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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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사키 유고, 김은모 역, [지뢰 글리코], 리드비, 2025.

Aosaki Yugo, [JIRAI GURIKO], 2023.

2024 MRC 대상

2025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4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5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25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24 본격 미스터리 대상

제77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제7회 이이다상

2023 SR 모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제37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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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기발함의 향연, 아오사키 유고의 [지뢰 글리코]는 일본에서 미스터리 10관왕을 달성한 만화(?) 같은 소설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평소에는 태평한 모습으로 촐랑거리다가 게임을 시작하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부가 펼쳐진다. [배틀로얄]처럼 피비린내 나는 데스게임이 아니라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유쾌한 대결이다.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에 '변형 규칙'을 더해 치열한 두뇌 싸움과 고도의 심리전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 같은 5개의 게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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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스님 쇠약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

포 룸 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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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愚)와 연기(煙)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다.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우직하게 옥상을 노리는 바보들의 싸움.

누가 이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토너먼트는 '구엔(愚煙) 시합'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선배도 그런 바보들 중 하나였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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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도립 호지로 고등학교는 창립기념 문화제인 '호지로 축제'가 열린다. 각 반과 동아리는 판매 부스와 이벤트 장소를 두고 경쟁하는데, 특히 옥상 사용은 승패가 갈리는 게임으로 결정한다. 일명 구엔 시합... 1학년 4반은 카레를 판매할 예정이고, 3학년 학생회는 오픈 카페를 하려고 한다. 결승전에서 1학년 이모리야 마토는 지난 2년간 옥상을 차지한 3학년 구누기 하야토와 '지뢰 글리코'를 하게 된다. 가위바위보 계단 오르기... 총 46개의 계단이고, 가위는 6계단, 바위는 3계단, 보는 6계단을 오른다. 변형 규칙은 각자 3개의 지뢰를 설치할 수 있는데, 만약 지뢰를 밟으면 10계단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가위바위보는 3의 배수로 계단을 오르고, 10계단 이후에 지뢰를 설치해야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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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가 떨어지면 일 년 날아가는 거고, 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아이를 키우다 잘못돼도 성장한 아이는 삭제 못 해. 그러니까 인생은 게임이 아니야."(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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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정형시인 와카(和歌) 백 선을 모은 선집 <백인일수(百人一首)>로 겨루는 카루타 동아리는 역 맞은편에 있는 카루타 카페에서 사소한 소동으로 전원 출입 금지를 당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학생회가 나서는데, 결국 마토는 카페 사장인 하타노와 '스님 쇠약 카루타'를 하게 된다. 카드 그림 맞추기... 총 100장의 그림패이고, 남자와 귀공녀와 스님이 있다. 변형 규칙은 남자 한 쌍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귀공녀 한 쌍은 무덤에 있는 패를 가져올 수 있고, 스님을 뒤집으면 갖고 있는 패를 전부 무덤에 버려야 한다. 카드는 남자가 66장, 귀공녀가 21장, 스님이 12장 그리고 세미마루라는 시인 패는 남자로도 스님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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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말할게. 나랑 게임하자. 내가 이기면 학생회에 들어오는 거야."

"......제가 이기면?"

"우키타 에소라와 맞붙게 해 줄게."

마토의 표정이 얼어붙었다.(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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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토의 활약은 학생회장인 사부리 니에코에게 알려진다. 포식자와 같은 회장은 마토를 학생회로 끌어들이려는데, 양쪽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를 하게 된다. 7전 4선승제이고, 가위바위보 외에 변형 규칙은 독자손이라는 비밀 기술을 쓸 수 있다. 내 정보를 숨기고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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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에쓰에서는 입학할 때 신입생 전원에게 S칩을 열 개씩 빌려줘. S칩을 삼 년간 간직하면 졸업할 때 보너스를 주지. 칩 하나당 십만 엔으로 환금할 수 있어."(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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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이에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상상이 가지? 녀석들은 S칩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어. 학생들끼리 칩을 걸고 게임하는 방식으로 말이야. 사실상 도박이지만 교내에 한정된 일이라 불법인지는 미묘하고, 학교 측은 묵인해."

