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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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도 글쓴이의 이름에 더 눈길이 갔다. 잘은 모르겠으나 우리시대 진보의 아이콘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인식되어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쓴이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진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창 나이때는 참 좋아했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지 않아서. 進步라는 말을 찾아보면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는 걸 말한다고 나와 있다.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한다는 진보라는 말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듯한 그들의 행보가 진보다운 진보를 보여주지 못한 까닭도 있겠지만 어쩌면 나의 편협된 생각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나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간 책의 여운이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아직 남아 있다. 높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던 것처럼 책속에 머물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가르는 획기적인 전환점은 문자였다. 문자를 통해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를 모두 기록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숫자코드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하나의 모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미지라고 한다. 물론 이미지, 즉 그림문화는 이미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이미지로 고대인의 이미지가 주로 주술적, 주관적 상상에 머물렀다면 현대인의 이미지는 기술적인 형상으로 객관적 현실을 표현한다. 픽셀, 비트, 나노와 같이 주로 '점'의 단위로 만들어지는 이미지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 모든 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 놀라웠다.

 

가상현실과 현실가상이라는 말이 책속에 보인다. 글에도 픽션이 있고 논픽션이 있으며 교묘하게 그 두가지를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림에도 추상화가 있고 진경산수화가 있다. 그러나 그둘을 섞어놓은 듯한 그림도 분명 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가상현실속인지 현실가상속인지 불현듯 묻게 되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황룡사 벽에 소나무를 그렸더니 새가 날아와 앉으려다 부딪혔다거나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넣었더니 하늘로 올라갔다거나 하는 류의 이야기는 많다. 라스코 동굴의 벽화나 반구대암각화의 그림을 보면서 옛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유추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단순히 상상력이나 기술적인 것만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지금 우리와 맞닿은 디지털형상은 이성적이며 기술적인 동시에 신화적이며 마술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문득 가상의 운전게임이 생각났다. 운전대를 잡고 가상의 길을 가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차를 타고 가는 것처럼 느껴져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니 디지털형상이라는 게 특이하긴 하다. 파타포는 메타포의 패러디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단순히 '비유'의 개념일뿐인 은유, 메타포에 비해 파타포는 가상과 현실이 분리되지 않고 중첩된다는 말은 문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되돌아보고 싶게 만든다.

 

가끔 필요에 의해 포토샵을 열때가 있다. 갖가지 잔재주로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이미지세계라는 게 참 신비롭기까지 하다. 차단막을 치든 가림막을 치든 찍고자하는 피사체는 같다. 다만 찍혀져 나온 결과만 다를 뿐이다. 겹치기를 하든 합성을 하든 만들어내고자 하는 결과물은 하나일 것이다. 다만 보여주고자 하는 자와 보는자의 느낌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에 따른 결과의 시간과 공간적인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기도 하고 미래와 과거가 나란히 가기도 한다. 시간이 멈추기도 하고 이미 지나가버렸거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속에 어떤 존재를 보내거나 가두기도 한다. 늙은 사람이 젊어지기도 하고 미운 사람이 예뻐지기도 한다. 우리는 한명의 마술사처럼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한장의 사진을 두고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의 의미는 뭘까? 그 사진속에 담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다분히 주관적인 까닭이다. 때문에 사진은 상징이라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진으로 그려지는 작위성이나 우연성 혹은 허구나 진실따위를 알아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생각이 들어가 있는 사진이라면 부연설명없이 그 이미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눈치챈다는 게 어려울거라는 말이다. 가끔 광고를 보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몰라 짜증날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의 말처럼 미래의 문맹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나는 사실 진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내가 보수주의자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말이 난무하여 말에 치이며 사는 세상이다. 이 책에서 말했듯이 '비판'만 할 뿐 새로운 현실을 '기획'하지 못하는 진보라면 딱히 진보라는 말을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말해 진정한 진보세력이 없거나 진정한 진보세력은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은 형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책을 통해 '나꼼수'나 '일베'라는 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들의 배경은 뜬금없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이 세상은 도덕적, 윤리적 감성만으로 살 수 없을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논리가 통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림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사회적인 현상까지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랐다. 글자를 모르는 자가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것이다, 라는 책띠의 말이 새삼스럽게 클로즈업되어 내게로 다가온다.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우리가 지금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것들의 세계, 그 세계속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글프게도! 가장 사실적인 사진이 역설적으로 매우 허구적으로 느껴진다. (-237) 어떤 사진 한장을 분석하며 한 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울림이 전해졌던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작위적인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아이비생각

