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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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 내게 가족이라는 말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항상 곁에 있지만 그 생각까지는 알 수 없는 존재. 그러나 그건 딱히 가족이 아니라해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에게만큼은 왠지 무한한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곤 한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가족이니까!  요즈음의 세상에서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도 많이 들린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시선을 끌었던 것도 바로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목부터가 서글프다. 그들이 서로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일까? 왜 그들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생겼을까? 말하지 않아서, 혹은 말하지 못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엄마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남자에게 사랑받으며 가정을 꾸리는 것만이 여자로서의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만큼 뛰어난 실력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변수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사랑, 그 달콤함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으며 달콤했으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녀의 엄마는 물론 결혼을 반대했다. 그리고 남들도 말했지. 그 결혼은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있었다. 왜? 그 남자를 사랑했으니까.

 

아빠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부모를 따라 와 낯선 곳에서 살아야했기에 남들보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말이 달랐고 피부색이 달랐으며 생김새도 달랐다. 그러나 자신의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으며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러다가 만난 한 여자로 인해 세상은 달라보였고 그 여자와의 삶은 행복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런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때문에 아들과 딸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불현듯 자신의 꿈을 이뤄보겠다고 훌쩍 떠나가버린 엄마의 존재를 이해하기에 아들과 딸은 너무 어렸다. 아직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한 때였기에. 그래서 생각했지.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엄마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줄거야.... 파란눈의 딸은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었고, 그렇게 엄마의 희망이 되어버린 딸때문에 아들과 또하나의 작은 아이는 관심밖으로 밀려났다. 아들은 생각했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균형이 맞지않는 시소처럼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다고. 그리고 딸은 말했지. 사람들은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해. 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곤 전혀 다른데 말이야....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 뭐지? 싶었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조바심이 났다. 책장을 너무 쉽게 넘길 수가 없었던 거다. 이 가족의 구성원들이 겪어내고 있는 아픔이 너무나도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스스로 그 힘겨움과 싸워야했다. 그 힘겨운 짐을 덜어내주고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들은 끝내 그렇게 했고, 숨막힐 것 같은 현실을 오빠에게 의지했던 딸은 자신만을 남겨둔채 집을 떠나려고 하는 오빠를 원망했다. 결국 그들은 모두가 제 말만 했다. 이것은 오직 너를 위한 거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만을 강조했으며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 유일하게 이 가족을 멀리서 바라보던 눈길이 있었으니 가장 어린 막내였다. 언니가 그렇게 세상을 버렸던 그 날의 진실도 결국 막내만이 알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만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울타리안에서 아무것도 원해서는 안된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그 어린 동생에게 언니는 말했었지. 잘 들어. 네가 할 일을 생각해. 네가 하지않을 일이 아니라.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않는 거야. 꼭 기억해야 해, 라고.

 

우리는 왜 항상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가족은 항상 그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나를 위해 항상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째서 가족은 항상 내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가 되어서, 아빠가 되어서, 아들이 되어서, 딸이 되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단 한번만, 정말 단 한번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따지고보면 엄마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건 아니다. 서로의 마음, 서로의 상처를 외면했던 결과였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끝내는 싸우게 된다하더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그리하여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물어도봐야 하는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당연하다는 듯 외면당하고 있는 말! 가슴이 아리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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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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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본 형법 제39조다.

우리 형법에도 있다.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사건이 더 많다. 아니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어쩌면 그런 것만 더 부각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셔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핑게를 대거나 정신과 치료 운운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먹었다면 술먹은 것 자체도 범죄다. 누가 억지로 입을 벌려 술을 들이부은 건 아닐테니까. 그럼에도 그 이해할 수 없는 법의 테두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호한다. 악법도 법이란 말인지... 그런데 얼마전부터 술을 마셨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핑게로 인정하지 않고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대찬성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그런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는 昨今의 시대에 살면서 이미 만연하는 사회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기엔 뭔가 좀 찜찜하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려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무서운 세상이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고베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일가족 네 명이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S사이즈의 모자와 XL사이즈 신발 자국... 범인이 남겨놓은 흔적은 이상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황과 말할 수 없이 잔인한 범죄수법은 그가 정신장애자일 것이라는 짐작을 불러오게 된다. 정말 그럴까? 사건과 얽히게 되는 두 명의 천재의사는 또 뭐란 말인가! 그들은 환자의 얼굴을 보기만해도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죽을 사람인지 나을 사람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그들은 얼굴에 나타나는 범죄자의 표식을 알아볼 수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때로는 분노하면서,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주인공 다메요리, 천재의사중 한명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들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또 한명의 천재의사 시라가미다. 자, 이제 둘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어질까?

