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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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선후기 문학에 관권이 개입됨으로 인하여 모처럼 싹트려 하던 문학의 발전을 저해했다던 문체반정..
훗날에 소설 발달의 모태가 되었다던 패관문학.. 민간인들의 생활속에서 수집한 이야기에 창의성을 더한 산문 문학을 패관문학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우리의 왕께서는 그런 문학을 못하게 하셨을까? 굳이 옛날의 의식이나 법을 따라야만 했던 까닭이 있었던 것일까? 문득 한글창제를 반대했다던 양반님들이 떠올랐다. 백성이 알면 알수록 부리기가 힘겨워지기때문이라고 했던가? 우리의 옛선인들께서는 왜 민초들의 삶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백탑파 서생들과 정조대왕의 이야기..
여기서 백탑파는 영정조 시대에 탑골 백탑 아래에 모여 시문을 공부하고 경세를 논한 대표적인 지식인 그룸을 말한다. 박지원,홍대용,박제가,이덕무,유득공,백동수등을 핵심으로 했다. 대부분이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당상관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정조의 정치 개혁과 문화 혁신을 충실히 보필하였다고 한다. 선진적인 문명의식을 지녔고 북학사상을 지녔다.(-책표지 뒷면 참조)  이 책속에서는 그들의 선진적 문명사상을 논한다기 보다는 그들과 씨줄 날줄처럼 엮여져 있는 암투를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참으로 힘겨웠던 책이었다. 문어체로 되어 있어던 까닭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책을 읽으며 힘겨운 단어마다 뜻풀이를 함께 읽어주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열면 백탑파 서생들을 탄압하는 왕의 모습부터 만나게 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결과부터 보여지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책장을 넘겨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책속 세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연쇄살인을 쫓아가는 나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단지 '열하광인' 이었기에 연쇄살인범의 누명을 쓴채 사건을 쫓아다니던 의금부 도사 이명방의 호흡을 함께 느끼고 있었던 거다. 왕의 종친이면서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의 고뇌.. 그야말로 충신일 수 밖에 없었던 이명방의 올곧은 충성심.. 내쳐 달려가던 이명방의 안타까운 사랑앞에서 나는 못내 안타까워 종종 걸음을 쳤다.

가족과도 같았던 '열하광인'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그 사건을 따라 흘러가던 문체반정의 내막은 참으로 놀라웠다. 어쩌면 왕은 모든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곁에 두어 제 사람을 만들었으나 온전히 마음을 다 줄수 없었던, 외로우나 외로울 수 없었던 왕의 허황한 마음이 보여지는 것 같았다. 좀 더 강한 도구로 연마하기 위하여 그랬었다던 왕의 마지막 대사가 왠지 서글프게 들려왔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화광 김진의 일목요연한 움직임은 또한번의 놀라움을 선사해주었다. 뒤늦게 나타나 사건의 실마리를 틀어쥐며 아귀를 짜맞추던 김진의 모습에 공연한 안도감이 스며들었던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

