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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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 송경원 역, [후회 병동], 문예춘추사, 2026.

Kakiya Miu, [KOKAI BYOTO],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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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친구를 잘 사귀었다면, 고등학교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면, 대학교 때 전공을 다르게 했다면,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현재의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그동안 인생의 갈림길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만약 과거로 돌아가 한순간을 바꿀 수 있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가키야 미우는 주로 여성과 노년 그리고 인생에 관한 글을 쓰는데, 소설 [후회 병동]은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을 이야기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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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family

marriage

friend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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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가와 병원 내과 암 병동에서 근무하는 하야사카 루미코는 서른세 살이지만, 말주변과 붙임성이 없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신경한 의사로 통한다. 그녀는 우연히 병원 화단에서 '청진기'를 주웠는데, 죽고 싶지 않다는 환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청진기의 불가사의한 힘은 마음의 소리뿐만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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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코 씨는 만약에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몇 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글쎄요...... 고등학교 시절일까요."(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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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과거로 통하는 문입니다... 자, 눈을 감아주세요. 이쪽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는 마음속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한마디만 외치면 즉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p.29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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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가족', '결혼', '친구'에 얽힌 후회...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은 루미코의 청진기를 통해 과거의 문으로 들어가 다른 인생을 산다. 유명한 배우인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사토코는 고등학생이 되어 오디션에 합격해 꿈을 이룬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외모와 연기력 논란, 악의적인 매스컴에 시달리며 비로소 엄마가 그토록 반대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에만 몰두하고 살았던 휴가 게이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린다. 대학 시절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아내는 육아와 살림만 해서 세상 물정을 모르고, 왜 그렇게 돈 걱정만 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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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치 못한 신랑감이라 딸의 결혼을 강력히 반대했던 유키무라 지토세는 과거로 돌아가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딸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불행해진다. 중학교 때 절친한 친구에게 저지른 과오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야에가시 고지는 과거로 돌아가 마주한 진실에서 자신이 짊어졌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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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부탁 하나 할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기억도 있다고, 그렇게 전해줘.

"엄마, 그거 진심이야?"

-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어. 인생이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라는 생각도 들고.(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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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 후회하던 순간을 바꾸면 완벽한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게 바뀐 인생은 또 다른 형태의 고통과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작가는 꿈꾸던 다른 선택이 결코 완벽한 해답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에 뼈아픈 실수가 섞여 있더라도, 그것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다. 어쩌면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내 삶에서는 내 선택이 가장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살든 내 삶은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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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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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ㅣ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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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유타카, 문승준 역, [안녕 신], 내친구의서재, 2026.

Maya Yutaka, [SAYONARA KAMISAMA], 2014.

2015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15 본격 미스터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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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중에서 본격 미스터리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가끔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고정관념을 깨뜨려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쉽게 끊지 못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데, 마야 유타카는 여기에 동급생의 형상을 한 신(神)을 등장시켜 한 번 더 틀을 깨부순다. [신 게임](내친구의서재, 2025.)에서는, 가미후리 시(神降市, 신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에서 하마다 정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이 만든 '하마다 탐정단'의 활약을 다루었다. 후속작인 [안녕 신]에서는, 아기 시(吾祇市, 내가 머무르는 신성한 땅이라는 뜻)에서 구온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이 만든 '구온초 탐정단'의 활약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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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우에바야시 마모루야."

나, 구와마치 준 앞에서 신이 선언했다.(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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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 전학 온 스즈키 다로는 키가 크고 잘생긴 얼굴에 머리가 좋고 운동을 잘해서 인기가 많다. 성격도 좋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소풍 때 교통사고 대참사를 막은 이후 5학년 대다수가 그를 신이라고 부른다. 완벽한 모습과 특별한 능력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이고 심지어 추종자까지 생겼다. 그런 신이 최근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나에게만 알려준다면? 구와마치 준은 구온초 탐정단으로 범인의 이름을 들었지만, 혼자서 그것을 떠안고 고민한다. 왜냐하면 차마 범인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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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마루야마 세이코야."(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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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미히타 스스무야."(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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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나코 아사미야."(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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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히도 유코야."(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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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너야."(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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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는 자신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사사건건 개입하면 재미없다는 이유로 능력을 아낀다. 하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구와마치에게만 범인을 알려주는데, 그녀는 스즈키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그가 진짜 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건을 파헤친다. 본격 미스터리답게 여섯 개의 사건은 주로 시간과 장소하고 관련되어 철벽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고 증명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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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그날 이후, 내게 붙은 별명이다. 물론 대놓고 그렇게 부르는 녀석은 없다. 들으라는 듯 속삭일 뿐이다.

