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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어떤 사람이 노스님을 찾아와 물었다. 지옥과 극락이 정말로 있습니까? 노스님께서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만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장군입니다. 그러자 스님은 내가 보기에 당신은 백명의 부하도 못거느리게 생겼습니다, 했다. 화가난 그 사람이 총을 들이대며 말했다. 내가 누군줄 알고 함부로 그렇게 말을 하는 거요? 그 모습을 보던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 어허!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말을 듣고 난 사람이 자세를 고치며 스님께 사과를 했다. 제가 성격이 너무 급해서 스님께 실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러자 스님은 웃으며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는 극락문이 열렸습니다... 책을 읽다가 생각난 이야기다. 이것말고도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는 수도없이 많다.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게다. 슬픈데 웃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웃기는데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삶의 힘겨움을 견제하기라도 하는 말인양 머피의 법칙이니 샐리의 법칙이니 하는 말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도 내 마음 하나만으로도 바뀔 수 있는 진리임에는 분명할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고달프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스님 중 한 명이 쓰신 인생축복에세이.... 처음 대했을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은 참 좋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인생축복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자기계발서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스님의 이력이 대단하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했다던 스님. 웃음과 행복이 불교의 최종 목표라는 걸 깨닫고 남반구에서 최초로 절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말을 보니 한번쯤은 육성으로 그의 법문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 굳이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을테니 하는 말이다. 지구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삶의 고난속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진실을 전하고 다닌다는 스님. 그런데 문득 묻고 싶어진다, 스님께서도 진정 행복하냐고. 세상 어느 것도, 세상의 그 어떤 목소리도 삶을 순식간에 슬픔에서 축복으로 바꿔주지는 못한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서른여덟 편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책.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숱하게 마주쳤을 그런 이야기. 우리는 항상 그렇다.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믿어버리는 우매함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를 외치며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곤 말한다.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다고. 다시한번 아잔 브람 스님의 이력을 찾아보니 세계적인 명상 스승이라는 말이 보인다.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발군의 실력(?)과 효과로 생겨나고 있다는 명상센터들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종교불문, 나이불문이다. 역시 자기자신으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바꿔줄 수 없고 대신 해줄수 없다는 말이다. 인생에 있어 불쾌한 사진들은 기억에서 다 없애버리고 행복한 사진만 간직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과거의 고통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보다는 우울해지고 화가 날 뿐이라는 말씀에 공감한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놓아버리지 않는 한 그 사람의 존재가 끝없이 나를 아프게 한다는 말씀 역시 틀리지 않는 듯 하다. 삐딱한 나의 심중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말씀이 있다. 인생앨범의 행복한 순간들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진으로 남겨놓는 인생의 한 순간들은 결코 나쁘지 않다. 괴롭고 아픈 순간에 사진기를 들이대며 그것을 남겨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 행복한 사진으로 남겨진 순간들을 기억하라는 말씀에 왠지 가슴 한쪽이 찡해진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