왕에 대한 충심.. 적어도 왕만큼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을거라던 맹목적인 믿음앞에서 잔잔하게 부서져 나가던 이명방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열하광인'들이 모두 다 죽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만이 남았을때 그 하나뿐인 사랑을 의심해야했던 이명방의 아픔.. 오직 자신만의 안위를 걱정하던 사랑앞에서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의심의 고통을 미안하다는 말로 어찌 다 지울수 있을까?  이 책속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대쪽같은 의리가 살아 숨쉬고 깨질 것 같지 않은 믿음이 버티고 있다. 그 믿음과 의리를 감싸고 도는 강같은 사랑과 상대를 배려해주는 마음은 이 책속에서 산소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얼의 자식은 또다시 서얼일수 밖에 없음으로 혼인할 수 없다던 명은주의 말은 시대적인 배경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 서얼들이 바로 왕의 코밑에서 일을 했던 곳이 규장각이기도 했다. 탕탕평평.. 인재를 고루 살펴 썼다던 정조대왕.. 그 왕을 위해 헌신하던 백탑파 서생들의 믿음을 왕은 끝내 저버린 것일까? 지금까지 써왔던 패관소품체를 대표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금서로 꼽으며 백탑파의 서생들에게 자송문을 지어바치라던 왕은 너희들을 버린게 아니라 좀 더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한다고 절규하던 이명방에게 화광 김진은 이렇게 말했었지.. 군왕은 군왕의 도리를 다 할 뿐이라고.. 누구나 다 자신의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그렇다면 살인범은 누구였을까?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감 떨어지듯이 툭 튀어나온 살인범의 살해동기가 처음엔 너무도 믿기지 않았었다. 책을 읽으며 간직해오던 느낌들을 고스란히 빼앗겨버린 듯했다.  글짓기를 사랑하였던 살인범의 아버지는 백탑파 서생들과의 만남을 꿈꾸었지만 그들의 혹독한 글평가로 인하여 지독한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 참담함을 이겨내지 못해 끝내는 죽음을... 그 모습을 바라보았을 아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백탑파 서생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동기를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가슴이 서늘해져 온다. 왕이 찾아내지 못한 바램이, 백탑파의 서생들이 찾아내지 못한 바램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없다고 했던가?   어느 한쪽으로든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뼈아픔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문체반정이란 말은 사실 역사책이나 사전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말이었다. 한국형 팩션이란 말이 아깝지가 않은 듯 하다. 추리극처럼 보여지던 사건의 흐름을 통해 문체반정이란 의미를 하나씩 되새겨가던 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졌다.  왜? 라는 물음표를 앞세우며 시작했던 책읽기가 정말 흥미로웠다. 흔하게 보여지는 정치적인 암투보다는 백탑파 서생들과 왕의 심리전을 따라가다보면 가뿐 숨을 몰아쉬곤 한다. 어찌보면 이렇다할 스릴이 없어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그런 점 또한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보여진다. 연쇄살인을 통해 따라가며 하나씩 허울을 벗어던지던 문체반정의 의미들이 나는 참 좋았다. 읽을수록, 책장을 넘겨갈수록, 이야기의 진행상태를 파악해갈수록 책을 놓아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밤을 세워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멋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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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찔레 (일반판) - 미래를 바꾸는 두 가지 선택
조동성.김성민 지음, 문국현.윤석금.박기석 감수, 낸시랭 표지디자인 / IWELL(아이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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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사실 호감이 가지 않았었다. 또 그렇고 그런 계발서가 하나 나왔구나,했다. ROSE와 WILD ROSE라... 찔레꽃이 장미과 꽃이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책장을 열고 우리의 작가가 쓴 내용이란 걸 알았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외국작가들의 책을 만나는 게 보통의 경우였던 까닭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목록만 나열해놓은 그야말로 생선장수들이 생선을 일렬로 나열해 놓은듯한 느낌의 계발서만을 많이 보아왔던 까닭이다. 이 책은 읽는 순간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녹아 있었다. 그야말로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져 있는 삶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 미주를 통해 직장인의 현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가야하는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마치도 공장같은 우리 교육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로 팔려나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어지는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주인공 미주의 고민이 아마도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이들 혹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신이 해야 할 선택을 미뤄버리고 싶은 그 안타까움은 자기 자신이 아니고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니 어쩌겠는가.. 미주가 선택했던 교수의 모습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꿈꾸는 멘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젖어드는 이슬비처럼 마음 한켠까지 적셔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미주의 선택영역이 항상 궁금했다. 교수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과연 미주에게는 어떤 형식으로 다가갔을까? 그 이야기들을 편집하고 삭제하고 보충해가며 과연 자신에게 맞게끔 제대로 고쳐 적용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내심 궁금함을 참으며 바라본 미주의 모습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교수의 이야기를 거창하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남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지 않고 아주 차분하게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면들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서서히 내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던 거다. 노력의 결과였을까? 회사내 승진과 좀 더 나은 기업으로부터의 스카웃 제의... 나는 내심 미주의 선택이 회사에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응원을 보냈다. 회사에 남기로 한 그녀의 선택이 옳았으며 결국 장미꽃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금씩 달라져 가던 미주의 모습속에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나도 미주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직장생활만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살아가는 삶 자체가 미주처럼 그렇게 살아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속에 등장했던 CEO가 이런 말을 했었다. 세상에는 모범생과 문제아가 있지만 여러분들은 문제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아가는 모범생보다는 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바꾸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문제아가 좀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던 말.. 결국은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말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해야 할일과 하고 싶은 일의 구분점을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일테지만 그래도 노력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진리일테다. 후회는 선택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 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힘겨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젊은이라면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읽으며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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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 남자를 눈뜨게 하는 여자의 신비
존&스테이시 엘드리지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여자의 미스터리.. 이 세상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중의 하나가 여성이라고 했던가?
세상이 변해서 여성, 여자,여인... 뭐 이런 수식어들이 가치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여자라서 안되던 일들이 여자이기에 가능해지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우월하다는 여성우월주의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여자였기에 힘겨웠던 그 모든 굴레들이, 여성이었기에 감내해야만 했던 형식적인 허울들을 이제는 거두어버리고 싶은 세상이 된 것일까? 가끔씩 연세드신 어머니께서 중얼거리신다. 참, 옛날엔 너무했어. 여자도 사람인디 워째 그렇게 함부로 대했는지 몰라... 옛날의 여성사들을 들춰보아도 참 너무했던 일들이 많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너무한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하는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채 살아왔던 혹은 살아가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 책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여성성의 회복을 위한 책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여성성이란 무엇일까?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여자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여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고 묻지 말자고 한다.  그 대신 "여자는 왜 존재하는가?" 를 묻자고 한다.
하나님이 처음 이브를 만들었을 때로 다시 돌아가자고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여자였다던 이브의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찾아내야 할 여성성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에게 숨겨 놓았던 하나님의 섭리는 과연 무엇일까?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속이 좀 껄끄러웠다. 어느 교회 부흥회의 초대목사가 목소리를 키워가며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생활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예로 들어가며 여자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픔을 들춰내야만 제대로 된 아픔을 찾아낼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불안감마져 일었었다. 책속에 열거되어 있는 여러가지 실례들.. 여자였기에,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파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회자되어지거나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졌던 것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 한참을 헤매야 했다. 문제는 많은데 그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종교적인 힘을 빌어서 그런 힘겨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었을까? 나는 솔직히 이 책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찌 접었다.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등장하는 성경구절들은 왠지 거북스러웠다. 지독히도 종교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의 편견일까?