 

일가족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하야세. 죽을 힘을 다해 범인을 잡아 넣어도 어떻게 된 일인지 형법 39조에 의해 감형 되거나 풀려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그는 형법 제39조의 불합리함에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분노와 안타까움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우리의 현실속에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니까. 하지만 이 소설속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임상심리사로 등장하는 나미코를 통해 정신장애자 보호시설에 관한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스토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관한 정신적인 면을 다시한번 짚어주고 있다. 어느날 나미코를 통해 자신이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하는 중학생 여자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다메요리. 그로 인해 결국 일가족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그 복선 또한 기가 막힌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통...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선천적 무통증, 조현병...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병이다. 앓고 있는 이들이나 그 주변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란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무서운 害惡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이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숨가쁘게 달렸다. 마지막을 보고 난 후 나도 모르게 후우~~ 숨을 내쉬었다.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책장을 덮으니 무통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빼앗는다. 무통....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병은 아닐까? 비이커속의 개구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가지 현상을 생각하게 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묻기보다는 그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기에 급급한 우리의 모습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비이커속의 개구리는 아닌지... 우리 모두가 무의식중에 심신상실자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기시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소설속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현실감이 놀랍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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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니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혜영 옮김 / 콤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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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나 지난 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의 친구에게서 나를 기억하니? 하고 묻는 메일이 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정말 뜬금없는 연락이 아닐수가 없다. 더군다나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속의 친구라면 더더욱이나 묘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지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던 친구,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은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었다. 모두가 그들을 비난했고 손가락질을 했던 그 때의 기억. 하지만 모든 사건은 잊혀진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각자의 삶으로 그들을 옭아매는 현실때문에. 나를 기억하니? 라고 묻던 메세지가 날아들던 날, 모두는 그 때 날의 기억속으로 소환당했다.

 

솔직하게 말해 이렇게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비슷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었고, 그 이야기와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는 어설픈 생각으로 착각처럼 선택되어진 책이었다. 다 읽고나니 2권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어쩌자고 한 권만 읽어야하는 책을 선택했을까 후회를 하면서. 2권을 아직 보지 않았으니 이러니 저러니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몰입도가 괜찮았다는 거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서 살짝 조여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았다. 오래전에 한 친구를 잃어버려야 했던 여섯명의 학생들은 알 수 없는 존재의 메세지 하나로 인하여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이 불러오는 기억속에는 자신만이 안고 있었던 비밀이 하나씩 들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삼십대 중반, 흔들리기 시작한 인생의 격변기에 예고없이 찾아온 잊혀진 기억속의 이름. 그 이름으로 인해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그들의 삶. 아니 어쩌면 이미 흔들리고 있었던 그들의 삶에 어떤 마침표처럼 작용하게 될지도 모를 그 상황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우리의 현실은 학창시절의 꿈처럼 달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다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만 같았던 젊은 날의 패기조차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는 그 때를 누구나 겪으면서 살아간다. 남은 여섯 명의 기억이 퍼즐조각처럼 짜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아쉽게도 책을 덮어야 했지만 미묘하게 얽혀들어가는 그들간의 알력이 느껴진다. 과연 사라진 한 명의 친구는 살아있는 것일까? 죽은 줄 알았던 친구의 존재가 그들을 어떤 상황으로 몰아가려는지 궁금하다. 20년이라는 세월속에 감춰둔 그들만의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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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구 -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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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는 말이 있다. オタク라는 일본말의 한국식 표현이다. 어떤 분야에 흥미와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사회성이 결여돼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가 더 컸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당당하게 자신의 관심사를 말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무언가에 빠진다는 건 그리 나쁜 게 아니다.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라는 소제목을 본다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문구에 관한 이야기다. 문구의 종류도 종류지만 그토록이나 많은 역사를 안고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책상위의 문구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상당히 전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문구에 대해 전문적이라고까지 말하려니 왠지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그 말에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직접 그렸다는 일러스트도 대단하지만 꼼꼼한 문구 사용기 또한 놀랍다. 제품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눈길을 끄는 문구나 팬시용품이 많은 듯 하다. 소재나 디자인면에서도 상당히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제품말이다. 그러니 덕후가 생겨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하다.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문구가 많은 이유는 한자를 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나 중국에 비해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도구에는 목적에 맞는 선택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쓰임새에 정확하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발을 고르듯 가위를 고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한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그럼에도 도구를 잘 사용하면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게 된다. 쓰임새보다는 디자인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게 팬시용품이다. 어쩌면 그리도 갖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게 만드는지... 4색펜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편한 볼펜도 있었구나, 싶었었다. 볼펜 한자루만 있으면 4가지색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그 편리함이야 말해 무엇할까?

