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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숫자의 교묘한 거짓말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박지훈 옮김 / 더좋은책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숫자의 교묘한 거짓말' 이란 부제에서 보듯이 숫자가 내포하고 있는 거짓이나 위험성에 대한
고발서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을 맴돌며 올가미처럼 우리를 옥죄는 것이 숫자만은 아니다. 만들어진 모든 것이
우리의 숨통을 조인다. 세상이 온통 제 잇속챙기기에만 바쁘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든, 어떻게 되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따진다. 모든
논리의 끝은 '이익'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끝없을 것만 같은 대지위에서 막대한 양의 식량을 생산해내고 있는 아프리카의 굶주림과 같이 힘있는 자의
논리에 의해 힘없는 자들의 삶은 좌우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숫자로
말하는 교묘한 속임수인지도 모를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든 것에는 통계치라거나 평균치라거나 하는 숫자로 된 개념들이 수도없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흔들린다.
세상을 그다지 믿지 않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빼앗기게 되고 무시할 수 없는, 무시해서도 안되는 숫자의
마력앞에 힘없이 주저앉을 때가 많다. 이런 책을 읽게 되면 슬그머니 저 안쪽으로부터 분노가 스멀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뭐야, 나를 바보로
아는거냐? 싶은 마음에. 그러나 나는 여지없이 바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인정하게 된다, 그 사실을. 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까닭이다. 누구나 할 것없이 교육이라는 틀에 맞춰져서 그들이 원하는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까닭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구체적인 경험이나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정형화된 기술에 의지하는 것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속성이라고 책의 서론쯤에서 말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통탄할 일이 아닐수가 없다. 현실적인 여건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몇몇의 이론적인 가설로 뽑아낸 수치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하고도 위험한
짓인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와 계산이 많아진다고 반드시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43),
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가! 그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믿는다. 숫자가
지배하는 사회는 점차 폐쇄적인 사회로 변해간다,
는 말로 엄청난 숫자의 위력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공감하기에는 너무 먼 정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앞서는 이유는 뭘까? 놀라운 것은
기후변화의 상태마저도 상품화시킨다는 말이었는데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기보다는 경제 발전의 방해물로 생각한 나머지, 그것을
문제화시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실로 무서울 따름이다. 자연의 가치를 측정한다고? 누가? 어떻게? 무엇을
기준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환경문제조차도 누군가에게는 '부의 가치'로 전락할 뿐이라는 사실이. '부의 측정'을 위해 생태계를 평가한다는 말에
입이 벌어질 뿐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건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미 복잡함을 싫어하는 생활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연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고 인간에게 맞춘 인위적인 자연을 우리의 삶속에 끌어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불공평한 분배 문제는 모르는 척 외면하며 살아가고 '지구촌'이라는 달콤한 말로 세상을 움직이려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부당함과
부조리함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실로 서글픈 일이다.
숫자는
빙산의 일각만을 강조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케케묵은 정치 경제구조를 외면하기 때문이다.(-264) 숫자는
조작될 수 있다. 다시말해
우리에게 보여지는 통계나 평균과 같은 숫자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싶어하거나 보여줘야할 사람들에게 맞춰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것이 마치 모두를 말하는 것인양 보여지는 숫자에 의해 흔들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만의
생각, 자신만의 주장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그게
아니라면 자신만의 생각, 자신만의 주장이 너무 많을수도 있다).
조작할 수 있는 건 숫자만이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자. 숫자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293) 중요한
것은 그
숫자속에 감춰둔 진실을 알 수 없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지 숫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숫자가 없는 세상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