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동주 창비교육 성장소설 15
정도상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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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우리는 윤동주를 시인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고민을 품은 청소년이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도상 작가의 소년 동주그 공백을 섬세하게 채우는 작품이다.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맞아, 북간도와 평양에서 보낸 청소년기의 결을 살려낸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소년 동주를 눈앞에 데려온다.

 

열여덟 살 여고생 새봄이 꿈에서 윤동주를 만나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교과서 속 위인이 아닌, 고민하고 흔들리던 한 명의 소년 윤동주를 다가가게 하는 장치. 새봄과 함께 따라가는 동주의 시간 속에는 맑고도 단단한, 그러나 깊이 흔들렸던 소년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윤동주·송몽규·문익환의 우정과 성장이다. ‘명동촌 삼총사로 불렸던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대와 맞섰다. 몽규는 독립운동을, 익환은 신학을, 동주는 문학을 선택했다. 몽규는 총, 동주는 시라는 문장 하나가 세 갈래의 청춘을 선명하게 압축한다. 함께 걷다 갈라서야 하는 순간들, 몽규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부러움은 윤동주를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고민하고 방황했던 청년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이 소설은 아버지와의 갈등을 통해 동주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드러낸다. 평양 숭실학교 진학 문제, 의대 권유, “문학이 밥 먹여 주나?”라는 아버지의 현실적인 목소리. 하지만 우리말로 시를 쓰겠다는 결심은 단순한 진로 선택이 아니라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던 시대적 결단이었다. 시대의 억압과 가족의 기대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끝내 문학의 길을 택한 동주는 오늘의 청소년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꿈이란 미래의 성공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동주의 습작 노트와 가슴 1·2시편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문학이 천재적 재능보다 시대의 상처를 견디기 위한 버티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시는 그에게 표현이 아니라 숨이었다. 일제의 감시, 친구들의 체포, 민족과 신앙 사이에서의 갈등이 시로 스며드는 과정을 작가는 섬세하고도 절제된 문장으로 그려낸다.

 

작가 정도상의 문장은 소설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회령 방언과 옛 우리말을 살려낸 표현들은 한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품고 있다. ‘짜개바지 동무’, ‘이죽거리다같은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말맛은 시대적 현장감을 강화하며, 용정과 평양의 풍경은 마치 독자가 직접 걷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년 동주는 단순히 위대한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소설이 아니다. 꿈이 막혀 있던 시대에도 자신이 믿는 길을 선택했던 한 소년의 용기를 통해, 오늘의 청소년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무엇을 위해 흔들리고 있는가?”
별이 되기 전, 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서 시대를 넘는 비범한 용기가 자라났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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