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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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황제라는 말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왕이란 말이 흥미롭다. 그만큼 그를 통해 이루어진 일이 많다는 말도 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평가하는 잣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일터다. 그래서일까? 700쪽이 넘는 두께에 압박(?)을 당하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은근하다. 不老長生을 꿈꾸었던 사람. 출생의 비밀을 안고서도 자신의 욕망을 펼쳐낼 수 있었던 사람. 그가 일구어낸 결과들이 과연 그의 진정한 꿈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의문점이다. 그가 천하통일을 꿈꾸었던 게 아니라 어쩌면 시대가 천하를 통일하고자 했던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슬며서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일화가 등장했던 까닭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이로군, 아하! 이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 기나긴 중국의 역사속에서 하나 둘씩 등장하는 우리의 역사를 발견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미리 말했듯이 시대가 통일을 꿈꾸었던 거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천하통일을 향한 발판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은 진시황만을 다루지 않았다. 최초의 황제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무런 힘도 없던 그의 선대들이 진시황을 탄생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또한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는 진시황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어느 한 부분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흔히 들어왔던 책사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식과 한숨을 뱉어냈다. 그가 조금만 더 살았었더라면, 그의 전략이 조금만 더 성공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함께 한다. 상앙, 한비, 염파, 조사, 이목, 손빈, 방연... 참으로 많은 책사가 시대의 흐름속에서 활약하고 있었음이다.

 

하 - 상(은) - 주 - 진 - 한 - 위진남북조 - 수 - 당 - 송 - 원 - 명 - 청.... 중국은 단일민족도 아니고 어느 한곳에서 분연히 일어난 나라가 아니다. 임금, 순임금, 우임금과 같이 우리가 잘 알고있는 선양제의 주인공들이 바로 나라를 만들었다. 주변의 여러 부족들을 융합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왕조로 발전할 수 있었던 부락연맹제가 바로 하나라인 것이다. 비록 미희들에게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나라의 이름을 바꾸어야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분봉제를 시행했던 주나라 시기에 주요 봉후국으로 위(衛), 노(魯), 제(齊), 송(宋), 진(晉), 연(燕)나라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주 천자를 보위한다는 명목으로 등장했던 齊나라의 환공, 宋나라의 양공, 晉나라의 문공, 秦나라의 목공, 楚나라의 장왕을 일컫는 춘추오패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제의 환공, 진의 문공, 초의 장왕, 의 합려, 의 구천을 춘추오패라 부르기도 한다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진의 목공이 바로 진시황의 선대였다는 것이다. 바로 그 나라들의 전쟁이 이 책속에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어 마치 장대한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각 제후국 간의 전쟁으로 혼란이 그치지 않았던 전국시대를 거쳐 일곱 제후국만 남게 되었고, 이들 戰國七雄이 바로 위(魏), 한(韓), 조(趙), 진(秦), 초(楚), 연(燕), 제(齊)나라이다. 초기에는 한, 조, 위 세 나라가 동맹을 맺어 강했으나, 동맹이 깨지면서 제나라와 진나라가 강해졌다. 이에 소진은 6국이 종적으로 연합하여 진의 강성에 대항할 것(合縱)을 주장했고, 장의는 진과 6국이 개별적으로 횡적 동맹을 맺을 것(連橫)을 주장했다. 전국 후기에 진나라의 세력이 더욱 강해진 이유가 바로 합종연횡의 결과였다.  특히 상앙의 변법은 진나라를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초의 통일 국가를 건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反秦운동에 중심 역할을 했던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다. 상앙이란 인물은 은연중에 중종때의 조광조를 떠올리게도 한다.  
 
