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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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야스시, 김윤희 역,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북폴리오, 2023.

Kitagawa Yasushi, [UNTENSHA MIRAI WO KAERU KAKO KARA NO SHISHA], 2019.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그라운드의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인데,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휴지도 줍고 담배꽁초도 줍고 모자 벗고 운동장에서 인사도 하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 더 행운이 많이 따르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스포츠 선수로서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그가 이루고 있는 업적을 보면, 행운은 무작위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어떤 규칙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타가와 야스시의 소설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어느 날 바쁜 와중에 탄 택시를 통해서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이야기이다.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자기 계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슈이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회사 일 하나로도 어찌할 줄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인데 딸의 등교 거부, 아내가 실망할 여행 취소, 홀로 외로이 계신 어머니, 본가 처리 문제까지... 슈이치의 머리는 폭발 직전이었다. 방 안에 혼자 있다면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라도 질러 보겠지만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대로변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은 심정을 간신히 부여잡았다.(p.33)

오카다 슈이치는 생명보험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한다. 월급과 보너스는 수당제라서 항상 실적의 압박과 공포에 짓눌려 있다. 일의 특성상 적성이나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 없는 구조인데, 슈이치는 스무 건의 보험 해지를 통보받아 당장 다음 달의 급여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춘기 딸은 등교를 거부하고 있고, 아내는 프랑스 파리로의 여행만 생각한다. 본가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챙겨야 하고... 가장의 무게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시군요. 그런 사람의 운을 바꾸는 것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말 그대로입니다. 운을 바꾸는 사람, 운전자(運転者)..."(p.43)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딸아이의 학교에서 담임 교사와 면담하러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뭔가 다른 신비로움이 있다. 요금은 미터기에 이미 적립된 금액으로부터 차감되어 무료이고, 택시 기사는 슈이치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 운을 바꾸는 사람, 운전자는 삶의 태도에 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않으면 운의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걸핏하면 짜증이나 화부터 내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엄청난 기회 앞에서 허둥지둥하며 얼른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란다는 말입니다."(p.63)

"잘 알아두세요, 오카다 씨. 운은 후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은 없어요. 포인트 적립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그런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참 이상하게도 운에 대해서만큼은 엄청나게 기대를 하더라고요. 적립도 하지 않고 혜택부터 잔뜩 바라죠."(p.72)

"아시겠습니까, 오카다 씨. 앞으로 살면서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라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세요.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본인 탓이니까요."(p.93-94)

"이득과 손해를 따지지 않으면 됩니다."

"이득과 손해를 따지지 말라?"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득을 볼 것 같으면 즉각 움직이고, 손해를 볼 것 같으면 옴짝달싹 안 하는 계산적인 마음이 당연한 듯 스며들어 있어요.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접할 때 이해득실보다는 순수한 흥미와 관심으로 다가가면 어떨까요?"(p.104)

"잘 들어보세요. 운이 좋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터닝 포인트, 즉 전환점이라는 뜻이에요. 그때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삶이 점점 좋아진다는 말이죠. 당장 그 자리에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나중에 돌아보면 '그때부터 시작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거예요."(p.107-108)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요. 씨를 뿌리고 나면 수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p.132)

"티끌 모아 태산 말고 처음부터 태산만 한 운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

"있습니다."

운전사의 말에 슈이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반짝였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요?"

"바로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오카다 씨의 시간을 사용하는 겁니다."(p.142)

"잘 생각해 보세요. 인생에서 무엇이 플러스가 되고 무엇이 마이너스가 될지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자주 쓰는 '살아간다'라는 말의 의미를 아시나요?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으로 바꿔가는 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말이에요. 따라서 무엇이든 플러스로 바꿀 수 있고 반대로 무엇이든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상상하면서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플러스 사고라고 할 수 없어요. 진정한 플러스 사고란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에게 필요해서 일어났다고 믿으며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랍니다."(185-186)

"우선 다른 사람과 삶을 비교하지 마세요. 오로지 선생님의 인생에만 집중하세요.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살며 자기만의 역할을 다할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많이 가진 듯 보여도, 잘나가는 것 같아도 아무 상관 없어요. 남과 비교하던 시간에 오카다 씨 자신의 인생을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세요. 그러면 얼마나 큰 은혜 속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여기에서 출발하세요. 인생에 감사함을 진실로 느끼게 되면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실 겁니다."(p.196)

운을 바꾸는 운전자는 보험 영업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에 관해서 조언한다. 웃는 얼굴,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평소에 운을 적립해 놓아야 한다! 남의 탓을 하지 마라! 이득과 손해를 따지지 마라! 터닝 포인트는 사소한 변화부터이다! 씨를 뿌리고 나서 수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운을 빠르게 쌓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나의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누군가가 모아놓은 덕으로 행복을 얻은 것에 감사하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있다! 전체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사고를 하라는 것이다.

