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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인류를 멸망시킨다 - 당질 제한에 대한 생명과학적 고찰
나쓰이 마코토 지음, 윤지나 옮김 / 청림Life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밥, 빵, 면보다는 차라리 고기와 튀김을 먹어라' 라는 책띠의 글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하나 있다. 요즘 한창 광고를 통해 들어야 했던 밥, 빵, 면, 면, 밥, 빵을 반복해서 외치던 그 광고말이다. 결국은 맨날 똑같은 걸 순서만 달리한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시장에 가면서도 오늘은 또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는 색다르게 들렸던 광고였다. 매일처럼 고민을 하지만 결국 오늘도 그다지 색다를 것 없다는 게 아마도 모든 주부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오늘 저녁부터 당장 밥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다' 라는 책의 소개글을 읽으면서도 설마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지금과 같은 식생활 패턴을 고수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에 머리를 저었다. 원래도 좋아하지 않던 초코렛과 같은 단것들에게서 한발 더 물러난 건 사실이다. 소화기능이 약해 될수록 피했던 면종류를 더 멀리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류의 책을 보게 되면 은근 화가 치민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하고 되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너도 나도 이 의견만이 진짜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그것조차도 저들만의 잔치에 내가 흔들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에필로그를 통해 어느정도의 가설임을 밝히고 있지만 여러사람의 체험효과를 예로 보여주고 있으니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도전해볼만 한 주제일거라는 공감대가 꽤나 컸다.
도대체 우리 삶의 주변에 널려있는 지식들은 어느정도의 사실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저마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잘못된 것들도 멋들어지게 포장하여 마치 사실인양 외쳐대고 있는 게 어디 한둘이냐 말이다. 포장광고의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이번에도 속았군, 을 중얼거려야 했던 허망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바로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의 뭔가를 끌어낸다. 제목에서 보이는 '탄수화물'의 존재가 단순히 탄수화물이라는 영양소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일전에 읽었던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라는 책이 떠올랐다. 지금과 같은 배부른 세계의 종말이 바로 앞에 와 있음을, 그리고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우리의 식량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서도 이 책과 마찬가지로 곡창지대의 침체는 우리에게 다가올 위기의 징조라고 말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변화를 말하고 있었다. 곡류로 인하여 인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으나 그 곡류로 인하여 인류에게는 또다른 재앙이 시작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도 아주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밥이나 빵, 면과 같은 곡류보다는 고기가 소화가 더 잘된다거나 우리몸에 좋다고 수없이 들어왔던 뿌리채소는 당질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잎채소를 먹어야 한다거나 밥이나 빵, 면과 같은 곡류만 줄여도 살이 빠지는 걸 알 수 있다는 말은 사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흔히들 3백을 피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설탕을 피하고 소금을 피하고 밀가루를 피하라는 말인데 이건 그것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을 진화라고 불렀다. 지금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우화가 떠오른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모두가 가고자하는 오직 하나의 방향. 어쩌면 우리 인류는 나비가 되어보기도 전에 그 욕망의 애벌레탑만을 쌓다가 무너져내리는 게 아닐까? 요즈음의 시대를 둘러보면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인류의 적은 인류이며 지구 최대의 적 또한 인간이라는 말이 새롭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