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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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우리글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던 우연히 보게 되었던 디자이너 이상봉의 옷을 통해서였다. 우리는 모르는 우리글자의 매력을 우리보다 더 먼저 알아보았다던 세계의 디자이너들.. 그러나 한글은 그 생김새때문에 아름다운 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 말과 문자는 많다. 그 많은 말과 문자를 써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체계적인지, 얼만큼이나 잘 만든 글자인지 나는 모르겠다. 사실 우리글, 우리말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세상의 문자들을 다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글, 우리말이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조금 알 것 같다. 순우리말이라고 하여 쓰여지는 말과 글자의 의미, 그리고 그 소리의 아름다움은 언어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늬바람, 마파람, 잎새바람과 같은 우리말은 정말 이쁘다. 사랑이라는 말을 순우리말로 하면 다솜이다. 왠지 따스하고 포근포근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말, 다솜... 그런가하면 '포로롱'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표현도 있다. 

우리나라로 건너와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는 인칭을 따지는것 하며, 존대말이 안고 있는 격의 차이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말, 우리글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았던 민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지만 너는 없어지고 나만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너도나도 외국어를 써야만 왠지 멋드러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만이 자신의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닐텐데도 불구하고 문장속에 외국어 한 단어쯤은 섞어 말하는 것에 오히려 익숙해진 듯 하다. 역사적인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안다. 우리문화, 우리글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한글창제에 관하여, 그리고 그 한글을 만드셨다던 세종대왕에 대하여 떠도는 말과 책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글을 만들때의 배경이 조금씩은 차이가 난다. 어떤 것에는 그 발음되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궁녀들의 협조를 구했다 하고, 어떤 것에는 창틀을 보고 만들었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가족들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기본적인 것까지도 중구난방衆口難防인지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우리말이 천지인天地人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어울어지는 글자, 한글.. 책속의 내용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생활속에서 만들어지는 한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공주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그랬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하지만 여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하여 암클이라 홀대당했다는 말을 들으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하물며 저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두렵다는 말로 반대를 했다. 그것뿐이랴, 백성을 깨우치기보다 벼슬하는 자를 하나 더 뽑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내세웠던 것은 '명분'이었다. 명분만 앞세웠던 사대부들의 안일함은 내가 역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분통터지게 하는 일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 지긋지긋한 '명분'을 여기서도 본다... 하지만 그 시답잖은 '명분' 앞에 이 한마디를 던져주고 싶다. " 이 나라는 모화와 사대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이들의 세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소설로서의 이 책은 밋밋하다. 아무런 특징도 없고 작은 감동조차 없다. 맛으로 친다면 그야말로 밍밍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웃음을 짓게도 한다. 사투리까지도 파헤쳐 그에 맞는 표준어를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단지 작가의 상상이라면 기막힌 상상이다. 덕분에 충청도 사람들의 사투리에 대한 어원을 알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보니 그럴 듯 하다. 지역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말의 생김새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진다. 정말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밤낮없이 시간에 쫓기며 한글을 만들어가는 중에 잠깐씩 보여주는 공주의 사랑은
아무런 느낌도 전해주지 못한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어쩌면 자극적인것에만 익숙해져가는 우리의 내면이 문제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그냥 한글창제에 관한 이야기려니 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한글을 만들면서 이런일도 있었겠구나,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조선시대속에서 여자들의 행적을 찾아낸다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남존여비라는 말이 지배했던 세상을 바라보면서 작금昨今의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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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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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놀라운 흡인력이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두께를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다. 도대체 어떤 힘일까? 팩션이라는 것의 묘미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더 있을것만 같다는 느낌으로 책장을 덮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이 거침없다. 한순간이라도 약간은 느슨해질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책장을 덮으면서도 그랬다. 알 수 없는 두려움... 한낱 소설일 뿐인데도 이렇게까지 강한 여운을 남겨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거라고 믿고 싶어지는, 어쩌면 정말 인종우월주의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되받아치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오른다. 세상의 모든 것들속에 존재하는 종교라는 그 이념이 싫은 까닭이다. 사람은 어째서 그런 환상적인 이념에 사로잡혀야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세계사의 역사를 살펴볼 때 종교적인 이념이 끼어들면서 모든 것은 뒤틀리기 시작한다. 이 책속에서 느껴지던 그 묘한 대비가 왠지 껄끄럽다. 신을 믿나요? 신을 믿지 못한다구요? 그 어느것에도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미묘함의 차이.