- 플러스 사고로 누구보다 먼저 웃자!(p.18)

소설보다는 자계서의 느낌이 강하다. 현자의 가르침과 같은 메시지는 좋은데, 이것을 직접 대화로 언급하고 있어서 소설적인 재미는 덜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큰 감명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플러스 사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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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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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야스시, 박현강 역, [주식회사 타임캡슐], 허밍북스, 2025.

Kitagawa Yasushi, [KABUSIKIKAISHA TIMECAPSULESHA], 2022.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 화끈한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읽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 정신 건강의 문제로 일부러 찾아 읽은 힐링 소설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특정 직업군의 등장인물이, 여기서는 과거에 나에게 부친 편지를 배달하는, 삶이 가로막힌 이에게 다가가 새로운 시작을 조언한다. 현자의 가르침과 같은 내용은 살짝 인위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변화의 동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은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 편지는 2005년 세토우치에 있는 어느 섬마을 중학교 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10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예요."

레이코가 다른 서류를 살펴보며 설명했다.

"이제 스물다섯 살이겠네."(p.18)

아라이 히데오는, 45세 중년 남자이고, 면접에 합격해서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간에 어떤 사정(?)이 있었고... 이제부터는 주식회사 타임캡슐에서 새하얀 정장과 중절모를 착용하고, 정확한 시간에 맞춰 10년 전에 보낸 편지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특별 배달 대책실의 업무는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편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 전해주는 것이다.

이 편지를 읽고 있을 10년 후의 너도 물론 기억하고 있겠지?

'아스카는 아스카만이 해낼 수 있는 걸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란다.'라는 말.(p.60)

시마 아스카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친구의 집을 돌며 얹혀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TV 드라마를 보다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간다. 미래가 없는 청춘인데, 술집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고민한다.

시게타 다쓰키는 아내와 별거 중이다.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도, 골프 선수로서의 꿈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냥 그저 그런 삶을 사는데, 일 년 만에 딸아이를 만나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리카와 사쿠라는 국제선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결혼해서 라멘 가게 아르바이트를 한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꿈,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와 죄책감으로 불행을 자처하고 있다.

세리자와 마사시는 뉴욕 맨해튼에서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영화에 출연해서 인기 배우가 되었지만, 꿈을 이룬 뒤의 삶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방황한다.

히타야마 가즈키는 숨만 쉬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학생에게 미움받고, 학부모에게 비난받고, 동료에게 인정받지 못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10년 전에 내가 쓴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중학교 시절에 쓴 편지 한 통으로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수신인은 젊음의 몸살을 앓고 있다. 원하지 않은 불행,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자기를 미워하고, 꿈을 이루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모두 자기가 쓴 편지를 읽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또 10년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이대로가 아닌 변화를 갈망한다.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살아남는 것, 생존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한때는 나도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꿈을 잊고 있었다. 세계 평화, 남북통일, 화목한 가정, 진실한 독서가, 순수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 그리고 병역 기피자와 거짓말쟁이 궤변론자를 멀리하기... 아, 꿈을 회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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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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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이수은 역,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라곰, 2025.

Mure Yoko, [SUTETAIHITO SUTETAKUNAIHITO], 2024.

집 안의 책장과 벽면은 책으로 가득하고, 최근에는 장롱에 클래식 CD까지 모으기 시작했으니... 굳이 따지면, 나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리를 망설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게으름 때문이리라. 오늘은 더워서, 추워서, 비가 와서, 화창해서, 바빠서, 피곤해서, 때가 아니라서... 등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다음으로 미룬다. 무레 요코의 소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동기로 과감한 정리를 결심하는 다섯 개의 단편 모음이다. 평범한 일상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못 버리는 언니, 버리려는 동생

쌓아두는 엄마

책벌레와 피규어 수집가의 신혼집 논쟁

남편의 방

며느리의 짐 정리

토모코와 마이는 열네 살 터울의 자매이다. 나이 차이만큼이나 삶의 방식도 다르다. 언니인 토모코는 공립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나와 취업했고, 동생인 마이는 사립학교에 들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젊은 자산가와 결혼했다가 곧 이혼했다. 언니는 회사하고 가까운 도심으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 중이고, 동생은 곁에서 버려야 할 물건을 조언한다.