"S칩을 차지하기 위한 게임은 '실력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대."(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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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명문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S칩을 가지고 '실력 향상'이라는 게임 대결이 성행한다. 외부에는 기밀이지만, 20년 전에 우연히 호지로 고등학교 학생회로 3개의 S칩이 들어왔고, 구엔 시합은 알게 모르게 승부에 자질이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토는 S칩을 회수하러 온 스도와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를 하게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총 5세트이고, 표적과 암살자로 나누어 표적의 구호와 암살자의 걸음으로 진행된다. 변형 규칙은 각 세트마다 입찰해야 하고, 표적은 50단어를, 암살자는 40걸음을 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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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서도 포석은 깔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모리야가 이길 거예요."

"지금까지는 그렇겠지." 니즈마 씨가 흔들림 없는 구누기 선배에게 똑 쏘아붙였다. "우키타는 그것도 전부 읽고 있어."(p.3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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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모리야 마토와 우키타 에소라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같은 중학교에서 친했지만, 졸업하기 전에 어떤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마토는 사과를, 에소라는 S칩을 받으려고 '포 룸 포커'를 하게 된다. 카드 3장으로 진행되는 일대 일 포커... 총 52장의 카드로 4라운드이고,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마다 3장의 카드를 받아 교환할 수 있다. 변형 규칙은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 클롭으로 이루어진 4개의 방으로 들어가 교환할 카드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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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갈색 머리에 짧은 주름치마와 헐렁한 카디건을 입은 소녀는 엉뚱하고 대책 없는 여고생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나중에 결과를 뒤집는 거대한 복선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끊임없는 수 싸움과 심리를 이용해 자기 꾀에 빠뜨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익숙한 놀이에 적용한 기발한 변형 규칙은 스릴 넘치는 정교한 미스터리를 완성한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재미를 넘어 쾌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이야기의 빌드업과 세계관의 확장은 아주 매력적이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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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원작 소설, 공식 출판작,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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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신영희 역, [오리엔트 특급 살인], 황금가지, 2002. 2013.

Agatha Christie,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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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하고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 논란(?)이 있는 듯하다. 하나는, 번역의 문제이다. 총 79권이라서 여러 번역가가 참여했고,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순서의 문제이다. 왜 출간 순으로 하지 않았을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장편 중에서 여덟 번째이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전의 사건을 언급하는(스포일러) 경우가 있고, 전집 14권 [커튼]에서 갑자기 죽어 황당했다는 후기도 있다. 왜 순서를 꼬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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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계급과 국적과 나이가 다 다르죠.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사흘 동안 함께 지내게 된 겁니다. 한 지붕 아래서 먹고 자고,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이 되면 각자의 길로 가서 다시는 서로 만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사고라도 나면......"(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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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는 시리아에 있는 프랑스 부대에서 어떤 사건을 해결했고, 이스탄불을 거쳐 런던으로 향한다. 이스탄불-칼레행, 심플론 오리엔트 특급을 타고 사흘간 유럽을 횡단하게 된다. 그런데 기차는 빈코브치와 브로드 중간 지점(발칸반도, 유고슬라비아)에서 폭설로 인한 눈사태로 멈춰 선다. 더구나 설상가상으로 승객 한 명이 살해되어 시신으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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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군요. 누군가 저기 서서 여러 번 찔러댄 모양입니다. 정확하게 몇 군데나 찔렸습니까?"

"열두 군데입니다. 한두 개는 그저 긁힌 정도지만 최소한 세 개는 치명적인 상처였습니다."(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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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굉장히 힘센 남자입니다. 또한 반대로 힘이 약한 여자이기도 합니다. 오른손잡이면서 왼손잡이기도 하고요. 아! 정말 묘하군요!"(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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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라쳇이라는 미국인이 침대 칸 객실에서 수면제를 먹고 칼에 찔려 죽었다. 사인은 12개의 자상으로... 깊은 상처와 경미한 상처가 있고, 죽은 뒤에 생긴 상처도 있으며, 범인은 오른손과 왼손을 전부 사용했다. 피살자의 본명은 카세티이고,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암스트롱 유괴 사건'의 범인이다. 푸아로와 벨기에 국제 침대차 회사의 중역 부크 그리고 그리스인 의사 콘스탄틴을 제외하고, 객차에는 차장과 승객 12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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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피에르 미셸, 프랑스인, 차장, 15년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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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헥터 매퀸, 미국인, 피살자의 비서

02. 에드워드 매스터맨, 영국인, 피살자의 하인

03. 캐롤라인 허바드 부인, 미국인, 자신의 딸 자랑에 심취해 있다.