팩션의 함정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절묘한 어울림 앞에서 그만 주저앉아버리고 만 그런 느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건축물들은 모두가 사실이다.  건축물들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조차도 우리는 금방 알 수가 있다. 비밀을 안고 있던 라투레트 수도원은 프랑스에 실존하는 건축물이다. 그 수도원을 만들었다는 르코르뷔지에는 정말로 나치에 협력했던 사람이다. 또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수사의 절반 이상이 정신이상을 보였다는 것조차도 사실이라 한다. 작품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오이겐 피셔도 우생학을 연구했다는 실존인물로, 나치에 협력하여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다양한 유전자 실험을 자행한 과학자란다. 우생학이란 것이 나쁜 유전자를 피하고 우량한 혈통을 보존할 목적으로 과학적인 연구를 하는 학문이라고 하니 자주 마주치는 오이겐 피셔라는 인물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저자가 깔아놓은 팩트(fact)의 함정은 깊다. 픽션(fiction) 보다는 팩트(fact) 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다른 인종보다 뛰어난 민족이 있는 것일까?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의 0.5%내에는 유대인이 한명씩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다. 유전적인 것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들이 좀 더 상황대처에 능숙하거나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더 높을 수는 있다고 본다. 이 책속에서 잠깐 언급되었듯이 그들은 환경에 의해 그렇게 우월성을 재창조하게 되었을 수도 있을테니...  아주 오래전부터 명망있는 가문들은 자신들만의 우월성에 눌리며 살았던 것 같다.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근친교배의 예를 보아도 그런 것 같고...  그것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걸 그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만큼 우월성에 대한 파급은 상당히 크다. 굳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민족주의를 따져보지 않는다해도 누구나 남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얼마전에 읽었던 <편집된 역사>라는 책에서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백인우월주의에 의해 너무나도 많은 인류의 역사들이 편집되거나 혹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그런 것을 볼 때 어딘가에 치우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째서 그토록이나 광적으로 외골수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욕심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오직 나만을 앞세우고 싶어하는 그런 욕심 말이다.