본가에 있는 엄마는 사놓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타지에 사는 딸 토모미를 부른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찾은 집에는 택배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진에 대비해서 구매한 비상식량과 라면이라고 한다.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엄마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딸은 각자의 입장에서 충돌한다. 토모미는 물건을 하나씩 정리한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에 들어가기 위해 사에코는 수년간 모아온 책을, 요시노리는 진열장의 피규어를 정리해야 한다. 물리적 공간의 부족이라 타협의 여지는 없는 상황이다. 여자는 어려운 결정으로 책을 줄이지만, 남자는 수집품을 포기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결국, 극단적인 해결책이 등장한다.

칠순을 앞둔 남편은 아직도 여자를 보면 말을 걸어 추근대는 버릇이 있다. 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사이, 아이코는 딸 나오미와 함께 남편의 방을 뒤진다. 서랍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메모, 비디오와 DVD 등 외도와 여성편력의 증거가 가득하다. 모녀는 그것을 전부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며느리는 두 살배기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들은 지방으로 발령되어 손자는 할머니인 아내가 돌보기로 했다. 타다시는 아들 집에 남은 며느리의 짐을 정리하면서 분노와 고통을 겪는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김에 지금까지의 자신을 떠나보내고 한 단계 올라서 보자."(p.46)

먼 미래를 생각해도 자신이 거동이 힘들어졌을 때 자식에게 책을 처분하게 하는 것은 부모로서 괴로운 일일 것이다. 자식이 없으면 남에게 수고를 끼치게 된다. 반년 후의 이사는 자신이 변화할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사에코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p.121)

"뭔가를 떠나보내지 않으면 새로운 걸 얻을 수 없는 법이야. 자기는 욕심이 많아."(p.148)

다양한 계기로 물건을 정리하는 순간이 있다. 이사를 하면서, 지진에 대비해서, 결혼을 앞두고, 상처를 극복하려고, 떠난 사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추억과 그리움, 슬픔과 분노, 회한과 결단이 물건 속에 스며 있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고,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버리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감정과 집착을 놓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렵지만, 매우 의미가 있다.

읔, 나는 당장 책을 버릴 수 있을까?

분량이 짧아 아쉽고, 다음에는 [카모메 식당](푸른숲, 2011.)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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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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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히라쿠, 이다인 역, [무한 정의], 허밍북스, 2025.

Nakamura Hiraku, [MUGEN NO SEIGI], 2024.

정의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내 정의가 타인에게는 불의가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나카무라 히라쿠의 소설 [무한 정의]는 정의의 딜레마에 빠진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이다. 결코 머리로는 동의할 수 없지만, 가슴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사건이 전개된다.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얼굴에는 칼로 X 표시가 새겨져 있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함구령이 내려져 언론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반사회 집단만을 노린 범행이라는 점에 주목한 언론에서는 거리를 깨끗이 하는 청소차에 빗대어 범인에게 '성소자'(聖掃者, '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라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일본어로 청소차와 발음이 같다-옮긴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경찰에서도 편의상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p.10-11)

야쿠시마루 료이치는 이케부쿠로 경찰서 형사과 강력계 소속의 경부보이다. 부인은 유명 종합상사에서 근무하고, 딸은 영국의 유명 발레학교로 유학을 앞두고 있다. 경찰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진급을 향한 욕망,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삐걱거리는 가족 관계, 그리고 야쿠자와 같은 반사회 집단을 겨냥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성소자' 거리의 청소부로 불리며, 시신의 얼굴에 칼로 X자를 새겨놓는다. 피해자는 전부 조직원이라서 성소자는 인터넷과 SNS에서 '정의의 사도'로 추앙받는다.

료이치는 스마트폰을 꺼내 신고를 하려다 멈칫했다.

진급 시험은 어떻게 되는 거지? 수사 1과로의 이동은? 딸은 아마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었다. 료이치는 그 사실이 두려웠다.

...

"나, 발레 계속할 수 있을까?"(p.67-68)

료이치의 딸 카나는 클럽에서 누군가가 건넨 약물에 취해 납치를 당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지만, 우발적으로 납치범을 죽이게 된다. 경찰인 료이치는 정의와 딸의 미래, 직업윤리와 사회적 평판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고심 끝에 그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체를 유기하고, 이마에 성소자의 표식을 남겨 범행을 위장한다. 모방범의 등장은 수사를 혼선에 빠뜨리고, 료이치는 성소자를 추적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범행을 은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좋아. 우리 둘이 꽤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군."

