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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맨션 - 수천조의 우주 시장을 선점한 천재 너드들의 저택
애슐리 반스 지음, 조용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평점 :

우주기지를 가득 채우는 굉음과 로켓이 배출하는 연기구름. 긴장감 가득한 카운트다운 소리. 지축을 흔들며 하늘로 나는 로켓의 몸체 그리고 점점 작은 점으로 변하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로켓과 우주선.
이런 장면에 감동과 흥분을 느꼈다면 600페이지짜리 이 책도 가뿐하게 완독 가능!
이전 저작인 베스트셀러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로 우리의 관심을 우주로 확장시켰던 저자의 5년간의 밀착 취재기.
우주과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주 시장을 두고 벌이는 생생한 우주 경쟁의 현장과 지금 가장 선구적인 민간 우주기업을 이끄는 너드들의 이야기.
미·소 간의 냉전으로 경쟁하던 올드스페이스의 시대가 지나고 인류의 꿈과 새로운 거대 시장인 뉴스페이스의 시대가 왔다.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등이 주인공이었다. 거대 기술 기업의 CEO들의 빛나는 이상주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새로운 우주 기업들과 새로운 주인공들이 극한의 이상주의와 무자비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플래닛랩스, 로켓랩, 아스트라,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
그들의 야망과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리고 수백억 달러 기업 가치가 탄생하고 수천조의 새로운 우주 시장이 열리고 있다.
책 제목인 ‘레인보우 맨션’은 윌 마셜과 로비 싱글러, 크리스 켐프가 레인보우 드라이브 21677번지에 마련한 붉은 색 지붕의 지중해식 저택으로, 방 하나를 유스호스텔로 만들었다. 보통 나사 직원 2, 3명과 애플이나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 몇 명은 늘 있었다. 레인보우 맨션은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실리콘 밸리로 모여드는 현상을 상징하게 되었다.
식사 후 사람들은 종종 서재에 모여 차나 위스키를 즐기면서 AI의 위협부터 우주 쓰레기의 위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우주에 대한 애정과 심오한 무언가를 공유하며 이상주의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거나 머물렀던 사람들이 우주기업에 몰두하고 피 터지게 도전하는 생생한 실화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2008년 스페이스X의 팰컨1 발사하기 위한 태평양 콰절레인 환초 로켓 발사 시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 기술이 집대성을 이룬 최신식 실험실 같은 그림을 그렸다면 바로 땡! 탈락이다. 원시림과 같은 곳에 대형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하고 텐트도 설치하고, 이동식 트레일러를 개조해서 거주 공간과 사무실로 사용하고 배관도 직접, 용접도 직접, 뭐든 직접!! 주인공도 아닌 스페이스X의 팰컨1을 도입부에서 강조하는 이유는 항공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게임체인저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 자본으로, ‘우주 등급’의 비싼 장비가 아닌 소비자 전자 제품으로 제작 가능한 항공우주산업으로의 발전이다.
플래닛랩스는 스페이스X만큼이나 극적인 방식으로 우주 기술과 지구 저궤도 경제를 변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일론 머스크보다 훨씬 먼저 이 분야에 뛰어들어 혁명을 시작하기 위해 배후에서 일한 피트 워든 준장 같은 사람도 있다. 이상주의자와 공상적 박애주의자, 뛰어난 인재들이 엄청난 일을 벌이기도 한다. 몇몇 인물은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장면이 해피엔딩은 아니다.
현장에서 5년 동안 밀착 취재를 한 저자가 내린 결론은 현재 우주산업이 일종의 집단 환각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플래닛랩스가 자체 생산한 자신들의 위성 ‘도브Doves’. 플래닛랩스의 계획대로 군집위성을 완성시키면 24시간 지구 관찰이 가능해지고,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을 가장 많이 보유한 스타트업이 된다. 그러면 우주 이용이 개방되어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선명하게 지구를 들여다보고 인간의 모든 활동을 분석하는 세상이 오게 된다.
2021년 말 기준 궤도에는 5,000대의 위성이 있다. 그중 약 2,000대가 스페이스X에서 제작해 발사한 위성이다. 스페이스X는 플래닛랩스의 위성 제작 방침을 받아들여 기존의 위성보다 작고 현대적인 통신위성을 만들어냈으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익혔다.

지구 끝자락에 있는 뉴질랜드에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피터 벡이 세운 로켓랩이란 업체가 일렉트론이라는 소형 로켓을 제작하고 발사에 성공하며 그 의심을 지웠다.
위성의 궤도 진입 비용을 낮추고 로켓 발사를 정기화하면서 로켓랩은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배송하는 서비스업체가 되었다.
로켓랩이 실용주의를 추구하며 이상적인 소형 로켓 제작을 목표로 했다면 스텔스스페이스(나중에 아스트라로 개명)는 ‘닥치고 전진’ 잔략을 채택했다. 크리스 켐프와 애덤 런던는 로켓을 첨단 과학 영역에서 분리해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단순한 제품 영역에서 다루려고 했다. 나사가 쓰는 예산의 100만분의 1과 나사가 쓰는 시간의 100분의 1로 나사와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아스트라의 로켓은 스타트업이 웹이나 스마트폰에서 테스트하는 소프트웨어와 다를 게 없었다. 작동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될 때까지 계속 전진하는 것이었다.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라는 로켓 스타트업에 사재 2억 달러를 떨어넣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맥스 폴랴코프. 나사,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러틱에서 근무했던 로켓 추진 분야에서 선구적 연구자인 톰 마르쿠식.

우주산업이라는 위험한 도박이 내세우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
IT 버블이 터진 것처럼 민간 우주 분야의 거품도 꺼질 것이라 확신하는 사람들.
그러나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 지구여, 올려다보라.
올려다보라. 우리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너무나 낮았던 세계의 천장을 뜯어냈다. -앨런 무어, 《미라클 맨》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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