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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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원래 느리게 하는 게 맞다. 요즘의 우리 삶은 그야말로 팍팍함 그 자체다. 그래서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자주. 그러나 그 일탈의 시간은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이나 자주 와주지 않는다. 시간이 와준다해도, 혹은 힘겹게 그 시간을 만들었다고 해도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러니 느림여행이라는 것 역시 쉽지 않을터다. 그래서 부러웠다. 가족을 동행하는 느림여행처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거기다가 자신의 전공을 접목시킨다면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궁금했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어떻게 전해주려는지가. 글쓴이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상당히 많은 곳에 머물게 된다. 가는 곳마다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주니 어느정도의 궁금증도 해결하면서 동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 이상의 어떤 특별한 느낌을 그다지 전해받지 못해 조금은 섭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보면서 내가 다녀왔던 곳에 대해 다시한번 반추해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기는 했다. 나 역시 많은 곳을 다니면서 느림여행을 꿈꿨었다. 남편과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다녔던 곳은 아직도 꿈결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답사팀과 함께 다녔던 곳은 여전히 정신이 없다. 그래서 나 역시 느림여행을 꿈꾼다.

 

크게 주제를 나눠본다면 이렇다.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통가옥과 우리 역사의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의 사찰 찾아보기, 조선의 시대정신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서원과 정자 역시 빼놓지 않았다. 거기다가 풍수지리나 전통건축의 용어정리까지... 한동안 고택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전통건축의 용어에 목을 맸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용어를 몰라 고택을 둘러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것은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마음을 내려놓기도 했다. 집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의 정신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에 대해 조금 알고 찾아간다면 괜찮치 않을까 싶다. 사찰을 둘러볼 때는 가기전에 그 사찰이 안고 있는 설화를 하나쯤 알고 가면 재미있다. 거기다가 그 사찰공간에서 숨쉬는 역사적인 사건을 정리해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찰의 구석구석에 놓인 것들 모두가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기본적인 사찰정보만 알고 가도 생각처럼 따분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서원과 전통정원 역시 마찬가지다. 명심할 것은 지금의 시선, 지금의 생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답사는 옛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보는 여행이다. 그러니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의 현실에 꿰어 맞추려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여러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이런 곳에까지 정자를 지었구나 하는 경탄을 자아내게 했던 정선의 구미정과 바위위에 정자를 지어 풍류를 즐겼다던 예천의 선몽대, 탑의 배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스럽게 알려주었던 익산 왕궁리 5층석탑과 석탑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던 장하리 삼층석탑, 하얗게 쌓인 눈 위를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며 좋아라 했던 빙계서원과 정말 멋진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외암리 민속마을의 건재고택과 송화댁, 남편과 아들을 옆에 끼고 올랐던 성흥산성에서 백제를 함께 이야기했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황홀하다. 나는 여전히 느림여행을 꿈꾸며 산다. 아마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많은 것을 보러가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느끼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여행은 느리게 하는 것이 맞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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