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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 - 막힌 일상을 확 풀어줄, 자연주의 도심 산사 20곳
여태동 글.사진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여유...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작은 희망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짧은 여유마져도 맘대로 어쩌지 못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되묻고 싶은 때가 있다. 많은 산행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산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누렁이가, 백구가 짖지않고 맞아주는 산사를 들러볼라치면 내려가지 않고 그냥 여기서 며칠만 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에게 안정을 찾아준다는 녹색의 푸르름이 좋았던 것일게다.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의 일탈을 꿈꾸었을게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등의 짐이 무겁다고 누군가에게 칭얼거려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게다. 사람에게 아니 나에게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산사를 베낭을 꾸려 떠나는 산행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심속에서 만난다는 건 생각할수록 가슴 설레이는 일임엔 틀림없었는데...
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 라는 제목만큼이나 끌림이 있었다. 잠시의 여유를 그곳에서 찾을수만 있다면 무엇을 마다하랴 싶었다. 책을 읽는 도중 짬날때마다 도심속 산사를 하나씩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욕심을 가져보았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처럼 되지 못했다. 사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사찰은 종로의 조계사 와 성북동 길상사, 삼성동 봉은사 였다. 마침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종로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조계사를 들러보았다가 산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평화로움을 만나지 못한채 그만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산사에는 아니 그 사찰에는 비움의 여유보다 욕심의 너울만 출렁거리고 있었다. 진정한 여유를 찾기에는 너무도 서글프기까지 했던 그 느낌을 어찌할까..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까지도 삼성동 봉은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원각이라는 유명 요식업소였다가 무슨 인연으로 사찰이 되었을까 싶었던 길상사는 이미 대원각이었을 때의 모습이 기억속에 남아있기에 더욱 더 많은 유혹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변했을까? 물론 겉모습이야 그리 변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내면의 변화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불교신문의 기자였다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느낌과 더불어 각 사찰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일화들은 흥미롭다. 더불어 보여주는 사진 한컷들속에 글쓴이의 배려가 엿보인다. 찾아가는 길까지 세심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찰들이 있었나 싶다. 솔직히 말해 그리 유명한 전통사찰이 아니라면 그다지 관심 둘만한 점이 없어보이는 사찰들도 많다. 하지만 글쓴이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니 저마다의 느낌이 다른 사찰들을 만나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때의 마음처럼 책속의 산사들을 꼭한번은 찾아보리라 다짐한다. 그리하여 아주 작은 여유와 짧은 비움의 순간을 만나보리라 다짐한다. 가끔씩 삶이 힘들다고 칭얼거려보기도 하면서. 그 때는 잊지않고 이 책을 가방에 넣고 가야지....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