04. 그레타 올슨, 스웨덴인, 간호사

05. 나탈리아 드래고미로프, 공작부인, 러시아인으로 프랑스로 귀화

06. 07. 안드레니 백작 부부, 헝가리인, 외교관 신분

08. 아르버스넛, 영국인, 인도 주둔 영국군 대령

09. 사이러스 하드맨, 미국인, 뉴욕 맥닐 탐정 사무소 소속 사립 탐정, 피살자를 경호

10. 안토니오 포스카렐리, 이탈리아인으로 미국으로 귀화, 포드 자동차 중계상

11. 메리 더벤햄, 영국인, 가정교사

12. 힐데가르데 슈미트, 독일인, 공작부인의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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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점이 증명되지 않는군요. 두 사람이 함께 관련되어 있다면, 서로 상대방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줘야 하지요. 그래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더벤햄 양의 알리바이는 생전 처음 만난 스웨덴 여자가 증명해 주고, 아르버스넛 대령의 알리바이는 죽은 사람의 비서인 매퀸 씨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답니다."(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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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는 식당차에서 한 사람씩 불러 증언을 듣는다. 사망 추정 시각은 새벽 1:15경이고, 용을 수놓은 주홍색 잠옷과 여자 같은 목소리의 키가 작고 검은 머리인 남자에 관한 목격담이 이어진다. 각각의 증언과 알리바이는 일치하는 듯 보이지만, 뭔가 수수께끼 같은 의구심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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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렇다면 기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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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가장 관심을 끈 점은 이스탄불을 떠난 다음날 부크 씨가 식당차에서 내게 한 말이었습니다. 모든 계급과 모든 국적을 대변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기차 안에 모여 있어서 흥미롭다는 말이었지요. 난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말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도대체 어떤 곳에 이렇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보았습니다. 답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이라면 한 집안에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습니다..."(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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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은 열두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엔 열두 사람의 승객이 있습니다. 라쳇 씨는 열두 차례 칼에 찔렸습니다. 이것으로 내내 의아했던 것, 왜 이런 한산한 때에 이스탄불-칼레행 열차에 승객이 많이 몰렸는지를 알게 됐습니다."(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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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을 읽으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와 구조적으로 대칭을 이룬다는 생각을 한다. 두 작품은 모두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클로즈드 서클)이고,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현재의 밀실로 모였고, 법이 심판하지 못한 악인을 단죄하는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결말은 흥미롭게 갈리는데, 주요 인물 전원이 공범이거나 아니면 전원이 피살되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탐정의 유무와 그에 따른 결말은 대조를 이루지만, 묵직한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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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ㅣ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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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미치코, 권남희 역,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문예춘추사, 2022.

Aoyama Michiko, [MOKUYOUBI NIWA COCOA WO], 2019.

제1회 미야자키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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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간혹 우연한 기쁨이 있다. 실수를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인 경우 말이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지름길이었다든가... 사려고 한 물건이 품절이라 그냥 오기 뭐해 다른 걸 골랐는데, 그게 더 적합하다든가... 계획이 틀어져 어쩔 수 없이 플랜 B로 진행했는데,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는... 정말 하늘이 도운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은 12개의 연작 단편으로, 하나같이 우연이 가져온 꿈같은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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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참담한 달걀말이

자라나는 우리

성자의 직진

만남

반세기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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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랄프 씨의 가장 좋은 하루

