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우리글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던 우연히 보게 되었던 디자이너 이상봉의 옷을 통해서였다. 우리는 모르는 우리글자의 매력을 우리보다 더 먼저 알아보았다던 세계의 디자이너들.. 그러나 한글은 그 생김새때문에 아름다운 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 말과 문자는 많다. 그 많은 말과 문자를 써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체계적인지, 얼만큼이나 잘 만든 글자인지 나는 모르겠다. 사실 우리글, 우리말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세상의 문자들을 다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글, 우리말이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조금 알 것 같다. 순우리말이라고 하여 쓰여지는 말과 글자의 의미, 그리고 그 소리의 아름다움은 언어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늬바람, 마파람, 잎새바람과 같은 우리말은 정말 이쁘다. 사랑이라는 말을 순우리말로 하면 다솜이다. 왠지 따스하고 포근포근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말, 다솜... 그런가하면 '포로롱'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표현도 있다. 

우리나라로 건너와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는 인칭을 따지는것 하며, 존대말이 안고 있는 격의 차이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말, 우리글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았던 민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지만 너는 없어지고 나만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너도나도 외국어를 써야만 왠지 멋드러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만이 자신의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닐텐데도 불구하고 문장속에 외국어 한 단어쯤은 섞어 말하는 것에 오히려 익숙해진 듯 하다. 역사적인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안다. 우리문화, 우리글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한글창제에 관하여, 그리고 그 한글을 만드셨다던 세종대왕에 대하여 떠도는 말과 책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글을 만들때의 배경이 조금씩은 차이가 난다. 어떤 것에는 그 발음되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궁녀들의 협조를 구했다 하고, 어떤 것에는 창틀을 보고 만들었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가족들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기본적인 것까지도 중구난방衆口難防인지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우리말이 천지인天地人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어울어지는 글자, 한글.. 책속의 내용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생활속에서 만들어지는 한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공주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그랬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하지만 여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하여 암클이라 홀대당했다는 말을 들으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하물며 저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두렵다는 말로 반대를 했다. 그것뿐이랴, 백성을 깨우치기보다 벼슬하는 자를 하나 더 뽑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내세웠던 것은 '명분'이었다. 명분만 앞세웠던 사대부들의 안일함은 내가 역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분통터지게 하는 일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 지긋지긋한 '명분'을 여기서도 본다... 하지만 그 시답잖은 '명분' 앞에 이 한마디를 던져주고 싶다. " 이 나라는 모화와 사대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이들의 세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소설로서의 이 책은 밋밋하다. 아무런 특징도 없고 작은 감동조차 없다. 맛으로 친다면 그야말로 밍밍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웃음을 짓게도 한다. 사투리까지도 파헤쳐 그에 맞는 표준어를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단지 작가의 상상이라면 기막힌 상상이다. 덕분에 충청도 사람들의 사투리에 대한 어원을 알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보니 그럴 듯 하다. 지역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말의 생김새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진다. 정말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밤낮없이 시간에 쫓기며 한글을 만들어가는 중에 잠깐씩 보여주는 공주의 사랑은
아무런 느낌도 전해주지 못한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어쩌면 자극적인것에만 익숙해져가는 우리의 내면이 문제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그냥 한글창제에 관한 이야기려니 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한글을 만들면서 이런일도 있었겠구나,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조선시대속에서 여자들의 행적을 찾아낸다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남존여비라는 말이 지배했던 세상을 바라보면서 작금昨今의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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