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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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역, [특수청소부], 블루홀6, 2024.

Nakayama Shichiri, [TOKUSHUSEISONIN], 2022.

(일본 미스터리를 읽는) 주위에서 흔히 나카야마 시치리를 히가시노 게이고 다음이라고 말한다. 다작으로 유명하고, 묵직한 글 솜씨에 반해서 나오는 찬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느 것을 읽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이번에 [옆방에 킬러가 산다](북플라자, 2020.)와 [특수청소부]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게 과연 나카야마 시치리의 글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 4개의 단편 모음이다.

기도와 저주

부식과 환원

절망과 희망

엇갈린 유산

특수청소는 쓰레기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집 등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가리킨다. 최근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 성장 산업으로 인기를 끌 정도라고 한다. '엔드 클리너'는 집 청소뿐 아니라 공양, 유품 정리, 가구 매입, 리노베이션, 집 매입까지 의뢰를 받는다.(p.13)

고독한 죽음의 사연, 일반적인 청소가 아니라 쓰레기로 가득한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직업적 사명,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에서 일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가 떠오르고,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은 아주 좋다. 엔드 클리너의 대표 이오키베 와타루는 경시청 수사 1과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5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다. 직원 시라이 히로시와 아키히로 가스미는 코로나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특수청소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일을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의뢰인은 가끔 거짓말을 하거든. 사람은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어. 설령 그것이 선의의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할 방법이 없어. 소원도 다들 비슷하지."

"다들 뭘 원하는데요?"

"내 마음을 헤아려 줘, 라고 나는 생각해."(p.45)

'기도와 저주'는, 한때 외제차 판매회사에서 잘나가던 여자는 실직 후 집에서만 지내다가 뇌경색으로 사망한다. 한 달 반 만에 시신이 발견된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유독 옷장의 정장은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엄마는 딸의 유품을 거절하고, 그냥 잘 정돈된 깨끗한 방에서 잠자듯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 해달라고 요청한다.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일어난 집이면 의미 없어요."

"그런 집을 되살리는 것도 우리 일이야."

사망한 거주자의 넋을 달래는 것은 승려의 역할이지만 고인의 원한이 서린 집을 정화하는 일은 이오키베와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p.86)

'부식과 환원'은, 벤처회사 대표가 온열 욕조에서 목욕 중 급사한다. 시신은 42도의 뜨거운 물에 일주일 동안 방치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녹아버렸다. 평소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여직원과도 사귀었다고 하는데, 갑질을 당했다는 비서와 성희롱을 당했다는 홍보과 직원과 정신적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영업과 직원이 찾아와 유품을 나누어 달라고 한다.

- 특수청소란 사는 곳에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야. 스님처럼 성불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에 서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 서린 넋을 위로한다는 사고방식이 맑고 경건하게 느껴졌다. 높은 월급과 존경할 수 있는 상사의 존재라는 장점이 3D라는 악조건을 능가했다.(p.156)

'절망과 희망'은, 전기가 끊긴 집에서 젊은 남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다. 보름 만에 발견된 죽음의 자리를 청소하는데, 사망자는 대학교 때 밴드를 같이한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옛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유품을 정리하며 노트북에서 생전에 작곡한 음악 파일을 발견한다.

"제 입장상 대놓고 말하기 뭐하지만 '자손을 위해 기름진 땅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격언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p.252)

'엇갈린 유산'은, 거대한 부를 축적한 노인이 저택에서 협심증 발작으로 사망한다. 일주일 동안 시신이 방치된 침실을 청소하다가 침대 아래에서 비밀 금고를 발견한다. 금고에는 유언장이 들어 있었고, 세 딸에게 균등하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다른 유언장이 배달된다.

특수청소 의뢰를 받으면, 견적을 내고... 방호복을 착용하고, 어질러진 쓰레기를 치우고, 살충제를 뿌리고, 오염 물질을 닦아내고, 탈취제를 뿌리고... 유품을 정리하고, 경찰서에 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유가족과 동료에게 유품을 전달하는 과정은 매우 전문적이다. 그리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과 힐링 소설을 동시에 읽는 기분이다. 흥미로운 소재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 따뜻하지 않고, 짜릿하지 않고, 교훈적이지 않은 어정쩡한 느낌이다. 아, 시리즈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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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 킬러가 산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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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최재호 역, [옆방에 킬러가 산다], 북플라자, 2020.

Nakayama Shichiri, [TONARI WA SERIAL KILLER], 2020.

