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기막힌 발견 - 머릿속으로 뛰어든 매혹적인 심리 미스테리
스티븐 후안 지음, 배도희 옮김, 안성환 그림 / 네모북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그렇다면 가장 극악한 범죄자의 뇌, 그러니까 살인범이 뇌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이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살인행위를 통해 각성수준을 높이려는 생리적 경향이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스릴을 위한 살인 같은 것이 과연 있는 걸까?  


 행동과학 및 의학계의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따라서 우리는 '범죄적 극치감'을 추구하는 사라들로 부터 대략 추정할 뿐, 살인범의 뇌가 이렇다하고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는 계속되고 있기에, 현상에 대한 그림은 점점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은 <뇌의 기막힌 발견> 중 '살인범의 뇌1'이란 챕터의 서두다. 난 이 짧은 두 문단이 <뇌의 기막힌 발견>이 어떠한 책인지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전략 중 '티저쓰기'가 있다. 서두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시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수많은 글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작부터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은 아예 읽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티저가 흥미롭다고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티저는 말그대로 끌어들임이다. 티저가 흥미로우면 흥미로울수록 독자는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티저에 걸맞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허무하다. 아예 글을 읽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런걸 읽으려고 시간 낭비를 했다니.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로 시작하는 글이나 '미국의 FTA공세가 시작됐다;로 시작하는 글은 적어도 성격을 분명히 하지 않는가. 시간 낭비할 일은 없다.

 

뇌는 배신감을 강하게 주는 책이다. 일단 제목부터 흥미롭다. 뇌의 기막힌 발견이라니. 그동안 뇌라 하면 우리 인간을 지배하는 기관쯤으로 생각해왔는데. 기막힌 발견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자들은 자연히 제목에 끌려든다. 책을 편다면? 마찬가지다. 여전히 흥미롭다. 21세의 존이 이유도 없이 71세의 베티를 폭행한 장면이 나오고 사람이 늑대인간과 흡혈귀가 되는 사례가 소개된다. 자. 흥미는 더욱 커졌다. 왜? 일단 여기에 뇌가 연관되어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사례를 통해 드디어 뇌의 기막힌 발견을 소개하는구나. 흥미로움과 기대감이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책은 말한다. 이것은 '~~장애' 때문이다. 이게 왜 생기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 인파를 피해 화장실로 가서 위에 가득찬 가스를 배출하려던 찰나, 가스가 위 속으로 삽입되는 그 느낌, 소화가 안 되 소화제를 먹고 트림을 하려던 찰나, 트림의 기운이 사그라드는 느낌이 떠오른다. 100에 달하던 기대감과 흥미로움은 단 번에 사라진다.  

 

이 책은 계속 이런 식이다. 사례를 소개하고, 그게 어떤 장애인지 설명하고, 그게 왜 발생하는지는 연구 중임을 밝히고, 그와 유사한 사례를 다시 들며, 충분히 예측가능한 원인을 밝히는 식이다. 예를 들어 살인자의 뇌에 관한 장을 보자. 이 책은 엄청난 연구진들을 소개한다. 이 연구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살인자들은 대체로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으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못어울렸으며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사람들 출신임을 밝힌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고 알콜중독인 경우도 있다. 엄청난 연구진이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논리적 결과를 증명해 준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그동안 추측해오던 것들이 미국의 연구진에 의해 증명되었다는 사실만을 알았을 뿐. 새로운 정보를 알기 위해, 특히 뇌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고자 한 독자에게 이 책은 용두사미처럼 보인다.

 

물론 캡그라스 증후군이라는 등 다양한 증후군의 정보를 알려주는 점은 좋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마음에 문제라고 생각했던 컴플렉스 등이 뇌와 연관이 있다는 정보는 신선하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영역이 의지 밖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 동안 의지박약아로, 난폭자로 낙인 찍힌 많은 사람들이 결국 환자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은 이 책을 읽고 느낀 작은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 대한 피상적 정보만을 알려준 점(한 챕터가 일단 너무 짧다), 더 나아가 자신이 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점(아직 모른다. 밝혀지지 않았다 등)은 이 책의 커다란 문제로 여겨진다. 같은 문제점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면서 결국 이 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여기 까지 읽은게 약간 아깝긴 했지만 매몰비용으로 생각하고 빨리 책에서 손털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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