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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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 곽범신 역, [TIGER], 허밍북스, 2024.

Kushiki Riu, [TORA WO OU], 2019.

유흥가에서 자란 십 대 소년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자 인질극을 벌이며 무죄를 주장하는 [소년 농성](블루홀6, 2025.)과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과감하게 파고드는 [사형에 이르는 병](에이치, 2019.)을 인상 깊게 읽어서, 일부러 찾아 읽은 책이다. 구시키 리우의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항상 아동-청소년의 성장환경에 초점을 맞추는데, 여기에서도 범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 가메이도 사형수 도쿄 구치소에서 병사]

법무성은 7일, 1987년부터 88년에 걸쳐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에서 살인, 성폭행 및 영리 목적 유괴 등의 죄로 사형이 확정된 가메이도 겐(65)의 사망을 발표했다.(p.8)

현경에서 정년퇴직한 호시노 세이지는 사형수가 감옥에서 병사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30년 전, 어린 소녀 2명을 연달아 납치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당시 형사부 수사 1과 소속으로 특별 수사본부에 있었는데, 그는 주로 서류 업무를 담당했고... 베테랑 수사관의 활약(?)으로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DNA형 일치와 자백으로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오랜 세월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떤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물론 수사관은 모두 진범을 잡아들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어. 처음부터 누명을 씌우려는 녀석이 어디 있겠니. 하지만 - 하지만, 어쩌다 우연히 수사의 방향성이 틀어지고 마는 경우가 있지. 대개는 도중에 정신을 차리고 바로잡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확률로 끝까지 밀고 나가버리는 사건도 없지는 않아. 경찰은 조직이니까. 조직이라는 건 크면 클수록 방향을 틀기가 어렵지"(p.50)

진술 조서에서 살의와 계획성은 그대로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계속 바뀌어 뭔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 경찰의 혹독한 취조를 견디지 못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은 아닌지? 그 시절의 DNA 검사를 신뢰할 수 있는지? 가메이도 겐은 죽었고, 공범인 이요 준이치는 여전히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지만, 세이지는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해볼 생각으로 나선다.

"취조 단계에서 이미 가메이도 씨는 정상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처음에는 수사관에게 욕지거리를 내뱉거나 바닥에 침을 뱉으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점차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더니 느닷없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죠. 법정에서도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거의 불가능했다 들었습니다."(p.80-81)

"무척 자존감이 낮은 사람입니다. 일단 성장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일찍이 모친을 여의었고, 부친은 그 사람을 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 않고 일을 돕게 하고선 '솜씨가 형편없다'라며 호되게 꾸짖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탓인지 도피 벽이 있어서 편한 쪽으로 흘러가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트너인 가메이도 씨에게 상당히 의존했던 것 같더군요. 가메이도 씨가 먼저 자백했다는 말에 마음이 꺾여버린 것도 이해가 갑니다."(p.81)

범죄의 배경에는 늘 열악한 성장환경이 있다. 세이지는 변호사와 피해 유가족 등을 만나며 과거의 사건을 재조사해 나가는데,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기까지의 환경적인 요인을 집요하게 다룬다. 빈집털이 좀도둑이 여아 연쇄살인범으로 몰리기까지... 가메이도는 취조실과 법정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기괴한 행동을 보였고, 이요는 애정결핍으로 자존감이 낮고 의지박약하여 의존적인 성향이었다.

"가메이도 겐은 투렛 증후군이었던 것 같아요."

...

"투렛......? 그건 또 뭐냐."

"투렛 증후군.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일어나는 질환이에요."

데쓰는 단숨에 대답했다.

