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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구시키 리우, 현정수 역, [사형에 이르는 병], 에이치, 2019.
Kushiki Riu, [SHIKEI NI ITARU YAMAI], 2015.
거짓말쟁이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후자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오냐오냐해서 항상 엉뚱한 짓을 벌이고, 그것이 발각되면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감추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입벌구는 망신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데, 이미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악성 습관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의 살인 충동은 선천적인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구시키 리우의 소설 [사형에 이르는 병]은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파고드는데, [소년 농성](블루홀6, 2025.)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동-청소년의 성장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이무라 야마토의 이름을 검색하면, 컴퓨터 모니터는 순식간에 막대한 정보로 넘쳐 흐른다.
엽기살인범, 연쇄살인귀,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시리얼킬러, 정신이상자, 괴물 등등.
하이무라가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5년 전 일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입건할 수 있었던 것은 그중 고작 9건뿐이었다. 그다음 해 1심이 개시되었고,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약 4년 반이 걸렸다.
참극이 일어난 무대는 간사이 지방 북쪽 외곽의 논과 밭만이 펼쳐진 농촌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소년소녀로, 적게는 열여섯 살부터 많게는 스물세 살. 입건된 9건은 소년 4명에 소녀가 4명, 성인 여성이 1명이었다.(p.28)
가케이 마사야는 삼류 사립대 법학부에 다닌다. 어린 시절에는 나름 공부 잘하는 총망 받는 아이였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대학생이다. 그는 연쇄살인으로 체포 구속된 하이무라 야마토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조금 친하게 지내던 제과점 주인, 하이무라는 대부분의 범행을 시인했지만, 마지막 아홉 번째 살인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년과 소녀가 아닌 성인 여자의 죽음은 타깃과 수법이 다르고, 그동안의 패턴에서 벗어난다고 하면서 누명을 벗겨줄 것을 요청한다.
다시 한 번, 마사야는 생각했다.
- 나는 어째서, 이곳에 온 것일까?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인가, 시간 때우기인가.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저 눈이다.
저 눈을, 나는 보고 싶었다.(p.39)
"당신은 저를 과신하고 있습니다. 설령, 당신의 아홉 번째 누명을 제가 벗겨낸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발신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사법당국에 영향을 줄 권한도 없습니다. 당신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어지는 말이 멋대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하겠습니다."(p.67)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십 대 소년과 소녀를 납치한 후 처참하게 짓밟는 파렴치한, 진실이 밝혀져도 바뀌는 것은 없고 사형은 집행된다. 마사야는 어떤(?) 이유로 조사를 수락하고, 변호사가 보내준 공소장을 읽으며 관련자를 찾아가 만난다.
증언을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정리하는데, 하이무라는... 경계성 지능장애인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 양부의 학대, 애정결핍, 잘생긴 외모와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교육받지 못하는 처참한 환경, 누구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고, 다른 누구는 행정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한다. 야뇨증, 동물 학대, 방화... 약물 과다 복용으로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망, 친모의 유골을 먹는 기행을 보였다.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은 범죄 사실에 놀라면서도 인간적으로 호의를 보이는데, 악인이지만 숨겨주고 싶다는 양가감정을 드러낸다.
- 그 사람은, 어쩐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 물음이 귓속에서 메아리친다.
정신과 의사들은 하이무라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평했다.
매력적인 가면, 풍부한 표정과는 반대로 기복 없는 감정, 빈곤한 공감 능력, 높은 지성과 관찰력.(p.168)
"기질이나 소인의 유전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질의 발전 여하를 좌우하는 환경 쪽이 좀 더 중요하다."
현재는 이런 견해가 주류인 듯하다.(p.170)
"모두 그래. 조금씩 그 사람과 닮아가. 영향을 받는 거야. 말버릇도, 몸짓도, 눈매까지도. 나도 그랬어. 그 무렵의 나는 정말로 '그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바랐지."
...
"그 사람처럼이 아니야.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고 싶었어. 이해하겠어? 그 정도로 나는 하이무라 야마토란 존재에 푹 빠져 있었지. 완전히 심취해 있었어."(p.317)
같은 나이 대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어린아이를 상대로는 절대적이다. 상황을 이끌고 지배하는 능력, 심리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영향력, 신사의 가면 뒤에 숨은 살인마의 얼굴이 있다. 마사야는 하이무라에 관해서 알아갈수록 자기 자신을 보게 되고, 그 사람과 연관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왜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하이무라와 같은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감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 살인의 진범은 누구일까?
태생이 불행하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운한 환경에서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 당한 아이는 결국 스스로 폭력적이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고, 연쇄살인범이 되기도 한다. 유전적인 것은 그렇다 해도 환경적인 요소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에 적극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