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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놀이공원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평점 :
아오야마 미치코 글,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역, [일요일의 놀이공원], 문예춘추사, 2026.
Aoyama Michiko, Tanaka Tatsuya, [YUENCHI GURUGURUME], 2025.
놀이공원은 좋아하지만, 놀이기구 타는 것은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전자는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어지럼증(현훈) 때문이다. 그래도 누가 가자고 하면 빠지지 않고 가서 가벼운 것으로만 즐긴다. 그런데... 아, 놀이공원에 가본 지가 언제였던가? 이제는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
[일요일의 놀이공원]은 아무런 정보 없이, 단지 번역가를 보고 선택했다. 아오야마 미치코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문예춘추사, 2022.),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네오픽션, 2020.)... [인어가 도망쳤다](해피북스투유, 2025.)를 출간했는데, 작가는 잘 몰라도 작품의 제목은 아주 익숙하다. 타나카 타츠야는 미니어처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이다. 놀이공원에서의 하루라는 설정으로 8개의 힐링 단편 모음이다.
회전목마
회전 놀이기구
푸드코트
롤러코스터
이벤트 스테이지
스윙머신
수영장
관람차
"할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세상에는 '구루구루메'라는 아주 미미한 틈새가 있대요. 환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 틈에 있어서, 양쪽 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멋진 공간이죠."(p.186)
'야마나카 아오타 유원지'는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곳을 '구루구루메'라고 부른다. '山中靑田'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네 글자는 모두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룬다. '구루구루'는 '빙글빙글'이고, '메'는 '눈'이라는 뜻이다. 도는 놀이기구가 많아 눈이 핑핑 돈다고도 하고, 빙글빙글 돌며 줄을 설 만큼 푹 빠지는 곳이라고도 하고, 피에로가 시간마다 유원지를 빙글빙글 돈다고도 하며... 저마다의 해석을 붙이지만,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유논의 등을 향해 살짝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유논에게 이 손은 절대 닿지 않는다.
너는 언제나 바로 앞에 있다가, 내가 다가가려 하면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 버린다.
빙글빙글 계속 돌고 도는 회전목마.
정말, 나와 유논의 관계 그 자체 같다.(p.29)
오전 9시 회전목마, 겐토는 햄버거 가게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논과 첫 데이트를 한다.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고동치고, 섣부른 고백으로 오히려 어색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분명 피에로도 처음부터 그렇게 적당히 간을 하진 않았을 거야. 그 '적당히'가 진짜 적당량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팝콘을 만들었을까."(p.56)
오전 10시 30분 회전 놀이기구, 사리와 아오이는 스물다섯 살 동갑으로, 요리 교실에서 만나 절친이 되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사리는 최근 사내 공모전에서 후배에게 밀리는 등 우울감이 있다.
부부란 나무젓가락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운명의 빨간 실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두 개가 꼭 붙어 '한 짝'이 된 우리. 하지만 나무젓가락이 제 역할을 하는 건 젓가락 봉투에 들어 있을 때가 아니다. 각자가 독립해 움직일 때다.
한 쌍이면서도 좌우가 각자의 몫을 맡는다. 떨어졌다가 다시 붙고, 그러면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p.82)
정오 12시 푸드코트, 신이치로와 미사코는 칠십 대 노부부로, 같은 직장에서 만나 50여 년을 함께 살았다. 서로를 보듬으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행복한 결혼생활, 하지만 하나의 나무젓가락이 둘로 쪼개져야 하듯 앞으로의 두려움이 있다.
"저, 무심코 들었는데 hot dog의 속어는 어떤 뜻인지요?"
앞으로 나아가면서 물어보았다.
엄마는 빙그레 웃더니 엄지를 내밀었다.
"해냈다, 입니다."(p.109)
오후 1시 30분 롤러코스터, 날씨 좋은 일요일의 놀이공원에서 에가미 준은 젊은 연인과 사이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노년 부부 사이에서 홀로 주방용품 영업을 하고 있다. 목적한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온 김에 놀고 가라는 말을 듣는다.
"...... 정의의 용사는 나쁜 사람에게 폭력을 써도 되는가...... 정말로?"(p.138)
오후 3시 이벤트 스테이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열한 살 리호와 다섯 살 다이고는 히어로 쇼를 보러 왔다. 썰렁하고 지루한 내용이지만, 아들은 집중해서 본다. 공연은 절정에 이르고, 영웅이 액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려고 할 때... 갑자기 다이고는 영웅을 향해 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 앞으로 혼자 입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내가 말하자, 카에데가 가볍게 대답했다.
"가끔은 타임아웃 하면 되잖아."(p.162)
오후 4시 30분 스윙머신, 결승전 시합을 마치고 농구부 주장 에미리, 에이스 키호, 분위기 메이커 메미, 매니저 카에데 이렇게 넷은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난 뒤 입시 공부에 전념하기로 약속했다.
"아무런 보장도 없는 세계에서, 수많은 피에로가 활동하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손님들을 만나고 있어요. 지구상에 단 한 사람뿐인 피에로로서 말이에요."(p.184)
오후 6시 수영장, 피에로의 짧은 휴식 시간, 먼 나라에서 태어나 세상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연하다가 어느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북을 치며 시간을 알리고, 손수레를 밀며 요리하는 특별한 피에로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관람차는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놀이기구일까요.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은 훌륭하고, 유유한 자태는 어느 유원지에서나 상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몇 시간을 타고 있어도 제자리일 뿐인데, 한순간에 머나먼 세계까지 데려다주는 마법의 상자.
그 상자들이 몇 개고 이어져서 종일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그게 바로 관람차입니다.(p.195)
오후 7시 관람차, 수줍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한순간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친구, 앞으로를 바라보는 노부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영업사원, 소중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새로운 결심으로 다시 시작하는 친구들, 되살아난 정열... 그들은 관람차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먹고, 즐기고, 웃는... 놀이공원에서의 하루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