여자가 나이들수록 결혼의 조건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소녀적에는 백마탄 왕자님이 와 주겠지 하다가 좀더 나이들면 백마는 타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나를 위해주는 왕자님이 나타날 거야 한단다. 그러다가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우스운 이야기로 그저 바지만 입으면 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소녀가 되었든 나이든 아줌마가 되었든 여자는 충분히 여자이기에 아름답다는 말을 이 책속에서 찾아냈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겨야 한다고, 그러니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드러내야 할 때라고..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말고 밀고 나아갈 때에 여자는 아름다워 보인다.  그만큼 자신감있게 살라는 말일 게다. 그건 그렇다. 그런 여자들은 여자인 우리가 보아도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아마도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여자라고 숨거나 작아지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가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자의 미스터리를 밝혔느냐고? 그건 잘 모르겠다. 단지 책표지에 있었던 이 한마디는 기억하고 싶다. /아이비생각

기억하라. 아름다움은 여자의 본질이다.
당신의 눈망울, 당신의 자태,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마음, 당신의 영혼, 당신의 삶...
당신은 세상의 어떤 창조물보다도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말해준다.
불필요한 화장 뒤에, 말라깽이 같은 몸매 뒤에 본연의 아름다움을 감춰버리지 말라.

 
[본질] .. 본디부터 갖고 있는 사물 스스로의 성질이나 모습.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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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박지은 지음 / 풀그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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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허야,어허야.. 이제 가면 언제오나... 딸그랑 딸그랑...
하얀꽃으로 치장을 한 채 논둑길을 따라 그림처럼 보여지던 기억하나가 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꽃상여가 나가던 그 광경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 뒤를 따라 하얀소복을 입은 채 따라가던 사람들의 모습..
생을 다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저승길로 가는 사람들은 살아왔던 그 길을 되돌아 볼 수 있을까?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 역시 떠나간 사람이 살아왔던 길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을까? 나는 늘 주장한다. 생을 다하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난다고. 그러니 떠나는 자와 남는자 모두는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죽은 다음에야 평가된다는 말도 있지만 글쎄, 나는 아직 모르겠다. 하여 이 책속에서 나는 어쩌면 죽은 자와 그가 남기고 간 인연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평생을 당신 하나밖에 모르고 사셨던 내 아버지를 끝내 보내드리지 못한채 붙잡고 있는 못난 자식의 마음이 미워서 어쩌면 또하나의 위안을 찾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염치없게도..

