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정철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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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술자리에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때는 돈이나 돈 버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어. 돈 많으면 뭐하냐 그런 거였지. 그래서 회사 와서도 월급 조금씩 저축만 하고 그랬어. 대출이란 건 죄악으로 생각했었고. 반면에 결혼하면서 집을 갖고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 친구랑 지금 나랑 너무나 큰 차이가 나. 난 아무 것도 모르고 저축만 하면서 이제 겨우 집을 얻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더라고. 그 때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그 친구랑 나랑 그렇게 차이는 안 날 텐데. 너도 혹 나 같은 생각 갖고 있으면 고쳐라. 돈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에서 배제할 수는 없어.” 프롬의 비물질적 삶을 동경하던 대학생에게 선배의 말은 술자리에서 들은 무수한 말 중 하나로 남아 다른 쪽 귀로 유유자적 흘러나갔다.


하지만 막상 처음 돈을 벌게 되니까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실제로 쓰고 남은 월급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저축 왕에게 상장을 주고 했던 것으로 봐서는 일단 아껴 쓰고 저축해야 하는 것 같은데, 산술적으로 요즘 같은 시대에 저축만 한다면 어느 세월에 집 한 채 장만하겠나. 게다가 결혼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누군가 내게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월급 관리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답을 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서점에 가면 널린 것이 ‘부자 만들어 주는 책’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틈만 나면 우리 사회가 사람들에게 부자 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고, 그런 책들이 강요의 선봉에 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부류의 책을 보면, 우리를 경제 동물로 격하시키는 사회적 현상으로 판단하여 맹렬히 비판하곤 했다. 근데 그런 내가 ‘부자 만들어 주는 책’을 사야 한다니. 사실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녔다. 다만 이제 나도 독립을 해야 하는 나이인데, 기초적인 경제 상식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은행 업무, 세금 납부, 연말 정산 등등 내 밖에 있는 어른들의 세계를 나도 이제 조금은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전략적인 공부가 무식하고 우직하게 하는 공부를 능가하는 시대에 나도 좀 더 전략적인 월급 사용법이 필요했다.


일단 ‘100억을 벌게 해주겠다.’느니 ‘5-6개월에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식의 책은 싫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읽는 유일한 실용서적은 운동서적이다. 그 책들 중에서도 난 ‘10분만 운동해서 몸짱을 만들어주겠다’느니 ‘아주 단 기간에 늘씬한 몸매 만들기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의 책은 절대 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6개월에 10kg 빼는 방법’ 같은 책들이 덜 자극적이어도 신뢰도는 높았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이다. 사실 자극적인 제목이 불편했다. 20대에 미칠 일은 재테크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테크는 미칠 필요가 없는, 보조적 지식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금도 믿는다. 하지만 책은 내게 돈을 버는 방법보다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다. 저자의 핵심도 짧은 시간 내에 돈을 벌어야 한다가 아니라 가급적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테크에 미치지 않아도 적절히 내 월급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런지는 알려줄 것 같았다.


실용서적을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위에서도 얘기했듯, 운동관련 서적을 사면 일단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 그리고 내가 정말 궁금해 했던 부분을 선별적으로 읽는다. 내가 이미 알고 있다거나, 나랑은 조금 무관한 내용 등은 읽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책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정보가 체계적으로 담겨 있어, 내가 필요한 내용만 골라 읽을 수 있었다. (주식 투자 부분 같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선 넘어갔다.) 또한 정보 자체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바로 따라 할 수 있었다. ‘은행수수료를 아껴라’, ‘개인 재무제표를 만들어라’ ‘주식저축을 해라’ ‘보통예금통장을 버리고 통장을 쪼개라’ ‘보험과 주택청약통장에 관한 설명’ ‘세테크는 이렇게 해라’ 등 필요한 핵심만 간단하게 설명은 한다. 그리고 ‘나라면 주택 청약을 들고 보험은 종신 보험 하나 외에는 안 들겠다’는 식으로 추천도 해준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실제로 20대가 재테크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내가 월 100만 원 이하를 투자한다면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 3,000만원을 모았다면 이후엔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을 것인지 등에 대해 당장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물론 가끔 술, 담배를 끊어라, 연애도 늦게 해라식의 평범하고 어려운 충고를 하는 등, 지나치게 내 사적 영역까지 침범하여 잔소리를 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신영복 선생의 글 중 ‘무항산무항심’이 있다.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물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옳은 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항산(恒産)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항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심을 갖기가 어려운 오늘의 현실입니다. 얼마만큼의 소유가 항산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항산이 항심을 지켜주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략)

재테크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용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재테크에 미쳐서는 안 된다. (생각해보라. 모든 젊은이들이 재테크에만 열을 올리는 사회를.) 오히려 보조적으로, 필요한 정도에 맞춰 기초적인 재테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다. 미치려고 하기 보다는, 좀 더 거리를 두어 필요한 정보만 얻어간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20대 독자들이 이 책의 알맹이만 빼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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