모든 것이 변경가능하고 아무것도 지속적이지 않다.(-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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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절 - 당신도 가끔 내 생각하시나요?
신철 글.그림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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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가끔 내 생각하시나요? 묻고 싶은 사람, 나에게도 있다. 가슴속에 품은 그리움 하나쯤은 누구나 있다. 아니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오래될수록 점점 메말라가는 가슴속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그렇게 적셔줄 그리움 하나쯤 가슴속에 품는다고 누가 뭐랄까? 그리고 말할 것이다. 그때만큼은 나는 순수했다고. 그때만큼은 절절했다고. 그 순수함이, 그 절절함이 오랜 시간동안 숙성되어 하나의 그리움으로 가슴속에 또아리를 틀 때까지 아프기도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이 가끔은 생각나고, 한번쯤은 다시 오지 않을까 어리석은 기다림마져 생겨나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 누구나 사랑 하나쯤 가슴속에 품고 산다. 영화같은 사랑이든 농익은 사랑이든. 그러나 풋풋했던 첫사랑만큼의 떨림을 전해주는 사랑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사랑이 아니라면 곧 죽을 것만 같은. 그래서 그렇게들 사랑을 빙자한 집착이 더 많아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 아는 것처럼 사랑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어느 날 문득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이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영화속의 어떤 남자는 소리치지만 불행하게도 사랑의 영원성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보낼 수 있느냐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사랑하니까 보내줄 수 있는 거라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그리고 후회하지. 선택과 후회는 행복과 불행처럼 손잡고 다니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까닭에 신은 시간이라는 선물을 우리에게 준 것일테다. 그러니 그리움으로 변하여 늘 곁에 머문다. 그리운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는 말처럼 함께 했던 흔적들만이 오롯이 가슴속에 남겨진다. 겨울날 눈밭위에 찍힌 누군가의 발자국처럼.

 

책속에 펼쳐지는 그림이 이채로웠다. 그림속에 담겨진 순수라는 느낌이 참 좋았다. 아무것도 덧입히지 않은 처음 그대로의 마음 상태처럼 내게 전해졌다. 온갖것이 포장하지 않고는 나서지 못하는 세상속에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형태마져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으로 진행되어 가는 삭막한 세상속에서 우리가 순수한 것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사랑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잡으려 들면 잡히지 않는 게 사랑일거라고. 그저 천천히 젖어드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사랑일거라고. 아침에 눈을 뜨면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너였으면 했고, 너였다가, 너였는데.... 너로 인해 모든 감정이 내게로 내게로 향하던 그 순간을 우리는 사랑이라 말한다. 그 사랑이 가장 순수했던 시절, 그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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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우아한 거짓말의 세계 - 광고의 눈으로 세상 읽기
한화철 지음 / 문이당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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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와 '쟁이'의 차이점을 들려주며 자신은 진정 광고장이보다 광고쟁이가 되고 싶다던 글쓴이의 말을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왠만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거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職'으로 삼느냐 '業'으로 삼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을 보면서 문득 해 본 생각이다. 내가 보건데 이 책의 글쓴이는 스스로가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어쩌다 광고인이 되었다고는 하나 책을 읽는 동안 스멀스멀 기어나오던 행복의 기운을 무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나처럼 광고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덥석 손을 내밀었던 사람보다는, 혹여라도 광고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로웠을 주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해서 무익했던 건 아니다. 광고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그 법칙을 경우에 따라 내 삶의 방편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순간이 많았다.