성경을 살짝 꼬아버린듯한 스토리라인이 재미있었다. 신께서 자신이 아닌 아벨의 제물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동생을 돌로 쳐서 죽였다는 카인을 앞세우면서도 이 책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아니 오히려 성경을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비틀림이 왠지 껄끄럽지가 않음은 무슨 까닭인지... 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먹이감처럼 살짝 던져주고는 우리의 역사적인 오류였던 나치의 우생학 연구에 관한 사실들을 늘어놓는다. 인류의 역사를 부끄럽게 만드는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보다도 더 독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카고는 정말 존재했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프랑스사전에 이렇게 실려있다. 독실한 신자인 체하는 사람, 위선자, 천민... 책에서도 불가촉천민이라고 말했듯이 그다지 좋은 뜻은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우생학 연구는 너무나도 지독했다. 야합과도 같은 카톨릭교회와 나치의 은밀한 거래라니... 처음부터 계획되어진 일이 아니었다는 홀로코스트가 왜 진행되어져야만 했는지 변명처럼 늘어놓고 있는 배경이, 소설이지만 사실인것처럼 소름돋게 하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묻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악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어하는 걸 느끼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스릴러물을 읽었다. 사건들은 나열되지만 그다지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그 열쇠를 빨리 찾아내야만 한다는 조바심만이 있을 뿐이다. 그만큼 빨려들어가고 말았다는 말이다. 스토리형식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그러나 이 책처럼 두 갈래 길에서 시작하여 마침내는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 이르러 정점을 찍게 되는 형식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나만의 느낌일뿐이겠지만) 잔인한 장면들속에서 미친 존재감의 프리메이슨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들의 일부가 유태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가졌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빌어 학살에 대한 처절함을 말하고 있지만 내게는 아주 짧은 순간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여왕마고>의 장면들이 오버랩되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뻔한 소재, 뻔한 형식을 가진 단순한 오락소설일 뿐인데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에 놀랐다. 저자의 전작이라는 <창세기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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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로 떠나는 테마 여행 - 지금은 전철 시대 빠르고 간편하게 강원도 충청도까지
박민정.이요석 지음 / 예조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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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의 길잡이로는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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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로 떠나는 테마 여행 - 지금은 전철 시대 빠르고 간편하게 강원도 충청도까지
박민정.이요석 지음 / 예조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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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정말 바쁘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이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글쎄, 뭐 그렇게 바쁠것도 없는데 바쁘네요..라고 말하며 베시시 웃는다. 그 웃음속에서 느껴지는 허함이 왠지 안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일탈을 꿈꾼다. 잠깐이라도 여기서 벗어나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디로? 글쎄요... 어디로 가야할지는 아직... 그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실감나는 표정일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방향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것..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갈 곳은 많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다. 내가 오기를 기다려주는 곳도 찾아보면 참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갈 곳을 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고, 그 풍경이 그 풍경이다. 거기다가 막히는 길은 망설임을 더 극대화시킨다. 와아, 길이 저렇게 막히는데 가긴 어딜간다고? 하면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그저 눈으로만 즐기는 여행,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한 생각에 쌓여있었던 까닭에 그만 발길을 돌렸던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나로부터 떠나 모든 것을 자연속에 맡기고 싶어하면서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꿈꾸니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음 한 곳을 비워보자. 꽉 채워져 이제는 무엇도 더 채우지 못할 것 같은 마음 한구석을 조금만 시간에게 양보해 보는 거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시간에게 나를 맡겨보는 것이다. 그러자면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니어야 한다. 온전히 그 시간속에서 마음의 펀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꼭 무엇을 보아야만 하고, 누군가에게 나 거기 가보았다고 말해 줄 근거를 찾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한가지 테마를 정해서 오롯이 그곳에 녹아들 수 있는 여행이라면 짧아도 참 좋았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만 주변을 살펴본다면 그런 사람들을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곳을 콕 집어주는 단거리 여행책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인지라 굳이 자동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책장을 넘기다보면 책마다 소개된 곳이 모두가 한결같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목록부터 주변의 상황까지 어쩌면 그리도 한결같은지.. 서로가 서로의 책을 베껴놓은 것같은 착각마져도 생길 때가 있다. 그럴때는 나의 안목으로 골라야만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선택했을 때 나에게 가장 많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해 줄만한 코스가 담겨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이 알찬지, 얼만큼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교통정보를 소개해 주고 있는지 뭐 그런 것들을 살펴보게 된다.  작은 책속에 많은 것을 담고싶어하는 욕심을 부린 책에게는 절대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아홉가지 테마로 여행의 코스를 잡아주었는데 나름대로는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史) 역사 유적 탐방,  (學) 체험 학습 여행, (村) 테마 거리, 마을 순례, (休) 마음을 풀어놓는 곳, (色) 도심 속의 자연, (靑) 청춘 스케치, (遊) 즐거운 놀이마당, (場) 행복한 쇼핑 코스, (味) 맛있는 전철 여행 ... 부모라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갈 만한 곳도 있고, 연인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잡은 손끝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는 곳도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맛있는 곳을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명심하시라, 이것조차도 각자의 느낌이라는 것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좋았다고 하여 나도 좋을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단지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즐길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말이다. 어느곳에 있든, 무엇을 먹든 그것을 선택한 후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역사 유적 탐방은 필수적이겠지만 어느곳을 가더라도 그곳에 대한 사전정보는 익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곳에 갈지라도 그곳에 대한 유래나 그곳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 가슴에 품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틀림없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나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책 좀 읽으시나요? 물으면 하나같이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닐진대도 사람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짬짬이 책을 읽어내는 사람들은 많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가지? 거기가면 뭐가 있는데? 에이, 뭐 그런데를 간다고...라고 말하기 이전에 일단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거기가면 뭐가 있는데?라고 물으며 나도 갔다왔다,는 증명서를 발부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그렇게 눈에 보이는 증명서를 발부해주는 곳이라야 뻔할 뻔자다. 당신이 에이, 뭐 그런데를? 했던 곳에서 정말 멋진 여행의 맛을 찾아내는 보통의 사람도 많다.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묻지말고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먼저 따져보자. 어느곳엘 가더라도 온전히 나 자신의 시간을 맡길 수 있는 여행이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일탈, 어렵지 않다.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것이 일탈이다. 어디로 가든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여행인 것이다.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동남아로 가고, 남미로 가고, 유럽으로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닌 것이다. 크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못 떠날 것도 없다. 늘 가던길에서 옆길로 살짝 돌아가보는 것이 여행이고 일탈일테니 말이다. /아이비생각 


                                                                                성북동 -길상사-에서 잠시 머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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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책의 제목이 상당히 詩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울... 나는 서울이라는 곳을 얼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를 오가면서 서울을 얼만큼이나 안다고 생각할까?  모르긴해도 서울의 거리이름이나 어디에 가면 어떤 이름을 가진 빌딩이 있다는 것쯤은 왠만한 사람은 다 알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서울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옛숨결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나마 종로구에서 북촌을 살려내 북촌이나 가회동의 골목길들이 유명해지긴 했다.  가끔씩 들러보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조차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양 행세하는 그 모습이 조금은 서글프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나마 보존되어질 수 있었던 가옥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나마도 천만다행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울하면 왜 경복궁을 떠올리는 것일까? 이 책속에서조차 만나기로 했던 친구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경복궁을 일치시키고 있는 게 맞는 말일 것도 같은데... 아마도 광화문이 거기에 있음으로해서 그런 현상이 생겨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창덕궁이라는 이름보다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불리워지게 된 또하나의 궁궐도 그렇다. 

