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아몬드를 줍는 소녀, 멘눌라라...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 그녀의 이름이다. 제 이름을 놔두고 그녀는 왜 멘눌라라라고 불려졌던 것일까? 그러자면 그녀가 살아왔던 삶을 되짚어가야만 한다. 한사람의 일생을 되짚어보자면 누구의 입을 빌려야 할까? 그렇다고 그녀가 남긴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는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딱히 정해진 싯점은 없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그녀의 삶은 재탄생되어지고 그 안에서 그녀의 삶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삶이 만들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남의 이야기다. 남의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 사람들은 가장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진실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 했다더라, 식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어도 끝이 없을 것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어도 그녀가 살아냈던 삶의 단 한가지 모습은 아름답웠다는 게 결론이다. 그녀는 정말 마녀였을까?

 

가난한 농부의 둘째 딸로 태어난 멘눌라라는 병약한 어머니와 언니의 몫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나무를 오르내리며 아몬드를 따고 줍는 일을 해야만 했다. 다람쥐처럼 오르내리며 일에 열중하던 그녀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멘눌라라였다. 아몬드를 줍는 소녀는 그렇게 자라서 숙녀가 되었고 나이를 먹었으며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 위에 서서 명령을 내렸던 그녀는 결국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못한 채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여자임에도 맘놓고 사랑을 갈구 할 수 없었으며,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맘대로 그 권력의 힘을 누리지 못했다. 결혼이라는 평범한 꿈마저 포기해야만 했던 그녀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다. 그 아픔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만 갔다. 하지만 지식으로의 열망은 그녀의 눈을 뜨게 하고, 새로운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다 할 가문의 가정부였지만 재산관리인이라는 이름까지 거머쥔 그녀의 죽음은 너무나도 많은 탐욕을 불러왔다. 그리고 죽은 그녀로부터 배달되어진 세 번의 편지는 살아있는 자들의 몸과 마음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 도대체 죽은 사람이 어떻게 편지를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간단하고도 단순한 사실조차 그들은 생각 할 수 없었다. 탐욕에 눈 먼 그들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건 찾아볼 수도 없었다는 말이다.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옷을 걸치고 태어난 것마냥 행동하는 지배계층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들에게 짓밟히는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 역시 달라진 게 무엇일까 싶기도 하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정말 좋다. 하지만 이렇다하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나 자극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던 그녀의 모습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어찌보면 앙큼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능청스럽기도 한 그녀의 삶이 때로는 공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때로는 탄식을 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기막힌 한 여자의 일생이 이 책속에서 살아 숨쉰다. 그녀, 멘눌라라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었을까? 과연 그녀의 사랑은 숭고한 사랑이었을까? 문득 묻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인지. 다시한번 묻게 된다. 참사랑이란 의미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죽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 말조차도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죽은 뒤의 삶까지도 계산해야만 했던 그녀, 멘눌라라.. 에필로그가 없었다면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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