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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 드라마가 사랑한 서울 촬영지 70곳
남도현 지음, 이정학.유혜인 그림 / 이숲 / 2013년 6월
평점 :
대한민국은 드라마 공화국이다, 라는 말로 시작되어지는 이 책의 주제가 그래도 조금은 흥미를 불러왔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딱히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에 적힌 수많은 드라마의 제목을 보면서도 내가 느낀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이? 드라마가 정말 이렇게나 많았었구나! 였다. 그러니 그 중에 내가 보았던 드라마가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사실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는 드라마라는 주제를 통해 찾아간 공간마다 서울의 구석구석에 얽힌 역사의 한 단면을 알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찾아가는 동네의 이름에 대한 옛이야기 한소절쯤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을 앞세웠던 탓이기도 했다. 그런데 보기좋게 한방 맞았다. 얼마전 우연히 보게 되었던 TV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밥을 먹었다거나 커피를 마셨던 곳에서 똑같이 하고나면 마치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던 두 여인의 말에 살풋 웃음이 났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렇다면 책을 쓴 이의 의도가 제대로 적중한 것일까? ^^*
갈만한 곳은 다 나왔다. 드라마가 이렇게나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느낌이 들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게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공간을 찾아헤맸구나 싶어 저들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어졌다. 책을 보면서 작은 욕심이 있었다면 그림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삽화는 살짝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사진만큼 그곳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의 발걸음을 열심히 쫓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엔 또 어디로 안내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런 곳이라면 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곳도 있으니 이 책을 쓰며 바랐던 지은이의 바램이 어쩌면 이루어지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멋지게 그려졌던 곳이라해도 찾아가보면 볼 품없이 느껴지는 곳도 사실은 많다. 그런데 자신이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서 그 곳에 선다면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더구나 좋아했던 드라마라면 그런 느낌은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계동, 종로 서촌, 삼청각, 이태원, 종로 부암동과 평창동, 운현궁,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울 성곽길과 낙산공원... 이 밖에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곳은 엄청나게 많았다. 이름만 들어도 이런 곳에서라면 이러저러한 장면을 찍었겠구나 싶은 곳들이다. 나름 서울의 구석구석을 많이 찾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이것도 괜찮은 주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드라마를 따라 걸으며 서울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으니 괜찮은 여정이 될 것도 같다. 약현성당과 달동네 풍경으로 많이 나왔다던 북아현동, 상도동, 창신동은 꼭한번은 가봐야지 한다. 그곳과 연관된 역사의 한단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무작정 떠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주제든 정해서 그 주제에 맞게 발걸음을 옮긴다면 뜻깊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설레임이 찾아온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