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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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생태는 달마다, 아니 하루마다 더 나빠지고 있다. 수많은 생물이 감소하고 있는데 단 한 종만 줄기차게 늘어난다. 인간 말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유일한 승자는 아니다. 전체적인 생물의 개체군과 다양성이 감소함에 따라 범위를 확장하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종들도 있다. 희귀종일수록 먼저 감소하는 경향이 벌써 확인되고 있다.(-205쪽)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던 것은 '집단의 무지는 집단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자연과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사실 어느 한두 가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삶이 자연과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점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실제적으로 우리가 즐기려는 여가활동도 따지고보면 자연을 찾아나서는 일이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치료하는 약제도 자연속에서 얻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대해 모르는 척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표어가 무색하리만큼. 콘크리트 건물군속에 나무 몇그루 옮겨 심고,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하나 세워 그 아래에 흐르는 인공 하천을 마치 자연의 하천인양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자연적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자연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뜻, 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할까? 그나마 나무마저도 나무의 특성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인간이 보기에 예쁘고 편리한 것으로 대체하여 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에 관심을 가질 수도 없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조차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게 뻔한 일임에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동식물 역시 우리가 보호해야 할 생명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다행히 요즘의 젊은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온다고 한다. 자신들과 자신들의 후손이 살 지구를 위하여. 그런 젊은이들의 움직임에 기성 세대도 보탬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 맞추어 늘어나는 플라스틱 제품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앞장서서 변해가는 기업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기업을 후원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게 또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도시의 가장자리가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도시주의'는 도심의 빈 곳을 열정적으로 '채워 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간 채우기는 도시의 경계를 유지해줄 수 있지만 빈터와 불모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혐오를 일으킨다.(-57쪽)

탁 트인 대지를 공원으로 '개선'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59쪽)

빈터만 있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건물을 올리고 싶어하는 기업과 정부의 비윤리적인 면도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 책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공간 채우기만이 우리의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빈터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만 한다. 제대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공간이 많을수록 피폐해져가는 인간성의 상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성장을 계속 추구하고 그 결과 세상을 지탱해주는 많은 종이 계속 줄어든다면, 지금의 상업과 기술 문화는 언젠가 붕괴하고 말 것이다.(-207쪽)' 라는 말을 명심해야만 한다. 급진화에 대한 저자의 대책을 두가지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끝없는 성장과 확장을 밀어붙이지 않고서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책임 있는 새로운 경제다. 물론 빈곤 퇴치가 자연 보전보다 먼저라고 생각을 하지만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에게 맞추는 지금의 형태로는 더 빠른 붕괴를 가져올 거라고 말한다. 둘째, 빈곤의 또 다른 형태이자 유행병인 자연 문맹을 줄이는 전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동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 자세한 생태는 커녕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을 위기로 들었다. 서로 더불어 그리고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해 잘 알면, 환경 범죄를 범하는 자들에 대해 결코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그 작은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의 존재가치는 무한하게 커진다. 자연과 협력해서 살아가지 못한 채 그것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끔 만드는 저 기업들의 사탕발림만 제대로 솎아낼 수 있다면 편안함과 안전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원론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자연과 자연이 아닌 것으로 분리할 때, 인간과 자연 사이에 실질적인 경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거리낌 없이 자연을 '타자'로 부르고 객관화하며 정복하거나 정복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해악을 끼친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248쪽) 하지만 인간은 이미 자연을 '타자'로 부르며 정복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 현재 남아있는 자연적인 공간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마이클 파일은 나비 연구와 보존생태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연구했던 것들을 여러권의 책으로 발간했으며 지금 현재도 자연사를 연구중이라 한다. 그 연구 과정에서 있었던 것들, 혹은 그가 썼던 글의 일부를 이 책에 옮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골길을, 숲속길을 어슬렁거리며 걸었을 저자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곤 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저자의 발걸음에 함께 하는 것 같아 슬며시 좋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대학 캠퍼스를 제대로 된 생태계로 보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기후변화속에서 지구를 지키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의 형태가 이익과 편리와 안전만을 바라지 않게 조금만 변한다면,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조금 더 세밀해지고 조금 더 깊어진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라는 부제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과연 우리는 일상적인 삶속에서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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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일상의 미래 - 공간·이동·먹거리·건강 미래 메가 트렌드 4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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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백신이 나와 많은 사람이 접종을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스크 벗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의료진은 말한다. 