"주된 증상은 틱, 경련,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근육의 움직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에 반해 폭언이나 외설적인 말을 내뱉는 모욕증. 도파민 신경의 발달 부전으로 발생하는 지나치게 빠른 반응과 반사, 혼잣말이에요. 이 모든 증상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개선된다고 하죠. 또한 이 환자들에게서는 이따금 음악적 재능이 발견된다고 해요. 가메이도 겐은 틀림없이 투렛 증후군 환자였을 겁니다."(p.240)

가메이도의 이상 행동은 어쩌면 투렛 증후군 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 틱은 어른이 되면 낫는 것이고 예절 교육의 문제로 여겨졌다. 이요는 정신적인 결함은 없었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발달이 늦었고 어디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사회 부적응자인 두 사람은 왜 함께 행동했을까? 만약 진범이 따로 있다면, 이들이 체포되고 나서 범행을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는 자상한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세대였으니까. 자식에게 어떻게 애정표현을 하면 좋은지, 그 방법을 몰랐어.(P.409)

과거의 사건을 하나씩 확인하고 되짚어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야기의 전개는 특유의 체계적인 논리성으로 몰입감을 주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끝까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관되게 가정환경과 성장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오락성을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설의 구조가 [사형에 이르는 병]하고 매우 유사하여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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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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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 현정수 역, [사형에 이르는 병], 에이치, 2019.

Kushiki Riu, [SHIKEI NI ITARU YAMAI], 2015.

거짓말쟁이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후자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오냐오냐해서 항상 엉뚱한 짓을 벌이고, 그것이 발각되면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감추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입벌구는 망신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데, 이미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악성 습관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의 살인 충동은 선천적인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구시키 리우의 소설 [사형에 이르는 병]은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파고드는데, [소년 농성](블루홀6, 2025.)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동-청소년의 성장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이무라 야마토의 이름을 검색하면, 컴퓨터 모니터는 순식간에 막대한 정보로 넘쳐 흐른다.

엽기살인범, 연쇄살인귀,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시리얼킬러, 정신이상자, 괴물 등등.

하이무라가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5년 전 일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입건할 수 있었던 것은 그중 고작 9건뿐이었다. 그다음 해 1심이 개시되었고,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약 4년 반이 걸렸다.

참극이 일어난 무대는 간사이 지방 북쪽 외곽의 논과 밭만이 펼쳐진 농촌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소년소녀로, 적게는 열여섯 살부터 많게는 스물세 살. 입건된 9건은 소년 4명에 소녀가 4명, 성인 여성이 1명이었다.(p.28)

가케이 마사야는 삼류 사립대 법학부에 다닌다. 어린 시절에는 나름 공부 잘하는 총망 받는 아이였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대학생이다. 그는 연쇄살인으로 체포 구속된 하이무라 야마토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조금 친하게 지내던 제과점 주인, 하이무라는 대부분의 범행을 시인했지만, 마지막 아홉 번째 살인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년과 소녀가 아닌 성인 여자의 죽음은 타깃과 수법이 다르고, 그동안의 패턴에서 벗어난다고 하면서 누명을 벗겨줄 것을 요청한다.

다시 한 번, 마사야는 생각했다.

- 나는 어째서, 이곳에 온 것일까?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인가, 시간 때우기인가.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저 눈이다.

저 눈을, 나는 보고 싶었다.(p.39)

"당신은 저를 과신하고 있습니다. 설령, 당신의 아홉 번째 누명을 제가 벗겨낸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발신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사법당국에 영향을 줄 권한도 없습니다. 당신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어지는 말이 멋대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하겠습니다."(p.67)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십 대 소년과 소녀를 납치한 후 처참하게 짓밟는 파렴치한, 진실이 밝혀져도 바뀌는 것은 없고 사형은 집행된다. 마사야는 어떤(?) 이유로 조사를 수락하고, 변호사가 보내준 공소장을 읽으며 관련자를 찾아가 만난다.