조희와 여불위를 통해 생각해보는 진시황의 출생비화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진시황의 곁에서 세상을 주물렀던 이사와 환관 조고의 마지막을 바라보면서 권력을 향한 인간의 속성을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은 씁쓸하다. 썩은 생선과 함께 돌아왔던 진시황의 죽음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하다. 지금까지도 진시황을 욕되게 하는 분서갱유의 바탕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사람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역사의 흔적을 들춰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마지막 장에서 '어떻게 진시황을 평가할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시대적인 평가를 다루고 있지만 그 평가라는 게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들이대는 잣대는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두껍기는 하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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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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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가장 먼저 생각난 말이다. 罪刑法定主義 라는 말은 옳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그 형을 가함에 있어 정해진 원칙에 의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막상 '法' 이란 말을 들으면 왜 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관료주의적인 법의 해석이 난무했을거라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바로 '有錢無罪 無錢有罪' 다. 뭣도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나?  글의 시작부터 이미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소크라테스가 했던 "惡法도 法이다" 란 말에 공감하기 힘든 사람중의 하나가 분명하다. 세상이 변하면 법에도 어느정도의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럴 수 없다면 변한 세상에 맞춰 법도 어느정도는 변해줘야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 까닭이다. 물론 법에 도덕적, 윤리적인 면들을 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은 변해가는 데 법이라는 테두리가 과거에 묶여 있다면 차라리 즁세적으로 '以夷制夷' 하는 게 더 낫다. 온갖 매체들속에서 난무하는 실제적인 以夷制夷의 형태가 그를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늘 궁금했던 것은 과연 법은 어떤 모습일까,였다. 이 책을 통해 그 어려운 낱말들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처럼 법은 늘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경찰서나 병원을 가지 않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한 거라는 말이 떠오른다. 왠일인지 사람을 위축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하는 말일터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시종일관 익살맞다. 그 말의 뜻처럼 웃기려고 일부러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하는 태도가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걸음 더 물러서게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법이라는 게 가까워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예를 보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죄를 지면 이렇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임엔 분명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22가지의 원리만 알고 있다면 일상생활속에서 답답하거나 고생할 일은 없을거라고 하니 두 눈 크게 뜨고 다시 봐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재판 이야기' 라는 부제와 함께 등장하는 옛날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법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이 아닌 법적으로 죄가 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지, 똑같은 행동을 놓고 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은 또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 것인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음직한 주제들을 앞에 놓고 법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 피리부는 사나이, 윌리엄 텔, 헨젤과 그레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봉이 김선달, 춘향이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도 많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보여주며 그 재판의 원리를 따져보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운 말투만 제외한다면 퍽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제는 콩쥐보다는 팥쥐가 이목을 끌고 흥부보다는 놀부가 더 박수를 받는 세상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면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덕적, 윤리적인 해석보다 법적인 해석이 우선되어야 했기에 내게 지금 이렇게 힘든 일상이 주어지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법에 관한 것은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더 낫지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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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언컨대 이 책은 가장 재미있는 법률 입문서입니다
    from 책으로 책하다 2013-10-16 09:31 
    [서평] ⓒ추수밭 8월 경에 전례없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리에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난데 없이 표절 시비가 붙었다. 4~6회 분에 해당하는 '쌍둥이 살인 사건'이 2012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간한 의 도진기 작가 '악마의 증명' 편을 표절했다는 논란이었다.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저작권 침해에..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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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진보와 보수의 충돌로 개관하기까지 말이 많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정말 놀랍다. 와, 이런일이 있었어?  이런 일도 있었구나!  교과서에서나 보았을 그런 장면들이 당시의 상황에 맞게 잘 설명되어져 있어 학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만, 박물관을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이제는 사회구성원의 한쪽으로 밀려난 어르신들의 끝없는 발길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시는 걸 보면서 그 날, 참으로 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분들이야 말로 한시대를 살아온 역사의 증인이 아닐까 싶어서. 당신들이 살았던 시절을 다시 되돌아보는 심정이 어떠했을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분들의 표정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과 독립운동부터 6.25전쟁, 1945년 8.15광복을 거쳐 근대국가를 이루기 위한 경제개발과 산업화의 흐름이 이 책에서도 보이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변해가는 시민사회의 모습 또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음이다. 한국의 자본주의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도 이 책속에서 언급되어지는 까닭이다.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는 핑크빛일까?

 

