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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엔 그저 소설속의 주인공이려니 했었다. 하긴 추리소설을 그다지 즐겨읽는 편도 아니니 어찌 그 무식(?)을 탓하랴 싶어 한번 찾아보았다. 김내성... 소설가이자 전 신문기자로 1909년에 출생하여 1957년에 사망한 평안남도 사람이라고 나온다. '타원형의 거울'이라는 작품이 아마도 그의 대표작인 모양이다. 그런데 더 살펴보니 의외로 작품은 많았다. '마인', '청춘기담', '유곡지', '백사도', '연문기담', '제일석간'... 솔직히 그의 이름을 몰랐으니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 시대에도 우리에게 멋진 추리작가가 있었다는 자체가 왠지 모를 뿌듯함을 전해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다지 즐겨읽지 않았던 추리소설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 것은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더구나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작가 김내성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설정은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 했다.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가장 아프게 느끼는 일제강점기로 누구나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밑바닥에 숨겨두고 있다. 평양과 일본이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와세다대학을 나왔다는 김내성이란 작가의 이력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일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한복을 입은 꼬마와 파란눈의 꼬마가 서로 만나 살인사건에 접근하게 되는 초반부의 상황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까닭에 조금은 당혹스러운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성장해버린 김내성과 마주서야 했으니 그 당혹스러움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17년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살인사건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왔던 그에게 다시한번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파란 눈의 소년... 그렇게해서 어른이 된 두 사람의 추리여정에 나도 동참하게 되지만 어디에서도 긴장감이나 마음을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주어진 주제는 너무나 간단했다. 어떤 의미가 되었든 그럴싸하게 펼쳐지는 반전을 그리며 다가가는 것이 추리소설의 묘미일거라 생각했었던 나의 편견이 오롯이 깨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픈 과거이면서 그 당시를 살아냈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공감할 수도 있었던 그런 이야기였다는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진실을 허구로, 허구를 진실로 만드는 것.. 모두가 보고, 그저 생각하게 하는 것..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도 단죄할 수 없는, 그러나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아픈 시대의 재조명쯤이었다고 말한다면 틀린 말일까? 뻔한 내용이 펼쳐졌지만 그 끝에 남는 여운은 있었다. '조선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에게 바치는 오마주' 라는 말이 보인다.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을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