스즈키는 이 세상에 악마 따위는 없고, 있는 건 자기뿐이라고 예전에 선언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다. 신이 사라지고 나서야 악마가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스즈키와는 달리 특별한 능력이 없다. 그래서 내가 악마라는 걸 입증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악마의 증명'이라는 것이리라.(p.3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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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리고 신은 마지막까지 구와마치에게만 범인을 알려주고 전학 간다. 추종자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탐정단의 활동은 점차 신에게 수긍하게 된다. 사건의 해결은 항상 서늘한 분위기인데, 스즈키 다로가 정말 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다.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악마의 속삭임인가? 누군가의 비밀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외로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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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야기 -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
매슈 맥스웰 지음, 앨리 데이글 그림, 김선형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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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맥스웰 글, 앨리 데이글 그림, 김선형 역, [바퀴벌레 이야기], 동아시아, 2026.

Matthew Maxwell, Allie Daigle, [HOW TO HOLD A COCKROAC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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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신의 아들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제 곧 정치적, 종교적, 현실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원문은 '회개'보다 '회심'의 의미에 가깝다. 회심하라... 마음을 바꾸라 천국이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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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맥스웰의 [바퀴벌레 이야기]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에세이(스토리텔링)로, 마음을 바꾸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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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소년은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바퀴벌레가 아니라 바퀴벌레라고 믿게 된 어떤 것을 무서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오랜만에, 새삼스레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실제로 바퀴벌레에 관해 얼마나 아느냐고. 너는 뭐니, 정말로? 궁금해졌다. 소년은 호기심을 품고 바퀴벌레를 보았다. 작은 아이였을 때, 어머니가 소리 지르기 전에는, 이런 눈으로 바퀴벌레를 보지 않았을까. 소년은 바퀴벌레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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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생각했다. 어쩌면 바퀴벌레들은 나와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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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저녁을 먹다가 식탁 위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한다. 그는 벌레를 끔찍이 싫어해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고, 징그러운 마음에 더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혐오감으로 바퀴벌레가 전부 사라져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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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왜 그렇게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것일까?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바퀴벌레를 보고 소리 지르던 기억, 바퀴벌레는 더럽고 위험하다는 믿음, 남들도 전부 바퀴벌레를 질색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속에서 진실처럼 굳어졌고, 이제 바퀴벌레만 보면 속이 메슥거리고 기분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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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은 바퀴벌레 자체가 아니라 바퀴벌레에 덧씌워진 어떤 관념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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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년은 궁금해졌다. 바퀴벌레가 무엇인지 사람이 무엇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과거의 의미나 미래에 닥쳐올 일도 알지 못했다. 결국 과거와 미래란 건 우리가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생각에 불과한 것 아니야?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소년은 그 의미를 꾸며내거나 남들이 꾸며낸 의미에 동의하며 그 의미가 진실인 양 삶을 살았다. 어떤 일이란 좋거나 나쁘기 마련이라고, 후회하거나 축하해야 한다고, 웃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라고. 이 모두가 소년 스스로의 선택과 소년이 믿도록 가르침을 받은 바에서 비롯했다.(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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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우리는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수많은 불청객을 만난다. 나 자신, 헤어진 연인, 과거, 미래, 일, 타인, 죽음, 삶, 감정, 앎, 만물... 등에서 두려움을 비롯한 갖가지 감정을 느낀다. 그때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미워할 수는 없다. 어쩌면 우리는 본질이 아닌 막연한 허상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고쳐 본질을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바퀴벌레를 마주했을 때 "너는 뭐니, 정말로?"라고 물으며 불행할지 아니면 행복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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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정을 통제하면 소시오패스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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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영화관 ㅣ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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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카와 아사코, 김선영 역, [환상 영화관], 북다, 2026.

Horikawa Asako, [GENSOU EIGAKA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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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중에서 라이트노벨, 판타지, 코믹 장르는 익숙하지 않아 호기심으로 읽은 책이다. 표지는 남자가 들고 다니기 민망하고, 허무맹랑한 전개는 어질어질하다. 호리카와 아사코는 [환상 우체국], [환상 영화관], [환상 일기점]... 등의 시리즈를 썼다고 하는데, 솔직히 뭘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전개와 만화 같은 엉뚱함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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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오래된 서양 영화 포스터와 한산한 매점, 충전재가 튀어나온 긴 의자, 유리문에 비쳐 좌우가 반대로 보이는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금색 간판.

'게르마, 전기관.'

