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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2023-108 《화성과 나(배명훈 지음/래빗홀)》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꽃피울 문명을 위한 질문들
배명훈 작가가 선보이는 국내 최초 화성 이주 연작소설
우주를 무대로 한 SF소설이라면 에얼리언 같은 우주 괴생명체가 등장하거나 다른 별로 탐사를 떠나는 우주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화성과 나》는 다르다. 화성을 무대로 하지만, 화성 자체보다는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과 그들이 건설하는 새로운 사회와 사회 구조, 사회적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작가 배명훈은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고, 2020년부터 2년간 외교부의 연구 의뢰로 <화성의 행성정치: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 전략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이 싹튼다.
‘화성에 어떻게 갈 것인가?’ 또는 ‘화성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아니라 ‘화성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핵분열 시스템을 동원한 로켓을 이용하는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해도 45일이나 걸린다는 그 화성에, ‘우주선을 타고 우주인이 화성에 도착했어요.’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서 살아간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소설로 나왔다.
작가는 6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붉은 사막뿐인 텅 빈 행성, 이곳에서 인류는 새 꿈을 꾼다.
∙붉은 행성의 방식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위대한 밥도둑
∙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
∙나의 사랑 레드벨트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까?
자연과 환경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척박한 공간에서 인간은 지구에서의 관습과는 다른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스템을 만들것인가?
인구 대부분이 조종사나 과학자, 엔지니어인 행성에서 희나의 직업은 희귀했다. 희나는 행정관료고 정치가였다.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을 하도록 파견된 사람이었다. 정치가가 있으면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이상한 믿음 때문에 화성에는 행정관료가 극히 드물었다.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은 화성 현장에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여겼는데, 정착 초기 화성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었다. 살아남는 것부터가 모험이었으니까. -<붉은 행성의 방식> 중에서
화성에 거주지를 건설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그리고 제도를 디자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행정관료나 정치인. 새로운 행성 사회를 건설한다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주인공 희나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지구의 국가주의가 화성에 그대로 옮겨 가지 못하게 할 거야.”
화성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희나는 회복력이라고 답한다.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심우주를 건너서.”
제일 좋은 대학을 들어갈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 제일 먼 데까지 날아갈 사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김조안’을 사랑하는 ‘나’. 중학생이었던 김조안은 화성으로 가고, 서른다섯 살이 되어 나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구에서의 내 삶이었잖아. 너는 내 정체성이야. 여기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돼.”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중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부딪히게 되는 가장 큰 사건이 사랑이 아닐까? 지구와 화성 사이에도 사랑이 가능할까? 물리적 환경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극복하는 기적이 바로 사랑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과 <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를 통해 우주를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이상 다가가면 둘 다 불행해질 게 틀림없어. 사이클러 직원들도 다들 그러잖아. 승선 스케줄이 어긋나는 사람은 만나는 게 아니라고. 그 사람과 나는 더 말할 것도 없지. 나는 천상의 순환에 영원히 묶인 사람이고, 그는 지상의 법칙대로 나이를 먹어갈 사람이니까.’ -<행성봉쇄령> 중에서
지구를 지배하며 저지른 인간의 실수를 새로운 행성에서는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 <나의 사랑 레드벨트>일 듯하다.
더 나은 제도와 윤리, 관계를 찾아가는 화성인의 탄생을 소망하고 있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과 같다. 배명훈 작가에겐 이번 연작소설뿐 아니라 화성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작가의 말>로 남긴 그의 소망이 애틋하다.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참된 평화와 조화로운 번영이 오래오래 당신들과 함께하기를!
2023년 가을 지구에서 배명훈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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