[옆방에 킬러가 산다]는 로렌스 블록의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다. 하지만 올해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엉성하다. (스포일러 주의!) 가슴이 작은 이유로 큰 가슴의 여자를 무참히 살해한다는 내용은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야 할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사회적 메시지는 물론이고 논리와 개연성이 매우 빈약하다. 아쉽게도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해서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당황스럽다!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모국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본에 와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그것을 빌미로 '니시무라 정밀'에서는 약정된 야근 수당을 지불하지 않고, 기본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그냥 값싼 노동력일 뿐이다.

노동청에 고발할 사유지만 기능실습생들이 항의하지 않는 것은 그들도 나름대로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p.20)

한여름 밤 새벽 2시를 넘긴 시각, 옆방에서 샤워 소리와 함께 뭔가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속 도금 회사에서 일하는 코타리 토모야는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새벽마다 이어지는 수상한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어서... 옆방에서 지내는 외국인 기능실습생 쉬하오란을 의심, 경계한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 연달아 실종되고, 인근에서 여성의 절단된 신체 일부가 발견된다. 작은 체구에 어눌한 말투의 외국인은 정말로 킬러일까?

존재하는데도 호적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p.254)

"타인의 신분을 사서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고죠 미키히데와 처음부터 호적상의 신분 없어 새로운 삶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쉬하오란. 두 사람이 마치 거울에 비친 한 인간처럼 느껴지네요."(p.281)

경찰에 신고해서 옆방을 수색하면 진상은 쉽게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증거주의로 남의 방을 함부로 뒤질 수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코타리는 과거의 실수로 신원을 감추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밤중에 쉬하오란의 뒤를 밟기도 하고, 익명으로 제보를 해보기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일은 조금씩 꼬여서 상황은 틀어진다. 이제는 자기의 여자친구마저 위험에 빠지는데,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처럼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인데, 억지로 꿰어 맞춘 듯한 결과가 아쉽다. 탄탄한 구성과 묵직한 글맛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누가? 어떻게? 왜? 에 관해서는 허탈하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일정하지도 않고... 아, 시리즈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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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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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아키코, 이연승 역, [기만의 살의], 블루홀6, 2021.

Miki Akiko, [GIMAN NO SATSUI], 2020.

이번에도 취향 저격, 숨은 명작의 발견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모호한 문학성이 아닌 짜임새와 개연성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뜻대로 되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계획은 그럴듯했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인간의 욕심,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가문을 되살리려 했고, 사랑을 갈망했지만... 잘못한 선택으로 몰락의 길을 간다. 그해 여름에 일어난 사건은 관련자 전부를 불행의 늪에 빠뜨린다.

그날은 니레 가문의 선대 당주인 니레 이이치로의 오칠일이라 새로운 당주 니레 하루시게를 비롯한 가족과 친분이 두터운 일부 관계자들이 모여 법요식을 치렀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 범행과 살인. 실제로 사건이 이보다 큰 모독도 없을 것이다.(p.14)

1966년 7월 니레 가문의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니레 이이치로는 후쿠미시 시의회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고, 법무사무소의 대표이고,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였다. 자신의 뒤를 이을 큰 아들 이쿠오가 갑작스럽게 병사하자, 자수성가한 변호사 하루시게를 데릴 사위로 들인다. 손자 요시오가 장성할 때까지 집안과 법무사무소를 임시로 맡기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이이치로가 사망한 뒤 권력을 두고 불안과 혼란, 기대와 야망의 감정이 꿈틀거린다. 장례를 치르고, 오칠일 법요식 행사를 마친 후 가족과 관계자 열 명은 저택의 식당에서 음식과 간식을 먹다가... 큰 딸 사와코와 손자 요시오가 독살된다. 하루시게는 권력욕으로 아내와 양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그러나 그날 사와코와 요시오를 죽인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무죄입니다. 그리고 도코님. 실은 도코님도 제가 무죄인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p.76)

2008년 10월 이이치로의 작은 딸 도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혐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으로 수감되었던 하루시게가 42년의 옥살이를 끝내고 가석방되어 연락해온 것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사죄하는 게 아니라 옛 인연을 떠올리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고, 관련자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노령의 나이... 그럼에도 그는 모진 형벌, 영겁의 세월을 억울해하며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형부 하루시게와 처제 도코 사이를 오간 다섯 통의 편지는 옛 기억을 되새기며 추리의 가설과 사실 확인을 통해서 진범을 찾아낸다.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원흉이어도 한때는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이 모든 악의 근원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 것에 있다.(p.273)

소설 [기만의 살의]는, 한때 권력가로 이름을 날리던 집안이 서서히 침몰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어떻게든 권력을 유지하려고, 빼앗으려고 기만과 술책이 난무한다. 딸자식의 혼례를 인맥 활용의 도구로 이용하고... 결국 스스로의 꾀에 빠져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랑과 증오의 상반된 감정이 폭발적으로 작동한다. 완벽한 복수는 무엇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 2008.)와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비채, 2012.)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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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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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가연물], 리드비, 2024.