 

책장을 넘기다가 시선을 끄는 말이 보였다. '문자를 쓰는 도구'에 관한 이야기...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대중화된 세상에서 손편지를 받는 감동을 이야기하고, 문자와 메일이 아무리 우리곁을 맴돌아도 아나로그식 소통 수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문과 종이책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한표 보탠다. 昨今의 세상을 보라, 아나로그 세상으로의 회귀현상은 이미 낯설지않은 풍경이 아닌가!  빨라진다고 모든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편해진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듯이. 문자를 쓰는 도구를 통해 훌륭함과 훌륭하지 않음을 구별한 것이 재미있다. 붓을 사용하는 것을 가장 훌륭한 것으로 보았다. 그 다음이 만년필, 볼펜, 샤프펜슬, 워드프로세서 순이었다. 결국 워드프로세서가 가장 훌륭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아 어느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79가지의 문구를 보면서 내 책상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몇가지나 될까 찾아보았다. 그다지 많지 않다. 한때 지우개를 모으던 아들녀석 덕분에 각양각색의 지우개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했지만 역시 문구는 쓰임새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진리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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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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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이름의 화가들이 등장한다. 제목에서 보듯이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그 화가의 마지막 그림을 설명하자면 아무래도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 책속에는 화가들의 일생이 그야말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어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인의 길로 들어서 화려한 삶을 살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죽은 후에도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 후대에 와서야 그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화가도 있다. 그러니 그들의 일생이 얼마나 파란만장 했을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에게 명작이라고 평가되어지는 그림이 이 책속에 등장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반가움에 고개를 주억거리게도 되고, 화가의 이름을 보면서 그 그림도 나오겠군, 하는 기대감도 아울러 찾아온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 어떤 교양의 테두리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그림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싶은 욕심도 있긴 하다. 그림을 볼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림의 문외한으로 남아 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대로, 내 느낌대로 그림을 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정말이지 오아시스같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그리도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그저 막연하게 그런 사람인가보다, 했었던 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런 까닭인지 늘 기억해왔던 그림 역시 달리 보였다. 이 그림속에는 그런 의미도 숨어 있었구나....

 

어렸을 적에 읽었던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루벤스의 그림을 보지 못하고 죽어가던 네로때문에 무척 마음이 아팠었는데 나중에 그 그림의 제목을 알고는 아하, 이 그림이었었구나... 했었다. 그 그림을 책속에서 보게 되니 또한 반가웠다. 이 책 속에는 모두 15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이라고 불리워진다는 라파엘로나 루벤스를 시작으로,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까지... 그들이 처음에 그리기 시작한 것은 신화였다. 그리고 종교를 그림속에 표현했으며, 후대에 와서야 그림속에 일상을 그려넣었다. 오래전의 그림은 일부 상류층만을 위한 것이었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림을 부탁하는 이들 또한 시대에 따라 변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의 요구에 맞춰 그림의 형태도 변했을 것이다.

 

1부에서는 종교와 신화에 관한 것으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엘 그레코, 루벤스가 등장한다. 2부에서는 궁정의 화가로 활약했던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 다비드, 비제 르브룅이 등장한다. 나중에 주변인을 대상으로 풍속화를 그리며 그림을 통한 풍자를 통해 민중의 삶을 보여주었던 브뤼헐, 페르메이르, 호가스, 밀레 고흐는 3부에서 등장한다. 각양각색으로 살았던 그들의 삶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들에게 그런 아픔도 있었구나... 어쩌면 그런 아픔이 그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하나의 기틀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도 사람인데 어찌 고뇌와 방황이 없었을까 싶다. 페르메이르가 그렸다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언제 보아도 끌림이 있다. 겁먹은 듯한 눈동자와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에서 느껴지는 관능미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각각의 주제마다 저마다의 느낌이 달라 눈길을 끈다. 거기에다 명화에 대한 해석이 달려 있으니 금상첨화다.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사를 화가들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게는 정말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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