돌아온 마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삼색기의 약속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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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단편은 15페이지 정도로 짧고, 중심이 되는 컬러가 나오고, 등장인물은 알게 모르게 연관이 있고, 일본 도쿄와 호주 시드니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이 연결되는 등 짜임새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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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앉으시던 자리 말입니다. 좋아하는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 힘이 날 때가 있잖아요."(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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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 도쿄의 어느 주택가에 있는 작은 카페, 마블 카페에서 일하는 와타루는 목요일 오후 3시에 와서 코코아를 주문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진다. 어느 날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코코아를 서빙하다가 실수로 몇 방울을 흘렸는데, 그것은 우연히 편지지 위해 갈색 하트 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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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동그란 것도 우수해. 깊고 묵직해서 사용하기가 아주 편해. 볶음이나 마파두부 만들 때는 그게 최고야. 파스타도 삶을 수 있고. 아무리 새것이고 쓰기 편리해도 달걀말이 팬에 중화요리는 맡길 수 없지. 맞는 도구가 있는 거야."(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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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테루야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아사미는 회사에 다닌다. 남편의 그림이 인스타그램에서 알려져 교토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고, 그녀는 며칠 동안 아들 다쿠미를 유치원에 등하교 시키며 돌봐야 한다. 문제는 도시락, 노란색 달걀말이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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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네일이 예쁘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게 손톱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된 건 확실해요. 하지만 에나 선생님이 네일을 지운 뒤, 야스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대요. 에나 선생님 손톱 예쁘죠, 하고.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뭐든 즐겁게 노력하다 보면 에나 선생님처럼 예쁜 손톱이 돼요. 어른 되면 예쁜 색 발라서 멋내고 싶죠? 건강한 손톱이라면 더 멋져요, 하고"(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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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에나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네일 금지라는 암묵적 규칙이 있는데, 동창회에 가면서 칠했던 매니큐어를 깜빡 잊고 지우지 못했다. 아이들은 핑크 손톱을 보고 예쁘다고 말했지만, 곧 학부모의 항의로 선배 교사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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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다른 손님 생각해서 가게를 나가주시는 매너 좋으신 분 같습니다."

허를 찔렸다. 내가 비상식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상식적인 일이기도 한 건가.(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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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야스코는 절친의 결혼 소식을 듣고 마음이 복잡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라 잘 안다고 여겼는데, 불쑥 이혼 예정인 남자를 만난다고 하니 그녀의 상식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썸싱포, 마더구스의 노래에서 유래된 것으로...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그리고 파란색으로 된 것을 신부가 지니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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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사랑이란 어려운 걸까요?"

...

"그러게. 몹시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아주 간단한 일이기도 하죠. 사랑하려고 마음먹고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사랑은 원래 굉장히 자유로운 거잖아요."(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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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리사와 히로유키는 호주에서 신혼여행 중이다. 타롱가 동물원에서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금혼식 여행을 하는 노부부를 만나는데, 그들은 마치 운명의 붉은 실로 맺어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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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 거짓말하지 않았네요."(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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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y. 젊은 시절 미사코는 "당신 같은 밋밋한 사람하고 같이 살아도 재미없을 거예요. 나는 멋있는 남자를 좋아해요."라고 말했을 때. 신이치로는 "멋있어지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지금은 밋밋해 보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멋진 로맨스그레이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50년을 함께 살았다. *신이치로와 미사코 노부부는 소설 [일요일의 놀이공원](문예춘추사, 2026.)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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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계속 그려. 너의 초록색을 구원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네가 그리는 것은 '너'이고 '당신'이야.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한테 딱 맞는 한 장을 발견할 거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p.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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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어릴 때부터 초록색 그림만 그리던 유별난 아이, 유(YOU)는 어른이 되어 초록색을 그리러 호주에 왔다. 그녀는 초록색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노랑과 파랑에 여러 가지 색을 조금씩 섞어 나만의 초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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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있잖아, '되고 싶은 나'라는 거래. 무슨 색을 골랐나 하는 것보다 그 이유 쪽에 해답이 있어. 저기, 랄프. 지금 당신이 말한 오렌지색은 '되고 싶다'기보다 그야말로 당신 그 자체인걸."(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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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보타닉가든 옆에 있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 Ralph's Kichen은 오렌지색이 트레이드 컬러이다. 랄프는 3년 전 옆집에 사는 여자를 좋아했는데, 갑자기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오렌지색이라고 대답했다. 즐거운 색, 빨간색만큼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노란색만큼 기발하지 않고, 사람을 밝게 맞이해주는 건강하고 유쾌한 기분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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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쿼이즈 블루(밝은 청록색을 띤 터키석 색-옮긴이)."

