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울음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선입견, 편견, 자아도취, 강박관념, 집착... 우리가 살면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말들이다. 그런데 그다지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모든 오해와 악행의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해서든 비껴가고 싶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내면에서 살아숨쉬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저 말들과 늘 동행하는 말이 있다. 사랑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속에 감춰진 또하나의 마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데 이 책은 그 무서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각각의 사람이 안고 있는 혼자만의 문제임에도 우리는 늘 그 원인을 타인이 제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명분'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하는 말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는 어떤 일을 꾀하기 위한 구실이나 이유로써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어지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음에도 결국 누군가를 이용해 '~~ 때문이야, ~~ 때문이었어' 라고 자신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우리의 이중적인 심리가 그 말속에서 꿈틀거린다. 참 묘하다. 행복과 불행이 함께 이듯이 사랑과 미움도 함께는 게.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추리소설인듯 추리소설이 아닌 이 책의 매력은 뭘까? 사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장을 덮으면서도 무서웠다. 누군가를 향한 강한 집착과 자기 자신안에 가둬둔 강박관념으로 인해 서서히 망가져가는 네사람의 일상이 그다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벌어진 일들은 작금의 시대에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중의 한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사실이 서글프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가까운 것 같아도 알 수 없는 이질감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로버트와의 만남을 이상한 만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들던 제니. 그렉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으면서도 제니는 로버트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그것은 아마도 로버트에게서 보았던 감정의 빈틈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같은 어떤 일을 겪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착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의 감정은 그녀를 사랑했던 그렉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뇌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보여지는 것만 믿고자하는 면도 없지않아 있다. 그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도 자신에게 다가올 어떤 불행이나 불이익때문이 아닐까? 여태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으며 믿어왔던 것만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밑바닥에는 새로운 것을 인정했을때 겪어야만 하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빠졌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사람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정황상 살인자가 되어가는 로버트의 딱한 사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로버트를 끝까지 몰아부치는 이혼한 아내 니키의 치졸함,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로버트를 믿지 못했던 제니의 어설픈 사랑, 제니의 변화가 모두 로버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렉의 증오심, 진실을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보고 들은 것만을 믿고자 했던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그러나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로버트의 우유부단함이 있었다. 이 네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감정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게 된 모든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했다는 것이다. 로버트는 로버트대로, 제니는 제니대로.... 그러나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다는 것이 상대방을 얼마나 힘겹게 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 하는거라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감정의 칼날은 너무나도 쉽게 많은 것을 베고 상처를 낸다. 말로 휘두르는 칼보다 감정으로 휘두르는 칼이 더 예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온다. 올빼미는 밤에 운다. 그리고 밤은 모든 것을 감춰준다. 그 밤을 우리는 곧잘 죽음에 비교하지. 그렇게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책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가슴 한켠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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