내가 죽은 사람을 보내드리는 염하는 자리에 있었던 적이 몇번이었던가? 딱 두번뿐이다. 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적에 시어른들께서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보라고 염하는 자리에 들여보내셨고, 내 아버지 돌아가셨을 적에야 물론 코앞에서 모든 것을 보았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리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한 시선으로 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죽음은 무엇일까?
염쟁이 유씨를 통해 들었던 죽음또한 무섭거나 흉하다거나 하는 따위의 느낌은 없었다. 죽음 자체보다는 그 죽음으로 파생되어진 인연의 고리를 어떻게 잘라내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핑게없는 무덤이 없다던 속담처럼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저 그냥 시간이 되었으므로 죽음을 맞이하던 사람들에게조차 그 죽음으로 이어질 고리들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행복한 죽음, 불행한 죽음, 힘겨운 죽음, 편안한 죽음... 이런 정의조차도 살아있는 자들이 평가해야할 몫으로 남겨진다. 정작 본인은 가고 없는데 남은자들이 그 죽음을 정의내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망 원인 1위는?"  " 운동장에 금 그어놓고 놀이하다가 금 밟고 죽는거!"
"그럼 어른들의 사망 원인 1위는?"  " 광 팔고 죽은거!"

염쟁이 유씨가 들려주었던 죽음이야기이다. 금 밟고 죽는게 제일 원통한 일이라고. 그리고 또 묻는다. 왜 넘 죽은 상갓집 가서 광 팔고 죽느냐고. 죽은이는 말이 없다. 간혹 유언을 통해 죽어서도 말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 나머지는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죽는 순간까지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 있을 때 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란 염쟁이 유씨의 말은 어쩌면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영영 이별이든 잠시 이별이든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다 똑같이 이별의 순간이 오면 후회하지 않을만큼씩은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죽는 순간이 오면 혹은 이별의 순간이 오면 누구나 후회스러운 일들만 생각나고 잘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고 한다. 왜 그럴까?  참 알 수 없는게 사람마음이다.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세계.. 악수가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문득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병화님의 싯귀가 떠오른다.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이 덩달아 따라온다.
악수가 짐이 되는 세상.. 마음문을 닫아 걸고 살아간다면 평생을 나누는 악수 모두가 짐이 될게다.
죽음을 통한 염쟁이 유씨의 절규는 우리에게 마음의 빗장을 어서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오로지 나밖에는 살펴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세상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염쟁이 유씨를 통해 들었던 스물한편의 죽음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한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할 모든 문제들이었다. 우리가 잊고자 노력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여기저기에서 우리는 사람냄새를 찾아 헤매인다. 그 사람냄새는 우리의 마음속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을...  부모자식간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냄새, 친구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냄새, 연인지간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냄새,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지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사람냄새... 우리가 찾아 헤매이는 사람냄새는 여기저기에 그야말로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을 뿐.. 너무도 아프게 콕콕 집어 말해주고 있는 염쟁이 유씨의 이야기속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아픔들이 녹아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참으로 따뜻하고 평온한 죽음이야기들... 가볍게 읽었지만 남는 여운이 무거웠던 이야기들..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쉽게 내버릴 수 없는 염쟁이 유씨의 이야기들이 나의 가슴을 적셔주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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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아카데미가 있었다.
주제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사랑의 기술..
어느 부모인들 가슴속에 사랑이 없으랴!
듣는 중에 아이를 위한 말보다는 엄마를 위한 말들이 더 많았다.
'각본인생'이란 말을 들려주었을 때 엄마들의 눈물을 보았다.
엄마가 짜주는 각본에 의하여 만들어지지는 않는가? 묻고 있었다.
지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라며 들려주던 이야기..
그리곤 위안의 시간들..

it's OK !

내자신에게 말해보세요.. it's OK 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들려주던 말, it's OK ..

간추려보자면 이렇다.
*  내 잠재의식은 부정명령어를 판독하지 못한다.
*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생각(상상)을 구별하지 못한다.
* 우리의 뇌는 과거,현재,미래를 구별하지 못한다.
* 감정을 감정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시간이었지만 알 수 없다.
생활속에서는 저좋은 말들도 떠오르지 않으니.../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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