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지혜 - 공존의 가치를 속삭이는 태초의 이야기
김선자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let it be!

제발 그냥 내버려두세요!...

 

자연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단지 우리가 못 알아듣고 있을 뿐이다. 자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이다 보면 혹시 알겠는가? 그들의 말이 들려올지.(-249)  정말 그럴 것이다. 어쩌면 입술이 부르트도록 외쳐대고 있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척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천번 만번을 말해도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서 결론부터 말해버리고 말았다. 신화라고해서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겠거니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잡게 된 것은 아직도 어줍잖게 자리잡은 동양의 신화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심때문이었다. 그리스로마신화에게는 그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우리신화는 저멀리 밀쳐두었다는 죄책감(?)으로 우리신화를 찾아 헤맨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토록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왜 진작 찾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싶었던 기억이 있다. 그저 단순히 전래동화쯤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정말 멋지게 다가왔던 우리신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 이 책이 고마울 뿐이다.

 

자연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제대로 된 자연속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까닭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번도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겠지 싶어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주었던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새로 생겨나는 아파트 단지를 걸을 때가 있다.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만들어진 모습으로 불쑥 불쑥 나타나는 아주 작은 '자연덩어리'들이 역겨웠었다. 나무 몇 그루, 꽃 몇송이, 얼마 못가 말라버릴 작은 물줄기...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단지마다 심겨지는 나무의 종류나 꽃의 종류는 거기서 거기다. 똑같이 생긴 집, 똑같이 생긴 나무와 꽃속에서 살다보니 생각조차도 똑같이 해야하는거라고 믿어버리게 된 건 아닌지... 그래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다르면 배척부터 하는 습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공존의 가치를 속삭이는 태초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은 정말 황홀했다. 그리고 아팠다. 일전에 읽었던 <숲의 왕국>이 생각났다. 우화형식으로 쓴 글이었는데 인간의 욕심을 그대로 자연속의 나무에게 옮겨 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은 그런게 아니다. 애초부터 자연과 하나였던 우리의 모습, 자연과 서로 어울어지며 살아왔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고 있는 작은 부족민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한다. 신화라는 게 그렇다. 어디서 느닷없이 튀어나와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곁에 머물러주던 자연속에서 모든 것은 시작되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우리에게 자연은 신과 같았다. 바람을 보내고 비를 내려주고 빛을 나누어주었던 신들의 모습이 바로 자연이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자연과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보듬어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가 사랑할 영화를 이 책속에서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나 역시 작가의 말처럼 그런 것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멧돼지의 모습을 하고 인간세계로 질주해오던 자연신의 모습은, 그 영화 <모노노케 히메 : 원령공주>를 볼 때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영혼의 나무가 보여주었던 그 관대함은 자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영화 < 아바타>는 말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 정말 완전히 공감한다. 굳이 누군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연을 버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자연과 함께여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고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미래를 만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작가의 밀알같은 신화는 안스럽기까지 하다.

 

단순한 옛날이야기겠거니 하며 목차만 훑어보려고 펼쳤었는데 곧바로 모든 것을 잊은 채 책장만을 넘기게 했다. 그만큼 작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책속에서 나를 맞이해준다.  그런 이야기들을 가슴속에 품어 안은채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이 나는 부러웠다. 실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마치 문명만이 우리가 살길인양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는 현실은 암담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았던 신들의 이야기를 빌어 왜 우리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지 말해주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져 왔다. 눈길과 마음길 모두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언제쯤이면 진정한 아픔으로 다가올 이야기가 될런지... 천번 만번을 반복해도 과하지 않을,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실천에 옮겨야 할 우리의 무거운 숙제를 다시한번 펼쳐본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자연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만 보지 말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볼 줄 안다면. '고성장'과 '발전'만을 외쳐오던 우리가 '저성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피해야만 할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면. 그러나 또한 기억할 일이다.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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