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 비가오더니 월요일엔 가을이 되어 있었다. 집 앞 가로수들이 온통 붉고 노랬다. 후드드득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 예전에 신랑이 그랬다. 어느 유명한 외국 시인은 한 계절이 지나 식물들이 죽는 걸 보고 자연이 얼마나 잔인한가에 대해 통찰했다고. 진짜 유명한 시인이었고 좀 더 멋있는 표현이었던 거 같은데 난 기억 안난다. (신랑 이 글 보면 부연 설명 좀 남겨주길.) 암튼 그 말을 떠올리긴 했으나 내 감수성은 거기까지 못 미친다. '낙옆 떨어지는 거 이쁘네' 정도만 생각할 뿐이지. 그치만 식물이 아니라 사람이 시드는 건 다르다. 주말에 비가 나뭇잎에 노화현상을 촉진시키고 있을 때 난 집에서 '에브리맨'을 읽었다. 에브리맨은 주인공 아버지가 운영했던 보통사람을 위한 보석가게 이름이기도 하고, 늙어죽는 모든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자라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결국 늙고 병드는데, 이 소설은 그 늙고 병드는 장면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늙고 병들어가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려준다. 그러니까 지나간 젊음에 얼마나 미련을 갖게 되는지 말이다. 부질없이. 나도 모든 사람들처럼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서, 이 보편적 상황에 관한 책은 꽤 슬프고 끔찍했다. 그래도 언젠가 겪을 일이라면 알아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약을 먹는 셈 치고 읽었다. 물론 나도 언젠가 확연하게 찾아올 노화를 담담하게 견디기 어렵겠지만, 흘려보낸 과거와 건강이 아쉬워 바둥댈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비타민 먹고 운동이나 할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