 

광고의 유형도 참 여러가지다. 빠른 시간내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담아야 하기에 광고 하나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이대듯이 직구를 날려대는 광고는 왠지 짜증난다. 다분히 나 혼자만의 개인적인 성향이겠지만... 현혹하는 광고와 설득하는 광고중에서 어떤 것이 좀더 강하게 와닿는가를 묻는다면 내게는 설득하는 광고가 훨씬 빠르게 다가온다. 또한 감성적이며 의미가 담긴 광고를 더 좋아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빠른 것은 항상 느린 것을 이긴다' 는 한줄의 글귀가 영 거슬린다. 그것조차도 광고인을 위한 광고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아주 오래된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다. 단언컨데 그 장면 하나로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어렴풋한 설레임을 안겨주었으리라. 배우 이미연의 풋풋한 미소를 잊지 못하게 하는 가나쵸코렛광고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나부끼던 머릿결과 그 미소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광고는 아주 적거나 작은 일부를 전체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거라는 사실은 일찌감찌 간파했다. 광고를 믿는다기보다는 그런 상품이 있다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는것에 대해 나는 더 만족감을 느낀다. 지금의 광고시장은 더더욱이나 믿음이 가질 않는다. 똑같다! 이름만 다를뿐 너도나도 똑같은 말을 뱉어낼 뿐이다. 물론 그 중에는 제대로 된 광고상품도 있겠지만 일단은 현혹하는 광고 일색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일터다. 문득 광고가 종교와 상당부분 닮았다는 책 속의 말이 떠오른다. 대중의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자극한다는 말에 어느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오죽했으면 '지름신'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세상이 그만큼 우리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인지, 우리가 세상을 그만큼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한번쯤은 되돌아볼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듣고 잊는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행하고 이해한다." 고대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으로, 이론의 한계와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231쪽)

이 말은 참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게 더 기억에 남고 보는 것보다 내 스스로 움직이며 받아들였던 것은 정말이지 오래도록 내게 남겨진다. 이미 세상을 정복해버린 '멀티'라는 말이나 '디지털'이라는 말때문에 이제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아나로그'의 느낌을 생각한다.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고 듣는 것, 보여지고 들려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에는 내게로 와서 만져보고 느껴보라고 말하는 것들이 더 많다. 모든 것이 전자화되는 세상속에서 나는 아나로그를 그리워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던 그런 세상을 그리워한다.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움을 이기는 지금의 세상이 마치 눈길 닿는곳마다 현란한 색과 동작으로 유혹하는 광고와 닮았다. "이래도 안살래?", "이래도 사지 않는다면 너는 분명 바보일거야!" 협박하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광고의 물결이 나는 솔직히 두렵다.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속에서 살면서 광고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공격적인 광고보다는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광고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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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2015 최신판) - 내일로티켓/자유여행패스 완벽 가이드!, 특별부록 포켓 스탬프북 포함(한정판)
임병국.박준규.정진성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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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버스가 되었든 기차가 되었든 저마다 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저마다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상적인 방편으로 말해보자면 아무래도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왜? 일단은 편하니까. 해마다 여름이면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고 하면서도 어김없이 그 행렬에 끼어들고야 마는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막히는 길조차도 여행의 한순간이니 짜증내면 안되는거라고 말해주는 남편덕에 지금까지 참 편하게 여행을 다녔지만 그렇다해도 기차여행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기차를 타 본 게 언제쯤인지... 시간 아깝다고 밤기차를 타는 것 말고 제대로 된 풍경을 느끼며 기차를 탔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지방자치제 덕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기차나 버스가 연계되는 교통수단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전철만 타도 하루여행쯤은 이제 거뜬하니 말이다.

 

