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후 생태는 달마다, 아니 하루마다 더 나빠지고 있다. 수많은 생물이 감소하고 있는데 단 한 종만 줄기차게 늘어난다. 인간 말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유일한 승자는 아니다. 전체적인 생물의 개체군과 다양성이 감소함에 따라 범위를 확장하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종들도 있다. 희귀종일수록 먼저 감소하는 경향이 벌써 확인되고 있다.(-205쪽)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던 것은 '집단의 무지는 집단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자연과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사실 어느 한두 가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삶이 자연과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점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실제적으로 우리가 즐기려는 여가활동도 따지고보면 자연을 찾아나서는 일이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치료하는 약제도 자연속에서 얻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대해 모르는 척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표어가 무색하리만큼. 콘크리트 건물군속에 나무 몇그루 옮겨 심고,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하나 세워 그 아래에 흐르는 인공 하천을 마치 자연의 하천인양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자연적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자연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뜻, 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할까? 그나마 나무마저도 나무의 특성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인간이 보기에 예쁘고 편리한 것으로 대체하여 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에 관심을 가질 수도 없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조차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게 뻔한 일임에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동식물 역시 우리가 보호해야 할 생명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다행히 요즘의 젊은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온다고 한다. 자신들과 자신들의 후손이 살 지구를 위하여. 그런 젊은이들의 움직임에 기성 세대도 보탬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 맞추어 늘어나는 플라스틱 제품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앞장서서 변해가는 기업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기업을 후원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게 또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도시의 가장자리가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도시주의'는 도심의 빈 곳을 열정적으로 '채워 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간 채우기는 도시의 경계를 유지해줄 수 있지만 빈터와 불모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혐오를 일으킨다.(-57쪽)

탁 트인 대지를 공원으로 '개선'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59쪽)

빈터만 있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건물을 올리고 싶어하는 기업과 정부의 비윤리적인 면도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 책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공간 채우기만이 우리의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빈터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만 한다. 제대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공간이 많을수록 피폐해져가는 인간성의 상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성장을 계속 추구하고 그 결과 세상을 지탱해주는 많은 종이 계속 줄어든다면, 지금의 상업과 기술 문화는 언젠가 붕괴하고 말 것이다.(-207쪽)' 라는 말을 명심해야만 한다. 급진화에 대한 저자의 대책을 두가지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끝없는 성장과 확장을 밀어붙이지 않고서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책임 있는 새로운 경제다. 물론 빈곤 퇴치가 자연 보전보다 먼저라고 생각을 하지만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에게 맞추는 지금의 형태로는 더 빠른 붕괴를 가져올 거라고 말한다. 둘째, 빈곤의 또 다른 형태이자 유행병인 자연 문맹을 줄이는 전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동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 자세한 생태는 커녕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을 위기로 들었다. 서로 더불어 그리고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해 잘 알면, 환경 범죄를 범하는 자들에 대해 결코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그 작은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의 존재가치는 무한하게 커진다. 자연과 협력해서 살아가지 못한 채 그것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끔 만드는 저 기업들의 사탕발림만 제대로 솎아낼 수 있다면 편안함과 안전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원론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자연과 자연이 아닌 것으로 분리할 때, 인간과 자연 사이에 실질적인 경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거리낌 없이 자연을 '타자'로 부르고 객관화하며 정복하거나 정복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해악을 끼친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248쪽) 하지만 인간은 이미 자연을 '타자'로 부르며 정복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 현재 남아있는 자연적인 공간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마이클 파일은 나비 연구와 보존생태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연구했던 것들을 여러권의 책으로 발간했으며 지금 현재도 자연사를 연구중이라 한다. 그 연구 과정에서 있었던 것들, 혹은 그가 썼던 글의 일부를 이 책에 옮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골길을, 숲속길을 어슬렁거리며 걸었을 저자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곤 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저자의 발걸음에 함께 하는 것 같아 슬며시 좋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대학 캠퍼스를 제대로 된 생태계로 보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기후변화속에서 지구를 지키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의 형태가 이익과 편리와 안전만을 바라지 않게 조금만 변한다면,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조금 더 세밀해지고 조금 더 깊어진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라는 부제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과연 우리는 일상적인 삶속에서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