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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평점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란 부제가 나를 유혹했다. 가끔 한옥을 들러보면서 내가 느끼고 싶었던 부분이었기에. 사실 한옥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저 푸근하게 안아주어 좋다는 것, 마당이 있어 좋고, 그 마당으로 찾아드는 따사로운 햇빛이 좋고, 편히 걸터앉을 수 있는 마루가 있어 좋다는 것뿐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문을 열면 그 문안에 또하나의 문이 들어앉아 또다른 문 하나를 보여주고 있는 구도가 너무 좋았다. 벌려놓은 듯 보이지만 정말 깔끔하게 잘 정돈된 그런 느낌이랄까? 언제부터 내가 한옥을 바라보며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름 이곳저곳의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이 다를까 한번 찾아보려 애써보기도 했고, 그곳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느껴보고 싶어 까치발을 들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해 나는 한옥의 구조도 잘 모른다. 그 한옥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이름도 잘 모른다. 전문적인 용어들을 한번 배워보고 싶어 찾아보기도 했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머리만 아팠었다. 과유불급! ^^ 그래서 그저 그냥 느껴지는대로 받아들이기로 하니 얼마나 편하던지...
내가 보고 온 곳보다는 보지 못했던 곳이 더 많았지만 나름대로 반가운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일전에 찾아가 보았던 왕곡마을에서 도대체 저건 무엇일까? 정말 궁금했었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도 큰 기쁨이라면 기쁨일터다. 가적지붕... 외양간을 본채에 붙여놓았다는 글을 보면서 그 모습을 떠올려보니 어떻게 외양간을 본채의 처마밑에 마치 지붕을 이어붙인 듯한 형태로 지을 수 있었는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긴 그동안 보았던 한옥을 생각해보면 외양간이 집밖으로 내몰렸던 곳은 없었던 듯 하다. 한옥은 애초에 보는 집이 아니라 사는집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그럼 어떤 집은 사는 집이 아니고 보는 집인가? 반문할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문득 떠오른 말이 이 책의 부제였다. 서로 닮은 듯 보여지는 것은 아마도 사람의 일상이 자연과 어울어져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것이 또한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 커다란 틀속에서 각자의 마음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라는 아주 짧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저 비슷비슷하게만 보였던 창살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게 해 준 부분도 찾아온 기쁨중의 하나였다. 어떤 의미로 用자살문을 썼는지, 卍자살문을 쓰게 된 연유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까지도 옛사람들은 온 마음을 다했구나 싶어 책읽는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주었다. 用자가 음양을 나타내는 月과 日이 합해져 2세를 낳은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안채의 방에 썼다는 것도 그랬지만, 살이 적어 방 안으로 빛을 들이기 쉬운 문, 영창이 바로 거기서 나온 말이구나 싶어 내심 쾌재를 불렀다. 더불어 주역에서는 숫자 '6'을 음의 큰 수로 무엇이든 낳을 수 있는 大地의 수로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 자경전의 잡상과 수정전의 잡상이 짝수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막혔던 체증이 내려가 속이 뻥 뚫렸다. 세상을 포괄하는 가장 큰 수 '6'... 정말 놀랍다.
한옥에는 저마다 표정이 있다. 한옥 감상은 그 표정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 안에서 숨쉬던 우리 민초의 애환을 읽어 내는 것... 내게는 정말 멀게만 느껴지는 말이다. 한옥 감상이 단순한 집 보기가 아니라면, 그 마을과 마을을 안고 있는 자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는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내가 실제적으로 알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용어를 앞세우고 찾아오는 한옥은 너무 멀다. 딱히 그런 용어를 알지 못해도 저자의 말처럼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맞이한다는 한옥을 읽어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어 하는 말이다. 내딴에는 단순한 집 보기보다는 그 마을 전체를 먼저 보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까닭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참 좋은 느낌을 안고 돌아왔던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을 때가 떠오른다. 마을을 감싸안고 돌아가는 그 물길도 좋았고, 몇몇의 반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높지않은 돌담안에 오롯이 앉아있던 초가집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정말 멋졌다! 저런 풍경속에서 양반과 평민이 서로 각진 마음으로 살지는 않았을거라는 막연한 믿음같은 게 생겨나기도 했었는데 그저 나만의 생각일 뿐이겠지 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집 한채에 그렇게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어디 집 한채뿐일까? 그 집을 안고 있는 마을조차도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한옥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는 저자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한옥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말을 되새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과 같은 뜻일까? 책을 읽으며 평면으로 그려준 집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니 마치 내가 위에서 그 집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느낌이 꽤 괜찮았다. 책을 읽는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그 주변을 함께 소개해 주셔서 나중에라도 길을 나서게 되면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옥... 우리의 집...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으로 떠났던 책속 여행. 그런데 돌아오니 섣부른 욕심만 더 키우고 말았다. 참고하라고 붙여주신 한옥의 구조를 더듬는다. 부연, 종도리, 소로, 보아지, 인방, 활주, 누마루, 툇마루, 쪽마루..... 다시 또 잊어버릴 이름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