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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아키요시 리카코, 임희선 역, [배틀 아일랜드], 하빌리스, 2025.
Akiyoshi Rikako, [MUJINTO ROYALE], 2023.
무인도에 딱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식량과 물과 약품을 준비하겠다는 현실적인 대답이 있을 수 있고, 고급 위스키와 값비싼 시가와 반려견을 데려가겠다는 개성 있는 답변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품성과 성격, 성향과 기호를 확인할 수 있다. 도심에서 벗어난 동네의 작고 어두컴컴한 지하 술집 '아일랜드'에 모인 손님들은 무인도 여행에 관해서 대화를 나눈다. 왜 하필이면 무인도인가?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좋은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서, 사람에게 치여 속 뒤집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바다낚시와 스노클링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아니, 이건 처음부터 자기가 고른 세 가지 아이템으로 지낸다는 콘셉트니까."
"그렇지. 물론 지금처럼 9명이 함께 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제조건에서 어긋나는 거지만 말이야. 원래는 무인도에 혼자 있다는 설정이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같이 가도 서로 나눠 쓰기는 없는 걸로."(p.37)
다 같이 무인도에 가 볼까? 술집 마스터와 한 쌍의 커플을 포함한 아홉 명은 뜬구름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로 한다. 여행 기간은 알아서 하는 것으로 하고, 각자 세 가지 아이템을 준비한다. 기능이 있는 물건은 한 개의 아이템으로 취급한다. 혼자서 가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아이템은 공유하지 않는다. 본토에서 배로 6시간 떨어진 아름다운 섬, 마치 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 도착한 첫날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오무라 슈이치(30대 샐러리맨, 리리코의 약혼자) : 리리코, 에어 매트리스, 고기(차슈)
- 이시하라 리리코(부잣집 딸, 백수, 슈이치의 약혼자) : 슈이치, 선크림, 메이크업 박스
- 유우 고이치(30대 유튜버) : 스태빌라이저가 내장된 비디오카메라, 태양열 충전기가 달린 배낭, 서바이벌 나이프
- 가와카미 고로(30대 영업직, 럭비 선수 출신) : 낚싯대, 만능 나이프, 술(오니고로시 청주)
- 이츠키 다이스케(공무원, 서바이벌 게임 마니아) : 공기총, 모조 장검, 술(이이치코 보리소주)
- 요시다 노보루(35세 과학 학원 강사) : 스노클링 마스크, 오리발, 고기(로스트비프 덩어리)
- 스에히로 게이고(대학생, 캠프와 야외활동을 좋아함) : 서바이벌 나이프, 미니 오토바이, 술(블랙닛카 위스키)
- 아미노 마모루(40대 의사) : 쌍안경, 고기(로스트한 양고기), 술(야마자키 위스키)
- 마스터(술집 아일랜드의 주인, 상속받은 무인도의 소유자) : 술(보모어 위스키), 육포, 마른안주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술집 마스터와 타고 온 배가 사라진다. 그리고 유우의 카메라에 담긴 배틀 로열의 메시지를 보고 모두는 혼란에 빠진다. 무인도에서 서로를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한다. 상금은 10억 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만이 섬에서 나갈 수 있다. 여덟 명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유용성으로 편을 가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은 무너지고 상금에 욕심을 부린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어서가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이 그룹에 들어오지 못한 유우가 이츠키랑 한패가 되는 겁니다."
"아......!"(p.229)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는 나이프와 낚시 도구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물건이 있고, 메이크업 박스처럼 불필요한 물건이 있다. 아웃도어 활동과 캠핑에 익숙한 사람이 있고, 자연과학과 의학지식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바다에는 독을 품은 물고기가 살고, 숲에서는 독버섯이 자란다. 공복과 탈수로 머리가 아프고, 극한 긴장과 수면 부족으로 피로한 상황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상대를 속이고 속는 심리전이 펼쳐진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 무인도를 배경으로 각자가 준비한 세 개의 아이템으로 생존 경쟁을 벌인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등장하는 인물은 직업과 취미적인 특성으로 개성을 잘 드러낸다. 여덟 사람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물리적인 대결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을 가르고, 배신하고, 아이템을 빼앗고, 함정을 파고,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서 상대를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은 논리적이다. 복선을 좀 더 심어두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한여름에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