"왜?"

"신비롭잖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를테면 당신이 오렌지색 속에서 나를 기다리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듯이."(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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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quoise. 신디는 마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터키석을 몸에 지니고, 일본어로 된 주문을 외운다. 커서는 식물의 약효와 효능을 연구하고, 아로마 요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좋아하는 옆집 남자에게 마법을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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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쓰코의 까만색은 다른 사람과 달라. 네 눈동자에는 얼룩이 없어. 그래서 여러 가지 것이 또렷하게 비쳐.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도 너한테는 잘 보일 거야."

내 눈, 지금까지 좋아한 적도 싫어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내게도 특별한 힘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용기가 솟았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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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검은 눈동자의 아쓰코는 번역가이다. 오늘의 그녀가 있기까지... 펜팔을 하며 도움을 준 친구, 지금의 남편, 그리고 출판사를 소개해 준 마스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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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날 수도 있대. 어떤 사람이 그렇게 가르쳐 주었어."

...

"가을까지 꼭 병을 고쳐서 도쿄에 갈 게. 마코와 함께 벚꽃을 볼 거야."(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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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메리는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와 가까워진다.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 풍경... 호주는 10월에 자카란다의 꽃잎을, 일본은 4월에 벚꽃을 보며 봄을 느낀다. 그녀는 친구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삼색기가 그려진 항공우편으로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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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고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첫눈에 반하기'만 있는 게 아니라 '첫소리에 반하기'도 있다는 걸.

나는 마음속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코코아 씨.'(p.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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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사랑하면 마음도 통하는 것일까? 눈이 오는 하얀 겨울날, 그들은 서로 같은 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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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전부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알게 모르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삶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사랑을 준비하고, 꿈을 키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인생을 마무리하고, 나를 발견하고, 절망 중에 희망을 보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나의 말과 행동이 돌고 돌아서 누군가에게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기쁨을 주었으면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소설처럼 잘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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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놀이공원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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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미치코 글,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역, [일요일의 놀이공원], 문예춘추사, 2026.

Aoyama Michiko, Tanaka Tatsuya, [YUENCHI GURUGURUM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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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은 좋아하지만, 놀이기구 타는 것은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전자는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어지럼증(현훈) 때문이다. 그래도 누가 가자고 하면 빠지지 않고 가서 가벼운 것으로만 즐긴다. 그런데... 아, 놀이공원에 가본 지가 언제였던가? 이제는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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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놀이공원]은 아무런 정보 없이, 단지 번역가를 보고 선택했다. 아오야마 미치코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문예춘추사, 2022.),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네오픽션, 2020.)... [인어가 도망쳤다](해피북스투유, 2025.)를 출간했는데, 작가는 잘 몰라도 작품의 제목은 아주 익숙하다. 타나카 타츠야는 미니어처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이다. 놀이공원에서의 하루라는 설정으로 8개의 힐링 단편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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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회전 놀이기구

푸드코트

롤러코스터

이벤트 스테이지

스윙머신

수영장

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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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세상에는 '구루구루메'라는 아주 미미한 틈새가 있대요. 환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 틈에 있어서, 양쪽 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멋진 공간이죠."(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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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카 아오타 유원지'는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곳을 '구루구루메'라고 부른다. '山中靑田'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네 글자는 모두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룬다. '구루구루'는 '빙글빙글'이고, '메'는 '눈'이라는 뜻이다. 도는 놀이기구가 많아 눈이 핑핑 돈다고도 하고, 빙글빙글 돌며 줄을 설 만큼 푹 빠지는 곳이라고도 하고, 피에로가 시간마다 유원지를 빙글빙글 돈다고도 하며... 저마다의 해석을 붙이지만,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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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논의 등을 향해 살짝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유논에게 이 손은 절대 닿지 않는다.

너는 언제나 바로 앞에 있다가, 내가 다가가려 하면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 버린다.

빙글빙글 계속 돌고 도는 회전목마.

