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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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노스님을 찾아와 물었다. 지옥과 극락이 정말로 있습니까?  노스님께서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만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장군입니다. 그러자 스님은 내가 보기에 당신은 백명의 부하도 못거느리게 생겼습니다, 했다.  화가난 그 사람이 총을 들이대며 말했다. 내가 누군줄 알고 함부로 그렇게 말을 하는 거요?  그 모습을 보던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 어허!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말을 듣고 난 사람이 자세를 고치며 스님께 사과를 했다. 제가 성격이 너무 급해서 스님께 실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러자 스님은 웃으며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는 극락문이 열렸습니다... 책을 읽다가 생각난 이야기다. 이것말고도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는 수도없이 많다.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게다. 슬픈데 웃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웃기는데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삶의 힘겨움을 견제하기라도 하는 말인양 머피의 법칙이니 샐리의 법칙이니 하는 말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도 내 마음 하나만으로도 바뀔 수 있는 진리임에는 분명할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고달프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스님 중 한 명이 쓰신 인생축복에세이.... 처음 대했을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은 참 좋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인생축복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자기계발서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스님의 이력이 대단하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했다던 스님. 웃음과 행복이 불교의 최종 목표라는 걸 깨닫고 남반구에서 최초로 절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말을 보니 한번쯤은 육성으로 그의 법문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 굳이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을테니 하는 말이다. 지구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삶의 고난속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진실을 전하고 다닌다는 스님. 그런데 문득 묻고 싶어진다, 스님께서도 진정 행복하냐고. 세상 어느 것도, 세상의 그 어떤 목소리도 삶을 순식간에 슬픔에서 축복으로 바꿔주지는 못한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서른여덟 편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책.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숱하게 마주쳤을 그런 이야기. 우리는 항상 그렇다.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믿어버리는 우매함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를 외치며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곤 말한다.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다고. 다시한번 아잔 브람 스님의 이력을 찾아보니 세계적인 명상 스승이라는 말이 보인다.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발군의 실력(?)과 효과로 생겨나고 있다는 명상센터들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종교불문, 나이불문이다. 역시 자기자신으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바꿔줄 수 없고 대신 해줄수 없다는 말이다. 인생에 있어 불쾌한 사진들은 기억에서 다 없애버리고 행복한 사진만 간직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과거의 고통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보다는 우울해지고 화가 날 뿐이라는 말씀에 공감한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놓아버리지 않는 한 그 사람의 존재가 끝없이 나를 아프게 한다는 말씀 역시 틀리지 않는 듯 하다. 삐딱한 나의 심중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말씀이 있다. 인생앨범의 행복한 순간들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진으로 남겨놓는 인생의 한 순간들은 결코 나쁘지 않다. 괴롭고 아픈 순간에 사진기를 들이대며 그것을 남겨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 행복한 사진으로 남겨진 순간들을 기억하라는 말씀에 왠지 가슴 한쪽이 찡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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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 허허당 그림 잠언집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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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당... 비고 또 빈 집... 그 집에는 무엇이 살까? 알 수 없지만 그 집속에 한번쯤 들어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인다. 비고 또 빈 집속에 나를 가두면 나를 비워낼 수 있을까?  문득, 나로 인해 채워져버릴 그 집이 서글퍼질 것 같아 그 욕심을 이내 버리고야 만다. 사찰도 없고 시주도 안받고 있으면 있는대로 모두 세상과 나누어 갖는다는, 그래서 자신의 소유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스님의 말씀... 그 스님께서 그렸다는 그림이 재미있다. 禪畵가 뭘까?  깨달음의 경지, 모습이 없는 (마음의 영역에 속하는)  관념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 그렇기때문에 상징적이며 비유적이라는 말이 보인다. 어렵다. 글로 친다면 은유법쯤 될까? 일단은 말이 많지 않아 좋았다. 많지도 않은 그 말조차 어렵지 않아 좋았다. 판단과 경계가 난무하는 세상속에서 붓끝에서 태어나는 새들의 날개짓소리가 크지 않아 좋았다. 있는 그대로를,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두마리의 새가 모여 한사람의 얼굴을 살포시 그려내는 그 순간이 미소를 불러왔다. 그렇게 잠시 일탈...

