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 - 막힌 일상을 확 풀어줄, 자연주의 도심 산사 20곳
여태동 글.사진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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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작은 희망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짧은 여유마져도 맘대로 어쩌지 못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되묻고 싶은 때가 있다. 많은 산행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산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누렁이가, 백구가 짖지않고 맞아주는 산사를 들러볼라치면 내려가지 않고 그냥 여기서 며칠만 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에게 안정을 찾아준다는 녹색의 푸르름이 좋았던 것일게다.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의 일탈을 꿈꾸었을게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등의 짐이 무겁다고 누군가에게 칭얼거려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게다. 사람에게 아니 나에게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산사를 베낭을 꾸려 떠나는 산행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심속에서 만난다는 건 생각할수록 가슴 설레이는 일임엔 틀림없었는데...

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 라는 제목만큼이나 끌림이 있었다. 잠시의 여유를 그곳에서 찾을수만 있다면 무엇을 마다하랴 싶었다. 책을 읽는 도중 짬날때마다 도심속 산사를 하나씩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욕심을 가져보았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처럼 되지 못했다. 사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사찰은 종로의 조계사성북동 길상사, 삼성동 봉은사 였다. 마침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종로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조계사를 들러보았다가 산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평화로움을 만나지 못한채 그만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산사에는 아니 그 사찰에는 비움의 여유보다 욕심의 너울만 출렁거리고 있었다. 진정한 여유를 찾기에는 너무도 서글프기까지 했던 그 느낌을 어찌할까..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까지도 삼성동 봉은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원각이라는 유명 요식업소였다가 무슨 인연으로 사찰이 되었을까 싶었던 길상사는 이미 대원각이었을 때의 모습이 기억속에 남아있기에 더욱 더 많은 유혹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변했을까? 물론 겉모습이야 그리 변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내면의 변화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불교신문의 기자였다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느낌과 더불어 각 사찰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일화들은 흥미롭다. 더불어 보여주는 사진 한컷들속에 글쓴이의 배려가 엿보인다. 찾아가는 길까지 세심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찰들이 있었나 싶다. 솔직히 말해 그리 유명한 전통사찰이 아니라면 그다지 관심 둘만한 점이 없어보이는 사찰들도 많다. 하지만 글쓴이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니 저마다의 느낌이 다른 사찰들을 만나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때의 마음처럼 책속의 산사들을 꼭한번은 찾아보리라 다짐한다. 그리하여 아주 작은 여유와 짧은 비움의 순간을 만나보리라 다짐한다. 가끔씩 삶이 힘들다고 칭얼거려보기도 하면서. 그 때는 잊지않고 이 책을 가방에 넣고 가야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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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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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사람이 있는 풍경일까?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일까? 사람풍경이라는 제목속에서 왠지 낯선 유혹을 느끼게 된다.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런 것들.. 심리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 또한 나를 멈칫거리게 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언니, 사람풍경 읽어보셨죠?" 라는 후배녀석의 단 한마디에 무언가로 한 방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였을까?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제 3자의 이름을 빌려서 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작가는 이 책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아니 나만큼은 정말 다 보여주지는 않았을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된다면 작가는 아마도 두번다시 글을 쓸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감하게 또다른 나와 부딪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속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끄집어 내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따지고 든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한다면 하나의 약점처럼 작용할 그런 것들이 밖으로 나오는 게 싫은 것일게다. 이중생활..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와의 차이점 앞에서 간혹 당혹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혹은 보여주지 못하는 내 안의 나는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해도,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는 그야말로 기쁨과 슬픔을 다 나누어가지는 친구라해도 100%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과감하게 자기 자신에게 메스를 들이댄 작가의 용기에 감탄했다. 자기안에 꽁꽁 숨어버린 또하나의 자기를 불러내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낯선 타지에서 낯선 얼굴과 마주하고 낯선 이름들과 섞이고 가끔은 그들에게 밀려 시선속의 내침을 당하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또하나의 나와 타협해야했던 까닭은 아니었을까? 작가가 지나쳐왔던 어린 시절속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들, 잊고 지내야만 했던 것들, 그것도 아니라면 잃어버린 척, 잊어버린 척 그렇게 내버려둬야 했던 모든 감정들이 그 속에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안에 들어와 또하나의 나로 들어앉아버린 것들..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작가의 마음이 나는 너무도 부러웠다.