서울에 존재하는 옛숨결을 찾아 한동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내심 놀라웠던 것은 내국인보다 많이 마주쳤던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한번 가 보시라,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북촌의 골목길을 거닐다 사진기를 내밀던 그 노랑머리의 여인이 포즈를 취했던 곳은 아담한 한옥도 아니었고, 그 한옥을 감싸안고 있던 우리의 옛담장도 아니었다. 어느  다세대주택의 출입문에 양각되어진 십장생이 그녀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것이면서도 우리의 것이 아닌듯 서걱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서울속의 옛숨결들.. 무슨 까닭일까 생각하다가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이 일기도 했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것을 제대로 알고자 노력하지 않으니 당연히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것을 홍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자체적인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는 말이다. 가만히 뒤돌아보면 우리세대의 부모님들은 문화라는 것 자체에 마음 쓸 틈이 없었다. 살아내야 한다는 각박한 현실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이제 와 멀리 밀쳐 두었던 우리의 문화를 끌어당길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겨났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렇다면 제대로 자리잡히는 과정이 되었음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게 된다.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얼마전 정동길을 찾아나서며 옆에 해설사 한분이 함께 해 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까닭이다. 정동길은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덕수궁돌담길이다.  유행가의 가사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곳이 바로 정동길이다. 그 곳이 한때는 경운궁이었다는 것도, 경희궁과 나란히 했던 곳이라는 것도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정동극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중명전도 경운궁의 도서관이었다는 걸, 그곳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참 좋은 일일텐데... 하지만 답사를 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참 많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안내판에 써 있는 글을 읽어보아도 그곳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도대체 연도와 전문용어는 왜 그렇게 빠짐없이 나열해놓는 것인지...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편한 말로 써놓으면 안내판의 격이 떨어지는 것일까? 더군다나 요즘 보이는 안내판은 보기좋으라고 바꾸어놓는 것 같은데 빛이 반사되어 그마저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어진 그 많은 표지석들은 지나칠때마다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고, 느닷없이 어울리지 않게 우뚝 서 있는 많은 동상들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은 왜 이곳에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하기를 몇 번인지 모른다. 간혹 그 사람의 이름을 딴 공원에 들러 주인공의 동상을 보게되면 왜 그리도 반가웠던지... 

기대했던 것보다 알찬 내용에 놀랐다.  그림도 그림이거니와 그 그림과 함께 곁들인 우리문화에 대한 설명글이 너무나 좋았다. 세세하게 살펴보며 그 곳이 어떤 곳인가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뒤에 참고했다는 책들을 살펴보면서 참 많이도 정성을 기울인 책이구나 싶었다. 그 자신 역시 서울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껴가며 발품을 팔았겠구나 싶어 고마웠다. 서울? 에이, 서울에 뭐 볼 것 있다고..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조금은 부끄러워질 것 같다. 그만큼 서울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옛시간들은  많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곳에 계신 분들과 한마디 한마디 주고 받았을 저자의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나도 저런 마음으로 답사를 다녔던 것일까? 다시한번 되묻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스쳐지나며 미처 보지 못했던 곳들을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눈으로만 보고 왔던 곳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리라 한다. 알고자 하는만큼 알게 되고, 보고자 하는만큼 보게 된다는 말을 떠올린다. 

저자가 찾아갔던 곳은 많았다.  경복궁,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정동, 혜화동 등....(저런데서 뭐 볼게 있겠느냐고 말하지는 말 것!) 그림으로 보여지던 경교장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고, 설마~ 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곳도 보인다.  하지만 인사동은 이제 가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사동길에 들어서면 우리것의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내가 서울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저것을 뭉뚱그려놓은 시장에 와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조차 힘겨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우리의 색을 잃어버린 채 우리의 길이라고 간판만 붙여놓은 꼴이다. 이곳저곳에서 덩치만 크고 실속은 없어보이는 우리의 것을 만날 때가 좋종 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런 곳에 우리나라를 알고 싶어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책장을 덮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책을 읽으면서 외줄을 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우연히 드리우게 된 낚시줄에 대어가 걸린 듯한 느낌을 주었던 책이다.  이 책을 들고 서촌을 한번 찾아가 볼 요량이다. 요즘 그 지역 주민들 사이에 많은 말이 오고간다는 그 곳으로.. 그리고 잊지말고 찾아가 보리라 한다. 저자가 소개해 주었던 그 곳, 딜쿠샤를... 미루어 둔 채 목록에만 올라있던 곳을 생각한다. 마음이 바빠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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