증언을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정리하는데, 하이무라는... 경계성 지능장애인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 양부의 학대, 애정결핍, 잘생긴 외모와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교육받지 못하는 처참한 환경, 누구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고, 다른 누구는 행정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한다. 야뇨증, 동물 학대, 방화... 약물 과다 복용으로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망, 친모의 유골을 먹는 기행을 보였다.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은 범죄 사실에 놀라면서도 인간적으로 호의를 보이는데, 악인이지만 숨겨주고 싶다는 양가감정을 드러낸다.

- 그 사람은, 어쩐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 물음이 귓속에서 메아리친다.

정신과 의사들은 하이무라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평했다.

매력적인 가면, 풍부한 표정과는 반대로 기복 없는 감정, 빈곤한 공감 능력, 높은 지성과 관찰력.(p.168)

"기질이나 소인의 유전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질의 발전 여하를 좌우하는 환경 쪽이 좀 더 중요하다."

현재는 이런 견해가 주류인 듯하다.(p.170)

"모두 그래. 조금씩 그 사람과 닮아가. 영향을 받는 거야. 말버릇도, 몸짓도, 눈매까지도. 나도 그랬어. 그 무렵의 나는 정말로 '그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바랐지."

...

"그 사람처럼이 아니야.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고 싶었어. 이해하겠어? 그 정도로 나는 하이무라 야마토란 존재에 푹 빠져 있었지. 완전히 심취해 있었어."(p.317)

같은 나이 대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어린아이를 상대로는 절대적이다. 상황을 이끌고 지배하는 능력, 심리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영향력, 신사의 가면 뒤에 숨은 살인마의 얼굴이 있다. 마사야는 하이무라에 관해서 알아갈수록 자기 자신을 보게 되고, 그 사람과 연관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왜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하이무라와 같은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감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 살인의 진범은 누구일까?

태생이 불행하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운한 환경에서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 당한 아이는 결국 스스로 폭력적이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고, 연쇄살인범이 되기도 한다. 유전적인 것은 그렇다 해도 환경적인 요소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에 적극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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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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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 김윤경 역, [인생 임시 보관 중], 문예춘추사, 2026.

Kakiya Miu, [MANDALA CHART], 2024.

내가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인생 2회차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발칙한 상상이다. 그때 나는 원하던 삶을 살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가키야 미우는 여성과 노인을 중심으로 글을 쓰는데, 일본의 불합리한 현실을 꼬집으며 여성주의를 일관성 있게 이야기한다. 소설 [인생 임시 보관 중]은, 63세 주부가 중학교 시절로 타임슬립해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장 기록이다.

좋겠다! 남자들은. 목표를 향해 쭉 달려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에 비하면 여자의 인생은 결혼이나 출산으로 어쩔 수 없이 중단되고 만다. 그러다 보면 순식간에, 예순이다.(p.10)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고등학생 때 이미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만다라차트, 세부적인 인생설계도를 만들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오타니의 아내는 헌신적인 내조자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마사미는 불만을 토로한다. 남자와 비교되는 여자의 삶은 결국 가사와 육아와 뒷바라지뿐이다. 학창 시절의 꿈은 사라지고, 예순이 넘어서도 부엌일을 하며 남편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게 현실이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방해 요소를 전부 배제하고 오타니처럼 꿈을 이루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여성이 가슴을 활짝 펴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 하지만...... 여성이 가슴을 활짝 펴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어떤 세상?

그런 장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뭘 해야 할까?(p.40)

그녀는 카페에서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며 만다라차트를 쓰다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2023년에서 1973년 중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는데, 그 시절에 좋아했던 아마가세 료이치를 만난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만, 1970년대는 철저히 여자를 무시하는 남존여비의 시대였다. 항상 타인의 이목을 신경 쓰고, 여성을 비하하는 유행가를 부르고, 늦은 결혼은 흠이 되고, 대놓고 외모를 조롱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불편함이 있고, 여자를 대하는 인식의 개선이 절실하다.