단지 마스크만이 코로나 시대를 대표하고 있지는 않다. 정말 많은 것이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우리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나 많이 변했을까? 그것이 어쩌면 이 책에서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공간, 이동, 먹거리, 건강... 이 네가지의 변화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변화의 물결을 통해 가능해질 미래와 그렇다해도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을 우리는 비대면 시대라고 말한다.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며,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되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물론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 비대면 사회를 살아가며 느낀 장점과 두려운 점에 대해 나열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공감을 하면서도 마치 책읽을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읽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필요한 만남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불필요한 외출이 줄어 지출이 줄어드니 좋다, 비대면 쇼핑을 하니 시간 절약이 가능해져서 좋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 좋다, 등의 좋은 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굳이 비대면시대가 아니더라도 자기 스스로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것들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그런가하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만남으로 인간성을 상실하게 될 것 같아 두렵고, 산업의 변화에 따라 소득 격차가 커지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까 두려우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교육의 불안정으로 방황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거나 노약자들을 돌보는 것이 가족의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도 두렵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것 역시 이미 우리 앞에 놓인 숙제일테지만.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도시를 떠나고 있는 탈도시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들려오는 까닭은 무엇때문일까? 2030년까지 전세계 신차의 20%는 자유주행차량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말도 보인다. 10년안에? 상용화된다거나 보편화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우리 주변에서 이미 많이 보이는 전동킥보드나 전동휠, 전기 자전거나 전동스쿠터 역시 이동도구로써 자리매김을 하며 드론이나 배송로봇 역시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인시스템으로 인해 자율주행세와 로봇세가 신설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런! 정말 10년안에 이런 세상으로 바뀐다고? 비대면 배송으로 인해 사회전반에 카메라 사용이 증가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수많은 카메라의 눈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인용 이동수단이 늘어남에 따라 운전능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에게만 자격을 부여한다는 말은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지금 그런 규칙을 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먹거리의 변화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식량위기론이야 진즉부터 나온 말이긴 하다. 유전자 조작이나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한 식품이 대체식품으로 자리잡힐 것이며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이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아야 한다고?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식문화가 축소됨으로써 채식 인구가 증가한다는 말이나 그로 인해 숲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은데 그것도 모자라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편리함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류가 과연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금도 현재의 삶을 놓치기 싫어서 남아있는 숲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인류가 아닌가 말이다. 코로나시대를 핑계로 마치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이 분위기는 뭐지? 마치 탈원전을 이야기하면서 생활의 모든 면에서 전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기존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책속에서 이미 다루었던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좀 더 선명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미래에 대한 대비는 나라에서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 보인다.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미리 선을 그어 그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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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 - 낭만주의 시대를 물들인 프리마돈나의 사랑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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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시대를 물들인 프리마돈나의 사랑' 이란 부제가 보인다. 프리마돈나는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라노 가수를 말하지만 질투심 많고 변덕스러운 오페라의 주역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말처럼 빌헬미네는 오페라가수로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또한 저자이기도 하다. 배우였던 어머니와 바리톤 가수였던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어린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재능을 고스란히 받고 태어난 그녀는 오페라가수로써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 베버와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들과 빈이나 파리, 런던, 베를린, 드레스덴, 피렌체 등 유럽 전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2년후에 책이 출판되었으며 독일에서 성애문학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유럽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책소개글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편지와 일기등을 바탕으로 성관념이나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져 있다. 그렇다고하여 무슨 음란서적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녀는 일상생활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데 절제할 줄 알았다. 사회적인 평판과 자신의 즐거움을 구분할 줄 알았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성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이라고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지만. 주로 끌려가는 입장 혹은 당하는 입장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어쩌다 성의 주체가 되기라고 하면 온갖 모욕을 겪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책이 사후 2년후에야 출판되었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책을 출판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써는 상당히 파격적인 도전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성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가볍지 않다. 