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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 우리의 유일한 꿈이라면, 나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책을 보는 것이고 유희는 영화를 실컷 보는 것이다. 생산자로서의 꿈이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꿈이다. - 백수생활백서 中
나는 성공에 관한 실용서가 싫다. 가령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니, "긍정의 힘"이니 하는, 저자들이 양복을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이 삽입된, 그런 종류의 책들 말이다. 그 웃는 저자들을 때려주고 싶다. 성공에 관한 실용서는 자기에 대한 광고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광고다. 광고란 욕망을 만들어서 새롭게 시장을 창출하는 법. 그래서 그런 책은 '성공'이란 단어를 '돈, 명예라는 가치의 획득'이라는 뜻으로 제멋대로 선점한다.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한 욕망을 창조해낸다. 나는 왜 이렇게 되지 못하는가 하면서 자책하도록. (책 내용을 봐라. 일주일에 10KG 뺀다는 광고지도 그것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이다.)
백수생활백서는 성공 실용서와 정 반대로 나의 욕망을 쭈욱 빼놓았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주인공은 세상에 대해 무력하기 그지없다. 식당을 하는 아버지 덕에 생계에 부족함이 없다. 가끔 하는 아르바이트(정신노동은 안되고, 육체노동도 힘들면 안된다-는 것이 주인공의 직종 선택 기준이다)로 오직 책을 산다. 위에서 인용했듯, 그는 소비자로서의 꿈을 꾼다. 무엇이 되리라, 어디까지 올라가리라 하는 치열한 꿈이 아니라, 그냥 내 앞에 있는 풀을 뜯으리라 하는 꿈. 초식동물의 꿈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너무 자주 이런 질문을 받아왔다. 장래희망이 뭐니?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되겠니? 이런 질문은 "생산자로서의 꿈"에 관한 것들이다. 대개 미래를 향한다. 언제 제일 행복하니? 하는 질문은 아무도 묻질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면서 정작 현재를 즐기는 법에 서툴다. 우리는 이런 주객전도에 너무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