성소자는 낮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세상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조금 전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성소자와 악마의 계약을 맺고 말았다.(p.138)

한편, 조직원을 잃은 블랙체리는 복수를 위해 성소자에게 천만 엔의 현상금을 건다. 경찰은 잇따라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클럽에서 카나를 봤던 조직원은 료이치에게 딸의 목숨 값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납치범의 시체 유기를 목격한 성소자는 료이치에게 획득한 증거 훼손을 명령한다. 료이치는 어쩔 수 없이 악마와의 거래를 하게 되고, 성소자와 모방범이 협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죄의 무게에 마음이 비명을 질러댔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죄를 덮고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한다.(p.262)

죄의 무게와 고통, 아버지의 정의... 촘촘하고 빼곡한 소설이라서 등장인물이 많고, 내용은 꼼꼼하다. 하지만 반복적인 묘사와 중복되는 설명은 긴장감을 흐리고(처음부터 범인이 보인다...;;), 장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말을 단순한 여운으로 마무리하면 어땠을까? 복잡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작가 스스로도 아직 정의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고... 소재와 구성은 흥미롭지만, 이미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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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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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케쓰, 김은모 역, [이상한 집 2], 리드비, 2025.

Uketsu, [HENNA IE 2 11 NO MADORIZU], 2023.

2024 일본 종합 베스트셀러 1위

2024 일본 문고 베스트셀러 1위

우리는 표준화된 설계로 비슷한 구조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일본의 주택은 다양한 설계를 하고 있나 보다. 이상한 집, 어릴 때 살던 집에는 의문의 공간이 있었고, 평면도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집하고 밀접히 연관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이상한 집' 시리즈 두 번째인데, 내용을 대폭 확장해서 이번에는 11개의 평면도를 펼쳐놓고 있다. 우케쓰의 [이상한 집 2]는 탐사 형식의 다큐멘터리 소설이고, 호러와 오컬트의 특징을 드러낸다.

자료 1) 갈 곳 없는 복도

자료 2) 어둠을 키우는 집

자료 3) 숲속의 물레방앗간

자료 4) 쥐덫의 집

자료 5) 거기 있었던 사고 물건

자료 6) 재생의 영역

자료 7) 아저씨네 집

자료 8) 방을 잇는 실 전화기

자료 9) 살인 현장으로 향하는 발소리

자료 10) 달아날 수 없는 연립주택

자료 11) 딱 한 번 나타난 방

구리하라의 추리

이상한 집에 관한 11개의 자료(단편)는 취재 및 조사 기록, 오래된 서적, 월간지 기사, 소년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한 가지 접점이 떠오른다. 각각의 자료는 이상한 집과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들려주고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는데, 의문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지막에 구리하라의 추리를 통해서 인과관계를 유추하는데,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술 트릭의 특징으로 사소한 문장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단서로 활용된다.

유년기에 느꼈던 불안과 고독. 좁고 어두운 곳에서 지낸 사춘기. 집 전체가 안겨 주는 불편함.

그런 요소가 쌓이고 쌓여 쓰하라 소년은 서서히 비뚤어지고 말았다...... 그런 걸까.

뭐, 당연하지만 이런 집에 살았다고 해서 누구나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겠지. 쓰하라 소년은 원래 그런 경향이 있었을 거야.

그걸 이 집이 증폭시켰다...... 마음속에 싹튼 어둠을 키운 거지.(p.70)

우리가 사는 집은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방과 방 사이에 불필요한 복도가 있는 집, 사생활이 없어 살기 불편한 집, 움직이는 벽을 가진 숲속의 물레방앗간, 할머니가 사고 당하도록 설계된 집, 오래전에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 집, 컬트 교단 재생회의 종교 시설인 '재생의 영역'의 특이한 구조, 집의 심장이 있는 아저씨의 집, 복도보다 긴 실 전화기로 연결된 집, 화재현장의 천정에서 들린 아버지의 발소리, 빚을 갚기 위해 감금되어야 했던 연립주택, 어렸을 때 단 한 번 보았던 이상한 방...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집을 개축하려 했었고, 팔과 다리가 부러진 인형이 있었고, 주택 분양회사인 '히쿠라 하우스'와 연관이 있다.

"이미 자각하고 계실 겁니다. 본인이 안고 있는 무시무시한 죄를. 그리고 그 죄를 여러분의 가엾은 아이가 물려받았습니다. 부모의 죄를 받아 태어난 아이. 죄를 짊어진 아이. 그 부정함이 여러 가지 불행을 불러들여 여러분을 지옥의 늪에 가라앉힐 겁니다.

안타깝게도 부정함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석할 수는 있어요. 거듭 수행함으로써 정화할 수 있는 겁니다. 일단은 여러분부터 이 성역에서 부정함을 씻어 냅시다. 그리고 내일 아침, 지금보다 좀 더 정화된 몸으로 집에 돌아가서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수행을 지도해 주십시오."(p.178)

자녀에게까지 이어지는 부모의 죄, 재생의 영역과 히쿠라 하우스의 비밀은 무엇인가? 취재와 조사한 기록을 가지고 추리해서 인과관계를 유추하고, 서술을 통해서 평면도를 그리고, 평면도를 비교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매우 논리적이라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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