너무 어렵지 않게, 하지만 너무 쉽지도 않게 써내려간 내용들이 나와는 너무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세대라는 이유때문일수도 있겠지만 나로써도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어린날의 기억들이 또한번 나를 찾아왔던 까닭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댄 작가와는 달리 나는 아직까지도 내 안의 나와 마주친다는 것에 대하여 그야말로 왕공포증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이 내 마지막이 될 것만 같다는 그 공포증앞에서 나는 달려가다가도 우뚝 멈춰버리고 만다.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지레 짐작하는 그 순간을 이겨낼 자신이 나에게는 아직 없다. 그래서였을까?  첫장을 넘기고부터 마지막장을 덮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콕콕 찌르는 어떤 것들이 있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속에서는 기준을 뒤집어버리는 내용이 많다. 억압된 분노를 이야기하며 혹시 당신 주변에 사려 깊고 헌신적이고, 충직하고 성실하며 항상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남을 위할 줄 알고 모든 것을 이해하며 이웃과 무엇이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이상형처럼 생각해왔던 모습을 하며 사는 사람.. 그들 내부에는 분노가 억압되어 있으며 상대방에게 주먹을 휘두를까 봐 자신의 손목을 절단하는 듯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정말 놀라웠다. 누구에게나 억압된 분노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많은 감정들을 다 표현하고 내뱉으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해답처럼 제시되는 글을 보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모든 고통의 원인이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는 거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 고통의 가장 큰 불씨는 바로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 하지만  무조건 내 탓으로 돌려 참으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가만히 문제 안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자연스레 알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환경을 들먹이며 우리의 감정속을 헤집어 놓는다. 분노, 우울, 공포, 불안, 무의식, 사랑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하여.. 질투나 시기심, 중독, 분열, 의존, 자기 자신과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회피성이나 타인을 받아들여 나의 일부처럼 만들어버리는 동일시 현상같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하여 선택했던 생존법들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는 또한 작가 자신이 겪어야했던 시행착오와 아픔도 함께 따라온다. 타인에게 이르는 가장 선한길로 공감하기를 택했던 글은 정말 좋았다(이 좋은 공감하기가 타인을 나의 일부처럼 만들어버리는 동일시현상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삶의 방식을 수정하기 위한 변화의 시간도 필요하리라는 말 역시도 공감한다. 

여행이라는 말은 참 좋다. 그 여행이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핑게거리와 변명거리를 뒤로 한 채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나를 만나기 위한 도전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산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멀기만 하다. 하나씩 버리기 위해 찾아가는 곳에서 나는 과연 그렇게하고 있는가 되묻고 있다. 행여 그 마음들이 또하나의 족쇄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즐기지 못하는 삶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생각없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뭐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이 내게만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은 그런 때는 너무도 화가 났었다. 그럴 때마다 내 안의 나는 아마도 더 깊은 어둠속으로 파고 들었을 것이다. 저 깊은 우물같이 어두운 내 마음속 어딘가로.. 언제쯤이면 내 안의 나와 웃으며 타협할 수 있으려는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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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거장 -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펼쳐보는
박성철 엮음 / 러브레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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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거장에서는 버스가 멈추듯이 행복정거장에서는 행복이 멈출까? 정말 행복이 멈추어줄까? 아니면 내가 손을 들어 그 행복에게 멈추라고 해야하는 걸까? 행복이 버스처럼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렇다면 아무런 고민도 없을테니.. 하지만 어디 그런가?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행복이라는 이름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느낌으로 알 수 있을 뿐. 그렇다면 그 행복은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쉽게 얘기하자면 이 책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행복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행복은 이렇게하면 불러서 세울수가 있답니다, 행복은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거랍니다 등등등...