그런데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과 현재의 모습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건 어떤 차이일까?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굳이 나쁜 점만 들춰내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점만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니엘 튜더라는 사람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이런 나라라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가끔 우리는 말한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그런데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정말 다르다.  생각해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주변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일까?  다니엘 튜더가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왠지 씁쓸하다. 어쩌면 제목부터가 마음에 안들지도 모르겠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그런데 그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저 말이 정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어쩌면 저렇게 속속들이 주머니를 뒤집듯 보여주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첨단의 시대를 만들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뒷면으로는 행복지수가 최저이며 자살률 최고라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신상이나 명품에 절절매는 그 모습 또한 그다지 유쾌하게 보이진 않는다. 가장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부분은 아마도 언론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소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그렇지 않다고 다부지게 반박할 언론사가 과연 있을까? 모든 매체가 균형감각과 중도적 입장이 부족해보인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거기에 내 느낌을 하나 더 보탠다면 그 모든 언론매체가 이미 정체성을 잃었다고 말하고 싶다. 신문뿐만이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 모습은 정말이지 한심스럽다. 정말이지 꼴불견이다. 언론매체가 자신의 주장도 없이 세상의 말속에 뒤섞여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걸 볼 때마다 저건 아니지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일부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기적을 이루었으나 기쁨을 잃었다는 말이 서글프다. 많은 것을 얻었으나 지금도 끝없이 경쟁을 부추키고 만족할 줄 모른다는 말도 역시 서글프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 그가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그가 들춰내는 우리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우리가 정말 이랬었나 싶은 마음에 뒤가 켕기기도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지적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옛말에도 있다. 나쁜 점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발전할 수 있어도, 좋은 점만을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더 나빠질 뿐이라고.  '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 이니 잘 받아들일수만 있다면 이런 책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새겨들을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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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장 프랑수아 갈미슈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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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출판사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유혹하는 스케치시리즈를 보면서 나도 한번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끄적거려본 기억이 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왜 그리도 부러웠던지... 답사를 다니면서도 저런 풍경은 그림으로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던 기억도 많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림, 그렇게 쉽지 않았다. 만만찮게 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하지만 지금도 늘 그 신세다. 부러워만 하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래전에 내게 찾아왔던 <스케치 쉽게하기> 를 따라하면서 내가 느낀 건 역시 기초를 무시하면 안된다는 거였다. 미술에 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도전해보겠다고 설쳤으니... 어쩌면 일러스트를 좋아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지금도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일전에 따라했었던 드로잉에 관한 책을 다시한번 펼쳐보았다. 기초 드로잉, 사람의 얼굴이나 표정 그리기, 사람의 몸체를 그릴 때 어떤 비율로 그려야 하는지, 사람이나 동물의 재미있는 일러스트 그려보기 등... 선과 면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형태와 명암을 표현하는 것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랬는데도 다시 이 책을 펼친다.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데 펼치는 순간부터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세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져 있다는 놀라움!  도시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안고 있는 건축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내게는 역시 어려운 일일테고, 일단은 펼쳐지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너무 좋았다. 스케치를 하기 위해 구도를 잡는 방법이나 원근법에 대한 설명은 이제 낯설지 않았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도시와 그 도시의 건축물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저자의 솜씨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거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스케치 기법이나 원근법의 원리를 보면서 문득 사진을 생각했다. 이 설명처럼 그렇게 사진을 찍어도 멋있을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사실 그림이나 사진이나 표현하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하는 생각.... 너무 앞서갔나?  한참동안 눈으로만 씨름하던 책을 덮으면서 전문가와 초보자 사이에 생겨나는 이질감을 어쩌지 못했다. 그렇다해도 건축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건축의 자재를 설명해주는 부분은 참 좋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도전하는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어느정도 기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다시한번 인정하게 되는 진리가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가는 곳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사진에 담을 것인지 보인다는 거였다.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다면 역시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책속으로 답사를 다녀 온 기분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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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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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미치 앨봄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이나 <단 하루만 더>라는 그의 작품을 통해 전해졌던 그 묘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임에도 새삼스럽게 겹쳐졌던 까닭은 무엇일까? 가끔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영혼의 존재를 믿느냐고. 그런 주제를 담은 영화도 꽤나 많은 편이지만 영혼이 있다, 없다의 단순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죽음뒤의 세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그가 살아 있었던 사회의 어떤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몸은 죽었으나 영혼이 저편 세상으로 떠나지 못한다는 설정이 영혼을 믿는 사람에게도, 그렇지않은 사람에게도 묘한 분위기속으로 불러들이는 마력을 지닌 듯 하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중간계의 세상은 정말 있을까? 그 묘한 세상속에서 마주치는 인연들. 나쁜 인연이었든 좋은 인연이었든 다시 만난다는 건 좋은 일일까?  아무래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인간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 같은 무게를 지니는 듯 하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마음속에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는 게, 완벽하고 싶고 만족하고 싶어하는 우리네 정서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그렇게들 죽음뒤에도 무언가를 찾아헤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또한번 기억하게 된다. 더 늦지않게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수도없이 많은 인연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나와 가까운 곳에서 좋든 싫든 인연이라는 끈으로 묶여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내 삶속에 자리잡는다. 그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의 단면들은 좋아도 내 몫이며 나빠도 내 몫일 것이다. 그 인연들이 죽음속 세상에서 다시 만나 살아서는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들려준다. 살았을 때 했더라면 좋았을 그런 이야기들을.  왠지 서글프다. 세상이 사람을 속이는 건지, 사람이 세상을 속이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情'이라는 말로도 표현되어지는... 가까이 있지 못하면 나눌 수 없는 그런 느낌들.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상대방을 향한 나의 느낌들말이다.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죽음뒤에도 서서히 변해가는 영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상상이 어느 정도의 공감을 불러온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떠난 영혼들이 차마 저쪽 세상으로 떠날 수 없었던 것은 하나같이 예고되지 않은 죽음 때문이었다. 아직은 하지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해야했으나 하지 못한 것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나의 모습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없는 삶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해도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책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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