 / 책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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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4 부모, 쉼표(이명학 지음/책폴)

내 마음을 덜어낼수록 아이는 지혜로워집니다.”

저자는 중동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언부언이 아닐까?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부제가 나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

<흔들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고전 명구 마음 수업>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고전을 연구하고 강의하다 정년을 마친 저자는, 모교로 돌아와 학부모와 학생과 소통하며 사람답게 사는 법과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기 있다.

명문대 진학이 최고의 목표인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고통받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위안을 전하는 이야기.

 

부모는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가 일어설 때 버팀목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거들고 참견합니다. 언젠가 아이는 홀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시더군요. 결국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스스로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몸집만 커다란 바보 어른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빨리 놓아줄수록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끄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처음 손을 놓을 때 어느 부모님인들 마음이 짠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내 아이가 홀로 살아갈 길고 긴 인생살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워도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아주셔야 합니다. -<마음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쉼표> 중에서

 

학교에서 발송하는 가정통신문으로 이런 글을 받는다면 학부모의 처지에서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일상적으로 가정통신문에는 학교 행사나 입시 관련 정보가 실리는데, 교장 선생님의 한 말씀이 위로 또는 죽비가 된다.

헬리콥터 엄마를 넘어 불도저 엄마마저 출몰한다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잠시 학부모로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는 중요한 쉼표가 된다.

 

不誠無物(불성무물): ()하지 않으면 물()이 없다.

중용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성실하지 않으면 만물이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주변에 우직하고 요령 없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성실함이 굴곡 없는 삶을 영위케 합니다.

또한 맹자盈科後進(영과후진)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채우다’, ()웅덩이라는 뜻입니다. 물은 아주 자그마한 웅덩이라도 반드시 채우고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작은 웅덩이라도 반드시 꼭꼭 채운 뒤에 흘러갑니다. 맹자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모든 일은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 가면서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사 모든 일이 그러합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널뛰듯이 마구 한다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더딘 것이 대수겠습니까. 차근차근 과정을 다져 목적지에 다다르면 되겠지요. -<성실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기> 중에서

 

무한경쟁의 시대, 효율성 극대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강요되는 전략과 전술. 그 안에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조급함. 그 조급함은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기본기를 무시하게 만든다. 공부나 인생이나 그 기본은 바로 성실함이 아닐까? 자신을 알고 자기 일을 알고 나와 일의 기본을 확인하고 그 기본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임을 반백 년을 넘게 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맹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窮不失義, 達不離道(궁불실의, 달불리도): 궁하더라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출세했더라도 정도(正道)를 떠나지 않는다.

처지에 따라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의에 벗어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어렵고 인생이 막막해지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은 지켜야 합니다. 그리하면 삶이 고단하고 힘은 들지언정 적어도 자신의 지조는 잃지 않으며 자존감은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이 어렵다고 내일도 마냥 어렵기만 할까요. 바르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며 어려움을 극복하면 됩니다. -<사람이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중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의 지상과제는 의대 진학일까,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사람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기운다.

삐뚤어진 세상에서 바르게 사느라 고생한다고, 빼뚤어진 세상에 맞춰 살라는 소리는 맞는 소리인가? 삐뚤어진 세상을 바르게 고치라는 말을 먼저 아닐까?

 

때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례함을 일삼으면서 실속을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과할 만큼 예의를 차리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관계 하나하나에 머리를 쓰고 셈하며 연을 맺어 나간다면, 과연 그러한 만남이 언제까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면 내 주변 이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소중히 대하게 될 것입니다. -<곁에 있는 존재들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중에서

 

부모로서 자녀를 기다리는 일이 저자의 표현대로 속이 홍어처럼 문드러지는 것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부모 된 죄라 생각하고 자녀를 믿고, 또 믿어보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 깊이 담을 뿐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고전을 통해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키운다.

삶의 바른 방향에 대한 부모의 철학을 세우고 긴 호흡과 호시우보의 자세를 지켜나가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부모쉼표 #이명학 #책폴 #고전명구 #마음수업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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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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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3 MBC를 날리면(박성제 지음/창비)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교과서에서 문자로 배우는 역사와 현장에 참여해서 배우는 역사의 차이는 크다.

우리의 현대사를 교과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한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허물어져 내리는지를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러 원칙 중에서 언론의 자유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권력에 대한 비판에 민감한 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을 자신의 정권을 지키는 언론으로 변질시키려 수많은 탄압과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 희생된 해직 언론인들이 늘어났고, 때로는 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한쪽에선 스스로 언론의 사명을 내려놓고 권력의 강아지가 되는 사람도 생겨났다.