한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만으로도 셀렘과 평안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곳이라면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한장의 사진을 이 책속에서 만나던 순간이 정말 좋았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의 목록에 올라 있는 곳에 대한 소개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덕분에 이번 여름에 찾아갈 곳을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기차여행의 고수라는 세사람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여행의 맛은 어떨까? 그들이 추천하는 Best 코스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당일코스가 되었든 1박2일이 되었든 아니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행이든 그들이 전해주는 여행이야기는 멋졌다. 그 중에서도 테마가 있는 기차여행은 귀가 솔깃했다. 명승고적과 역사를 찾아 떠나고 맛집과 전망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겠지만, 오지의 간이역을 찾아 떠난다거나 느림을 맛보기 위한 소박한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총 다섯PART로 나누어 기차여행에 관한 것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기차표를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여행일정 짜기,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거나, 숙소를 선택하는 요령등은 참고하면 괜찮을 듯 하다. 기차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팁도 팁이지만 열차가 그렇게나 많았었는지 정말 몰랐다! 주로 버스를 이용했던 내게는 새롭게 다가왔던 정보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이 찾을 것 같은 팔도장터관광열차, 언젠가 한번쯤은 나도 타야지 생각했던 평화생명벨트열차(DMZ트레인), 부산과 울산을 아우르며 돌아볼 수 있다는 부울경관광테마열차, 멋진 풍경과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남도해양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처럼 이름만 들어도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열차가 있다. 와인시네마트레인, 바다열차, 협곡열차, 꼬마열차처럼 왠지 낭만적일 것 같은 열차도 있다. 부록으로 끼워넣어준 숙소정보와 기차역과 연계되어 있는 시티투어 코스에 관한 정보도 정말 좋았다. 기차여행, 조만간 한번 떠나봐야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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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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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고구려, 백제, 신라를 말하는 삼한시대는 답사를 다니면서 수없이 마주치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먼 이야기처럼 다가온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나마도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고려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수많은 전쟁을 치뤄내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고려의 힘은 무엇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국호 KOREA가 고려로부터 시작되었음만 보아도 고려는 우리에게 멀어져서는 안될 나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고려... 책속에 담긴 열번의 전쟁만으로도 지칠대로 지쳤을 고려가 조선이라는 이름에게 국호를 넘겨줘야 했던 건 어쩌면 당연지사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토록이나 힘겹게 지켜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어째서 나라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해야만 했던 것일까?

 

고려를 생각하면 나는 강동6주와 동북9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흥화, 용주, 통주, 철주, 구주, 곽주를 일러 강동6주라 하지만 지도를 보면 그곳의 위치가 지금의 압록강 유역임을 알 수 있다. 후에 요나라가 되는 거란족이 영토를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고려를 침입하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서희라는 인물때문에 더 강한 이미지로 남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동북9성은 윤관이 별무반을 이끌고 후에 금나라가 되는 여진족을 물리친후에 쌓은 성이었다. 처음에는 금나라의 영토였다가 뒤에 원나라가 다스리기도 했다. 동북9성의 위치는 지금의 두만강 유역이다. 세력을 강화한 여진족이 금을 건국한 뒤에 조공을 받쳤던 고려에게 신하의 나라가 될 것을 종용할 때, 정권을 유지하고 싶어했던 이자겸과 핵심 문벌 귀족들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평화를 유지하게 되지만, 승려 묘청이 부패한 개경 귀족들을 향해 난을 일으키며 금나라를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조선 세종때에 여진족을 물리치고 개척한 지역이기도 하니, 4군은 압록강 상류 지역으로 최윤덕이 확보한 지역이고, 6진은 두만강 유역으로 김종서가 개척한 지역이다. 그 일로 인해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국경선이 확보된 것을 보면 여러모로 요지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고려에 전투가 이렇게 많았었나 싶었다. 삼수채 전투, 귀주 대첩, 귀문관 전투, 길주성 전투, 동선역, 안북성 전투, 충주산성 전투, 일본 원정, 홍건적의 침입, 마지막으로 진포, 황산대첩...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문벌귀족이든 평민이든 많은 전쟁을 치루면서 이름 석자를 남긴이도 많다. 아마도 우리는 성공한 이들의 이름에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는 이긴자들만의 외침이 더 크게 들리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고려를 지켜낸 것은 이름없는 병사와 백성들이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고려라는 이름을 존속시킬 수 있었을까? 아니 멀리가지 않고 조선만 보더라도 그렇다. 실패한 역사에 대한 고증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리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스멀거린다. 뜬금없게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그 때에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어야 했다고. 그 때에 우리가 대마도를 복속시켜야 했다고. 읽기에 껄끄러웠던 책이다. 무슨 스포츠중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내내 영 거슬렸던 것도 사실이다. 왠지 산만한 느낌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러니 읽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나와는 맞지않는 방식인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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