정말, 나와 유논의 관계 그 자체 같다.(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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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회전목마, 겐토는 햄버거 가게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논과 첫 데이트를 한다.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고동치고, 섣부른 고백으로 오히려 어색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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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피에로도 처음부터 그렇게 적당히 간을 하진 않았을 거야. 그 '적당히'가 진짜 적당량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팝콘을 만들었을까."(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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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회전 놀이기구, 사리와 아오이는 스물다섯 살 동갑으로, 요리 교실에서 만나 절친이 되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사리는 최근 사내 공모전에서 후배에게 밀리는 등 우울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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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나무젓가락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운명의 빨간 실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두 개가 꼭 붙어 '한 짝'이 된 우리. 하지만 나무젓가락이 제 역할을 하는 건 젓가락 봉투에 들어 있을 때가 아니다. 각자가 독립해 움직일 때다.

한 쌍이면서도 좌우가 각자의 몫을 맡는다. 떨어졌다가 다시 붙고, 그러면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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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12시 푸드코트, 신이치로와 미사코는 칠십 대 노부부로, 같은 직장에서 만나 50여 년을 함께 살았다. 서로를 보듬으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행복한 결혼생활, 하지만 하나의 나무젓가락이 둘로 쪼개져야 하듯 앞으로의 두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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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심코 들었는데 hot dog의 속어는 어떤 뜻인지요?"

앞으로 나아가면서 물어보았다.

엄마는 빙그레 웃더니 엄지를 내밀었다.

"해냈다, 입니다."(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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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 롤러코스터, 날씨 좋은 일요일의 놀이공원에서 에가미 준은 젊은 연인과 사이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노년 부부 사이에서 홀로 주방용품 영업을 하고 있다. 목적한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온 김에 놀고 가라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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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의 용사는 나쁜 사람에게 폭력을 써도 되는가...... 정말로?"(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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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이벤트 스테이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열한 살 리호와 다섯 살 다이고는 히어로 쇼를 보러 왔다. 썰렁하고 지루한 내용이지만, 아들은 집중해서 본다. 공연은 절정에 이르고, 영웅이 액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려고 할 때... 갑자기 다이고는 영웅을 향해 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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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혼자 입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내가 말하자, 카에데가 가볍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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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타임아웃 하면 되잖아."(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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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스윙머신, 결승전 시합을 마치고 농구부 주장 에미리, 에이스 키호, 분위기 메이커 메미, 매니저 카에데 이렇게 넷은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난 뒤 입시 공부에 전념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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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보장도 없는 세계에서, 수많은 피에로가 활동하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손님들을 만나고 있어요. 지구상에 단 한 사람뿐인 피에로로서 말이에요."(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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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수영장, 피에로의 짧은 휴식 시간, 먼 나라에서 태어나 세상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연하다가 어느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북을 치며 시간을 알리고, 손수레를 밀며 요리하는 특별한 피에로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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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차는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놀이기구일까요.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은 훌륭하고, 유유한 자태는 어느 유원지에서나 상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몇 시간을 타고 있어도 제자리일 뿐인데, 한순간에 머나먼 세계까지 데려다주는 마법의 상자.

그 상자들이 몇 개고 이어져서 종일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그게 바로 관람차입니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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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관람차, 수줍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한순간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친구, 앞으로를 바라보는 노부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영업사원, 소중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새로운 결심으로 다시 시작하는 친구들, 되살아난 정열... 그들은 관람차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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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즐기고, 웃는... 놀이공원에서의 하루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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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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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김남주 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2002. 2013.