Yonezawa Honobu, [KANEMBUTSU], 2023.

202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24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23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상 복 많은 요네자와 호노부는 소설 [가연물]을 통해서... [야경](엘릭시르, 2015.), [왕과 서커스](엘릭시르, 2016.), [흑뢰성](리드비, 2022.)에 이어 네 번째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추리 소설로 나오키상과 이런저런 상을 받은 것을 보면, (우리하고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본의 취향에는 잘 맞는가 보다. '가연물'(可燃物)은 불에 잘 타는 물질을 뜻하며, 다섯 개의 단편 모음이다.

낭떠러지 밑

졸음

목숨 빚

가연물

진짜인가

군마현을 배경으로, 현경 본부 형사부 수사 1과 가쓰라 경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 소설, 본격 미스터리이다. 각각의 단편은 내용과 분량이 균형 있게 펼쳐져 있는데, 짧은 분량 때문인지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어 하드보일드의 성향을 드러낸다. 사건 발생 후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 개요-현장 감식-진술 확보-정보 수집-용의자 심문-수사 회의가 이루어진다. 수사본부는 매우 조직적이고 냉엄한데, 정보 공유를 통해서 수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건을 해결해 간다. 가쓰라 경부는 뛰어난 능력과 비교해서 독선적인 면이 있는데, 그는 메타분석이 뛰어나 수집한 정보를 들여다보며 남이 보지 못한 것을 찾는다. 왜? 어떻게? 그래서? 의 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단편의 제목이 핵심 단서를 제공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문제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 흉기는 현장에 있었지만 그것이 흉기라는 사실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번째 경우. 흉기는 현장에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흉기가 현장에 있었지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도 성립한다.(p.44)

'낭떠러지 밑'은, 스키장에서 조난 사고가 일어난다. 코스에서 벗어나 백컨트리를 하다가 두 사람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한 명은 목의 자상으로 사망, 다른 한 명은 중상이다. 구조대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 살해 도구가 없다. 무엇을 흉기로 사용했을까?

교통정리원, 편의점 점원, 대학생, 의사, 이 네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가 있을 터였다. 그게 무엇일까?

가쓰라는 먼저 문제를 두 가지 경우로 나누었다. 네 명의 증언이 진실이었을 경우와, 거짓이었을 경우다.(p.114)

'졸음'은, 새벽에 강도치상 용의자를 미행하는 중 용의자 차량이 교차로에서 사고를 일으킨다. 공사장 교통정리원, 편의점 점원, 컴퓨터 게임을 하던 대학생, 퇴근하는 의사는 목격자로 진술이 일치한다. 네 명의 증언이 똑같아서 의문이다.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어째서 시체를 절단해 사방에 흩뿌렸는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어째서 하루나 산기슭 '기스게 회랑'에 뿌렸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기스게 회랑'은 정비된 데크 산책로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어 여름에는 가족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행락지다. 어째서 범인은 시체를 버릴 장소로 '기스게 회랑'을 선택했을까?(p.170)

'목숨 빚'은, 산책로에서 신체 절단 부위가 발견된다. 산을 수색해서 나머지 부위를 찾아내고, 신원을 확인해서 용의자를 특정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체 절단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서인데, 왜 절단한 신체를 사방에 흩뿌려 놓았는지 의문이다. 범인의 목적은 무엇인가?

가쓰라가 불쑥 중얼거렸다.

"어째서 쓰레기일까?"(p.251)

'가연물'은 쓰레기 수거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된다. 연쇄방화를 의심하고 수사를 하는데, 쓰레기 수거함에서 수거일 전에 내놓은 쓰레기를 타깃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 어째서 쓰레기일까? 탐문과 잠복을 하고, 방범 카메라를 분석하고, 언론 보도가 된다.

가쓰라가 대답했다.

