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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가족' 이라는 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족'이 병이라고? 어떻게 '가족'이 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어쩌면 이렇게 말 할 수도 있겠다. 도대체 우리 가족을 뭘로 보고? 뭐, 이런 따위의 항변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 말에 백퍼센트 동의한다. 도둑질도 아는 놈이 한다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는 항상 내 가까이에 있다. 왜 그럴까?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말이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연인이니까.... 라는 말로 받은 스트레스를 한번 생각해보라!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이 가족이었다. 지금 이순간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던 말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연인이니까 내 모든 감정을 다 쏟아버려도 괜찮을거라는 착각속에서 산다. 가족인데 그거 하날 못 받아줘? 친구라면서 그거 하날 못들어주나? 사랑한다면서 왜 못받아주는 건데? 이 얼마나 이기적인 주장이냔 말이다. 이토록이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관념으로 대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연인이라는 것이 서글픈 현실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마음이 먼저 있고, 그다음 가족이라는 틀을 만들어가야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DNA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111쪽)
빙고! 내 말이 딱 그말이다. 가족이라는 틀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 오래전 급한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탔다가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같은 날 친구모임과 가족모임이 겹쳤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거냐고 장난스럽게 물으시면서 생각보다 쉽게 그 대답을 보여주셨었다. 가족모임에는 가봐야 재미도 없고 서로 껄끄럽기만 해서 언제부턴가 친구모임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바로 오늘이 그날이라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 편치 않았던 내 가족을 떠올리며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속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어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서로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게 아니다. 가족이니까 내 힘든 걸 모두 알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소리치기 이전에, 그렇다면 나는 내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니까 무조건적인 포용과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족이기 이전에 나는 '나'라는 개인적인 존재감이 더 크다. 내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지나간 시절속의 가족이라는 개념과 작금의 현실속에서 보여지는 가족이라는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 이전에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에 어느 정도는 발맞춰가야 하는 또다른 시각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달라진 사회속에서 무조건적으로 옛날과 같은 한사람만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 사이에는 산들산들 미풍이 불게 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소원해지면 가족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66쪽)
정답! 내가 내리고 싶은 가족에 대한 정의가 딱 저 말인 듯 하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주제를 논하게 된 것일까?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는 '가족의 붕괴' 현상은 이제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남보다 못한 가족의 모습, 남보다 더 무서운 가족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흔하게 마주한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가족이라는 존재끼리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면 그게 무슨 가족이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면서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지낼 바에는 차라리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편하게 지내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게 나의 지론인 까닭이다. 뭐, 배려심과 이해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웬만한 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펀지같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리가 필요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체감온도가 아직은 낮을수도 있겠지만 '가족'으로 인해 병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존재,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존재, 그게 가족이다. 그럼에도 '가족이니까' 라는 맹목적인 개념이 올가미가 되어 우리를 조인다. 바로 그런 점들에 대해, 가족이라는 개념과 얽힌 사회구조와 부조리함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