Agatha Christie, [AND THEN THERE WERE NONE],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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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작품의 제목과 중심 모티브가 되는 동요(자장가)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1939년 영국 초판 발행 당시의 원제는 [열 명의 흑인 소년](Ten Little Niggers)이었고, 1940년 미국에서 출판할 때부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또는 [열 명의 인디언 소년](Ten Little Indians)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영국과 일부 국가에서는 원제와 동요 가사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비판이 거세지면서 영국은 1985년 판본부터 공식적으로 제목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변경했다. 현대에는 문제가 되는 단어를 수정하고, 동요를 '열 명의 꼬마 병정'(Ten Little Soldier Boys) 등으로 바꾸어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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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되는 섬의 이름도 영국 초판에는 '흑인 섬'(Nigger Island)이었다. 이후 미국판에서 '인디언 섬'(Indian Island)으로 바꾸었다가, 현대에는 미국 원주민에 대한 비하 논란마저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병정 섬'(Soldier Island)으로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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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 섬이라? '석탄더미 속의 병정'처럼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섬이군."(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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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영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적 동요와 표현을 추리소설의 핵심 트릭이자 장치로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나, 현재는 모든 차별적 요소를 정화한 수정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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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서 기도하라. 깨어서 기도하라. 심판의 날이 다가왔도다."

노인은 통로에서 플랫폼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드러누운 채 그는 블로어를 올려다보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에게 하는 말일세, 젊은 친구. 심판의 날이 눈앞에 와 있다네."(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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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수많은 오마주를 통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암시에 주목했는데, 개개인의 서사와 세밀한 설계가 압권이다. 그렇게 백만장자가 구매해 호화로운 저택을 지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한 병정 섬에 초대(고용) 되어 모인 사람은 총 열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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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로렌스 워그레이브, '교수형 판사'라고 불리던 은퇴한 판사, 레이디 콘스탄트 컬밍턴의 편지를 받고 섬에 왔다.

02. 베라 클레이슨, 학교 교사, 휴가철에 오웬 부인의 임시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03. 필립 롬바드, 육군 대위 출신, 누군가로부터 거액의 보수와 비밀스러운 임무를 전달받았다.

04. 에밀리 브렌트, 독실하고 완고한 65세 부인, 과거 휴가지에서 알게 된 사람의 초대로 여름휴가를 보내러 왔다.

05. 존 맥아더 장군, 참전용사, 옛 친구를 만나 그 시절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해서 초대에 응했다.

06. 에드워드 암스트롱 박사, 저명한 의사, 오웬 부인의 신경과민 증세를 진료하기 위해 왔다.

07. 앤터니 매스턴(토니 매스턴), 멋있는 외모와 속도를 즐기는 드라이버, 지인의 전보를 통해 파티에 초대되었다.

08. 윌리엄 블로어(데이비스), 경찰 경감 출신의 사립탐정, 신분을 감추고 오웬 부인의 보석 때문에 참석자를 감시하라는 의뢰를 받았다.

09. 토머스 로저스, 저택의 집사 겸 관리인으로 고용되었다.

10. 에델 로저스, 저택의 요리사 겸 가정부로 남편과 함께 고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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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대부분은 오웬 부부(얼릭 노먼 오웬, 유어 낸시 오웬 - U. N. Owen = Unknown, 익명의 존재)로부터 편지나 의뢰를 받았고,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전부 살인사건하고 관련되어 기소된 적이 있었다. 앞에서는 하나같이 냉정한 모습으로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뒤에서는 순간순간 망령에 사로잡혀 그때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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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병정이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병정이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병정이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병정이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병정이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병정이 바다 항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병정이 동물원 산책 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병정이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병정이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p.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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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식탁 한가운데 놓인 회전 유리판 위에 도기로 된 꼬마 인형들이 놓여 있었다.

"병정 인형들이군."

...

"정말 재미있군요! 이건 자장가에 나오는 열 꼬마 병정 같아요..."(p.48)

​

첫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죄악이 축음기를 통해 울려 퍼진다. 곧이어 동요 가사에 맞추어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때마다 병정 인형도 하나씩 줄어든다. 폭풍우가 몰려오고, 고립된 섬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심리적 압박으로 서로를 의심하게 한다. 누군가 교묘히 법망을 피해 달아난 범죄자를 심판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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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발표작인데, 열 명의 등장인물과 열 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구조,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과 죄의식에 관한 묘사는 현대 미스터리의 원형이라고 불릴 만큼 치밀하고 섬세하다. 사법정의가 실현되지 못한 상황에서 숨은 자경단의 활약이나, 사적 심판(또는 광기 어린 집착과 왜곡된 정의감)의 윤리성은 고민해야 하겠지만,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인간 심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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