이 시대 여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0퍼센트 정도였는데, 그 대부분이 문학부로 진학했다. 레이와시대까지 경험한 사람으로서 보자면 왜 모두 한결같이 문학부 외의 선택지를 생각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당시의 여고생들은 장래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먼 앞날을 생각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특히 시골 마을에서는 일반 회사에 근무하며 활약하는 여성들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곳은 신용금고나 농협 등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그나마 결혼하면 퇴직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서 본보기로 삼을 여자 어른이 주위에 없던 시대였다. 그 결과, 고교 동급생 중에서 대졸 자격을 직업으로 살린 여성은 교사나 약사가 된 몇 명뿐이었다. 바꿔 말해 교사나 약사라면, 여자의 처지라도 계속 일해도 좋다고 세상이 허가를 내준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p.177-178)

마사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레이잔대학교 건축학과에 들어간다. 당시에는 여자가 4년제 대학에서 이과를 전공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고, 4년제 대학을 나오면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머리 나쁜 남자가 똑똑한 여자를 무시했고, 여자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썩기 시작하는 케이크에 비유되었다.

"우리 회사는 사내 연애로 결혼하는 직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여직원을 채용할 때는 우리 회사 남자 직원들의 결혼 상대로 적합한지 아닌지를 보게 되어 있다고요."

"신붓감 후보를 찾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뭐야.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 같은 우수한 여성은 우리 회사에는 필요 없습니다. 일하는 건 남자들 역할이니까요. 자, 이제 돌아가주시죠."(p.221-222)

전문대를 졸업하면 두 살 더 어리기 때문에, 어차피 2년 정도 일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서... 마사미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내조하는 여자가 사랑받는 세상이다. 여자는 돈벌이하는 남자에게 부속되어 살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서 어디까지 타협해야 할까? 정말 세상을 바꾸고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시대상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분명한 주제의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양성평등 실현 조사에서 일본은 146개국 중 116위였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2018년 의대 입시에서 여성을 차별한 사실이 판명되었는데, 지난 몇십 년 동안 점수를 조작해 왔다고 한다. 전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은 우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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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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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마 세이이치로, 윤시안 역, [밀실수집가], 리드비, 2025.

Oyama Seiichiro, [MISSHITSU SHUSHU-KA], 2015.

제1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추리 소설에서 밀실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어렵고, 독자를 상대로 하는 수수께끼는 기발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세상이 바뀌어 최근에는 범죄의 방법보다 사건의 동기와 이유에 더 관심을 두지만, 그럼에도 잘 짜인 트릭의 짜릿한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소설 [밀실수집가]는 경찰서마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밀실수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로, 5개의 단편 모음이다.

버드나무 정원 (1937년)

소년과 소녀의 밀실 (1953년)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 (1965년)

이유 있는 밀실 (1985년)

가야코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2001년)

현대에는 각종 첨단 수사 기법은 물론이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밀실을 꾸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대를 반영해 밀실을 구성한다. 1937년부터 200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주로 목격 진술과 시간 추적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명탐정의 추리를 하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64년의 세월이 흐르지만, 그는 서른 살 전후의 잘생기고 독특한 분위기를 한결같이 유지한다는 것이다.

"범인은 왜 손목시계를 들고 도망쳤을까요?"

꼭 엘러리 퀸이 쓴 탐정소설 같아. 지즈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퀸이 집필한 작품에서는 범인이 피해자의 실크 모자를 가지고 자리를 뜨거나 옷을 들고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제일 중요한 수수께끼로 부상한다. 범인이 왜 피해자의 손목시계를 들고 도망쳤는지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기이한 수수께끼 아닐까. 퀸이라면 '일본 시계 미스터리'라는 제목을 붙였을지도 모른다.(p.38)

고등여학교 음악실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음악실의 문은 안에서 잠긴 채 음악 교사가 죽었다. 범인은 온데간데없고, 특이한 것은 희생자의 손목시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밀실수집가는 목격자의 이야기를 듣고 곧이어 "진상을 알아냈습니다."라고 말한다.