 

사람을 만나도 외롭고 안 만나도 외로운 것은 참 나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요

사람을 만나도 공허하고 안 만나도 공허한 것은 참 나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존재의 길, 인생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스님께서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는 네가지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마음속에 품어보았음직한 의문점이란 생각을 한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군중속의 고독이란 말, 그래서 이제는 느낌조차도 갖지 못하는 서글픈 말이 불현듯 생각나는 건 왜일까? 누구나 부처라던 말을 떠올린다. 누군가에에 빛을 받으려하지말고 스스로 빛이 되고자 노력하라는 말씀이 그래서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대가 빛이라면 쫓아다니며 뿌리려 하지말고 고요히 앉아서 번지게 하라는 말씀이다. 선택을 강요하는 세상속에서, 누군가의 인정과 관심과 사랑이 강요당하는 세상속에서 고요히 번지는 빛이 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할터다.

 

살다보면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것이 있다

그럴 땐 마음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면 그보다 큰 불행이 없다

 

채우고 비우는데 걸림 없는 자유를 말한다는 무소유... 솔직히 새삼스럽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쯤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유에 대한 의미를 왜 자꾸 되짚어보게 되는 것일까? 내려놓을 수 없는 우리의 욕심탓일 것이다. 그 욕심이 마치 희망이라도 되는 양, 그 욕심을 내려놓으면 버텨내고 있을 내 삶이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은근슬쩍 외면해버리고마는 삶의 진리들이 어디 한둘일까?  가끔씩은 자신의 우물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우물에 비친 나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만 한다. 부끄럽지않은 삶을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의 크기는 겨우 한 뼘이요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무한대다

사람들은 이런 이치를 알면서도

한 뼘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저마다의 잣대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잣대로 다른 사람을 재고 평가한다고 한다. 참으로 무섭게 다가왔던 그 한마디를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두려웠었는지.....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만의 자를 버리지 못했다. 버리고 싶었으나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나만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틀에 갇힌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그 무엇이 답답할 때가 있지만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我執에 대한 집착이라니... 마음을 크게 굴리면 세상도 내 마음에서 뒹굴고 논다는 말씀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역시 쉽지않은 얘기.. 전기밥솥이 마지막으로 푸우우우~~~ 소리를 내며 밥이 다 되었음을 알릴 때 코가 벌렁대고 귀가 쫑긋거리고 창자가 밀렸다 당겼다하며 몸의 모든 것이 기절초풍한다는 글을 보면서 잠시 뜨악했다. 그랬는데 그 순간을 가리켜 행복의 도가니에 빠졌다, 고 말씀하시는 스님의 표정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어쩌면 그런게 우리의 삶은 아닐런지.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일상속에서 발에 채이듯 가까운 것이 우리가 꿈꾸며 그리워하는 행복은 아닐런지.

 

그런 것이다

때론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편안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문득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세상 살 만하다

 

그런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 모든 것이 편안하다

살 만한 세상이다

 

