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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이 온다 -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가?
아르빈드 나라야난.사야시 카푸르 지음, 강미경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평점 :

2025년, AI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대 화두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던 시기의 흥분이 다시 떠오를 만큼 AI는 강력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기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큰 낙관이 아니라 더 정교한 판단이다. 《AI 버블이 온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환상을 사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으로 AI 열광의 분위기에 제동을 건다.
책은 ‘탈것’이라는 비유로 시작한다. 자전거부터 우주선까지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의 단어로 부른다면 논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우리가 ‘AI’라는 말로 전혀 다른 기술을 뭉뚱그려 사고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생성형 AI와 예측형 AI로 명확히 구분한다. 《AI 버블이 온다》는 AI의 성능을 묻는 책이 아니라, AI를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되묻는 책이다.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예측형 AI를 향한다. 채용, 범죄 예방, 의료처럼 인간의 삶을 직접 가르는 영역에서 예측형 AI는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알고리즘은 불투명하고, 실패의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수백억 원을 들여 도입한 시카고의 총기 탐지 시스템 ‘샷스포터’, 동전 던지기와 다르지 않았던 의료 예측 모델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런 기술을 19세기 만병통치약으로 팔리던 ‘뱀기름’에 비유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AI가 ‘객관성’의 탈을 쓰고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역시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저자들은 이 기술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진정한 지능이 아니라 확률에 기반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확률적 앵무새’임을 분명히 한다. 변호사가 AI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는, 기술의 위험보다 인간의 과신이 더 큰 문제임을 드러낸다. 생성형 AI의 위험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것을 판단 주체로 착각하는 인간의 과신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AI 만능론도, 종말론적 공포도 택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되돌려준다. 이 AI는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가, 오차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누가 책임지는가. AI의 미래는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회에서 결정된다. AI가 우리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지금, 그 생태계를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기준선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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