범인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잠시 목숨을 부지한 상황에서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다음 세상을 떠나면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런 유형의 밀실을 내출혈 밀실이라고 부릅니다.(p.114)

경찰이 잠복 중인 집에서 소년과 소녀가 죽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고, 최초 발견자는 경찰이었다. 사귀던 남녀가 동반으로 목숨을 끊은 정황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칼에 찔린 피해자가 스스로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죽는 것을 '내출혈 밀실'이라고 하고, 피해자가 밀실에서 죽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시간차 밀실'이라고 한다.

첫째, 범인은 왜 범행을 마치고 나서 굳이 시체를 떨어뜨렸는가? 또 범행을 마치고 최소 세 시간 남짓 기다렸다가 시체를 떨어뜨린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범인은 시체를 떨어뜨린 다음 어떻게 현장을 빠져나와 도망쳤는가?(p.158)

주상복합 빌딩 6층에서 여자가 흉기에 찔려 창밖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녀가 살던 호실은 굳게 잠겨있었는데, 범인은 왜 시체를 창밖으로 내던졌는지 의문이다. 추락할 때 여자는 머리를 아래로 두었는지, 아니면 발을 아래로 두었는지가 추리의 쟁점이다.

여덟 번째 이유는 밀실을 만드는 일에 수반되는 어떤 행위가 범인의 진짜 목적이라는 겁니다. 그 행위만으로는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밀실 제작에 그 행위를 포함시켜 범인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했다는 뜻이죠."(p.245)

약점을 잡고 돈을 갈취하던 프리랜서 기자가 총에 맞아 죽었다. 살해 현장은 밀실이었고, 피해자의 뱃속에서 현관문의 열쇠가 발견되었다. 범인이 밀실을 만드는 여덟 가지 이유는? 첫 번째, 사고사로 꾸미기 위함이다. 두 번째, 다른 사람에게 혐의를 씌우기 위함이다. 세 번째, 범죄 입증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네 번째, 시체가 발견되는 시간을 늦추기 위함이다. 다섯 번째, 밀실 현장을 범행 현장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여섯 번째, 자신이 고안한 밀실 트릭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다. 일곱 번째, 현장이 진짜 밀실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함이다. 여덟 번째, 밀실을 만드는 일에 수반되는 어떤 행위가 범인의 진짜 목적이다. 번외로, 밀실수집가를 불러내기 위함이다.

"아니요, 저는 밀실 살인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경찰 측에서는 여기 사사노 가야코 씨가 범인이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그녀가 결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야코 씨가 결백하다는 말은 범인이 눈밭에 발자국을 안 남기고 현장을 드나들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야말로 밀실 살인 아닙니까."(p.294)

다로를 재우고 다로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지로를 재우고 지로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미요시 다쓰지가 지은 '눈'이라는 시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다로와 지로 형제가 사는 집에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또는 다로네 집과 생판 남인 지로네 집에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보인다. 눈 내리는 날에 병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현장에는 피해자의 발자국만 남아 있다.

책을 읽는 시종일관 지루함과 호기심이 공존한다. 밀실에 집중해서인지 건조한 느낌이고, 장황한 설명은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어떻게 밀실 범죄가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붙들게 한다. 밀실에 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작가의 고민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비슷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발목을 잡는데, 또 누구는 그게 재미라고 하니... 결국 취향의 문제인듯하다. 본격보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더 좋아해서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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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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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 김은모 역, [소년 농성], 블루홀6, 2025.

Kushiki Riu, [SHONEN ROJO], 2023.