보여주신 그림들이 참 좋았다. 마치 아이가 붓을 들고 장난을 한 것처럼 어떤 그림은 뭐지? 싶었고 어떤 그림은 한참동안을 바라보게 했다. 이런 그림쯤이라면 나도? 하는 마음이 감히(?) 생겼는데 책을 덮으면서 문득 시선을 사로잡던 말 한마디가 그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다. 세상을 살면서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지 말라는 글이 스님의 목소리가 되어 내게로 날아올 것만 같아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잠시 꿈처럼 찾아왔던 일탈의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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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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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잡히질 않는다.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너무, 깊었다. 자신만의 감정속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그토록 두려워했던 말의 세계의 빠져버린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는 건 왜일까?  한강을 끼고 자전거길을 달리며 바라봐야 했다던 절두산성지. 그 절두산성지에 관한 이야기 한토막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아픔과 고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건 어렵다. 이미 지나간 시절속에 머무는 한장의 사진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건을 바라보면서 저리도 절절하게 느낄 수 있구나 싶어 못내 안타까웠다. 작가는 아마도 그 절절함을 글로 뱉어내고 싶었을거라고, 그리하여 이 책이 탄생되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김훈의 소설속에서 참담하게 펼쳐지는 민초들의 고통이 내게로 전이되어지는, 그리하여 전작과 같은 어느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작품에 손이 가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역사는 권력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소소한 민초들의 이야기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큰 물줄기를 따라 흐르자면 조선 후기의 천주교박해를 다루고 있다. 중요인물들의 이름쯤이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황사영과 정약용의 형제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숨어다니는 황사영과 유배자 정약전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며 흔들린다. 그리고 끝내 비단 글로 표현되어지는 백서사건에 이르게 되니 그쯤이면 황사영의 죽음과 흑산도에서의 정약전이 어떤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신유박해때 충북 제천 배론의 산중으로 피신하여 토굴에서 백서를 썼다는 황사영의 여정은 거기에서 끝이 난다. 黑山보다는 玆山이 그래도 한줄기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이름이기에 玆山으로 바꾸노라던, 정약전의 말 한마디에 베인 처절함속에서 玆山魚譜는 탄생되어진다. 황사영의 죽음과 玆山魚譜의 탄생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어디에서나 환상처럼 떠오르는 황사영의 이미지가 안고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길은 애달프다.

 

민초들이 바랐던 건 큰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작은 것마저도 빼앗겨야 했음에 그들은 허덕였다.  논이 없어서 물고기를 잡아 곡식과 바꾸는 섬에도 세금과 신역은 쌓였다. 보리밭과 대밭에는 소출에 관계없이 면적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보리밭 두렁에 심은 콩은 모종 수를 헤아려 세금을 매겼다. 어디 섬뿐이었을까? 가는 곳마다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민란이 일어나고 유랑하는 백성이 늘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그래서 그들 가슴속에 이미 와 있었던 존재처럼 가만히 들어와 앉았을 것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따로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에게는 습성처럼 자리했을 진리였을 것이다. 살고 싶어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살기 위해서 그들은 배교를 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이 바로 삶이었기에.

 

남양의 성모성지를 찾아가고, 배론성지 같은 사학죄인들의 유배지나 피 흘린 자리를 답사했다던 작가의 여정을 생각한다. 물고기를 들여다보던 유배객의 자취가 풀에 덮였다던 그 풍경을 생각한다.  왜일까?  을씨년스러웠을 작가의 마음이 더 아프게 다가왔던 까닭은. 소설보다 작가의 마음이 더 아리게 다가오는 그 까닭을 모르겠다. 오래전 어느날, 남양의 성모성지를 찾았던 기억을 더듬는다. 내 모든 것이 차분하게 내려앉던 그 날의 기억. 묵주기도의 길, 십자가의 길....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거기에 두고 온 내 마음 한조각, 잘 있는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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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 드라마가 사랑한 서울 촬영지 70곳
남도현 지음, 이정학.유혜인 그림 / 이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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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드라마 공화국이다, 라는 말로 시작되어지는 이 책의 주제가 그래도 조금은 흥미를 불러왔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딱히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에 적힌 수많은 드라마의 제목을 보면서도 내가 느낀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이? 드라마가 정말 이렇게나 많았었구나! 였다. 그러니 그 중에 내가 보았던 드라마가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사실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는 드라마라는 주제를 통해 찾아간 공간마다 서울의 구석구석에 얽힌 역사의 한 단면을 알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찾아가는 동네의 이름에 대한 옛이야기 한소절쯤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을 앞세웠던 탓이기도 했다. 그런데 보기좋게 한방 맞았다. 얼마전 우연히 보게 되었던 TV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밥을 먹었다거나 커피를 마셨던 곳에서 똑같이 하고나면 마치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던 두 여인의 말에 살풋 웃음이 났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렇다면 책을 쓴 이의 의도가 제대로 적중한 것일까? ^^*