이 책속에서 소개되어진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정말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에게 딱 맞춤인것처럼 그렇게. 내 행복을 찾아보기 위해 책장을 펼쳐들었을 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속의 행복에게 너무 무관심해지고 말았다. 정말 흔한 이야기들의 집합소같다는 생각이 행복으로 가는 나의 지름길을 막아버린 거다. 이전부터 박성철님의 글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 무리없이 <행복정거장>을 선택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의 파도속으로 휩쓸려버리고 말았던 거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 행복정거장... 잠시 쉬어보기로 한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무언가가 내 뒤를 따라오느라 헉헉거리고 있을지도 모를테니...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사랑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는가?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하는가? 사랑에 의해서.
우리를 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우리를 결합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본문중 인용되어졌던 괴테의 시를 잠시 생각해본다. 마음이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필수품,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지만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한 행복정거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외치면서 나를 위한 팁 하나를 던져주고 갔던 또다른 이야기속에서는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나의 마음을 살짝 어루만져주기까지 한다. '아버지,어머니,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 의 각 단어의 첫글자를 합성해보라, 무엇이 나오는가! 기가 막히다! 나는 하루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내 엄마와 내 남편과 내 아들에게 최소한 한번씩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인지... Family... 그야말로 새삼스럽게 나를 아프게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속에 나를 싣고 가다보니 몇번을 멈춰가면서 손님을 태우듯이 그렇게 내 마음속에 또다른 느낌을 하나씩 태워준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가를 생각하게 하고, 행복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하고, 힘들 땐 희망의 이름으로 이겨내라 한다. 그리고 내 영혼을 맑게 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배려..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 너무 쉬운듯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항상 그렇다. 그런가보다. 행복 역시도 너무 어렵게 잡으려하지 말고 쉬운 방법으로 잡으려하면 된다는... 늘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에 대하여 생각한다.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누구라도 다가서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다시 만난 박성철님의 글은 역시 훈훈하다. 착한 천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쓰던 무기를 팔았다던 악마가 '절대 팔지 않음'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던 것이 있었다. 사람을 완전히 파멸시킨다는 것, 그것은 바로 '자존심 짓밟기', '사기 죽이기'라는 거였다는 이야기를 한번 더 기억속에 챙겨두며 책장을 덮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누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는가 생각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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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자욱 정채봉 전집, 생각하는 동화 4
정채봉 지음, 이성표 그림 / 샘터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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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속에서 느껴지던 긴 여운을, 흔한듯한 이야기속에 감춰 둔 커다란 울림을, 낙서같은 그림속에 담겨진 작은 설레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좋은, 책 속에 가득 담긴 여유와 감사와 행복을 당신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해본 후의 느낌이기도 한 글이고 마음가는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쓴 글이기도 하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정채봉님의 글을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에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하고 또한 선물하였다. 그런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처음의 책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듯하다. 뭐랄까... 물론 좋아진 점도 있겠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일러스트가 바뀌었다. 처음 김복태님의 그림을 보면서 뭔지 모를 강렬함을 느꼈었다면 이번 이성표님의 그림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는 그런...  그림 하나가 저토록까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같은 이야기를 배경으로 두고도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이렇게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채봉님의 글을 너무 좋아한다.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가 나왔을 때 정말 이런 느낌을 전해주는 책도 있구나 싶었었다. 지금도 내가 아끼는 책 중 단연 으뜸이지만 이 시리즈만큼 강하게 나에게 울림을 전해주었던 책도 없었지 싶다. 사실 책 속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건 없었다. 뻔한 이야기같기도 하고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들이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음이다. 마치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처럼 다가가기에 너무도 편한 책.. 하지만 책장을 빨리 넘기려고 하면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나를 따라온다. 아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생각해가며 음미해가며 읽어볼 일이다.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도 기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채봉님의 글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겨나고... 오롯이 나 하나만의 느낌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우리곁에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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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 중국의 4대 미녀
왕공상.진중안 지음, 심우 옮김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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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귀에 익었던 미인들을 기억해보라면 이렇다. 주지육림() 이란 말도 연못을 술로 채우고 놀던 주왕과 달기의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유흥행위에서 나왔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대표적인 독부(毒婦)로 기록되었다던 주왕의 애첩 달기가 있다. 잘 웃지 않던 애희를 위하여  전시에나 올려야 했던 봉화를 올렸다는 주나라 유왕이 당황하던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자 좋아했다던 일화가 있는 또하나의 여인 포사가 있다.  하나라 걸왕을 꼼짝못하게 했고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를 즐겼다던 미인 말희가 있다. 또하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우희.. 우미인이라고도 부르는 그녀는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를 위하여 최후의 연을 베풀었고 그 자리에서 자진하였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이다. 우리에게는 패왕별희를 통하여 쉽게 다가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국의 4대미녀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이름들이다. 그녀들이 과연 얼마나 미인이었을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책장을 펼치면서 주요 인물소개 그림속에 나온 서시, 양귀비, 왕소군, 초선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달라진 미인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소개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재조명쯤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견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야 당연하겠지만 일단은 그 여인들의 한많은 삶에 촛점이 맞춰진듯 보여진다. 여자로서, 한 여인으로써 단지 미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의 수레바퀴에 철저하게 뭉개져버렸던 그녀들의 일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왕의 비로 선택되어져 사랑을 받았든, 그렇지 못한 채 다른 여건속으로 말려들어갔든 그녀들이 꿈꾸었던 것은 오로지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 결실을 맺고 싶어했던 소박한 꿈이었을 뿐이라고 역설적인 대변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면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인들의 싯점에서 시절을 바라보는 까닭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약간 더딘듯 하다. 그러니 거두절미하고 이 여인들의 사랑이 어느쪽을 향하고 있는가만 알아채면 될 것 같다. 과연 그 여인들은 어떤 사랑을 원했고 또한 어떻게 사랑을 했을까? 아들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종내는 자신의 비로 맞아들였던 현종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양귀비라는 여인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흔히 뇌쇄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는 양귀비가 여기에서는 오롯이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인 그 자체로써만 표현되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신적인 사랑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있다. 범려와의 사랑을 뒤로 하고 구천의 복수를 위하여 오나라로 가게 되는 서시의 사랑 역시도 정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왕을 유혹하고 육체적인 사랑만을 앞세웠던 여인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거는 사랑말이다.

안타깝게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초선의 사랑은 어느쪽으로도 가닥을 잡지 못했다. 양아버지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동탁과 여포를 유혹하게 되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잠시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 그또한 마음이 아프다. 동탁과 여포, 그리고 조조에게서 관우에게로... 하지만 미인이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 쳇바퀴를 돌아야 했으니 누굴 탓할까 싶기도 하고. 욕심을 앞세웠던 화사의 농간으로 인하여 타국에서 반생을 보내야 했던 왕소군 역시도 생각해보면 아련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인 속물들은 변함이 없다. 모든 것은 다 변하는 데 어찌 인간만이 변하고자 하질 않는지..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은근슬쩍 화가 나기도 한다. 인간으로써의 의미보다는 도구처럼 전락해버리고 마는 여인의 굴레가 너무도 슬프기 때문이다. 지금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그 오래전의 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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