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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진정 이것이면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살면서 그만큼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주는 사람은 있어도 이만큼이면 되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 같다. 만족한다는 것은 어느 것 하나만을 특정적으로 콕 짚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내 삶에 진정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오긴 올까? 내 스스로가 이제 되었다고 말하며 마음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가끔 생각해보기도 한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도대체 지금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뜬금없는 자문속에서도 답은 찾을 길이 없다. 그만큼 정신없이 바쁜 것도 아닌데, 그만큼 무엇엔가에 미친 듯이 푹 빠져 지내는 것도 아닌데...
'원숭이 마음'이라는 말을 보면서 뜻모를 서글픔을 안아든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쉼없이 왔다 갔다하는 그런 상태와 우리의 삶속에 내재된 인간의 속성과 무엇이 그리 다르겠느냐고.. 욕심을 버리고 이제 마음을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라는 말은 눈으로도 귀로도 끊임없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예측해보건데 이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만) 하나의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아스라한 뉘앙스를 풍기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장 필요한 것들은 가장 가까이에 머물고 있지만 그것을 멀리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우리의 못된 습관이 눈에 띄지 않게 할테니 말이다.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속에 이렇다하게 특별한 것들은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들이 들어 있을 뿐이다. 책을 읽는동안 내게 살풋 미소짓게 만들었던 자기계발 이야기.. 그렇지 그건 그럴거야.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성공했다면 이 세상은 어찌 되겠는가 말이다.(어쩌면 모두가 다 도인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그렇다고해서 저자가 외치고 있는 말 '더 많이'에서 '충분해'로! 를 크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속에는 자꾸만 변신을 거듭해가는 거대 문명의 비대함을 꼬집고 있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임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고 있다.
더할 수 없이 무서운 정보에 중독되어가면서도 그 중독으로부터 헤어나지 않으려하는 우리들의 모습, 끝도없이 먹고 마시는 폭식이나 무언가를 찾아 쉼없이 두리번거리는 우리의 물질적 탐욕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도 영원한 행복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일중독에 대하여, 너무나 많은 선택앞에서 점차 흐려지는 우리의 판단력과 인지력에 대하여(이것은 정보의 다양성과도 문제가 이어진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를 직접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과속성장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상태에 대하여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는 둔탁함에 대하여 저자는 아주 큰 염려를 하고 있다. 쓰지않는 물건들이 집 구석구석에 쌓이는, 그리하여 한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들이 중고상품으로 되팔려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고 절절하게 말하고 있다.
각 장의 말미에 실려있는 실천전략... 저자가 우리에게 내미는 약이다. 심각한 우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어떻게하면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정보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정보 다이어트를 시도하라와 같이 폭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라,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고, 일중독에서 선택의 고문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등... 명령어조의 이야기들이 약간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실천의지만 있다면 도전해 볼만한 사항들이 꽤나 많다. 가령, 폭식을 피하기 위해서 되도록 가짓수가 많은 식사를 피하고, 절제를 아는 친구와 사귀며,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햇볕을 많이 쪼여라, 숙면을 취하라, 외식할 때는 작은 식당을 이용하라 같은 말들은 그다지 어려운 조건이 아니란 생각이 드니 하는 말이다. 많이 듣고 보아 왔겠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본다고해도 과하지 않을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