 

갈만한 곳은 다 나왔다. 드라마가 이렇게나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느낌이 들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게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공간을 찾아헤맸구나 싶어 저들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어졌다. 책을 보면서 작은 욕심이 있었다면 그림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삽화는 살짝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사진만큼 그곳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의 발걸음을 열심히 쫓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엔 또 어디로 안내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런 곳이라면 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곳도 있으니 이 책을 쓰며 바랐던 지은이의 바램이 어쩌면 이루어지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멋지게 그려졌던 곳이라해도 찾아가보면 볼 품없이 느껴지는 곳도 사실은 많다. 그런데 자신이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서 그 곳에 선다면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더구나 좋아했던 드라마라면 그런 느낌은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계동, 종로 서촌, 삼청각, 이태원, 종로 부암동과 평창동,  운현궁,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울 성곽길과 낙산공원... 이 밖에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곳은 엄청나게 많았다. 이름만 들어도 이런 곳에서라면 이러저러한 장면을 찍었겠구나 싶은 곳들이다. 나름 서울의 구석구석을 많이 찾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이것도 괜찮은 주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드라마를 따라 걸으며 서울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으니 괜찮은 여정이 될 것도 같다. 약현성당과 달동네 풍경으로 많이 나왔다던 북아현동, 상도동, 창신동은 꼭한번은 가봐야지 한다. 그곳과 연관된 역사의 한단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무작정 떠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주제든 정해서 그 주제에 맞게 발걸음을 옮긴다면 뜻깊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설레임이 찾아온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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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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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스했다. 오래도록 그 여운을 붙잡고 싶었다. 이렇게 가슴 따스한 여운을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어쩌면 맞이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지 않을까? 멀리 있는 듯해도 항상 가까이에 머무는 그 것. 행복과 불행처럼 삶과 죽음도 등 뼈가 붙어버린 쌍둥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아내의 선물. 그 선물의 포장을 뜯었을 때 남자는 알아버렸다.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그 사랑으로 인해 함께 갈 수 없는 길로 아내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음을.  남자의 직업이 교도소의 직업훈련 교사라는 게 내게는 왠지 좋은 느낌을 주었다. 나무를 만지고 그 나무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그의 일상이 한장의 그림엽서처럼 정겨웠다. 그가 아내와 함께 세상속으로 나간 수형자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며 그들과 함께 웃었을 그 시간들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죽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지는 하나의 여행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어떻게 이토록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수 있는지...

 

만약에 이런 편지를 내가 받는다면 나는 어떤 감정이 생길까? 자신을 고향의 바다에 뿌려달라는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고향 우체국에서 받아야 할 또 한 통의 편지를 유서로 남긴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자는 편지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캠핑카의 옆자리에 아내의 유골함을 싣고. 이미 함께 떠나기로 약속되었던 여행길이었기에 그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뿐이다. 그리고 아내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뜨겁게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남자. 결국 남자는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된 셈이니 바다에 아내를 뿌리면서도 행복했을 것이다. 여행길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아픔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또하나의 함정처럼 가슴 언저리를 시리게 한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남자의 여행길에 동행하게 되고, 그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라서야 동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자신보다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현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가,라는 것이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어요. 그리고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답니다."... 아내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울림을 주는지 알게 된 남자에게 찾아 온 변화. 내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며 힘겨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 내게 있으니 그것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소심하고 수동적이었던 남편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 준 아내의 마지막 선물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며 힘겹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선물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와 소설 모두가 호평을 받았다는 말이 보인다. 영화도 보고 싶고, 그의 전작이라는 <무지개 곶의 찻집>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읽었던 <코끼리의 등>이  생각났다. 또다른 죽음의 형태를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죽음처럼 사랑 역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는 거였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어쩌면 모두가  '나'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책을 읽는동안,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따스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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