그저 잠깐의 즐거움만을 위해 성적인 유희를 즐기지 않았다. 육체적인 쾌락만을 좇지 않았으며 정신적인 사랑을 위한 서로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치게 한다. 대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성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마음과 여성이 남성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사랑이 없는 섹스와 상대방을 배려하며 마음을 다하는 섹스가 어떤 면에서 다르게 느껴지는지, 남성과 여성의 사랑 못지 않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도 편견없이 즐길 줄 알았던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성추문 사건은 지금도 상당히 민감한 주제다. 정치인도, 톱스타도, 사회적인 저명인사들도 성추문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옛날에 '조리돌림'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원래는 마을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죄를 지은 사람에게 북을 짊어지게 하고 무슨 죄를 지었는지를 적어 목에 매단채 마을을 몇 바퀴 돌면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간음한 여인에게 가해지는 형벌로 바뀌었다. 오로지 여자에게만 그런 형벌을 내렸다는 걸 보면 아마도 가부장적인 체제가 강했던 조선시대의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종시대의 섹스스캔들로 이름을 올린 어을우동 사건도 풍속이 문란해진다는 이유로 왕이 직접 처형을 선고했었다. 이 역시 여성이 성의 주체가 되었던 사건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꾀할 수 있었던 빌헬미네의 자제력은 상당하다.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초코렛의 이름으로도 유명한 레이디 고다이바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 코벤트리의 영주 부인이었던 고다이바는 높은 세금에 허덕이는 농민들을 보고 남편에게 세금을 줄여줄 것을 호소했다. 그런 그녀에게 영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바퀴 돌고 온다면 세금감면을 해주겠다고 말한다. 농민을 향한 너의 마음이 진실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영주의 부인이었던 그녀에게는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소식을 들은 농민들은 서로 약속했다. 고다이바가 말을 타는 날에는 어느 누구도 밖을 내다보지 않기로. 그럼에도 아름다운 여인의 알몸이라는 유혹에 이끌린 양복 재단사 톰은 약속을 깨고 커튼을 살짝 들추어 훔쳐보았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댓가로 톰은 눈이 멀어버렸고, 이때부터 '피핑 톰'이라는 말이 전해졌는데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관음증 환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성적인 호기심으로 숭고한 뜻을 저버린 톰처럼 어쩌면 성적인 호기심만으로 이 책을 들여다 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들여다보기에 안타까울만큼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책표지에 보여지는 그림이 바로 빌헬미네의 초상화로 그녀가 상당한 미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여러모로 교양이나 지식을 갖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추하게 성을 이야기했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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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파밍을 시작합니다 - 주방에서 버려지는 채소 과일 허브 다시 키워 먹기
폴 앤더튼.로빈 달리 지음, 고양이수염 옮김 / 스타일조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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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해 봤을 양파키우기. 양파의 뿌리를 적실만큼 컵에 물을 부어 그 위에 양파만 올려주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고나면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양파의 푸른 순이 쑥쑥 자라나는 걸 볼 수 있어서 무척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키운 양파줄기를 요리에 사용한다는 게 왠지 좀 껄끄러웠다. 대파가 한참 비쌀 때 채소가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렸더니 파를 집에서 길러 먹어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내심 귀찮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채소라는 건 땅의 기운을 흠뻑 받아야 제각각의 영양분을 채울 수 있는 거라고 믿는 탓도 있다. 우리 집 건물 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그 밭에 올 해는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고추, 상추,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화분에 반려식물을 키워보기는 했지만 텃밭에 뭔가를 심어본 적은 없었기에 조금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다. 모종을 심고 다행히 그 다음날 비가 내려서 이 녀석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보인다. 홈파밍이라 하길래 그런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집 안에서 화초 대신 먹을 수 있는 채소나 허브를 재배하는 것을 홈파밍이라고 한단다. 그것도 버려지는 부분을 되살려먹는 것이다. 접시에 물적신 스펀지류를 놓고 자른 고구마를 올려놓으면 고구마순이 나오는 걸 볼 수가 있다. 덩굴식물인 고구마순이 예쁘다고 그렇게 고구마순을 키워 거실을 장식했던 친구가 생각난다. 예쁘게 올라오는 푸른 싹이 좋아서 그렇게 해봤던 적은 있지만 그런 것들을 먹기 위해서 키워본 적은 없다. 고구마순을 좋아하면 이것도 잘라 먹을 수 있을까?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부제는 '주방에서 버려지는 채소 과일 허브 다시 키워 먹기'다. 며칠이면 쑥쑥 자라서 먹을 수 있는 것부터 더디게 자라는 것까지... 생각해보니 자라는 동안은 바라볼 때마다 기분좋게 하는 식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아 살짝 욕심이 나기도 한다. 그런 식물들을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책만 보고도 따라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식물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빨리 자라는 작물 : 파, 새싹, 채소, 마늘, 민트, 청경채, 셀러리. 보통 속도로 자라는 작물 : 로메인, 비트, 펜넬, 릭, 고수, 당근, 레몬그라스. 천천히 자라는 작물 : 버섯, 아보카도, 파인애플, 토마토, 생강, 감자, 양파. 흠~~ 천천히 자라는 식물군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듯 하다. 감자나 양파를 작은 박스에서 키운다는 건 좀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왜 자꾸만 홈파밍이라는 말이 눈에 걸리는 거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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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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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건강식품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뒤부터이다.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 병에 걸릴 일이 없다'라는 표어가 나타났다. 금주운동때문에 사과 판매량이 감소할까봐 사과 생산자들이 내건 표어였다.(-66쪽)

꽃은 본성적으로 은유적인 의미의 거래를 한다. 그래서 야생화가 무성하게 피어있는 초원은 인간이 부여하지 않은 의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원에서는 이런 의미들이 더욱더 많이 넘쳐난다. 정원에 피는 꽃들은 벌이나 박쥐 혹은 나비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좋은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온갖 인식들을 겨냥해서 자기 의도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꽃과 인간이 거래를 텄고 이 결합의 결과, 즉 서로의 욕망이 경이롭게 공생함으로써 나타난 것이 바로 정원에 피는 꽃들이다. (-135쪽)

