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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끝내는 눈물이 났었다. 왜 눈물이 났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이
안타까웠고 그 마음에 충실한 몸의 움직임이 슬펐을 뿐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남을 믿기 이전에 과연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나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남을 이해하고 믿는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인지....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작가의 한마디가 나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이것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빛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그 '분노'를 책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던 작가에게 자신있게 나는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그것이 또한 서글퍼졌다. 아마도 그때문일 것이다. 끝내는 눈물이 흘러내렸던 이유가. 다시 묻고
싶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만큼이나 믿어줄 수 있는가?
철저하게 자기 방어적이고, 철저하게 이기주의적인 현대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다가오는 '말 한다디'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너무 쉽게 소리가 되어 세상속으로 나오는 말. 그래서인지 너무 쉽게 망각되어져버리고 마는 말.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우리는 너무 쉽게 말을 한다. 그 참을 수 없도록 가벼운 말의 존재를 우리는 이렇게 표현하지, '영혼없는
말'이라고.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왜, 우리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것일까? 어쩌면 자기 방어적인 형태가 아닐까? 자신에게 닥쳐 올 불행과 고통을 사전에 차단해보겠다는 어설픈 변명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보호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진정 자기 자신으로 인한 갈등인지, 주변 상황에 의한 갈등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주변의 평판과 평가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타인의 평가가 그토록이나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1년이 다되도록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어딘가로 숨어든 범인의
행적을 찾아 뒤를 쫓는 형사의 발길은 매번 허망함을 안고 돌아오지만, 이 책은
단순히 범인을 잡아야 끝나는 추리소설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묵직함을 안고 있는 듯하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행적을 좇으며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겪어야 하는 부조리함을 들어냈다.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자신의 이름조차 버리고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고,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또 한명의 남자가 있고, 막노동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또 한 남자가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는 범인과 동일한 표식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뉴스는 연일 살인범의 상황과 얼굴을 화면 밖으로 내보내고
동일한 표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먼저 찾아 온 것은 '믿음'보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닮았다는 이유로, 살인범과 같은 점이 얼굴에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사랑하고자 했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 현실을 보면서 '메르스'라는 병원체가 들춰냈던
작금의 씁쓸한 우리의 민낯을 보지 않을수 없었다. 배려와 포용이 사라져버린 우리 시대의 서글픔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기 이전에 솔직한 나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는 진리와 마주서게
된다.
결국, 그 '분노'는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또다른 '분노'와 맞짱떠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누군가에 의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감정이 미워서. 의심을 받았던 세 남자의 주변인들이 그랬듯이. '사랑'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쪽과 저쪽의 마음이 같아야 그 공식은 성립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감추고 싶은
우리의 속내를 드러낸 까닭인지 마음을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어쩌면 자기 자신까지 속이며 살아가고 있을 현대인의 모습. 서글픈 자화상을 보았다.
강한 펀치 한방을 맞은 것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