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역,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현대문학, 2012.

Higashino Keigo, [NAMIYA ZAKKATEN NO KISEKI], 2012.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기적이 필요한 세상에 꿈같은 이야기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한동안 국내 서점가의 인기도서 목록에서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관심을 가진 작품이다. 그만큼 찾는 이가 많았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지금까지의 미스터리와는 조금 다른 성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 하나? 판타지의 옷을 입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작가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논리 구조를 완성하고 있는데, 복선의 해결은 물론 마지막을 읽을 때는 앞과 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따뜻한 감동이 있고...

  제1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

  제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제3장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제4장 묵도는 비틀스로

  제5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

  1979년부터 2012년까지 33년의 세월... 아니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냉전의 끝을 지나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보내고, 일시에 거품이 빠져 침체의 늪을 걷다가 첨단 과학 문명의 시대를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기도 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나는 그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섰는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현재는 전부 우울하고 힘겨운 상황이다.

  어떤 고민이든 척척 해결해주는 잡화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XX 시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 혼자서는 해결 못할 고민거리를 편지로 써서 밤중에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에 넣으면 그다음 날에는 가게 주인이 집 뒤편의 우유 상자에 답장을 넣어준다. 잡화점 주인 나미야 유지(72세) 씨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p.24)

  "이 집의 안과 밖이 시간적으로 따로 노는 거 같아.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서로 다른 거야. 집 안에서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데 바깥에 나와 보면 그게 그냥 한순간이야."(p.48)

  어리숙한 빈집털이 세 친구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도망 중에 밤을 보내기 위해 폐가에 숨어든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나미야 잡화점... 예전에는 편지 상담으로 유명했는데,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나이 든 주인은 성실히 답장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동네 꼬마들의 장난 어린 글로 시작했지만, 점차 진지한 내용으로 상담은 이루어졌다. 저녁에 가게의 우편함에 고민 편지를 넣으면, 다음 날 아침에 건물 뒤편의 우유 상자에서 답장을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들이 들어온 후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과거로부터 온 고민 편지... 지나온 역사를 알기에 투박한 답장을 써서 우유 상자에 넣으니 다시 과거로 전해진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미야 잡화점은 시간의 개념을 뒤집는다. 문을 닫으면 바깥세상의 시간은 멈추고, 과거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음 날의 편지가 온다. 여기에는 어떤 사연과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는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자신의 병은 전혀 개의치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요. 그건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합숙이며 해외 원정 같은 훈련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으니까요.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려면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도 머리로는 충분히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경기에 출전할 선수가 아닌 또 하나의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훈련 따위는 내팽개치고 그 사람 곁을 지키며 간호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p.20)

  올림픽 대표 후보자였던 여자와 편지를 주고받은 직후, 또 다른 사람의 상담 편지가 날아왔다. 그 내용을 보고 아쓰야 일행은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아버지가 하는 생선 가게를 물려받아야 할지 자신이 택한 음악의 길로 나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는 고민은 도무지 고민거리로도 보이지 않았다. 풍족한 집에서 자란 철없는 아들이 그저 제멋대로 하려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p.324)

  "얘가 아직 뭘 모르는구먼. 물론 이 편지에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마음과 생각은 별개라는 거야. 어쩌면 이 여자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머리로는 애를 지울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 그 결심을 하기 위해서 이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가 섣불리 아이를 낳으라고 해버리면 완전히 역효과가 나지. 괜히 더 괴롭히는 일이 돼."(p.168)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엄청난 빚을 갚지 못해 나를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려고 합니다.

  빚이 너무 많은데 그걸 갚지 못해 회사가 망해버린 것 같아요.

  이달 말일에 아무도 모르게 이 동네를 떠날 예정입니다.

  나는 전학을 시켜줄 거래요.

  하지만 나는 야반도주를 못하게 하고 싶어요. 빚쟁이는 어디까지든 쫓아온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끝도 없이 도망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두렵기만 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p.248)

  그렇게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호스티스로 클럽에 나가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열아홉 살이지만 클럽에는 스무 살이라고 말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도 들고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하루하루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더 편해졌고요.

  하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 또 고민이 생겼어요. 호스티스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에요. 계속 단순 업무만 할 거라면 굳이 기를 쓰고 회사에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러느니 호스티스 일에 전념한다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 그게 더 효율적이 아닌가 싶어요.(p.337)

  암에 걸린 남자친구의 간호와 올림픽의 출전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대표 선수, 생선가게의 가업을 잇는 것과 가수로서의 꿈을 키우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들, 따로 처자가 있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임산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야반도주해야 하는 상황의 소년,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호스티스로 클럽에 나가며 앞날을 고민하는 여자... 이러한 걱정은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절망이 광명으로 바뀌는 기적을 연출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강하게 작용한다.

  지나고 나서는 별일이 아닌 것을 당시에는 두려움으로 고민한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필요한 걱정을 한 적이 있고... 편지를 쓰는 나미야 유지는 상담 편지보다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는 마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고민 상담과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적... 나의 미래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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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