내가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는? 간결하고 강렬한 제목, 명확한 글 솜씨와 짜임새 있는 구성, 개성 강한 캐릭터, 논리적이고 개연성 깊은 이야기, 여기에 극적인 반전과 사회적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구시키 리우는 처음 만난 작가인데, 소설 [소년 농성]은 이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살인 혐의가 있는 열다섯 살 소년이 경찰에게서 총기를 탈취, 무고를 주장하며 인질극을 벌인다. 진범을 찾으라는 요구, 이와가키시 오아자 도로코베 온천 거리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접객원의 태반이 국가 행정을 믿지 못하고 거기에 의지하지도 못하는 여자들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 여자. 기댈 곳이 없는 싱글맘.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일가의 어머니. 또는 부모에게 학대당해 가출한 딸. 그녀들에게는 도로코베 온천 거리 자체가 거대한 보호소 같은 존재였다.

폭력과 빚에서 벗어나기 위해 접객원들은 최대한 숨죽여 기척을 지운 채 일급을 번다. 일단 '생존'하는 것이 고작이라 아이의 교육과 위생 상태는 뒷전으로 밀린다.

그 결과 거리에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갈 곳도 없는 아이들이 매일 뒷골목이나 술집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을 걸 찾는다.(p.37-38)

국가 복지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이 있다. 도로코베 온천 거리에는 갖가지 사연을 안고 들어와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싱글맘과 아이들로 넘쳐난다. 빚쟁이에게 쫓기거나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여자는 양육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치되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제때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폭력과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그럼 이미 들었겠지만 우리 가게는 어린애 한정으로 모든 메뉴가 백 엔이야. 백 엔이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 계산해도 되지. 접시를 깨지 않고 설거지하는 아이에게는 돈가스 덮밥. 가게 앞을 청소하는 아이에게는 오야코 덮밥. 손님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테이블을 닦는 아이에게는 계란 덮밥을 제공해. 자, 고코나는 뭘 할 수 있지?"

"청소요."(p.20)

야기라 쓰카사와 미요시 이쿠야는 도로코베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다. 서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둘은 일종의 속죄로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이,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리리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쓰카사는 아버지가 하던 식당(야기라 식당, 일명 어린이 식당)을 물려받아 배고픈 아이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이쿠야는 경찰이 되어 최근에 형사과에서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고자사가와강 하천부지에서 남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래. 이게 요구 사항이야! 짭새 놈들에게 제대로 조사해서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걸 밝혀내라고 해. 범인을 찾아내면 그 새끼의 이름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의심해서 죄송하다고 내게 사과하는 거야. 그때까지는 이 가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어!"(p.105)

끔찍한 살해 수법으로 난도질당한 시신, 곧바로 특별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용의자를 물색한다. 강도 및 상해 혐의로 소년원에 갔다 온 마세 도마와 와타나베 게이타로는 검문을 받다가 경찰의 권총 한 자루를 빼앗아 야기라 식당으로 들어간다. 쓰카사와 어린이 손님 네 명을 인질로, 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연쇄 살인의 의혹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한다.

"환경이 안 좋았을 뿐이지. 나도 가정환경이 그랬으면 똑바로 자라기가 어려웠을걸. 그리고 녀석은 고작 열다섯 살이야. 자업자득이라느니, 자기책임이라니...... 그런 말을 던져도 될 나이가 아니야."(p.341)

"세상 사람들은 죽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주죠. 살아 있는 동안은 '자기책임'이라고 차갑게 대하면서요. 죽고 나서야 '불쌍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건 싫어요. 동정받아 봤자 죽으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저는 살아있는 동안에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어요."(p.460-461)

하천부지에서 어린아이 시체 두 구를 추가로 찾아낸다. 도로코베는 죽음과 실종에 무감각한 곳으로, 언제 누가 사라져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행정은 마비되고, 공권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빈틈으로 지난 20여 년간 살인을 저질러 왔다. 공공기관의 조직적인 은폐와 비위, 정치권과 지역 유흥업의 유착, 뿌리부터 썩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악랄하고 교활하고 음흉한 농성이다.

가정환경과 성장환경의 중요성,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일에 관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어두운 그늘에 방치되어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이 있다. 그들의 서글픈 비명이 들리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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