"시간의 문제야. 미타무라, 이 정보는 아직 본부에 공유하지 않았지만 현장 지휘관에게 우선적으로 전달하겠다. 아오토를 주의해."(p.321)

'진짜인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인질극으로 경찰과 대치 중이다. 갑자기 "도망쳐"라는 소리와 비상벨이 울려서 직원과 손님 대다수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특수계를 투입하기 전에 건물에 남아 있는 사람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도 윗선도 자네 팀의 검거율은 높이 사고 있네. 하지만 가쓰라 팀은 너무 자네의 원맨팀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어. 자네의 수사 수법은 독특해. 어디까지나 규범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훌쩍 뛰어넘는다. 그건 아마도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수법이 아닐 테지. 부하들이 실력을 쌓지 않으면 현경의 수사력은 저하된다."

"부하들을 더 키우라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이 아니야. 스스로 성장해야지. 다만, 나는."(p.242)

현장 상황의 자세한 묘사, 수사 회의를 통한 정보의 공유, 상명하복의 문화... 등 경찰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수집한 정보의 분석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본격 미스터리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시종일관 철저하고 엄숙한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부담스러운데,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상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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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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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아키코, 문지원 역, [귀축의 집], 블루홀6, 2024.

Miki Akiko, [KICHIKU NO IE], 2014.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최근에 어떤 이유인지(날씨? 건강? 외로움? ...) 난독증에 시달려 100페이지 독서를 하지 못했는데, 끝까지 단숨에 읽은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문학성보다 짜임새와 개연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귀축'(鬼畜)은 아귀(餓鬼)와 축생(畜生)을 아울러 이르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소설 [귀축의 집]은 가족 공동체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참상을 보여주는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은퇴했다는 작가 미키 아키코는 의료, 보험, 상속에 관한 해박한 법 지식으로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수령인이 '피상속인'으로 적혀 있다면 보험금은 원래대로 사망자가 받아야 하니 즉 상속 재산인 셈이오. 그래서 상속인이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받으면 자동으로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오. 당연히 상속을 포기할 수 없게 되지. 하지만 수령인이 '상속인'으로 지정되어 있으면 처음부터 보험금이 상속인인 아내의 몫이므로 애초에 상속 재산에 포함되지 않아. 따라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보험금은 받아도 채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p.23-24)

아무튼 법에 '양부모 사망 후 파양'이라는 것이 있고 양자는 양부모가 죽은 뒤에도 파양해서 양부모의 가족과 친족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했어요. 심지어 친부모에게 돌아가도 양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요.(p.61)

예를 들어 가출이나 재해 등 사람이 어떠한 사정으로 실종되어 생사불명 상태가 됐을 경우, 사망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호적상으로 영구히 생존한다면 남은 가족에게 상당한 지장을 준다. 요컨대 실종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고 배우자는 몇 년이 지나도 다른 사람과 재혼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곤란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민법상 생사불명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될 경우 법원의 실종선고에 따라 법률상 사망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한다.(p.103-104)

전직 형사였고, 지금은 사립탐정으로 일하는 사카키바라 사토루는 보험금 수령을 위한 실종인 조사를 의뢰받는다. 어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항구 안벽으로 추락해서 동승자인 오빠와 함께 실종되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위장 사고의 의혹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비밀은 탐정으로서의 호기심보다 형사로서의 본능이 앞서 뭔가 있음을 직감한다. 정보 수집과 탐문 수사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그래서일까? 복잡한 가족사인데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의뢰인인 기타가와 집안의 내력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 기타가와 히데히코, 어머니 이쿠에, 아들 슈이치로, 딸 아야나, 딸 유키나... 여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연관된 사연은 결국 귀축의 집을 만들게 된다.

세상을 인지할 무렵 우리 가족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 같은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우리 가족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p.339)

이기적이고 냉정한 아버지, 돈에만 가치를 두는 어머니, 음흉하고 잔소리 심한 구두쇠 할머니, 허약하고 박약한 오빠, 성욕만 가득한 동생, 할아버지... 망가질 대로 망가진 가족에 관해서이다. 짜임새 있는 이야미스이고, 내가 유추한 것 이상의 반전과 뒷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다. 미나토 가나에가 떠오르는데... 미나토 가나에가 여성의 심리묘사 특화라면, 미키 아키코는 법 지식의 전문성이 돋보인다. 왜? 2014년에 국내 번역을 하지 않았을까? 취향 저격, 뒤늦은 명작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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