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문구 -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덕후라는 말이 있다. オタク라는 일본말의 한국식 표현이다. 어떤 분야에 흥미와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사회성이 결여돼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가 더 컸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당당하게 자신의 관심사를 말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무언가에 빠진다는 건 그리 나쁜 게 아니다.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라는 소제목을 본다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문구에 관한 이야기다. 문구의 종류도 종류지만 그토록이나 많은 역사를 안고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책상위의 문구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상당히 전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문구에 대해 전문적이라고까지 말하려니 왠지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그 말에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직접 그렸다는 일러스트도 대단하지만 꼼꼼한 문구 사용기 또한 놀랍다. 제품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눈길을 끄는 문구나 팬시용품이 많은 듯 하다. 소재나 디자인면에서도 상당히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제품말이다. 그러니 덕후가 생겨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하다.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문구가 많은 이유는 한자를 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나 중국에 비해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도구에는 목적에 맞는 선택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쓰임새에 정확하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발을 고르듯 가위를 고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한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그럼에도 도구를 잘 사용하면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게 된다. 쓰임새보다는 디자인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게 팬시용품이다. 어쩌면 그리도 갖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게 만드는지... 4색펜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편한 볼펜도 있었구나, 싶었었다. 볼펜 한자루만 있으면 4가지색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그 편리함이야 말해 무엇할까?

 

책장을 넘기다가 시선을 끄는 말이 보였다. '문자를 쓰는 도구'에 관한 이야기...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대중화된 세상에서 손편지를 받는 감동을 이야기하고, 문자와 메일이 아무리 우리곁을 맴돌아도 아나로그식 소통 수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문과 종이책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한표 보탠다. 昨今의 세상을 보라, 아나로그 세상으로의 회귀현상은 이미 낯설지않은 풍경이 아닌가!  빨라진다고 모든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편해진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듯이. 문자를 쓰는 도구를 통해 훌륭함과 훌륭하지 않음을 구별한 것이 재미있다. 붓을 사용하는 것을 가장 훌륭한 것으로 보았다. 그 다음이 만년필, 볼펜, 샤프펜슬, 워드프로세서 순이었다. 결국 워드프로세서가 가장 훌륭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아 어느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79가지의 문구를 보면서 내 책상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몇가지나 될까 찾아보았다. 그다지 많지 않다. 한때 지우개를 모으던 아들녀석 덕분에 각양각색의 지우개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했지만 역시 문구는 쓰임새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진리다. ^^*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