게르마도 그렇고 전기관(*1903년 일본 아사쿠사에 등장한 오락 시설로 영화관의 전신)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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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모토 스미레는 혼자 끝말잇기를 하고, 여우원숭이를 좋아하고, 게자리 O형, 16세 고등학교 1학년이다. 구스모토 관광 그룹 집안이고, 유령을 보는 신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등교를 거부한다. 그날도 늦은 등굣길, 우연히 전철에서 아버지가 내연녀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무작정 뒤를 밟는다. 그러다가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오래된 영화를 보고... 살바도르 달리 같은 수염을 기른 지배인,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은 육감적인 유령 마리코 씨, 그리고 잘생긴 영사 기사 우도 군을 만난다. 그녀는 우도 군에게 한눈에 반해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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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기 직전에 인생에서 겪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지, 2관은 그 '주마등'을 보여 주는 장소야...... 매달 달빛이 사라지는 초승달 밤에 죽은 사람들이 심야 상영을 보러 2관에 모여들어...... 그리고 다들 자기 인생의 '주마등'을 보면서 천국으로 떠나는 거야...... 개중에는 천국 말고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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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는 학교에 가기 싫은 핑계로, 아니 인생에서 좌절을 겪어보려고, 사실 그보다는 우도 군과 같이 일하고 싶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돌아가신 할머니 유령을 제령(除靈)해 달라는 친구, 술에 취해 영화를 보러 오는 노인, 아버지의 불륜녀는 어린 딸을 영화관에 맡기고 일하러 가고, 그 소녀는 이상한 춤을 춘다. 유령들은 사십구재에 맞춰 심야 상영회를 예약하고, 초승달이 뜨면 맞춤형 단편 영화 '주마등'을 본다. 살아있는 사람은 전부 졸면서 똑같은 꿈을 꾸고, 망자는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본 뒤 저세상으로 떠난다. 이 세상과 저세상을 연결하는 비밀 장소이다. 그런데 누군가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이 스크린을 찢고 돌아오는 소동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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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도망쳐!"

이것이 바로 이 작품에 담은 핵심 메시지다.(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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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후기에서 '도피'에 관해 얘기한다. 현실의 문제에서 훨씬 더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에, 참을 수 없다면 도망치라는 메시지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일하게 된 환상 영화관에서의 좌충우돌 성장기, 유쾌한 판타지이다. 흘려듣는 듯한 농담 같은 소설은 기묘한 해방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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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영화관
시미즈 하루키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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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하루키, 임희선 역, [천국 영화관], 하빌리스, 2026.

Shimizu Haruki, [TENGOKU EIGAKA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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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신간(올해 출간한)을 읽어야겠다는 강박감과 무조건 가벼운 내용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선택한 책이다. 시미즈 하루키는 주로 만남과 이별, 죽음과 죽음 이후에 관한 인간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 힐링 소설이 그렇듯이 특정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모음이다. 다른 점은 현실 세상이 아니라 죽은 뒤 천국을 배경으로 한다. 5개의 연작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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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바다가 들린다

내 어머니의 연대기

빌리 엘리어트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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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죽음의 순간에는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지난날이 마치 영화 필름처럼 펼쳐진다고도 하는데, 영화관에서 내 인생을 영화로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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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천국 영화관에서는 죽은 후 천국을 찾은 이들의 인생이 영화로 상영됩니다. 스크린에는 그들의 죽음까지의 일상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비추어지죠. 그리고 그 인생 영화를 다 본 뒤에, 천국 너머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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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영화관이 있다. 예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소극장 같은 모습, 정겹고 고풍스러운 광경으로 구석구석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천국 영화관은 천국에 온 사람의 인생을 영화로 상영한다. 자신의 필름이 언제 오는지 아무도 모르고, 필름이 도착하면 혼자서 관람할지 아니면 모두가 관람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면 당사자는 천국 너머의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오노다 아키라는 21세에 천국에 왔다. 그는 생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여러 사람의 영화를 보면 도움이 될까 싶어 천국 영화관에서 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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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선화에 담긴 꽃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수선화의...... 꽃말이요?"

...

"수선화의 꽃말은 '다시 한번 나를 사랑해 주세요'입니다."(p.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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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타 기쿠, 81세 할머니의 필름이 도착한다. 선을 본 남자와 결혼해서 자주 여행을 다녔고, 노년에는 남편이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영화는 인생의 명장면을 중심으로 상영되는데, 마지막에 수선화 꽃다발을 받은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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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씨의 인생은 블록버스터처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까지 기억될만한 멋진 장면이 있는 좋은 인생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이...... 좋은 인생 영화라고요?"(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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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히로시, 31세 남성은 아주 평범하게 살아서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한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 한번은 회사를 쉬고 바닷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은 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인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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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충분히 행복했어. 미치카, 너는 항상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야 돼. 엄마는 사랑하는 우리 딸이 웃는 얼굴을 제일 좋아하니까......"(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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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와이 미치카, 45세 중년 여성은 친정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해지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셨다. 어릴 때부터 매 순간을 함께하며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간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자신이 천국에 온 것마저 불편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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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닐까?(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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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야마토 군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주 어린 나이, 3살 때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날이 갈수록 팔에 꽂은 링거의 수는 늘어갔고, 10살 무렵에는 산소호흡기 관이 코에 연결되어 있었다. 천국에 왔을 때는 자기 몸을 여기저기 훑어보더니 깡충깡충 뛰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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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행복한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마음에 남을 만한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장면조차 없었다.(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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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온 지 두 달, 오노다의 필름이 도착한다. 생전의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려서 나름 자신의 인생 영화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절망적이고 어두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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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제각기 영화 같은 인생이 있다.'(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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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인생, 그리고 영화에는 반드시 명장면이 존재한다. 결국 삶이란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는 한 편의 영화가 아닐까? 때로는 고단하고 너무 평범해서 지루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알게 모르게 소중한 순간이 담겨 있다. 막막한 현실에서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거나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을 담담히 응원한다. 내 인생의 필름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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