 

저자 역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 부당 해고를 당한 해직 언론인 출신이다. 복직한 이후 2018년 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MBC 사장을 지냈다.

이 책은 저자의 해직과 결합되어 있는 공영방송 수난사가 소개되고, MBC가 공영방송의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애쓴 노력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현 정권의 시도들도 제시된다.

 

친근한 멜로디와 함께 흥얼거리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땡전 뉴스를 전하던 어용 방송으로 전락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 무너져내린 MBC의 모습은 처참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진은 시민들로부터 엠빙신이라 조롱당하며, 거센 항의를 받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할 지경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MBC, KBS 양대 공영방송 노조는 김장겸, 고대영 사장 퇴진을 내걸고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방문진의 균열로 방문진 이사 구성이 역전되면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과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고, 드디어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동이 걸린 것이다.

 

MBC가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장을 선출했다. 그가 바로 MBC 저널리즘의 상징 같은 인물인 최승호 PD였다.

최승호는 사장으로 선임되고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 해직자 복직에 나섰다. 저자를 포함한 5명의 해직 언론인이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그리고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이 나섰다.

 

무엇이 공영방송에 걸맞은 저널리즘인가, 어떻게 해야 다른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들과 토론하고 자율적인 취재를 주문했다. 유치원 3법을 만들어낸 유치원 비리 보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이끌어낸 김용균 씨 사망 보도, 마약 성범죄 실태를 6개월 넘게 추적한 버닝썬 게이트 등 그런 기자들의 투혼이 결집된 대표적인 성과였다. 큰 상들도 모두 휩쓸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려 애썼고, 메인뉴스 시간을 90분으로 늘려 방송 뉴스의 약점인 깊이와 다양성을 보완했다. ‘시청자 눈높이를 따라가는 뉴스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현장에서 시민과 만나는 뉴스라는 원칙을 기자들이 이해하고 완성해줬다.

-<1MBC 살리기 1: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 중에서

 

프롤로그를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시작한다.

황제를 꼬드겨 승상이 된 조고라는 환관이 사슴 한 마리를 끌어다 놓고 말이라고 불렀다.

그 권세가 두려워 많은 신하들이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한 신하들도 있었다. 조고는 거짓으로 죄를 덮어씌워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바이든 날리면 파동 이후, MBC에 대해 정부는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며, 좌파 언론으로 매도하고 노골적인 MBC 죽이기에 나섰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재탄생한 지록위마의 희생양은 MBC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C 스트레이트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장모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통령의 경력 전부인 검찰 권력에 지속적인 비판을 가한 것도 MBC였다.

대통령의 아내가 가진 우려스러운 의식 수준을 녹취록으로 드러낸 것도 MBC였고, 초대 내각의 부총리를 낙마시킨 것도 MBC였다. 해외 순방에서 공사 구분 못 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을 태운 부조리를 세상에 알린 것도 MBC였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설화를 빚은 사실-바이든 날리면-을 가장 빨리 보도한 것도 MBC였다.

 

이러한 MBC의 한결같은 감시와 비판에 대한 정권의 반응은 민주 시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229월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VIP 리스크 대응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장면이자, 훗날 ‘MBC 탄압을 예고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는 가짜뉴스가 되었고, 정부 여당은 날려 버리겠다는 기세로 MBC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초유의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사건이 이어졌고, 이윽고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마저 멈췄다. 저자가 자신의 퇴임 후 첫 번째 책 제목을 <MBC를 날리면>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때 KBS는 공영방송이고, MBC는 민영방송이라고 잘못 아시는 분이 있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MBC의 대주주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로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MB 정권의 방송장악 기술자이동관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황당한 사유로 해임됐다.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 역시 통과되었다. KBSMBC의 사장은 언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파리 목숨이 되었다.

현 정권은 방송 정상화 방송의 비판 기능을 제거한 무능 방송을 만들고 결국 MBC를 공영방송에서 해체시켜 민영화하고자 한다.

절망과 분노에 익숙하다는 저자는 피 끓는 전투 의지를 느끼고 있다.

또한 현장 언론인들의 입장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다.’

단지 한판 승부만으로 끝나지 않을 언론 대전에서 공정 방송, 민주 언론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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