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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가연물], 리드비, 2024.
Yonezawa Honobu, [KANEMBUTSU],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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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복 많은 요네자와 호노부는 소설 [가연물]을 통해서... [야경](엘릭시르, 2015.), [왕과 서커스](엘릭시르, 2016.), [흑뢰성](리드비, 2022.)에 이어 네 번째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추리 소설로 나오키상과 이런저런 상을 받은 것을 보면, (우리하고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본의 취향에는 잘 맞는가 보다. '가연물'(可燃物)은 불에 잘 타는 물질을 뜻하며, 다섯 개의 단편 모음이다.
낭떠러지 밑
졸음
목숨 빚
가연물
진짜인가
군마현을 배경으로, 현경 본부 형사부 수사 1과 가쓰라 경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 소설, 본격 미스터리이다. 각각의 단편은 내용과 분량이 균형 있게 펼쳐져 있는데, 짧은 분량 때문인지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어 하드보일드의 성향을 드러낸다. 사건 발생 후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 개요-현장 감식-진술 확보-정보 수집-용의자 심문-수사 회의가 이루어진다. 수사본부는 매우 조직적이고 냉엄한데, 정보 공유를 통해서 수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건을 해결해 간다. 가쓰라 경부는 뛰어난 능력과 비교해서 독선적인 면이 있는데, 그는 메타분석이 뛰어나 수집한 정보를 들여다보며 남이 보지 못한 것을 찾는다. 왜? 어떻게? 그래서? 의 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단편의 제목이 핵심 단서를 제공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문제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 흉기는 현장에 있었지만 그것이 흉기라는 사실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번째 경우. 흉기는 현장에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흉기가 현장에 있었지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도 성립한다.(p.44)
'낭떠러지 밑'은, 스키장에서 조난 사고가 일어난다. 코스에서 벗어나 백컨트리를 하다가 두 사람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한 명은 목의 자상으로 사망, 다른 한 명은 중상이다. 구조대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 살해 도구가 없다. 무엇을 흉기로 사용했을까?
교통정리원, 편의점 점원, 대학생, 의사, 이 네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가 있을 터였다. 그게 무엇일까?
가쓰라는 먼저 문제를 두 가지 경우로 나누었다. 네 명의 증언이 진실이었을 경우와, 거짓이었을 경우다.(p.114)
'졸음'은, 새벽에 강도치상 용의자를 미행하는 중 용의자 차량이 교차로에서 사고를 일으킨다. 공사장 교통정리원, 편의점 점원, 컴퓨터 게임을 하던 대학생, 퇴근하는 의사는 목격자로 진술이 일치한다. 네 명의 증언이 똑같아서 의문이다.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어째서 시체를 절단해 사방에 흩뿌렸는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어째서 하루나 산기슭 '기스게 회랑'에 뿌렸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기스게 회랑'은 정비된 데크 산책로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어 여름에는 가족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행락지다. 어째서 범인은 시체를 버릴 장소로 '기스게 회랑'을 선택했을까?(p.170)
'목숨 빚'은, 산책로에서 신체 절단 부위가 발견된다. 산을 수색해서 나머지 부위를 찾아내고, 신원을 확인해서 용의자를 특정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체 절단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서인데, 왜 절단한 신체를 사방에 흩뿌려 놓았는지 의문이다. 범인의 목적은 무엇인가?
가쓰라가 불쑥 중얼거렸다.
"어째서 쓰레기일까?"(p.251)
'가연물'은 쓰레기 수거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된다. 연쇄방화를 의심하고 수사를 하는데, 쓰레기 수거함에서 수거일 전에 내놓은 쓰레기를 타깃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 어째서 쓰레기일까? 탐문과 잠복을 하고, 방범 카메라를 분석하고, 언론 보도가 된다.
가쓰라가 대답했다.
"시간의 문제야. 미타무라, 이 정보는 아직 본부에 공유하지 않았지만 현장 지휘관에게 우선적으로 전달하겠다. 아오토를 주의해."(p.321)
'진짜인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인질극으로 경찰과 대치 중이다. 갑자기 "도망쳐"라는 소리와 비상벨이 울려서 직원과 손님 대다수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특수계를 투입하기 전에 건물에 남아 있는 사람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도 윗선도 자네 팀의 검거율은 높이 사고 있네. 하지만 가쓰라 팀은 너무 자네의 원맨팀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어. 자네의 수사 수법은 독특해. 어디까지나 규범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훌쩍 뛰어넘는다. 그건 아마도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수법이 아닐 테지. 부하들이 실력을 쌓지 않으면 현경의 수사력은 저하된다."
"부하들을 더 키우라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이 아니야. 스스로 성장해야지. 다만, 나는."(p.242)
현장 상황의 자세한 묘사, 수사 회의를 통한 정보의 공유, 상명하복의 문화... 등 경찰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수집한 정보의 분석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본격 미스터리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시종일관 철저하고 엄숙한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부담스러운데,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상을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