니코틴과 같은 몇몇 식물성 독성 물질은 자기를 갉아먹는 해충의 근육을 마비시키거나 경련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카페인과 같은 물질은 신경체계를 손상시켜 입맛을 잃게 만든다. 독말풀과 사리풀 그리고 그밖의 수많은 식물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은 동물을 미치게 만든다. 이 풀을 먹은 동물의 머릿속에는 끔찍하고 산만한 영상들이 마구 펼쳐져서 결국 이 동물은 식욕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플라보노이드라는 물질은 몇몇 동물들이 혀에서 느끼는 맛을 아예 바꾸어 버린다. 달콤한 열매를 신맛이라 느끼고 신열매를 단맛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식물이 의도한 결과이다. (-196쪽)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한다. 발도 없어서 제 스스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식물이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던 까닭이다. 책을 펼쳐보면 아주 단순하다. 단 네가지의 식물만으로도 그렇게나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더 놀라게 된다. 사과를 통해 달콤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았고, 튤립 한송이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들춰냈으며, 대마초를 통해 도취에 대한 욕망을 다루었고, 지배의 욕망을 감자를 통해 드러냈다. 다시 말한다면 식물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교수이자 환경론자라고 나온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욕망하는 식물>,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등의 저서가 있으며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도 보인다. 또한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환경과 역사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완벽한 예시를 이끌어내는 놀라운 솜씨를 갖추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공감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식물을 통해 인간의 역사에서 잘못되었던 것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끝도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만나게 된다. 중세 네널란드에 불었던 튤립전쟁이 그 하나의 예다. 희귀종 하나만 키워낼 수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은 사실 귀족층으로부터 시작된 투기 과열현상이었다. 그 꽃이 좋아서, 그 꽃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뿐이었다는 말이다. 장미가 인간이 길들인 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면 튤립은 역사가 가장 짧은 꽃이었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튤립이라는 이름은 원래 터키말 '터번'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花無十日紅 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아름다움과 덧없음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는 꽃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많다.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태만때문에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의도때문에 모든 자연이 길들이기라는 과정 안에 포섭되었다. 인간의 문명이라는 허술한 지붕 아래로 편입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야생의 동식물도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31쪽)... 인간은 다른 생물종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 일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길들이기'라는 표현이 암시하듯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을 우리는 과대평가한다(-42쪽)... 현재의 인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일까 호모 아페티투스일까?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지만 호모 아페티투스는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단언컨대 나는 지금의 인류를 호모 아페티투스라고 정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 뇌신경의 카나비노이드 체계는 허접쓰레기들을 버리고 해야 할 일들을 위하여 하루 일을 무사히 마치는데 꼭 필요한 것들만 기억하도록 한다는데 그것은 결국 정신 건강의 많은 부분이 망각에 달려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망각의 욕망을 대마초를 이용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망각의 기술과 힘은 현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의식 바깥으로 몰아내고 또 의식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대마초만큼 길들이기 쉬운 식물도 없을 것이다.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두가지의 전혀 다른 인간욕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일한 식물이 바로 대마초다(-256쪽)...

감자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허상을. 유기농재배가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것인가를. 유기농재배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강물의 흐름을 인간의 편리대로 직선화시킨 후 우리는 수많은 자연재해를 당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러운 곡선의 물줄기를 다시 찾으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 모를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해야만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아무도 세상밖으로 들어내려하지 않는 까닭이다. 감자잎마름병이 덮쳐 주식이었던 감자의 흉작으로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왔었다. 100만여명이 굶어 죽었으며 대기근으로 인해 아일랜드 총 인구수의 25%가 없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인해 감자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맥도날드의 프렌치프라이의 감자칩은 유전자 조작 감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전자를 조작해서 만든 식품이라는 것을 어디에서도 밝히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봄이 되면 씨앗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런 세상이 올까봐 정말로 두렵다. 특정 기업의 배만 불리워주는 그런 세상이 어쩌면 이미 와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서두에 이런 말이 보인다. '인간꿀벌'... 얼핏 보면 그럴듯 해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정 무서운 말이 아닐수가 없다. 언젠가 다큐프로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인간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되고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인간과 더 멀어지거나 아니면 인간의 문명속에 들어가 거기에 맞춰 살아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많은 생물체가 멸종되거나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 살아남을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단순히 식물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 유혹당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아이비생각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선험적 지식이나 비유라는 여과기로 걸러진 모습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268쪽)

하나의 컵이 있고 그 곁에 수많은 거울이 있을 때, 진짜 컵은 하나지만 우리는 거울에 비친 수많은 컵을 본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 사물들도 바로 이런 모습들이다. - 플라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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